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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을 허(許)하라

정부 육아휴직제도는 진화하는데 제도 실현 위한 사회적 토대는 척박

최근 ‘육아휴직급여 월 최고 100만원’이라는 신문 헤드라인 기사에 아이가진 부모들의 귀가 쫑긋해졌다. 요즘에는 주변에서 간간이 육아휴직한 여성근로자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교사인 여성들의 육아휴직은 제법 눈에 띄는데 이는 고용안정이 육아휴직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육아휴직제도는 근로자가 고용상태를 유지하면서, 일정 기간 자녀양육을 위해 휴직할 수 있는 제도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을 제정하면서 최초로 육아휴직제도를 도입했다.

 

당시에 육아휴직은 생후 1년 미만의 영아가 있는 ‘여성’ 근로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 ‘육아는 여성의 책임’이라는 성별 고정관념이 법에 그대로 반영되었던 것이다. 이것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1995년에는 육아휴직을 ‘남성’ 근로자도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남성은 물론 여성근로자도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이후 지난 2001년 이른바 ‘모성보호 3법’ 개정 당시 육아휴직과 관련한 법제도에도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무엇보다 육아휴직급여가 신설됨으로써 육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현실화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육아휴직급여는 초기 월 20만원에서 조금씩 확대돼 2010년 현재는 월 50만원이 지급되고 있다. 이외에도 육아휴직으로 인한 불이익을 금지하는 다양한 조항들이 만들어졌다. 이후 육아휴직 신청자가 조금씩 증가했으나, 제도의 실효성을 논할 수 있을 정도의 사회적 변화는 느끼기 어려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8년에는 전일제 육아휴직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가 도입됐다.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 대상도 초기에는 생후 1년 미만의 영아에서 2006년에는 생후 3년 미만 된 영유아, 2010년에는 만 6세 이하 초등학교 취학 전 자녀로 확대됐다. 다만, 육아휴직기간은 1년 이내이다. 육아휴직 대상 자녀의 연령을 확대한 것은 ‘육아현실’을 고려할 때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육아휴직제도의 ‘발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따르면 2011년부터는 육아휴직급여가 현 50만원의 ‘정액제’에서 육아휴직 전 통상임금의 일정비율(40%)로 지급하는 ‘정률제’로 변경될 것이라고 한다. 다만, 상한액은 월 100만원이고 하한액은 월 50만원이다. 이외에도 육아휴직 시 건강보험료 경감 확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 도입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이 육아휴직을 신청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용상의 불이익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정규직이라도 육아휴직으로 인해 승진, 배치 등 향후 직장생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까 염려한다.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의 경우 ‘휴직’이 ‘해고’로 이어질까 싶어 육아휴직은 꿈도 못 꾼다. 육아휴직제도는 진일보했으나, 근로자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제도와 큰 간극이 있다. 육아휴직이 ‘법적으로는’ 허용되었으나, ‘사회적으로는’ 허용되지 않은 것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육아휴직급여 신청자는 2002년 3천763명에서 2008년 2만9천145명으로 매년 조금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2008년의 경우 취업자는 총 2만3천577천명이고, 이 중 30~40대 취업자는 1만2천558천명이다. 육아휴직제도의 효과를 논하기에는 너무나 미미한 숫자이다.

 

지금까지 육아휴직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해온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앞으로 집중해야 할 일은 육아휴직제도가 실현되는 사회적 토양을 만드는 것이다. 아이가 있는 근로자들이 ‘육아를 위해’ 휴직하는 것이 이슈가 되지 않는 사회. 특히,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이 더 이상 이슈가 되지 않는 사회를 꿈꾼다.

 

정 형 옥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성평등·고용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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