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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의 문화 돋보기] 저녁이 있는 삶 문화가 중심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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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에 힘을 들기 위해 부르는 것이 노동요다. 상주 모심기 노래, 베틀짜기 노래, 뱃노래, 철도 건설, 광산에서도 노동요가 땀을 씻어주었다. 미국 개척기 시절에도 카보이 노래들은 굵은 목소리에서 울리는 저음이 일품이었다. 그러다 도시로 옮겨가면서 틀이 박힌 공장 생활에 찌들게 된다. 부드러운 노래로 스트레스를 풀기 힘들어 진 것이다. 비트가 강한 록컨롤(rock’n’roll) 이 등장했다. 산업화의 찌꺼기를 풀어 주려면 강력한 해소법이 필요했다.

 

노동 시간의 증가는 삶을 피로하게 한다. 일에 중독되어 건강을 해치고, 각종 질병과 과로사에 노출돼 있다. 생활의 균형이 깨지면서 사회 발전도 저해되고 그 심각성이 날로 증대되어 왔다. 조기 퇴직 증후군으로 40~50대에 특히 고독사가 늘고 있다고 한다. 자살률 세계 1위라는 불명예가 우리의 고속성장을 되돌아보게 한다.

 

지난 달 28일 실노동시간 단축법안(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1주 7일간 최대 노동시간이 52시간으로 제한된다. 오는 7월부터 적용되는 법안이다.

늘어난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좋을까? 줄어든 만큼 기업의 생산성 문제 못지않게 개인 생활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결국 시간을 보내는 것은 비용과의 함수관계가 있다. 여가 콘텐트를 개발이 필요하다.

 

‘저녁이 있는 삶’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다. 선진국에 비해 가정문화, 가족문화가 거의 발달하지 못했다. 따로 따로 시간을 보내는 것에 익숙해 왔다.

오랜 권위주의, 가부장제도하에서의 대화법이 그렇고 , 구성원이 즐길 오락이나 문화가 발달하지 못했다. 명절 닐 고스톱을 하거나 윳놀이, 노래방 가는 것이 전부라면 이 한계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저녁이 되면 도시가 한산해지는 유럽의 저녁 문화와 우리는 상당히 다르다. 밤 12시가 되어서도 흥청망청 놀이판이 존재하는 나라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음악회나 발레 공연을 보는 것 못지않게 미술관도 개방 시간을 고객에 맞추어야 한다. 현행 대부분의 미술관은 직장인들에겐 두루미의 식사초대다. 몇 해 전 스페인의 한 미술관에 들렀는데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무료입장이고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일상화된 문화 관람객에서 문화 저력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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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여유’란 무엇인가. ‘여가’란 무엇인가? 어떻게 보내느냐는 인생을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와도 직결이다. 예전에 비해 취미 활동과 동호인 문화가 크게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그런 한편에선 예술 관련 대학들의 취업난과 유학에서 돌아 온 아티스들의 활동 기반이 무너지고 있어 문화 소비자인 관객과 공급자의 균형이 깨트려지고 있다.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만족도가 높은 가정문화, 이웃과 소통하는 것에 문화가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한다.

 

얼마 전 한 기획자를 만났더니 아파트 옥상을 잘 가꾸어 이웃들과 함께 하는 가족음악회가 매우 호응이 좋다고 한다. 아파트 내 거주 예술가들이 참여하고 서로 음식을 한 가지씩 만들어와 나누며 소통하는 것을 보고 참 좋은 착상이라고 느꼈다.

 

‘저녁이 있는 삶’에 정답이 있겠는가. 사람은 혼자서 살수가 없듯이 공동체가 어떻게 서로 행복할 수 있을까. 연습이 필요하고 훈련이 필요하고 서로 기쁨을 공유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웃사촌이 아니라 이웃원수가 되어가는 세태에 아파트문화가 만들어낸 단절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오고 있다. 문화의전당이나 큰 시설의 공연장만이 문화가 아니라 몇 사람만 모여도 즐거웠던 우리의 전통 사랑방문화를 복원하는 것은 어떨까.

 

소유의 시대에서 공유의 시대로 세상이 바뀌고 있다면 우리의 생각도 빠른 회전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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