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인천시 복지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의 책임자로서 올해 목표는 “더 많은 연결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10여년 전 인천시의원으로 ‘문화복지위원회’에서 복지정책을 챙기던 때만 해도 고립이나 외로움은 빈곤이나 노령, 장애 등에 비해 다분히 부차적인 이슈였지만 2022년 ‘인천시사서원’에서 복지업무를 다시 시작하고 보니 어느새 사회적 고립과 그로 인한 외로움이 복지 분야의 핵심적인 문제가 돼 있었다. 여기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존을 위한 규범으로 만든 코로나19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지만 비대면 환경을 일상화한 디지털 기술의 확산과 조금이라도 뒤처지는 구성원은 배제하고 소외시키는 극심한 경쟁풍토가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속담처럼 우리의 전통적 가치관은 일반적 기준에서는 좀 모자라 보이는 개체들도 나름의 몫을 하며 어울려 사는 것이었다. 하지만 IMF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반듯한 나무 외에는 애초에 베어 버리는 팍팍한 세상이 됐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조금이라도 부족하다고 느끼면 사회적 관계를 끊어 버리거나 부끄러운 내 모습을 드러내기 싫어 집으로, 방으로 숨어들게 됐다.
2023년부터 부평구와 함께 ‘중장년 고위험군 대상 통합사회서비스 체계 구축·운영 사업’을 해오고 있다. 즉, 50~64세 남성 1인 가구를 100명 가까이 발굴해 가사·돌봄· 밑반찬 지원, 주거환경 개선, 병원동행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했다. 서비스 자체도 도움이 됐지만 서비스 제공 과정을 통해 사회적 관계가 살아난 것이 무엇보다도 큰 성과였다. 외부활동을 전혀 하지 않던 대상자가 밑반찬을 받기 위해 동 주민센터로 찾아오면서 정기적으로 안부를 물을 수 있게 됐고, 돌봄서비스를 통해 제공 인력과 정서적 유대를 형성할 수도 있었다. 올해는 ‘돌봄서비스를 매개로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 내는’ 이러한 사업을 더 확대해 나가고자 한다.
혼자 살다 홀로 죽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2020년 3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고, 한창 나이에 사회와 단절된 채 보내는 ‘고립·은둔 청년 지원정책’도 올해부터 본격화된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우리 사회 곳곳에 흩어져 사는 외롭고 고립된 분들을 모두 연결할 수는 없다. 모든 시민이 자기의 자리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만들어내는 일’에 동참할 때 외로움이라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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