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시선] 교사 면책권 강화, 아동학대법 개정 시급

21일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현장 체험 학습’ 안전사고에 대해 교사가 중과실이 아니면 면책하는 방향으로 관계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문제는 ‘중과실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현령 비현령식’ 기준이 되기 싶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재판에서 교사 혼자서 과실 여부를 입증해야 하는데 중과실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판사의 판단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판사마다 중과실 판단 기준이 다르므로 어떤 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중과실 판단 여부가 달라진다. 게다가 피해 아동의 학부모가 전관예우 변호인을 의뢰할 경우 ‘전관예우’ 제도의 불공정성 때문에 유죄가 무죄로, 무죄가 유죄로 뒤집히는 사례가 흔하므로 돈 없는 교사만 피해를 본다. 최근 5월 한 달간 필자가 랜덤 방식으로 경남지역 50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현장은 학부모 민원을 가장 큰 골칫거리로 꼽았다. 현장 체험 학습을 피하는 이유도 학부모 민원 때문이라고 했다. 심지어 수업 중 떠든다고 학생에게 주의를 줘도 ‘아동 학대’로 민원이 빗발치므로 교육 활동이 지옥이라고 한다. 따라서 ‘아동학대법’ 개정이 시급하지 교사의 중과실 기준을 정하는 법 제도 개정이 우선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현장은 아동 학대 관련 학부모 민원 때문에 공교육이 위협받고 있다. 따라서 학교 공교육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아동학대법부터 개정해 법률로 명시해 달라고 했다. 한편 교사의 중과실 기준 법률 제정 방안은 ‘양심적인 사람’의 기준을 어떻게 세우는가만큼 어렵다. 그러나 중과실 기준을 법률로 명시하지 않는 한 재판에서 판사의 판단 기준이 각기 다를 수 있으므로 판사의 오판 때문에 교사가 억울한 피해자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따라서 구체적인 중과실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교사가 아무리 중과실이 아니라고 재판에서 입증해봤자 속초 교사의 유죄 판결이 되풀이되는 비극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교사의 중과실이 아니라는 법적 판결이 나더라도 학부모가 민원을 제기할 경우 교사는 재판에서 금전적, 정신적 고통을 겪어야 하니 그 지옥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한다. 현장이 요구하는 법은 매뉴얼에 의해 진행하는 교육 활동에 대해 100% 면책을 줘야 하고 부당한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에게는 강력한 법적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고 했다. 해결 방안으로 “교사의 의도적 행위의 결과가 아니면 면책한다”로 법 개정을 요구했다. 의도적 행위가 아니고 생활지도를 목적으로 훈육했다고 할 경우 학부모의 아동 학대 주장은 효력이 없기 때문이다. 학생의 부주의로 인한 안전사고도 교사가 면책돼야 한다. 특히 ‘수업 중 학부모 전화를 금지한다’는 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했다. 교사 면책권 강화 방안을 법률로 명시하지 않는 한 교사의 교육 활동은 위축되고 공교육의 정상화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맞춤형 교사 면책 개선 방안’을 구체적인 법률로 마련할 때 비로소 공교육은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될 것이다.

[현장의 시선] 촉법소년 연령 하향, 정말 범죄 줄어들까

소년 전담 검사로 일하던 시절, 기소유예 처분을 앞두고 반성문을 쓰러 온 아이와 서약서를 쓰러 온 부모들이 내 방을 늘 채웠다. 그중 지금도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다. 이혼 후 택시를 몰며 홀로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가 며칠 만에 다시 검사실 문을 열었다. 이번엔 아들 친구의 보호자 자격으로였다. “주변 친구들이 바뀌지 않으면 내 아들도 바뀔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후 네 시면 아파트 정자에 빵과 우유를 사다 놓고 동네 아이들을 기다립니다.” 임대아파트 정자에 차려진 그 작은 밥상 하나가 필자가 오랜 검사 생활에서 목격한 가장 정직한 소년사법이었다. 또 다른 날, 어머니 한 분이 검사실 문을 열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검사가 뭔데 저를 부릅니까.” 그 옆에서 눈물을 꾹 참으며 흐느끼던 아이의 얼굴이 선하다. 그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형사처벌이었는지 필자는 지금도 확신하지 못한다. 이 두 장면이 다시 떠오르는 것은 지금 벌어지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쟁이 바로 그 물음을 비켜가고 있기 때문이다. 소년법의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2월 촉법소년 연령을 현행 만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방안의 공론화를 주문했고 이달 말 협의체 권고안이 나올 예정이다. 국민의 80% 이상이 하향에 찬성한다는 여론도 있다. 분노는 충분히 이해된다. 2025년 통계에 따르면 촉법소년은 2021년 대비 83% 증가했고 성범죄는 55% 늘었다. 수법은 대담해졌으며 처벌은 없다는 인식이 쌓였다. 그 분노에 올라탄 엄벌 요구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그러나 숫자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다른 풍경이 보인다. 소년보호 재판 대상자 중 실제 보호처분을 받은 비율은 47%에 그쳤다. 한 법학자는 “실형 선고는 1%에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연령 하향은 상징적 입법에 머물 공산이 크다”고 했다. 애초에 증가 수치 안에는 경미한 절도와 폭행이 상당수 섞여 있다. 나이를 한 살 낮춘다고 이 구조가 바뀌지는 않는다. 해외도 이미 이 길을 걸어 봤다. 덴마크는 2010년 형사책임 연령을 낮췄다가 재범이 오히려 늘자 불과 2년 만에 되돌렸다. 미국에서도 형사처벌을 받은 소년이 소년법원 재판을 받은 이보다 재범 가능성이 2배 이상 높다는 연구가 나왔다. 낙인이 찍힌 아이는 교화되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은 곳으로 밀려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7, 2018, 2022년 세 차례 모두 반대 의견을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먼저인가. 어릴 적 내가 놀이터에서 다치면 ‘돼지상회’ 아저씨와 철물점 아줌마가 뛰쳐나와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 손길이 나를 지켰다. 그 택시기사 아버지가 매일 오후 네 시에 정자에 빵을 내어놓은 것도 마찬가지다. 국가가 했어야 할 일을 한 개인이 홀로 메운 것이다. 아프리카 속담처럼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그 마을이 사라진 자리에서 범죄가 자란다. 돼지상회 아저씨가 사라진 건 개인의 무관심 때문이 아니다. 공동체가 해체된 구조의 결과다. 그 빈자리를 국가가 메워야 한다. 드림스타트나 아동보호전문기관 같은 제도가 있지만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현장에서 제 기능을 못 한다는 지적이 반복된다. 연령 하향과 보호 체계 강화는 양자택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논쟁은 전자에만 쏠려 있고 후자는 뒷전이다. 처벌의 연령을 낮추기 전에 보호의 그물을 먼저 짜는 것이 순서다.

