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사람 길

사람 길 - 최미애 산길을 걷다가 길을 잃었다. 한참을 헤매는데 말소리가 들려왔다. 캄캄한 바다 등대 같은 사람 소리 사람이 길이 된다는 걸 처음 알았다. 산에서 길을 잃어 본 사람은 안다. 처음엔 쉬이 찾겠지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으면서 급기야는 더럭 겁이 나기까지 한다. 그게 혼자였다면 그리고 날이 어두워지는 시각이었다면 더더욱 조바심이 날 것이다. 이 동시는 산에서 길을 잃어 본 경험을 시에 담았다. 어둠이 내려앉은 캄캄한 산. 우거진 나무속을 이리저리 헤매어도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길. 여기에다 불안을 가중시키는 새 울음소리. 한참을 헤매는데/말소리가 들려왔다.//캄캄한 바다 등대 같은/사람 소리. 이때처럼 사람 소리가 반가운 건 없을 것이다. 칠흑 같은 바다에서 등대를 발견한 순간의 환호와도 같았을 것이다. 사람이 길이 된다는 걸/처음 알았다. 요 구절이 이 동시의 백미다. 어두운 산속에서 찾아낸 사람 소리가 길 잃은 사람의 희망이 된 것이다. 어디 산길뿐이겠는가.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서도 사람의 소리는 빛이요, 희망이다. 어려울 때 손을 잡아주는 사람, 등을 내미는 사람, 어깨동무를 해주는 사람. 그래서 세상은 살만 한 곳 아니겠는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다들 힘겨운 시절이다. 이럴수록 사람 소리가 들려야 하리라. 사람이 길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내일은 꼭

내일은 꼭 - 주순옥 선생님 숙제 까먹었어요. 그랬구나. 맛있었구나. 먹고 나서 껍질은 잘 버렸니? 내일은 먹지 말고 꼭 챙겨오렴. 어렸을 적 선생님이 숙제만 안 내주신다면 얼마나 신날까? 하던 때가 있었다. 그만큼 숙제는 아이들에게 부담스런 것이었다. 요즘 아이들 가운데도 그런 아이가 있을 것이다. 숙제만 없다면, 그야말로 학교가 천국일 시 분명하다. 이 동시는 숙제를 까먹은 아이한테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다. 그랬구나./맛있었구나. 숙제가 사과나 배쯤 되는 걸로 말씀하신다. 실실 웃음이 나오려고 한다. 먹고 나서/껍질은/잘 버렸니?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웃음이 팡 터진다. 내일은/먹지 말고/꼭 챙겨오렴. 선생님의 당부 말씀이 회초리만큼 따끔하다. 이 동시를 읽다 보면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교육관을 바꿀 필요가 있지 싶다. 딱딱하고 엄한 교육보다는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 같은 부드럽고 유머스러운 교육 말이다. 선생님의 나무람일지라도 아이들 기죽이지 않고 얼마든지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코로나로 개학이 연기돼 집에만 갇힌 아이들이 얼마나 학교를 그리워할까 싶다. 숙제를 산더미처럼 내준다고 해도 싫다고 하기는커녕 만세라도 부를 것 같다. 이 동시는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골랐다. 내 어린 날의 추억 한 도막도 슬며시 끼워 넣고 싶어서.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밤비

