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바닥에 100달러 지폐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면 중국 사람은 우선 이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본다. 러시아 사람은 일단 주워서 호주머니에 집어 넣고 주위를 살핀다. 독일 사람은 주워서 경찰에 신고한다.
그런데 스위스 사람은 쳐다보지도 않고 그냥 지나가 버린다. 내돈이 아닌 것은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것.
이태리 사람은 누가 그것을 주어서 가면 자기 것이라고 우긴다. 이것은 그냥 우스갯 소리로 하는 이야기지만 숨겨진 뜻도 있는 것 같다.
특히 스위스 사람들의 돈 관련 이야기가 재미있다. 결국 ‘스위스 은행’하면 세계적으로 철저한 비밀과 예금자 보호로 유명한 것은 이런 국민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작은 나라의 은행이지만 미국과 같은 강대국의 압력에도 예금주 보호에는 끄덕 없으니 말이다. 또 스위스 사람들은 대화 중에 다른 사람의 재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매우 금기시한다고 한다. 이런 돈에 대한 신뢰가 쌓여 검은 돈까지도 맡기는 ‘세계의 비밀금고’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 나라에 불어, 독일어 등 4개 국어가 공존하지만 탄탄한 번영을 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스위스가 2016년 6월5일 수요진작을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성인 1인당 매월 2천500 스위스프랑 (한화 300만원 상당), 미성년자는 한화 80만원을 지급하지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외국인 까지도 스위스에 5년 이상 거주하면 똑같이 지급한다는 것이다. 세계 모든 나라들이 스위스의 국민투표에 관심이 쏠린 것은 물론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런데 스위스 사람들은 국민투표에서 76.9%라는 압도적 반대로 부결시켰다. 역시 실에 떨어진 지폐는 관심도 보이지 않는 국민성이 나타난 것이다.
물론 부결의 저변에는 부지런한 국민성을 해치고 그렇게 많은 돈을 뿌리기 위해서는 재원이 지금의 3배에 달하게 되며, 결국 그것은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것과 또 이런 복지정책이 실현되면 많은 이민자가 몰려 온다는 우려가 작용했을 것이다.
말하자면 ‘공짜 점심은 싫다’는 것.
특리 이런 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이기전에 치열한 논의를 거치는 과정을 밟았다. 치열한 논쟁-이것이 스위스 국논을 이끄는 힘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과연 이런 국민적 합의도출을 위해 치열한 논쟁의 광장이 얼마나 준비되어있었던가.
국회에서 다루어지는 새해 예산에서 내년에는 현금 수혜자가 1천만명으로 늘어나고 그 현금 복지도 33조 원으로 올해보다 10조 원이나 대폭 늘어난다고 한다.
그 수혜자도 기초연금 539만명, 아동수단 230만명 등 50여 가지에 이른다. 이런 현상은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다. 경기도의 경우 올해 보다 1조6천996억 원, 23.5%가 증가하게된다. 또 정부의 복지사업확대로 지방 정부의 재정 부담도 가중되는 것은 물론이다.
야당인 자유 한국당도 ‘저출산복지’ 명목에 7조 증액을 요구하고 나섰다.
‘더 주기 예산’ 경쟁에 나선 셈이다.
더 주고, 더 베풀어 나쁠 것은 없다. 문제는 그것이 국민 세금에 100% 의지한다는 것이다.
스위스 사람은 바로 그 때문에 파격적 복지시혜를 국민투표에서 부결시킨 것. 그리고 아르헨티나, 베네쥬엘라, 그리스 같은 나라의 경제파탄을 타산지석으로 바라 보는 것 아닐까? 우리 역시 유권자들의 표를 겨냥해 경쟁적으로 ‘공짜 밥상’차리기 경쟁을 벌인다면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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