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 선생의 고향은 ‘파주 일까? 강릉 일까?” 라고 물으면 어디라고 답할까. ‘강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율곡 선생은 조선시대 파주시 파평면 율곡리에서 아버지 이원수의 고향에 근거지를 갖고 있다. 단지 어머니 신사임당이 친정인 강릉에서 율곡을 출산하고 잠시 머물렀던 곳이 강릉인데 강릉을 마치 고향처럼 알려진 것은 문제가 있다. 요즘처럼 병원에 가서 출산을 했다고 병원이 고향이라고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파주가 낳은 성현 율곡 이이 선생의 유덕을 기리는 율곡문화제가 올해로 22번째를 맞아 파주문화원(원장 민태승) 주최로 최근 율곡 선생 유적지(옛 자운서원)에서 김문수 도지사가 참여한 가운데 추향제를 비롯한 전통혼례, 율곡백일장, 신사임당 미술대회, 민속줄타기, 봉산탈춤, 서원음악회 등 다채롭게 펼쳐졌다.
특히 이번 율곡문화제는 그동안 초라했던 자운서원에 대해 경기도와 파주시가 60억여원을 들여 율곡기념관 개관과 율곡선생 유적지 정비사업 준공기념식 등을 함께 가지며 율곡과 신사임당 묘역을 성역화하는 사업을 일단락 짐에 따라 유적지로서 내방객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유적지 정비만으로 성현이신 율곡선생의 얼을 계승 발전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지자체인 파주시만으로 국한해서 행사를 치루는 것 역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강릉에서는 율곡선생에 대한 행사를 강원도 차원에서 성대하게 치룸에 따라 전국적으로 율곡하면 강릉이라는 등식이 공식화 됐는지 모르겠다.
이제 율곡선생이 경기도의 대표적인 역사인물로 율곡의 정신문화 측면을 계승 발전시키는 실질적인 사업이 이뤄져야 한다. 다산 정약용의 실학사상이 율곡 이이선생의 이론보다 현실과 실제, 실천을 강조하는 철학적 사상에 근간을 두었을 정도로 율곡의 사상과 철학은 우리 정신문화의 근간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에따라 율곡 사상을 재조명해서 오늘의 우리 생활과 경제, 정치, 국방, 교육 등에 폭넓게 적용하는 작업과 함께 율곡학회 구성과 교육프로그램 개발 등이 후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번 율곡제에서 김문수 도지사가 “율곡선생에 대해 앞으로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겠다”고 밝힌 의지가 이제는 율곡선생의 정신문화 측면으로 폭넓게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고기석 파주 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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