밤비 - 신이림 모두가 잠든 사이 목마른 들판 촉촉이 적셔주는 밤비처럼 아무도 몰래 찾아와 우리들 가슴을 적셔주고 간 사람이 있지. 동사무소 화단 한 귀퉁이에 애써 모은 돈 다발 살그머니 놓아두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주세요. 쪽지 한 장 달랑 남기고 간 사람. 우리 마을 어딘가에 살고 있을 밤비 같은 사람. 밤비는 밤중에 아무도 모르게 내리는 비를 말한다. 아침에 눈이 떠져서야 비로소 비가 다녀갔다는 걸 알게 되는 도둑 같은 비다. 그런데 그 도둑 같은 비가 고마운 것은 그 비가 매말랐던 땅에 거름을 줘 온갖 꽃들에게 생기를 불어넣는다는 것. 여기에 더욱 고마운 것은 그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리라. 시인은 밤비를 통해 우리들 가슴을 적셔주는 보이지 않는 고마운 사람을 이야기하고 있다. 동사무소 화단 한 귀퉁이에/애써 모은 돈 다발 살그머니 놓아두고//-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주세요. 이런 뉴스를 우린 종종 보아왔다. 그리고 그때마다 가슴이 참 따뜻했다. 세상이 온통 차갑고 냉랭한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힘들게 모은 돈을 남을 위해 선뜻 내놓는다는 것, 그건 말이 쉽지 실행을 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그 어려운 일을, 그것도 이름조차 밝히지 않고 몰래 한다니!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팔을 둥둥 걷어 부치고 나서서 땀을 흘리는 사람들을 본다. 이번 코로나와의 전쟁에도 밤비 같은 이들이 있어 세상은 살 만하다는 걸 보여 준다. 사람이 희망이라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는 저 밤비 같은 사람들. 우리 모두 이들에게 뜨건 박수를 보내주자.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한 개의 단어로 만든 사전

한 개의 단어로 만든 사전 - 손택수 아기는 아직 말을 하나밖에 몰라요 아기의 사전에는 아직 말이 하나밖에 없거든요 강아지나 자동차를 보고도 엄마 수저나 텔레비전을 보고도 엄마 아기에겐 세상 모든 것이 엄마로 통해요 엄마 하나면 통하지 않는 것이 없어요 배가 고픈지 잠이 오는지 말이 통하지 않아도 금방 알아듣는 엄마 며칠 전 수필가 L여사가 손녀를 보았다며 소식을 알려왔다. 바람결에 풀잎이 하늘거리듯 조금은 떨리는 음성으로 알려온 새 생명의 탄생! 지구 한 모퉁이가 갑자기 환해지는 걸 보았다. 이 동시는 엄마! 말밖에 모르는 아기를 통해 엄마의 존재 가치를 보여준다. 강아지나 자동차를 보고도 엄마/수저나 텔레비전을 보고도 엄마//아기에겐 세상 모든 것이 엄마로 통해요/엄마 하나면 통하지 않는 것이 없어요. 이 얼마나 놀랍고도 신선한 표현인가. 온 세상 모든 것이 엄마로 통한다는 것! 그렇다. 아기에게 있어 엄마는 세상 모든 것, 우주나 다름없다. 엄마의 품에 안기면 온 세상이 아기 것이 되고, 엄마 등에 업히면 호랑이나 사자도 무섭지 않다. 여기에다 엄마의 능력은 하나가 더 있다. 배가 고픈지 잠이 오는지/말이 통하지 않아도 금방 알아듣는 엄마. 엄마는 아기가 말을 하지 않아도 금방 알아듣고 뭘 요구하는지 알아차린다. 엄마의 수신 안테나는 초능력의 힘을 지녔다. 아기의 마음을 미리 알고 보살펴 준다. 시인은 시를 전문적으로 쓰고 있지만 종종 동시도 빚어 어린이들의 방에 창문을 달아 준다. 오늘은 한 개의 단어로 두툼한 사전을 만들어 어린이들의 머리맡에 놓았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산골에서 크는 아이

산골에서 크는 아이 - 조석구 등잔불 밑에서 숙제를 마치고 정성껏 연필을 깎아 필통에 넣고 책보를 싸서 방 윗목에 놓고 내일 아침 일찍 서낭당고개를 넘어 십여 리가 짱짱한 신작로 길을 타박타박 걸어 검정치마 흰 저고리 우리 선생님 꿈을 꾸며 잠을 잤다 195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닌 아이들은 다들 저랬다. 전기도 없는 방에서 숙제를 했고, 연필을 깎아 글씨를 썼고, 책과 공책을 책보에 싸서 어깨에 둘러메거나 허리에 동여매고 신작로 길을 타박타박 걸어 학교에 갔다. 이 동시는 어린 날을 회상해 본 작품이다. 산골에 사는 아이의 생활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디, 생활뿐인가.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풀꽃처럼 곱다. 아침 햇살처럼 환한 얼굴로 자기를 기다리고 계실 여선생님의 모습을 그리는 저 산골 아이의 마음이 백지보다도 아름답다. 비록 가난과 궁핍의 어려움 속에서도 기죽지 않고 내일을 향해 꿋꿋하게 자라는 아이들의 꿈이 이 동시 속에 들어 있다. 시인은 올해 80세다. 기념으로 펴낸 12번째 시집 『끝없는 아리아』 속에 어린 날의 이야기를 단풍잎처럼 끼워 넣었다. 뒤돌아보면 까마득히 머나먼 지나온 과거가 눈물겹도록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다.고 머리말에 적었다. 어찌 시인 혼자만의 마음일까. 그 시절을 함께 한 이들은 같은 마음이리라. 밤새 선생님 꿈을 꾸고, 어서 빨리 아침이 오고, 어서 빨리 학교에 가고 싶어 하던 저 아이들. 버스도 안 다니는 신작로 길을 타박타박 걸어가던 그 아이들이 왠지 그리운 오늘이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식탁 청소

