우리나라는 남극에 세종과학기지와 장보고과학기지 두 곳의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세종기지는 사우트셰틀랜드군도 킹조지섬에 위치하고 있고 장보고기지는 로스해의 테라노바만에 위치하고 있다. 거리상으로 세종기지는 우리나라에서 1만7천240㎞, 장보고기지는 1만2천740㎞ 떨어져 있다.
필자가 근무 중인 장보고기지는 인천에서 뉴질랜드 오클랜드를 거쳐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대기 후 이탈리아 공군기를 타고 7시간을 가서 바다 위 해빙 활주로에 내리거나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아라온호를 타고 10여일을 항해해야 도착할 수 있다.
한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주변에서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에 매년 기지 월동 생활을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첫 단추는 기지를 운영할 인력을 모으는 것부터 시작한다. 남극에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환경에서도 기지를 운영할 수 있는 우수한 전문 인력을 뽑아야 한다. 고립된 환경에서 1년 이상 체류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매년 18명으로 구성된 새로운 월동연구대를 구성하는데 이 과정만 반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월동연구대는 기지 운영을 책임지는 대장, 살림을 책임지는 총무, 중장비, 기계설비·전기·발전을 책임지는 유지반, 남극에서 대기·해양·생물·지구·우주 연구를 지원하는 연구반, 여기에 기지 주변 기상예보를 위해 기상청에서 파견되는 기상대원, 기지 주변 활동에서 안전 확보를 위해 소방청에서 파견하는 안전 대원, 여기에 식사를 책임지는 조리 대원, 마지막으로 1년간 대원들의 건강을 돌봐주는 의료 대원까지 구성되면 남극에서 겨울을 나기 위한 첫 준비를 마치게 된다.
이렇게 대원들이 구성되면 출발 전까지 대원들은 기지에서 각자 업무 수행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연구소와 전문 기관에서 연구 활동, 장비 운용 등 직무교육을 받는다. 또 월동연구대의 의무와 책임, 스트레스 관리법 등 고립된 환경에서 잘 지낼 수 있는 소양도 쌓는다.
필자가 맡은 총무는 대원들의 생활과 복리를 책임진다. 쌀과 김치에서부터 커피, 과자, 라면등 1년간 월동연구대와 하계 기간 방문하는 연구자들이 먹을 800여 종류의 식자재를 챙겨야 한다. 또 혹한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극지에서 입을 방한 의류와 신발, 안전 장구류를 준비하고 청소, 세면용품 등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주변에 가게가 없어도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1년 치를 준비한다.
이렇게 준비된 보급품들은 우리나라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에 10월에 선적돼 12월 남극 장보고기지까지 운송된다. 남극으로 가는 길을 이렇게 나열한 이유는 남극에서 기지 운영은 다양한 분야와 우리나라의 역량이 집결되는 하나의 종합적인 시스템이라는 것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이제 우리나라는 남극 내륙으로의 진출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내륙으로 진출하기 위해 길이 2천200㎞의 남극 내륙 진출로(K-루트)를 개척하고 있다. 진출로 개척이 완료되면 내륙 연구를 강화하기 위해 앞으로 남극 내륙 기지 건설이 필수적인데 내륙 기지 운영은 세계 6개국이 5개 기지만을 운영할 정도로 국가적 역량이 집결돼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남극 내륙 활동 지원이 가능한 진정한 선도국이 되기 위해 지금까지의 역량을 바탕으로 더 높은 수준의 남극 활동을 위한 연구 지원 및 보급 체계 혁신 방안도 함께 고민을 시작해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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