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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열수 칼럼] 美·中 영상회담의 블랙박스를 해체해 보면
오피니언 김열수 칼럼

[김열수 칼럼] 美·中 영상회담의 블랙박스를 해체해 보면

지난 16일 미·중 정상이 화상회담을 가졌다. 194분에 걸쳐 마라톤회담을 가졌지만 손에 잡히는 게 없다. 솔직하게 대화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견이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경쟁이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지도자의 몫이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이를 거꾸로 해석해 보면 경쟁이 가속화 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미·중간 경쟁은 이미 위험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과거 미·소간 경쟁을 냉전이라 한다면 현재 미·중간 경쟁을 신냉전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냉전이든 신냉전이든 그 핵심은 팽창과 봉쇄다. 중국의 팽창에 맞서 바이든 행정부는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법치(rule of law)라는 가치를 전면에 내세워 세계적 차원에서 반중국 연대를 형성하고자 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12월 중순, 100여개국 이상의 정상들을 초청해 민주주의 정상회담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는 가치를 바탕으로 그 위에 군사동맹, 신경제동맹, 그리고 정보동맹 등을 통해 중국을 봉쇄하려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 한·일, 그리고 나토 정상회담 등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 시절 소원했던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공고히 했다.

이와 함께 중국을 배제한 첨단기술, 디지털, 공급망 생태계 구축이라는 신경제 동맹을 내년 초에 발족할 예정이다. 정보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를 텐 아이즈(Ten Eyes)로 확대할 의지도 가지고 있다. 지역적 차원에서는 쿼드를 활성화해 지역문제를 전략적으로 협의하고 미·영·호주의 동맹체인 오쿠스를 창설해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견제하고자 한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오커스를 통해 호주에게 핵추진잠수함과 장거리미사일 능력을 제공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억제력을 높이고자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마치 미국이 중국을 못살게 구는 악당처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이런 봉쇄조치 이면에는 팽창 과정에서 저지른 중국의 실수가 오히려 반중 연대 형성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중국은 겉으로는 주권평등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대국과 소국을 구분하면서 소국에 대한 무자비한 전랑(戰狼)외교를 펼쳤다. 중국은 반체제 인사에게 노벨상을 수여했다는 이유로 노르웨이에, 센카쿠 제도 분쟁을 이유로 일본에, 시사군도 분쟁을 이유로 베트남에, 사드배치를 이유로 한국에, 남중국해의 영유권 문제로 필리핀에, 독립의 목소리가 높다는 이유로 대만에, 그리고 코로나19 진원지 조사를 주장한 호주에 대해 각각 경제 제재를 했다. 인도와는 국경분쟁을 하면서 군사충돌까지 벌였다. 또한 중국은 베트남, 필리핀 등 6개국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에서 국제법과 국제판결을 무시하고 인공섬을 건설하고 여기에 군용기와 미사일 부대들을 배치하고 있다. 홍콩에 대한 일국양제는 무참히 짓밟았고 이제는 대만 통일까지 공언하고 있다. 이 밖에도 중국은 신장위구르에 대한 인권 탄압과 자국민에 대한 자유 및 정보 통제 등 ‘빅 브라더’의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팽창이 국제규범과 인륜(人倫)을 넘어섰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퓨 리서치 센터가 2020년 14개국의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국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70% 이상이 부정적이었다. 패권을 잃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도 있었지만 팽창과정에 중국이 보여준 실수가 바이든 행정부의 세계 및 지역적 차원의 봉쇄정책을 더 용이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 냉전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발언과 달리 현실은 냉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리고 이 냉전은 미국의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수십 년 동안 지속될 것이다. 정부는 신냉전에 임하는 정책을 재수립해야 한다. 기업도 꾸물거릴 시간이 없다. 블랙박스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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