[현장 시선] 해사법원 인천 연수구 유치, 선택 아닌 필연

최근 해사전문법원 설치를 위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며 인천 해사법원 입지 선정이 지역 최대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어느 곳에 인천해사법원을 설치하느냐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서는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관습적 기준을 과감히 걷어내야 한다. 해사법원은 일반 민형사 재판을 담당하는 곳이 아니다. 선박 충돌과 국제 보험, 복잡한 해상 중재 등 전 세계 해운 선주와 글로벌 법률 대리인들이 참여하는 ‘국제 사법 비즈니스’의 현장이다. 해사법원은 연간 5천억원의 국외 유출 법률 비용을 막고 대한민국 사법부의 위상을 세계적 수준으로 격상시킬 전략 국가적 자산이다. 그래서 입지 선정은 지역 균형발전이 아닌 사법적 작동성과 국제적 접근성이 최우선 기준이어야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와의 시너지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는 도시의 기능적 측면에서 다소 무리가 있는 설명이다. 제물포 르네상스의 본질은 명확하다. 내항의 항만 기능을 걷어내고 그 자리에 상상플랫폼과 수변 산책로를 조성해 시민과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수변 관광·문화 명소’를 만드는 것이다. 즉, 이 프로젝트는 내항의 ‘항만 폐쇄’를 전제로 하고 있다. 배가 떠난 자리에 항만 물류 분쟁을 다루는 해사법원을 유치하겠다는 명분은 그래서 이해하기 어렵다. 해사법원은 관광객을 위한 ‘랜드마크’가 아니라 고도의 비즈니스 인프라와 보안이 필수적인 국가 전략 거점이어야만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연수구는 해사법원의 설립 취지와 가장 정확히 맞닿아 있는 곳이다. 연수구에는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아태센터를 비롯해 20여개의 국제기구가 집적돼 있다. 여기에 해양경찰청, 재외동포청, 인천항만공사, 인천본부세관까지 포진해 있어 해사 분쟁과 국제 상거래, 해양 행정이 한 도시 안에서 원스톱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갖췄다. 무엇보다 연수구의 지리적 강점은 압도적이다. 전국 해운·항만·물류 업체의 약 54.9%가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 특히 선주의 64.2%, 국제물류 중개업의 79.9%가 수도권 기반이다. 관련 종사자 59.4%도 수도권에 거주한다. 해사법원을 이용할 고객층은 KTX 송도역이나 GTX-B 노선을 통해 1시간 안에 연수구에 닿을 수 있다. 인천항과 인천국제공항을 품은 연수구는 해외 소송 당사자들이 입국 후 가장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글로벌 관문의 도시이기도 하다. 경제적 확장성 또한 무궁무진하다. 해사법원 유치는 단순히 판사 몇 명의 상주를 의미하지 않는다. 해사 전문 변호사, 보험사, 선급 단체 등 수천명의 전문직 인구가 유입되는 경제 생태계의 탄생을 의미한다. 연수구는 풍부한 호텔, 송도컨벤시아 등 마이스(MICE) 인프라와 결합하면 싱가포르나 런던처럼 도시 전체가 국제 분쟁 해결 플랫폼으로 도약할 수 있는 유일한 도시다. 우리는 역사적 정통성도 잊지 않는다. 1883년 개항 당시 설치된 ‘인천항감리서’는 오늘날 해사법원의 실질적인 효시다. 당시 감리서는 단순한 판결 기구가 아니었다. 감리사는 행정·외교·사법을 총괄하며 외국인과의 무역 및 선박 분쟁을 전문적으로 조정했다. 중요한 것은 당시 감리서가 인천에서 가장 교류가 활발했던 ‘항만 요충지’에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인천신항을 품고 있는 연수구에 해사법원을 설치하는 것은 선조들의 실용주의 정신을 진정으로 잇는 길일 것이다. 최근 사법부 역시 연수구의 글로벌 생태계와 인프라에 주목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는 사법부 스스로도 실무적 관점에서의 정답을 알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제 정치적 배려라는 낡은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한민국 사법 서비스의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그리고 백년대계 해양 강국의 꿈을 위해 ‘해사법원 연수구 유치’는 선택이 아닌 필연이다. 연수구는 이미 준비를 마쳤다. 이제 사법부와 국회의 명확한 결단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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