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13일 지방선거에서 당선되고 의장으로 선출돼 의정활동을 시작한 지 1년이 훌쩍 넘었다.
당선되면서 한 나와의 약속은 군민이 원하는 의원, 의회가 감당해야 할 책무를 다하는 의원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그 생각이 변함인 없지만 이제 와 돌아보니 나 자신에게 후한 점수로 매기기에는 아쉬움이 교차한다.
기초의원의 역할과 책임은 다했는지, 쇄도하는 민원을 열과 성의를 다해 해결하려고 노력했는지, 또 나를 뽑아준 주민의 지지에 얼마만큼 만족을 드렸는지, 민의를 대변하는 의원으로서 이전보다 더 불통의 벽을 쌓지 않았는지 송구스럽다.
의원실을 찾는 주민이 가져오는 민원의 대부분은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많다. 행정부서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민원이 마지막으로 찾는 곳이 의원실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상수도 보호구역이라는 양평이 가진 한계 때문에 다른 시군에서는 별문제 없이 허가가 날 사안임에도 주민들의 생존권이나 재산권을 침해하는 규제사항일 경우 원론적인 답변을 할 수밖에 없는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민원이 마지막 기대를 안고 왔다가 낙담하는 표정을 보면 의원으로서 자괴감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양평군을 위해 불합리한 규제철폐에 앞장서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다시금 마음을 다잡는다.
8대 양평군의회는 찾아가는 의회와 열린 의회를 표방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엔 주민, 단체를 막론하고 누구나 찾아와 의원과 의견을 나누고 함께 소통하고자 ‘열린 의회실’ 공간을 새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20여 차례 에 걸쳐 지역 현안에 대해 주민과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문제해결에 노력해왔다. 축산과 건축 규제에 대한 입법예고사항에 대해 열린 의회를 통해서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합리적인 대안을 만든 것이 대표적인 성과라고 생각한다.
올 4월부터는 지역 주민 의견을 청취하고 해결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찾아가는 열린 의회실’ 운영을 시작했다. 지역주민들에게 지금까지 받은 요구사항이 수백 건이 된다. 의회에서는 이를 분류하여 즉시 실행 가능한 사항은 바로 추진하도록 하고 그 외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집행부와 시기와 예산을 고려하여 추진할 계획이다.
또 전문적 의정활동을 위해 의원별 담당 분야와 담당 지역제를 시행해 전문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화, 교통, 도시, 주민복지, 기획, 지역경제 등의 업무를 의원별로 전담해 깊이 있는 정책 대안 개발을 하는 한편, 전문 기관 위탁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행정사무 감사를 앞두고 의원 전원이 결산심사 기법, 행정사무 감사 시 중점 착안 사항, 조례안 검토 등 전문 기관 교육을 받았다.
8대 군의회에 들어 많은 입법 활동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3개의 입법안이 기억에 남는다. ‘양평군의회 업무추진비 집행기준 및 공개에 관한 조례’와 ‘양평군의회 의원 윤리강령 및 윤리실천규범 등에 관한 조례’와 ‘양평군의회 의원 공무국외 여행 규칙’이 그것이다. 모두가 의원들 스스로 의원의 자세와 자질을 바르게 가지기 위한 입법안들이다. 의원들 스스로가 준엄한 군민의 뜻을 충실히 따르기 위해 삼가고 경계해야 할 사안들을 입법화한 것이기에 그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지난 일 년간의 의정 생활은 초보 정치인으로서 나 자신의 신념과 역량을 키우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정치의 지향점이 어디인가는 거대담론이지만, 양평이라는 지역사회로 테두리를 좁혀 생각하면 보다 구체적인 정책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공동체의 가치와 역사, 그리고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소소한 행복의 추구가 그것이다. 골고루 잘사는 지역공동체가 내가 추구하는 정치이념이다.
‘시장은 정치의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정치는 대개 상위 계층에게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 읽은 조지프 스티클리츠의 「불평등의 대가」에 나오는 말이다. 미국의 사회 불평등이 끼치는 악평형을 다룬 책이지만, 우리나라 사회도 미국 못지않게 불평등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으로서 정치의 역할과 사회평등이 가진 근본적인 잠재력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일 년이 지난 지금 처음 다짐했던 마음을 항상 가슴속에 되새기며 더욱더 노력할 각오다.
이정우 양평군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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