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환경변화, 지구의 온난화현상 때문인지 모르지만 계절이 서서히 변화하는게 아니라 껑충껑충 뛰어간다고 한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가고 이제 봄이 오려나 해서 초봄을 막 느끼는데 갑자기 초여름으로 껑충 뛰어넘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봄이 실종됐다고 할까… ‘봄날은 간다…’는 유행가의 구절이 있는데 봄은 언제나 그렇게 훌쩍 가고 마는 것이다. 목련이 피고 벚꽃이 지고 김영랑 시인이 안타깝게 노래한 모란꽃도 피고 지고, 바람이 불고 황사도 날아오고 어수선한 봄날, 짧은 봄날…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날의 우리 山川은 아름답다. 꽃보다도 더 아름다운 신록이 피어날때 내가 사는 팔당 호반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광주시 퇴촌면에서 이조도자기의 본고장인 분원을 거쳐 양평에 이르는 호반의 길은 환상적인 드라이브코스라 할 수 있다. 그 아름다움이 제대로 홍보되면 관광자원으로 큰 몫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그 환상적인 아름다움이 무지와 이기심으로 무참히 파괴되고 있다. 그 주범은 옥외광고와 간판이다. 옥외라는 말은 집밖으로, 자연의 일부이다. 그러므로 옥외간판이나 광고물은 그곳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광고효과를 최대화하고 눈에 띄게하기 위하여 광고물은 멋대로 커지고 붉은색을 주로한 원색으로 도발적이며 전투적인 광고물이 우리 산천의 아름다움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곳, 사람을 사랑하는 곳으로 가장 아름다워야 할 교회나 모텔도 아름다움과 조화에 별로 신경을 쓰지않는 것 같다. 수많은 교회에 밤이면 빛나는 붉은 네온사인의 십자가는 장관이라면 장관이지만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희랍의 남쪽 키크라테스 군도의 니코노스섬이나 파로스섬에는 주민 5인에 하나꼴로 교회가 많다. 그 교회가 서로 경쟁하듯이 아름답게 가꾸어져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욱 빛내준다.
神과 人間이 만나고 사랑을 나누는 공간은 그렇게 아름다워야 된다고 생각되었다. 교회만이 아니라 모든 건물의 벽과 심지어 보도까지도 흰색과 코발트색으로 도장되어 바다의 빛깔과 찬란한 태양의 빛이 조화되어 감동적인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희랍의 남쪽섬들만이 아니다. 스위스에서는 새로 건물을 지을 때는 창의 크기까지도 관광당국의 허가를 받아야하고, 오스트리아에서는 새봄이 오면 모든 주민이 테라스와 입구에 꽃을 심는다. 매년 30만원 정도의 꽃을 심는다고 한다. 그것은 의무는 아니지만 모든 주민이 불문율의 약속으로 해마다 꽃을 심고 그렇게 함으로써 그 혜택이 투자한 이상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뭔가 획기적인 대책과 변화가 있어야 한다. 뭣보다도 아름다운 자연속에 살거나 영업을 하는 주민의 의식 변화가 요구되지만 동시에 관광문화의 발전을 위해 제대로 된 심의기구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그 심의기구는 관리들만으로 운영되지 않고 미술인을 중심으로 한 사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구여야 한다. 우리의 아름다운 山川, 자연을 누가 지킬것인가. 아름다운 봄날은 속절없이 가고 있다.
/김 정 옥 예술원회원·연출가
댓글(0)
댓글운영규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