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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3 (목)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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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인터뷰] 최연 한국도자재단 대표이사

“소프트웨어 입혀… 위기의 한국 도자산업 극복해야”

최연  한국도자재단 대표이사 

Q 취임한 지 100여 일이 지났다. 그동안 어떤일에 집중했나.

A 취임하자마자 2년마다 열리는 세계도자비엔날레 개막이 코 앞이었다. 재단 행사 중에 가장 컸다. 일주일여 동안 개막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 개막식을 축소하는 변경된 계획안을 만들었다가 개막 3일 전에 전면 취소 결정이 났다. 각종 계약을 취소하고 정리를 하다 보니 시간이 정신없이 갔다. 해외 작가들도 전시를 위해 3개월 전부터 들어와 레지던시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설득했다. 행사 취소로 처리해야 하는 일들을 정리하고, 내부 직원들을 다독이는 데 중점을 뒀다.

Q 경기도자비엔날레 행사가 취소되면서 내부의 상실감도 컸을 텐데.

A 특히 이번 10회 비엔날레는 창작 수준이 그 어느 대회 때보다 높았다. 또 관객 참여 이벤트도 많이 준비했다. 그만큼 직원들이 열정을 갖고 매진해 왔다. 열심히 준비한 게 취소되다 보니, 직원들의 상실감도 매우 컸고, 사기가 떨어져 있었다. 이를 위해 내부 분위기를 쇄신하는 데 신경을 썼다.

Q 한국 도자산업의 위기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현실을 제대로 진단한다면.

A 도자는 중국에서 시작돼 한반도 거쳐 일본으로 거쳐 갔다. 중국과 일본은 제국주의시대를 거치면서 유럽 등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해왔다. 우리는 주변 외세의 침략을 막는데 급급해 시장개척을 할 수 없었다. 이에 기술력을 계승하는 왕실중심, 귀족중심의 도자가 발전했다. 상감청자나 백자 항아리 등은 우리나라가 독보적이다. 그렇지만, 해외시장개척도, 대중화도 어렵다 보니 세계 도자시장은 중국과 일본이 점령해 버렸다.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했지만, 기술 저변확대와 새로운 도자산업을 육성할 지원책 마련이 미비했다. 도자재단만 보더라도 엑스포 중심의 예산도 매년 유지관리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다. 어려운 시기인 것이 확실히 맞지만, 한국 도자의 중심인 경기도 여주, 이천, 광주에는 여전히 도예인들이 늘어나고 성장하고 있다. 한국도자산업이 새롭게 도약할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최연  한국도자재단 대표이사 

Q 그 돌파구가 무엇인가.

A 시대에 맞게 콘텐츠를 만들면서 도자산업을 확대 재생산해야 한다. 도자기를 단순히 그릇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고, 행사 몇 번 열어 판매장을 만들어주면 되는 시대는 끝났다. 판매망에서도 이미 한국은 후발국이다. 그럼 무엇을 할 거냐. 융합산업으로 확대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한다. 우선 교육, 실버산업과 연계할 예정이다. 흙을 만지는 것은 정서적으로도 상당히 좋다. 내년부터 경기도교육청과 협약을 통해 학교에서 학생들이 흙을 만지며 정서를 함양할 수 있는 수업 등 시범사업을 할 계획이다. 이 수업을 위해선 교사가 필요한 데 젊은 도예인들에게도 좋은 일자리가 될 수 있다. 또 실버세대에게는 도자기를 만들며 치매예방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거다. 지자체-도예인-재단이 삼위일체가 돼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확산하면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Q 지속 가능한 도예산업을 위해선 젊은 도예인 육성도 필요하지 않겠나.

A 그렇다. 도자산업이 발전해 나가려면 젊은 도예인이 새로운 시대에 맞게 도자산업을 이끌어 나가도록 해야 한다. 젊은 도예인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광주조합의 경우만 해도 도예인의 평균 나이가 57세다. 청년도예인을 육성해야 하는데 지금 구조로는 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창작할 공간, 시설투자에 큰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젊은 도예인을 위해서 재단에서도 레지던시 공간을 마련해주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활용하기엔 역부족이다. 젊은 도예인들이 일하고, 자기의 공간에서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달 문을 연 여주공예창작지원센터는 이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이 외에 재단에서 젊은 도예인을 위한 레지던시 공간 확보, 관계기관, 산업 등과의 연계를 고민 중이다.

Q 온라인 시대이지만, 유독 도예 산업은 변화가 늦다는 생각도 드는데.

A 당장 종합정보 온라인 플랫폼을 준비중이다. 원료를 살 때 종류에 따라 단가 비교를 할 수 있고, 유통구조와 세계 도자시장 작품들의 흐름 등을 한눈에 도예인들이 확인할 수 있는 종합 정보망이다. 도예인들이 세계도예시장 흐름에 대처할 수 있고, 또 자기의 작품을 올려서 세계적으로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구조다. 최종적으로는 알리바바 등 세계적인 판매망과 이어지도록 하는 게 목표다. 물론, 금융 결제 등의 문제가 있는 만큼 최종적으로는 4~5년 시간이 걸릴 거다. 일단, 도예인들을 위한기초적인 발판을 마련할 거다. 우리의 완성된 콘텐츠를 만들고, 알라딘 등의 판매망에 링크해 확산하도록 할 계획이다.

Q 임기 동안 꼭 해내고 싶은 게 있다면.

A 3가지의 ‘소통’이다. 도예인들과의 소통, 지자체와의 소통, 내부 직원들과의 소통이다. 우선, 도자 산업의 주인은 도예인들이다. 이천ㆍ광주ㆍ여주 조합들과 도자재단 등이 협업구조의 협의회를 이달 구성하기로 했다. 모든 도예인들의 의견이 반영되고 개진할 수 있는 협의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번째, 도예산업의 본고장인 이천ㆍ여주ㆍ광주 지자체와 도자재단은 함께 시너지를 내도록 이끌어야 하는 구조다. 우리가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3개 지자체에서는 하드웨어로 확장하는 거다. 더 이상 대규모 행사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 지자체의 많은 축제를 도자산업과 연계해 세계화 하는 방안 찾고, 새로운 창작공간 만들어야 한다. 또 내부직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재단이 더욱 내실 있고 일 잘하는 구조가 되도록 할 구상이다. 현재의 시스템을 개선해 스마트한 구조로 만들고 직원들에게 명확한 업무를 전달해 과업을 평가하겠다.

Q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당부하고픈 말이 있다면.

A 경기도자비엔날레의 본질적인 개념은 국제공모전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부대행사는 취소됐지만, 해외 우수 도예작품을 전시하는 국제공모전은 지난달 29일부터 이천세계도자센터에서 문을 열었다. 300여 명의 작가 중 42명의 수준 높은 작가의 우수 작품을 내년 5월까지 전시한다. 세계도자비엔날레의 국제공모전은 세계적으로도 권위를 인정받았다. 수준 높은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인 만큼,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정자연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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