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 ‘초등학교 1학년생에게 모르는 어른이 다가와 우체국으로 가는 길을 자세히 알려 달라고 한다면?’ 아마 대부분의 성인들이 기대하는 대답은 ‘아는 대로 자세하고 친절하게 말씀드린다’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초등학교에서는 조금 다르게 가르친다고 한다. ‘아는 곳이더라도 낯선 사람이 길을 물으며 특히 같이 가달라고 하면 단호하게 거절한다’가 정답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정말 도움이 필요한 어른이라면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초등학생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래서인지 요즘 주변의 초등학생들에게 뭔가를 물어보거나 말을 걸면 상냥한 태도로 대하기보다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훑어보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세상이 참으로 각박하게 변하고 있구나’를 느끼는 순간이다.
장면 2 : 코로나가 전 세계로 무섭게 확산하던 2020년 상반기의 일이다. 저녁에 식구들과 거실에서 TV를 보던 중 뉴스에서는 미국의 쇼핑센터에서 사재기가 극성이며, 특히 두루마리 화장지를 확보하려고 사람들이 서로 주먹다짐까지 하는 장면이 흘러나왔다. 세계 최강국이며 선진국인 미국에서 사람들이 겨우 두루마리 화장지를 놓고 싸움까지 하다니, 나와 아내는 혀를 끌끌 찼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무심결에 ‘화장지가 없으면 신문지를 써도 될 텐데…’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때 내 아이들이 나를 쳐다보는 눈길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곧이어 딸이 한마디 내뱉었다. “아니 어떻게, 아빠가 그런 말도 안 되는….” 그렇다. 우리 아이들 역시 화장실에서 뒤처리할 때는 비데와 화장지 외에 해 본 적이 없다. 우리 아이들은 이미 선진국의 아이들이다. 어려서부터 집에 자가용이 있었고, 먹고 싶고, 하고 싶고, 가지고 싶은 것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원하는 대로 이룰 수 있었다.
아마 이 지구상의 한 시점과 한 장소에서 선진국의 아이들, 중진국의 부모들, 후진국의 조부모들이 공존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세대 간의 간극이 쉽게 좁혀지지 않는 듯한데, 특히 노인 세대가 느끼는 정도는 더 심한 것 같다. 전쟁까지 겪고 피와 땀으로 조국의 산업화를 이루었지만, 지금은 사회에서 철저히 구조적으로 소외되고 있다. 사실 역사적으로 노인 세대의 소외라는 현상은 늘 있던 일이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예전에는 노인들의 삶의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것도 있었고 집안에서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권위는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지금과 같은 4차 산업사회 환경에서는 노인들은 거의 디지털 문맹이므로 인터넷 또는 온라인상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이 드물다. 고작해야 휴대폰의 유튜브 채널로부터 편협된 세상과 만나는 것이 고작이다.
이제는 노인 세대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 개인에게 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 사회는 걱정만 할 뿐이고 실효적인 대책은 없는 것 같다. 국가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단지 금전적인 지원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노인들이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찾고 이를 전 세대와 함께 풀어갈 해결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노인 문제를 전반적으로 관리할 국가 조직을 제안하는 바다.
최동군 지우학문화연구소 대표
댓글(0)
댓글운영규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