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들, 소통에 의문 제기 등 인사 검증 시스템 우려 목소리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 난다.”
바둑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생각을 오래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조언하는 말이다.
안산시가 지난달 24일 비서실 남성 직원들이 수차례 1천만 원이 넘는 예산으로 양복을 구입,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 공석인 비서실장 자리에 6급 퇴직 공무원을 발령한 것을 두고 많은 말들이 나오고 있다.
비서실장에 발령된 A 실장은 지난 6월 30일 안산시에서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정년퇴직한 공직자다. 이를 두고 5급 이상 공직자들은 “현직 당시 6급(계장직) 업무를 담당했는데 비서실장이라 하지만 소통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소통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비서실장이란 직책은 국장과 과장 등과 시장이 추진하는 업무를 협의하고 결과를 시장에 보고하는데 소통에 문제가 있으면 가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입장이다.
시가 비서실장 자리를 5급 사무관으로 지정한 배경에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민선 3기 5급으로 퇴직한 공직자가 시장실장에 임명된 뒤 제종길 시장 취임 후 처음으로 별정직 외부 인사를 비서실장에 임명했으나 불명예스럽게 물러났고, 이번에 6급 퇴직 공직자가 발령됐다.
한달이 넘도록 비서실장을 공석으로 둔 뒤 공직 내부에서 우려했던 인사가 단행된 것을 놓고 인사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됐는지, 아니면 인사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안산시는 인구 및 예산 규모 등을 종합할 때 도내 5번째 규모 지자체라는 점을 고려, 이에 맞는 비서실장 배치가 필요한 게 아니었을까.
비서실장 인사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시장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번 인사를 두고 고민한 흔적은 없어 보인다. 인사 부서가 인사권자에게 제대로 조언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인사권자가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안산시가 성장해 나가는 만큼의 행정력과 이에 따른 판단능력과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 등도 함께 성장해 나가야 한다. 안산을 사랑하는 시민이라면 누구라도 그것을 원하고 있다.
안산=구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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