식탁 청소 - 정혜진 -와! 맛있겠다. 축구하고 들어온 아들 식탁에 차린 음식 앞에서 싱글 숟가락 더블 젓가락 순발력 그 힘으로 신속하게 빨아들인다. -벌써 다 비웠어? -빨리 청소하려고요. 흐뭇하게 웃는 엄마 폭풍 칭찬 한마디 -성능 좋은 진공청소기구나. 시 속에 이야기를 넣으면 맛있는 과일(시)이 된다. 이 동시가 그 본보기일 터. 밖에서 축구를 하고 들어온 아들이 식탁의 밥을 보자 허겁지겁 퍼먹는 장면을 시에 담았다. 싱글 숟가락/더블 젓가락/순발력 그 힘으로/신속하게 빨아들인다. 재미있는 것은 밥 먹는 것을 빨아들인다로 보고 있는 것. 진공청소기란 표현이 웃음을 자아낸다. 이 진공청소기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이 더없이 행복하기만 하다. 시인은 동시를 통해 삶 속의 행복을 깨우쳐주고 있다. 엄마가 정성들여 지은 밥을 즐겁게 먹는 아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행복이란 멀리 있지 않고 우리들의 일상 속에 있다는 것, 거창한 것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것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외국에서 오랜 동안 의사 생활을 한 마종기 시인의 수필이 생각난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중환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단다. 살아오는 동안 어느 때가 가장 행복했냐고. 그랬더니 다들 일상 속에서 보낸 가족과의 사소한 일을 꼽더란다. 행복이란 그런 것이다. 아파트 평수에 있는 것도 아니며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의자 속에 있는 것도 아니다. 따뜻한 밥 한 그릇이면 더 없이 좋은 게 사람 사는 즐거움이요 행복이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휴전선 겨울 수채화

휴전선 겨울 수채화 - 이상현 산짐승 한 마리가 깊은 산을 혼자 넘어갑니다. 겨울 해가 가만가만 따라갑니다. 산짐승 발자국에 고인 햇살이 눈밭에 반짝입니다. 휴전선 은가시나무 골짜기 산짐승의 두 눈에 겨울 해가 넘어갑니다. 산짐승의 겨울이 깊어갑니다. 살다 보면 잊지 말아야 할 것을 본의 아니게 잊고 사는 경우가 있다. 동(東)에서 서(西)로 한반도의 가운데를 가로질러 처져 있는 민족의 상체기 휴전선도 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3년간의 피비린내 나는 동족상쟁의 비극을 가까스로 멈추고 최선은 아니지만, 쌍방 간의 합의로 일단 총성을 멈춘 저 휴전. 이 동시는 제목 그대로 휴전선의 겨울 풍경을 스케치하듯 보여주고 있다. 깊은 산을 넘어가는 산짐승을 뒤따르는 겨울 해가 퍽 인상적이다. 산짐승 발자국에 고인 햇살이/눈밭에 반짝입니다. 눈밭에서 반짝이는 햇살은 화해와 평화에 이은 통일의 길이다. 아, 통일! 그러고 보니 참 많은 세월이 흘렀다. 총 길이 155마일, 저 철조망이 쳐진 지 어느새 67년이다. 67년이라면 반세기가 지나고도 17년이나 더 되는 긴 세월이다. 그동안 너희는 뭘 했는가? 이 동시는 산짐승을 내세워 우리에게 묻고 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을 부르짖던 아이들도 이젠 다들 80줄에 들어선 노인이 되었다. 이 무심한 세월 앞에서 죄인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참 못난 민족이다. 이러고도 한 핏줄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며칠 후면 민족의 명절 설, 조상님들을 뵐 낯이 뜨겁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휴전선 겨울 수채화

