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1억원 고료 국민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김다은 추계예술대 문예창작과 교수의 단편소설 모음집 ‘쥐식인 블루스’(작가 刊)가 나왔다.
묘한 비꼼이 풍기는 책 제목을 이해하면 책에 수록된 8편의 알레고리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우선 ‘쥐식인’은 각자 자신의 ‘쥐구멍’에서 밖을 향해 각개 전투하는 예술적 성향을 가진 ‘지식인’을 한 번 비튼 것이다.
저자는 또 ‘블루스(Bluse)’를 흑인들의 절망과 고통을 담은 노래라는 본래 뜻이 아니라 남녀가 안고 천천히 돌아가며 추는 춤이라는 한국 특유의 의미로 붙였다.
쥐식인 블루스는 결국 자신의 쥐구멍 속에서 자신의 열정과 자유를 키워야하는 지식인이 현실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세상과 어설프게 껴안고 추는 춤이라는 내용을 함축했다고 볼 수 있다.
수록작의 쥐식인과 나름의 투쟁을 다채롭게 그렸다.
자신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공짜 밥을 주지 않겠다는 부모와 부딪히는 소설가 지망생, 스포츠댄스를 하겠다고 모였지만 사회적 인식과 현실적 문제로 감행하지 못하는 교수들, 논문작성을 방해하는 소음을 찾아 헤매는 지식인, 한국의 지식인만의 특이한 비밀을 간직한 채 외계 행성에 떨어진 사체 등이다.
“춤즐모의 교수들은 바다를 앞에 두고도 뛰어들지 못하는 ?귄들 같았다. 지식인들을 햄릿형 인간이라고 한다. 생각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끊임없이 망설이고 주저하고 머뭇거리는 것이다. 나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중략)…내가 먼저 춤의 바다로 먼저 뛰어들리라”
부제 ‘첫 번째 펭귄의 블루스’의 일부분이다.
이처럼 작가는 각각의 부제를 내건 단편을 통해 다양한 유형의 지식 예술인의 이상과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반전과 유머를 버무렸다.
김석준 문학평론가는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후기산업사회를 살아가는 예술가의 초상을 가감없이 그려내고 있다”며 “현대성 내부에 조재하는 예술가의 삶이란 어떤 의미이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에 디지털 혁명을 이룩한 후기산업사회의 모순적 현실을 끄집어냈다”고 평했다. 값1만2천원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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