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축구대표팀이 남아공 월드컵 16강전에서 패배를 함으로써 지난 2주동안 우리를 열광케했던 축구열기는 장맛비와 더불어 약간은 식은 듯 하다. 비전문가 입장에서 패배원인을 굳이 따진다면, 아마도 선수들이 ‘너무 잘 하려고 한 노력’이 오히려 패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초반 실점의 실책을 만회하기 위해서 더 잘하려고 하다 보니 기회가 와도 주저하게 되고 완벽한 기회만을 찾았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과감한 시도를 더 많이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축구경기와 비슷하게 ‘너무 많아서’ 또는 ‘너무 잘하려다가’ 오히려 결실이 적은 정책들이 종종 있다. 그중 하나가 아마도 청소년복지지원법에 의거해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설치 운영하는 ‘청소년 쉼터’가 아닌가 생각된다. 청소년 쉼터는 가출청소년의 일시적인 생활지원과 선도 및 가정·사회로의 복귀를 지원하기 위한 시설로서, 상담·치료 등의 서비스 제공은 물론, 검정고시 준비, 학업지도 교육, 경제교육, 문화체험학습 등의 자립지원 또는 진로지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많은 프로그램 제공이 오히려 害
그러나 제공되는 수많은 프로그램이 ‘가출 청소년’들에게 어떤 의미일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청소년 쉼터를 찾는 청소년의 상당수는 가정이나 사회에서 상처를 받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심리·정서적인 면에서 취약한 상태이다. 또한 이들 대부분은 즉흥적이고 유흥적인 것에 더 많은 관심이 있고 자립의지나 진로에 대한 동기부여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와 같은 이들의 관심과 요구가 고려되지 않은 채, 많은 프로그램만 제공된다면, 청소년 쉼터는 결과적으로 쉼터를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청소년들이 오히려 기피하는 시설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가출 청소년의 증가와 더불어 청소년 쉼터도 증가하고 있지만, 청소년 쉼터는 ‘문제 청소년으로서 가출 청소년’을 수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 이유는 기존의 쉼터가 귀가조치를 목적으로 보호나 양육 등의 기능만을 수행해왔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범죄에 노출돼 있는 노숙 및 배회청소년, 이른바 ‘거리 청소년’의 보호역할을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청소년 쉼터의 기능보완이 요구된다. 즉, 청소년 쉼터는 보호와 양육의 기능과 더불어, ‘거리 청소년’의 기본적인 생존권(숙식)을 보호할 수 있는 기능도 병행돼야만 한다. 이러한 청소년 쉼터의 기능 전환을 통해 ‘거리 청소년’으로부터 파생될 수 있는 청소년 문제, 즉 폭행 및 절도, 성매매 등의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
청소년에게 필요한 쉼터 돼야
또한 시설적 측면에서, 기존의 청소년 쉼터는 상담 및 진로교육 등의 보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쉼터가 되기 위해서는 이들의 흥미와 관심, 열정과 개성을 펼칠 수 있는 공간(컴퓨터 활용공간, 놀이공간 등)이 요구되며, 또한 ‘거리 청소년’의 특성상 다양하게 나타나는 스트레스와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시설(헬스장 등 운동시설)이 필요하다.
너무 많은 것을 제공하기 보다는 청소년 쉼터를 필요로 하는 청소년의 특성에 대한 고려와 이들의 관심과 요구가 반영된 시설로 기능이 전환될 때, 가출청소년의 자발적 방문을 유도할 수 있으며 가출로 인해 발생되는 청소년 문제를 적극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정책은 때때로 너무 많은 것보다 오히려 적은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최순종 경기대 청소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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