휴전선 겨울 수채화 - 이상현 산짐승 한 마리가 깊은 산을 혼자 넘어갑니다. 겨울 해가 가만가만 따라갑니다. 산짐승 발자국에 고인 햇살이 눈밭에 반짝입니다. 휴전선 은가시나무 골짜기 산짐승의 두 눈에 겨울 해가 넘어갑니다. 산짐승의 겨울이 깊어갑니다. 살다 보면 잊지 말아야 할 것을 본의 아니게 잊고 사는 경우가 있다. 동(東)에서 서(西)로 한반도의 가운데를 가로질러 처져 있는 민족의 상체기 휴전선도 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3년간의 피비린내 나는 동족상쟁의 비극을 가까스로 멈추고 최선은 아니지만, 쌍방 간의 합의로 일단 총성을 멈춘 저 휴전. 이 동시는 제목 그대로 휴전선의 겨울 풍경을 스케치하듯 보여주고 있다. 깊은 산을 넘어가는 산짐승을 뒤따르는 겨울 해가 퍽 인상적이다. 산짐승 발자국에 고인 햇살이/눈밭에 반짝입니다. 눈밭에서 반짝이는 햇살은 화해와 평화에 이은 통일의 길이다. 아, 통일! 그러고 보니 참 많은 세월이 흘렀다. 총 길이 155마일, 저 철조망이 쳐진 지 어느새 67년이다. 67년이라면 반세기가 지나고도 17년이나 더 되는 긴 세월이다. 그동안 너희는 뭘 했는가? 이 동시는 산짐승을 내세워 우리에게 묻고 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을 부르짖던 아이들도 이젠 다들 80줄에 들어선 노인이 되었다. 이 무심한 세월 앞에서 죄인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참 못난 민족이다. 이러고도 한 핏줄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며칠 후면 민족의 명절 설, 조상님들을 뵐 낯이 뜨겁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선물

선물 - 권영상 할머니집에 들어서자 할머니가 아빠 보고 그러셨지. 이렇게 좋은 선물을 가져왔구나! 별거 아니에요. 오다가 사과 좀 샀어요. 아니 그 말고 우리 진홍이. 진홍이요? 장난만 치는 진홍이가 선물은 무슨. 그러니까 귀한 선물이지. 장난치는 사과가 어디 있겠니? 새해를 맞이했다. 어려웠던 한 해를 보낸 탓인지 새해 달력을 거는 기분이 각별하다. 그런 기분으로 고른 게 이 동시다. 오랜만에 짬을 내어 사과를 사들고 찾아간 할머니 집. 깜짝 놀라며 이를 반기는 할머니. 이렇게 좋은 선물을 가져왔구나!. 그런데 할머니가 반기는 그 선물이 사과가 아니라 손녀다. 이에 웬 뚱딴지같은 말씀이냐며 쳐다보는 아빠. 진홍이요? 장난만 치는 진홍이가 선물은 무슨.. 그러자 할머니의 말씀이 걸작이다. 그러니까 귀한 선물이지. 장난치는 사과가 어디 있겠니?. 진홍이는 장난꾸러기인 모양이다. 그 손녀의 장난을 삶의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할머니의 마음이 햇살처럼 넉넉하다. 장난치는 진홍이=귀한 선물. 백번 옳은 말씀이다! 사과가 제아무리 좋은 선물이라 할지라도 진홍이만 한 선물일 순 없잖은가. 그것도 장난을 좋아하는 진홍이다. 장난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즐거움을 만들고 웃음을 생산하는 삶의 에너지다. 아이들에게서 장난을 빼앗아간다면 무슨 즐거움이 있겠는가. 아이들은 장난을 통해서 친구를 사귀고 세상을 알아간다. 올해는 이 땅의 어린이들이 맘 놓고 뛰놀 수 있는 안전하고 아름다운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썼으면 좋겠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이제 새를 품었으니

