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고 본회의 의결을 기다리는 지방재정법이 통과되면 오는 2013년부터 지방자치단체에도 성인지 예산 제도가 도입된다.
2013년 예산서부터 적용되니 2012년에는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성인지 예산서(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칠 영향을 미리 분석한 보고서)가 나와야 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지난 2006년 성인지 예산 제도가 포함된 국가재정법이 통과되면서, 지방재정법의 개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그런데 얼마나 준비하였는가. 지금은 현재의 상황을 점검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향후 대책을 마련할 시점이다.
공정한 분배와 성평등 실현
성인지 예산제도는 예산이 의도하지 않게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성평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집행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국제적으로는 지난 1995년 UN세계여성대회 행동강령에서 예산결정과정 등의 성인지적 관점의 통합을 명시했고, 2001년 국제연합 여성기금(UNIFEM) 정부 고위급 회의에서 2015년까지 모든 국가가 예산과정에 성별분석을 통합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실제로 2008년 현재 90여개 국가에서 성인지 예산 제도를 시행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성인지 예산에 대한 논의는 1990년대 후반 여성단체에서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2년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 ‘성인지적 예산 정책 마련을 위한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06년 국가재정법 제정 시 성인지 예산에 대한 근거규정이 마련됐고 중앙정부차원에서는 2010년 예산안부터 성인지 예산서가 작성되고 있다.
성인지 예산서의 주요 분석내용은 다음과 같이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첫째, 성별 수혜 분석이다. 즉, 예산사업에 대한 수혜자의 성별 수급현황을 점검하여 여성 또는 남성이 어느 정도 수혜를 받고 있는지 분석한다. 둘째, 수혜의 성별편차 원인 분석이다. 즉, 성별 수혜를 분석한 결과 수혜의 성별 편차를 가져온 제도상의 원인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기술한다. 셋째, 성평등 목표 설정이다. 즉, 성별통계를 분석한 후 남녀 격차가 있는 경우 차이를 줄이기 위한 목표치(비율, 만족도 등)를 설정한다. 넷째, 예산 반영 여부이다. 성별 수혜의 차이(성별 불평등)를 개선하기 위해 예산에 반영한 경우 변동사항을 기술한다.
예산수혜 성별 편차 개선필요
예를들어, 한국여성정책연구원(2008)에서 분석한 문화콘텐츠 핵심인력 양성사업의 사례를 살펴보자. 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위 사업은 문화콘텐츠 분야의 예비인력과 현업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다. 핵심인력 양성사업의 성별수혜현황을 분석한 결과 여성의 총 수혜액은 36.4%, 남성은 63.6%로 성별 수혜액의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여성비중이 높은 교육 및 연수 프로그램일수록 1인당 수혜액과 단위기간 당 수혜액이 적고, 남성비중이 높은 경우 그 금액이 큰 경향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즉, 남성들에게 보다 양질의 예산이 투여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예산수혜에 있어서 성별 편차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성인지 예산 개념은 아직까지 일반인들에게는 매우 낯선 개념이다. 그러나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실시한 국민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지 예산 제도가 ‘중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전체 여성응답자의 5.5%, 남성응답자의 13.3%에 불과했다고 한다. 국민들은 큰 틀에서 성인지 예산 제도의 필요성과 목적에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성인지 예산 제도가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은 국가재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제 지역에서도 성인지 예산 제도 도입에 따른 준비를 철저히 하여, 공공예산의 공정한 분배와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할 때이다. 성인지 예산 활동의 주체는 단지 지방정부만이 아니다. 지방의회, 지역의 젠더전문가, NGO 등 다양한 실행주체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정형옥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성평등·고용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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