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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 참을 인 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

아래 내용은 홧김에 가스밸브를 열어 폭발사고를 낸 기사의 주요 내용들이다. 며칠 전 경북 안동에서 혼자 살고 있던 60대 남성이 층간소음을 참다못해 자신의 아파트 LP가스 밸브를 열어 폭발사고를 내는 일이 벌어졌다. 그가 살던 아파트 4층이 새까맣게 불탔다.

아파트 주민 70여명이 밖으로 뛰어 나오면서 일대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불이 나자 집주인 60살 김모씨가 베란다 아래로 뛰어내려 크게 다쳤다. 경찰은 집주인 김씨가 “층간소음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메모를 남겼다고 밝혔다.

얼마 전 필자가 지하철에서 당한 일이다. 한 젊은이는 내 앞에서 앞뒤좌우로 건들거리면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승객들은 못마땅한 눈초리로 그를 쳐다보았다.

나는 마침 엄지발가락을 다쳐서 병원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치료받은 곳이 욱신거려 신경이 곤두선 차에 만약 저 구둣발에 내 발가락이 밟히기라도 한다면 하는 마음에서 본능적으로 나의 왼팔이 건들거리는 그의 등에 한두 번 닿았다.

그는 내가 자기를 밀쳤다고 생각했던지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나에게 큰 소리로 “아저씨, 왜 밀어요?” 하더니 전화기에 대고 “아니, XX 뒤에 있는 아저씨가 나를 자꾸 밀잖아” 그는 그런 말을 남기고 내려버렸다. 옆에 있던 아주머니께서 “저 젊은이 기가 막히네” 하셨다. 나는 홧김에 따라 내려 멱살잡이라도 하고 싶었다.

몇년 전 필자가 다니던 성당 신부님이 겪은 이야기다. 당신이 믿었던 사무장 겸 신자에게 성전을 짓기로 한 헌금 전액을 맡겨 관리를 하게 하였는데, 사무장이 그 돈을 갖고 어느 날 잠적을 해버렸다. 사무장을 너무 믿은 자신을 탓하면서 연일 폭음을 하여 몸을 상하게 하다가 새벽미사에 늦기도 일쑤였다. 마침내 가슴에 칼까지 품고 다니면서 보복을 다짐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노숙자로 전락해 있는 그를 발견하자마자 너무 가엽고 측은하여 얼싸안고 엉엉 울었단다. 그 순간 모든 원망과 괴로움이 눈 녹듯이 사라지고 그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이 생겼단다. 신부님은 사기 당한 헌금을 그 후로도 한참을 개인적으로 갚아 나갔다고 했다.

요즈음은 앞에 가는 차량의 운전 습관이, 지나가는 사람의 눈초리가, 길을 가다가 몸을 부딪치거나, 친구와 놀다가 다쳐도 소위 ‘너 때문에’라는 명목으로 앙갚음이 꿈틀거리는 험한 세상이 되었다.

팍팍한 세상에서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다고 느낄 때, 사회로부터 무시와 멸시를 당했을 때, 소위 ‘갑질’에 당해 자존심에 금이 갈 때면 ‘묻지마 범죄’가 일어난다. 이런 범죄들의 이면에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 자리 잡고 있다. 가스밸브를 연 김씨도, 필자도, 신부님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가슴 속에 시한폭탄 하나쯤은 품고 있는 사람들이다.

“참을 인(忍) 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속담이 있다. 일인백락(一忍百樂)이라는 사자성어도 있다. 한 번 참으면 백가지 즐거움이 있다는 뜻이다. 욱하는 마음에서 저지르는 범죄들이 우발범죄이다. 옛말에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이 있듯이 좀 더 여유를 갖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오히려 따뜻한 말과 관심으로 보듬어 주면 어떨까.

욱하는 마음이 생길 때면 보복을 기도로 승화시킨 신부님의 모습을 떠올리면 좋지 않을까. 남의 처지를 한 번 더 생각하면 보복감정을 승화시킬 수 있는 힘이 생기기 않을까.

전대양 한국범죄심리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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