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 유성룡이 선조 8년 풍산의 풍악서당을 옮겨와 병산서원을 세웠다.
정치가이자 유학자로 살다가 타계한 뒤, 그를 따르던 제자와 유생들이 위패를 모시는 사당을 만들어 강학공간과 제향공간을 갖춘 서원이 되었다. 복례문에 들어서자 붉게 핀 홍도화가 기와 담장을 배경으로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입교당 대청마루에 걸터 앉아 동제와 서재를 거느린 만대루를 바라보니 소실점 너머 선비의 고고한 시심이 전해온다. 낙동강 금모래도 봄볕에 익어 빛나는데 꽃잎은 벌써 봄 화장을 지우려한다. 꽃그늘 아래서 춘망사(春望詞)를 떠올렸다.
곡우 지나 청명한 이 시절의 노래는 당나라 기생시인 설도의 춘심을 길어 올린 조수미의 동심초(同心草)라야 좋다.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갖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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