이제 새를 품었으니 -김현숙 구멍 나고 찌그러진 축구공 소나무 가지에 걸렸다 이리 뛰고 저리 뛰더니 콩닥거리는 심장을 품은 새집이 되었다 이제 새를 품었으니 맘대로 뛰어 놀 수도 없겠다 저렇게 의젓해 보긴 처음일 거야 어쩌다가 축구공이 소나무 가지에 걸렸을까. 구멍이 나서 찌그러지다 보니 아이들이 멀리 버린다는 게 소나무 가지에 걸린 걸까? 아니면, 구멍 난 축구공을 이리저리 차다가 냅다 찬다는 게 공중으로 날아가서 소나무 가지에 걸린 걸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암튼 축구공이 소나무 가지에 걸린 것만은 확실하다. 그런데 구멍 난 축구공이 새집이 될 줄이야! 이리 뛰고저리 뛰더니콩닥거리는 심장을 품은새집이 되었다. 시인의 눈은 참 놀랍다! 아니 매섭다! 축구공을 새집으로 둔갑시켰다. 그것도 콩닥거리는 심장을 품은 새집으로. 이제 새들은 이 집에서 잠자고 놀고 알을 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축구공은 제 할 일을 다 하고도 남은 생(生)을 덤으로 보내고 있는 것. 몸이 빵빵했을 땐 아이들에게 더없는 즐거움을 줬을 것이고, 바람이 빠져서는 새들의 보금자리로 사랑을 받으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우리네 삶도 저런 축구공 삶이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다. 젊었을 땐 자신의 땀과 열정을 있는 대로 다 쏟아 붓고 노후엔 봉사로 따뜻한 시간을 보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렇게 의젓해 보긴처음일 거야. 우리 모두 의젓한 축구공처럼 의젓한 인생이기를!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딱풀

딱풀 - 권지영 종이와 종이를 맞대고 딱 붙여요 떨어지지 말라고 꼭꼭 눌러요 나도 그 애한테 풀칠한 것처럼 꼭꼭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으면 어디든 함께하는 딱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붙었다는 말은 좋은 의미로 쓰이는 예가 참 많다. 입학시험이나 취직시험에 합격이 됐을 때 우린 붙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친구끼리 항상 같이 다닐 때도 붙어 다닌다고 한다. 이 동시는 딱풀처럼 좋은 친구가 되기를 희망하는 마음을 담았다. 그것도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하는 주문이다. 사람이 일생을 사는 데 친구처럼 소중한 것이 있을까. 어릴 적에도 그렇지만 나이 들어서는 더더욱 그렇다. 만나는 것만으로도 왜 그리 좋은가. 뭘 얻어먹지 않아도 그저 좋은 사이, 그게 친구란 존재다. 딱풀은 종이와 같은 물건 따위를 붙이는 고체형 품질로 손을 더럽히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 동시는 딱풀의 의미를 친구에다 갖다 붙였다. 그냥 좋은 친구가 아니라 딱 좋은 친구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딱 좋은 친구가 되려면 내가 먼저 딱 좋은 친구가 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아낌과 배려는 필수가 아닐까. 내가 먼저 친구를 위해 참된 우정을 베풀어야만 된다는 암시를 이 동시는 주고 있다. 나도 그 애한테/풀칠한 것처럼/꼭꼭 붙어서/떨어지지 않았으면//어디든 함께하는/딱 좋은/친구가 되었으면. 쉽게 만나 쉽게 헤어지는 작금의 인간관계를 역으로 꼬집는 작품이기도 하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쓸쓸하다

