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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2 (수)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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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프로슈머들

오페라가 좋아 공연 관람에 빠져들다가 동호인 카페를 만든 젊은이가 있다. 이 똑똑한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동호인들의 뜻을 기획으로 옮기고 싶어해 기획자의 길로 들어선다. 그리고 급기야 오페라 기획자로 성공했다.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전환된 이 젊은이는 자기가 오늘날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한다.

우리는 이러한 사람들을 프로슈머라고 부른다. 이 말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겨져 있다. 그 하나는 소비와 생산을 병행하는 생비자(Producer+Consumer)라는 뜻이다. 또 하나는 똑똑한 소비자(Professional Consumer)를 일컫는다. 생비자가 만든 성공신화는 문화예술계에서 심심찮게 떠오른다.

한켠에선 똑똑한 소비자는 끊임 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일에도 앞장선다. 이는 다른 쪽에서 보면 예술의 질을 높여주기까지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침부터 밤낮으로 드라마만 보여 준다고 비난했었다. 그러나 그렇게 축적된 노하우로 우리나라 드라마들이 한류바람을 일으키지 않았는가. 시청자들의 입김 덕분에 작품 완성도를 높이기 어렵다고 푸념하는 작가도 있지만, 재미에 재미를 더하는 드라마로 결말 지을 수밖에 없게 만든 것도 열성 시청자들이다. 프로그램 속에서 관객들은 주체이자 대상이며, 관람객이자 행위자 등으로 커나간다.

이런 것들을 아울러 ‘문화소비와 생산의 공진화’라고 부를 수 있다. 높은 향유능력을 갖는 소비자의 존재가 생산자에게 질 높은 문화적 재화의 공급을 촉진하기 때문에 함께 발전하는 공진화가 이뤄진다. 질 높은 문화적 재화가 존재함에 따라 소비자들의 향유능력도 다시 함께 높아져 가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에 도달할 수 있을까. 우선은 교육으로 소비자의 눈높이를 키우는 것이다. 될 수 있으면 감수성이 활발할 때부터 정규·비정규 프로그램을 통해 감수성 교육을 시켜야 한다. 청소년시절의 감수성 터치교육이 21세기 소프트강국으로 나가는 길목이고, 문화생산을 늘리는 핵심정책이다.

그 다음은 문화소비자를 귀하게 여기는 문화정책이다. 문화활동의 끊임없는 과정에서 문화소비와 생산의 공진화가 이뤄진다. 이를 위해 생활 속에서 소비자들이 문화를 즐기도록 해야 한다. 소비에 필요한 돈, 시간, 분위기 등을 만들어 주는 것이 문화소비자를 늘리고 생산 증대로 연결시켜주는 정책이다.

문화기관들이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대폭 늘려야 한다. 최근 이런 문제를 프로그램으로 접근하는 사례들이 체험학습이다. 그래서 단순히 한번 찾아와 본 관객을 계속 와보고 싶도록 붙잡아 둬야 한다. 막연히 알고는 있었지만 문화공간을 찾지 않던 인지고객을 깨워줘야 한다. 이러한 인지고객은 지속적인 관리로 충성고객으로 바뀌게 된다. 그들이 결국은 생산에 자극을 주는 양질의 문화소비자가 되는 것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인지고객을 충성고객으로 전환하는데 힘을 쏟는 것이 최근 문화기관의 실적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이런 기관들이 좀 더 나아가 여러 예술분야를 결합해 흥미를 돋우고, 창작공간도 차별화하고,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이른바 공진화를 위한 단계적 접근이다.

이제는 자발적 소비자가 아닌 보통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이들의 문화소비능력을 키워주고 문화적 재화의 소비를 증가시킬 것인가가 관심거리다. 한걸음 더 나아가 소비를 증가시켜 새로운 동기와 한단계 높은 학습으로 시킬 것인가. 또 다른 소비유발의 선순환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시킬 전략은 무엇인가.

이 모든 것들은 오늘날 이른바 ‘모두를 위한 문화정책’, ‘찾아가는 문화정책’, ‘소비자중심의 문화정책’ 등으로 불리며 문화정책의 중심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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