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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1 (화)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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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카페] 비유의 언어

지난 21일에 조계사에서 전국승려대회가 열렸다. 명고(鳴鼓)와 명종(鳴鐘)에 이어 가사를 입은 스님들을 따라 신도들이 부처의 가르침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함께 참회하며, 종교편향과 차별을 근절하라는 메시지를 정부와 우리 사회에 제기했다. 겨우 입장료 문제로 이런 행사를 열면 품격이 떨어지고 대선 시기라서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불교 내부의 반대도 있었지만, 이 행사는 종교의 자유를 위시해 우리 체제의 본질과 공화(共和)를 위해서 오히려 이 시기에 다시 생각해볼 유용한 큰 질문이다. 혹시 우리는 자신이 신앙하는 종교를 자부하다가 다른 종교를 경시하거나 그런 결과를 방치하지는 않나.

뿐만 아니라 이 사태의 한 발단이 된 한 정치인의 비유 발언과 그 발언이 야기한 파문을 우리의 정치와 안녕을 위해서 이 기회에 한번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작년 가을 국회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여당의 한 의원이, 가야산 경역에 입장하지만 해인사에 들르지 않는 등산객들도 돈을 내야 한다며 문화재관람료를 ‘통행세’, 해인사를 ‘봉이 김선달’에 비유하여 물의가 빚어졌다. 해인사는 해인사에 관련된 가야산 일대는 국립공원이면서도 해인사의 소유이고 무엇보다 문화재로서 문화재보호법의 대상이기도 해 그 입경에 지불하는 돈은 ‘통행세’가 아니라 그 전체 보존과 유지가 포함된 ‘문화재관람료’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곧 여당 지도부가 사과한 대로 그 발언에는 비하의 취지도 함축돼 있다. 사실 비하뿐만 아니라 부당부정의 취지도 내포돼 있다. 이견이 있겠으나 ‘통행세’에는 ‘산적과 같은 폭력이 배후에서 강제하는 악세(惡稅)’라는 함축이 있고, ‘봉이 김선달’에는 ‘겉은 그럴 듯하나 알고 보면 세속 순진한 사람 등치는 사기꾼’이란 뜻이 내포돼 있다고 하겠다. 나아가 교단 전체를 그렇게 비견하는 제유(提喩)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비유의 취지가 초래할 파장을 고려하지 않고 함부로 사안에 비유를 적용해 감당 못할 갈등을 야기하고 증폭한 사례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시에서 비유는 리듬과 더불어 본질이지만 비유가 진부하거나 어울리지 않으면 문맥의 의미와 의의까지 저하해 결국 긁어 부스럼이 된다. 현실 정치의 문맥에서도 마찬가지다. 만약 그 의원이 연상을 제어하며 사실만을 따지는 외연 의미의 언어로 문제를 제기했다면 어떠했을까. 후속 논란에서 그 자체의 검증에 그쳐 이번 사태를 촉발하는 주요 단서가 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이 나라 정계의 언어에서 비유의 과용과 오용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언제부턴가 조롱과 야유의 비유가 꼬리를 물고 있다. 대중에게 메시지를 쉽고 세게 전달하기 위해 비유의 언어를 사용하는 정치인의 행태를 제지할 수 없다. 더 큰 문제가 발생하기도 해 아예 그래서도 안 되지만, 우리 정치의 격조를 되살리고 갈등을 감쇄하기 위해, 비유 자체와 비유의 취지에 신중하면서 예의를 갖춰 메시지를 제시했으면 한다. 특히 비난의 비유는 더욱 그러해야 할 것이다. 정치는 아무래도 갈등 해결의 활동이 아닌가. 대선 시기 여야와 진영의 갈등, 그 갈등에 관련된 국민의 정서 순화에도 크게 조력할 것이다.

김승종 연성대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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