쓸쓸하다 - 송재진 단짝 친구를 잃고 아빠 얼굴이 쓸쓸하다 풀벌레 소리마저 끊겨 버린 상강 무렵, 늦가을 한 자락 햇살이 아빠 무릎에 앉는다 잎 지는 늦가을은 쓸쓸하다. 여기에 또 하나의 쓸쓸함이 얹혀졌다. 아빠의 단짝 친구가 저 세상으로 갔다. 아이인 입장에서는 엄마를 잃은 것이다. 그런데 엄마를 잃은 저는 놔두고 단짝 잃은 아빠에 초점을 맞춰 썼다. 꼭꼭 숨겨 놓은 슬픔. 그 슬픔을 쓸쓸한 아빠의 얼굴로 대신 썼다. 풀벌레 소리마저/끊겨 버린/상강 무렵. 온갖 소리가 끊겨 버린 그 고요가 쓸쓸하다 못해 무섭다. 올 가을에도 예외 없이 세상을 뜨는 사람들로 장례식장이 붐빈다. 그저께 떠난 사람은 고교 친구다. 30리 길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자전거로 통학했던 친구. 비나 눈이 오는 날엔 흠뻑 젖은 교복을 벗어 말렸다가 도로 입고 귀가하던 친구였다. 시를 좋아하고 노래를 잘 불렀던 친구였지만 가족을 위해 자신의 꿈과는 다른 길을 걸어야 했던 친구. 그를 떠나보내며 저 세상에서는 좋아하는 시와 노래의 삶을 살라고 빌었다. 「쓸쓸하다」, 엄마 잃은 슬픔을 단짝 잃은 아빠의 얼굴로 슬쩍 바꿔치기한 아이의 마음이 자못 어른스러움을 보여주는 동시조((童時調)다. 늦가을/한 자락 햇살이/아빠 무릎에 앉는다. 여기서 햇살은 아이의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늦가을에 썩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쓸쓸하다

쓸쓸하다 - 송재진 단짝 친구를 잃고 아빠 얼굴이 쓸쓸하다 풀벌레 소리마저 끊겨 버린 상강 무렵, 늦가을 한 자락 햇살이 아빠 무릎에 앉는다 잎 지는 늦가을은 쓸쓸하다. 여기에 또 하나의 쓸쓸함이 얹혀졌다. 아빠의 단짝 친구가 저 세상으로 갔다. 아이인 입장에서는 엄마를 잃은 것이다. 그런데 엄마를 잃은 저는 놔두고 단짝 잃은 아빠에 초점을 맞춰 썼다. 꼭꼭 숨겨 놓은 슬픔. 그 슬픔을 쓸쓸한 아빠의 얼굴로 대신 썼다. 풀벌레 소리마저/끊겨 버린/상강 무렵. 온갖 소리가 끊겨 버린 그 고요가 쓸쓸하다 못해 무섭다. 올 가을에도 예외 없이 세상을 뜨는 사람들로 장례식장이 붐빈다. 그저께 떠난 사람은 고교 친구다. 30리 길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자전거로 통학했던 친구. 비나 눈이 오는 날엔 흠뻑 젖은 교복을 벗어 말렸다가 도로 입고 귀가하던 친구였다. 시를 좋아하고 노래를 잘 불렀던 친구였지만 가족을 위해 자신의 꿈과는 다른 길을 걸어야 했던 친구. 그를 떠나보내며 저 세상에서는 좋아하는 시와 노래의 삶을 살라고 빌었다. 「쓸쓸하다」, 엄마 잃은 슬픔을 단짝 잃은 아빠의 얼굴로 슬쩍 바꿔치기한 아이의 마음이 자못 어른스러움을 보여주는 동시조((童時調)다. 늦가을/한 자락 햇살이/아빠 무릎에 앉는다. 여기서 햇살은 아이의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늦가을에 썩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가을하늘

가을하늘 - 조규영 가을 하늘은 독수리도 탐이 나서 먼 산 위에서 뱅 뱅 맴을 돌며 며칠째 파란 하늘을 도려 낸다 자꾸만. 언젠가 외국에서 살다 온 친구랑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마침 가을이 한창인 때였다. 친구가 갑자기 창밖의 하늘을 가리키더니 이런 말을 했다. 윤형, 내가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가장 그리워했던 때가 언제인지 알아? 가을이야, 가을. 저 하늘 좀 봐. 얼마나 아름다워? 정말이다! 잡티라곤 한 점도 찾을 수 없는 저 푸르디푸른 한국의 가을 하늘, 이는 세계인들이 인정해 주는 우리의 보물이 아닐 수 없다. 이 동시는 바로 우리의 보물을 간결하고도 똑 부러지게 말하고 있다. 이를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 시인은 독수리를 내세웠다. 독수리까지 탐을 내는 가을 하늘이다. 먼 산/위에서/뱅 뱅/맴을 돌며//며칠째/파란 하늘을/도려 낸다/자꾸만..독수리는 파란 하늘을 먹잇감으로 알았나보다. 아니면 시샘이라도 난 걸까? 하루도 아니고 며칠째 뱅 뱅 맴을 돌며 그 날카로운 부리로 파란 하늘을 도려낸다. 그렇게 해서 떼어낸 파란 하늘 아니, 그건 파란 유리창이다. 가을 하늘이 쨍!하고 갈라질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겠다. 자꾸만.. 요 끝부분이 또한 사람을 죽인다. 파닥이는 생선의 비늘처럼 생동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가.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나도 별이다 

나도 별이다 - 박두순 밤하늘이 품고 있는 별은 푸른 별이지요 나도 우리 집에선 별이지요 엄마는 나를 안을 때마다 -내 작은 별 하고 말하지요 그땐 나도 밤하늘에 안겨 있는 별처럼 어머니의 별이지요 어린 시절에 만났던 밤하늘은 온통 별밭이었다. 저 광활한 밤하늘에 쏟아져 나왔던 별의 무리. 그러나 요즘엔 별을 보기가 쉽지 않다. 밤이 밤답지 않고 대낮같기 때문이다. 어두워야 할 밤이 대낮같이 밝으니 별이 보이지 않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문명은 참 좋은 것이되 별조차 볼 수 없게 만들었다. 몽골을 다녀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초원 위에 펼쳐진 광활한 밤하늘의 별을 잊지 못한다. 이 동시는 밤하늘의 별과 집안의 별을 하나의 의미로 짚어 봤다. 밤하늘이 품고 있는 별은/푸른 별이지요/나도 우리 집에선 별이지요. 그 이유는 다음 구절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엄마는 나를/안을 때마다/-내 작은 별 하고 말하지요. 여기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게 있다. 상대방을 귀한 존재로 위해주는 일이다. 자식에 대한 태도라고 다를 바 없다. 부모한테서 귀한 존재로 사랑을 받은 자식은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할 것이며 남을 또한 그렇게 대할 것이다. 최근 들어 청소년의 범죄가 급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불우아동이 문제다. 화목한 가정은 건강한 사회를 이룩한다 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밤하늘의 별처럼 어여쁜 집안의 별들이 많이 나오기를 손 모아 빈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도서관 삼총사

첫 봉사활동을 했다. 유치원 다니는 꼬마들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었다. 베트남에서 온 아줌마도 있었다. 노란 앞치마를 두른 건우가 책을 들고 진희와 나는 한쪽씩 나눠 읽었다. 꽃그림을 실컷 보라고 꽃처럼 오래 서 있었다. 건우는 코밑에서 땀이 났고 진희는 귀가 조금 빨갛다. 나는 배가 많이 고프다. 개구쟁이들이 큰맘 먹고 봉사활동에 나섰나 보다. 도서관에서 유치원 꼬마들에게 그림책 읽어주기. 반짝이는 눈에 귀를 쫑긋 세운 유치원생들 앞에서 건우는 책을 펴들었고 진희와 나는 그림책을 한쪽씩 나눠 읽는다. 그림책 듣기엔 이들 유치원 꼬마들만 참석한 게 아니다. 언제 왔는지 베트남에서 온 아줌마도 슬며시 끼어 앉았다. 그 풍경이 참 정겹다. 그림책을 실컷 보라고꽃처럼 오래 서 있었다. 봉사활동에 나선 개구쟁이들의 마음이 평소와는 달리 대견스럽다. 그림책을 펴든 손이 아프고 다리가 저려도 꼬마들을 위해 이를 꾹 참는 개구쟁이들의 모습이 미소를 짓게 해준다. 드디어 그림책 읽어주기 봉사를 다 마쳤다. 건우는 코밑에서 땀이 났고진희는 귀가 조금 빨갛다.나는 배가 많이 고프다. 이 얼마나 솔직한 표현인가. 보람을 느꼈다느니, 뭐다 했다면 그건 개구쟁이들 마음이 아니라 억지로 갔다 붙인 어른의 마음이다. 아이들의 마음을 느낀 그대로 옮긴 요 표현 때문에 동시가 살았다. 한때 동시가 어른들만의 전유물인 때가 있었다. 소위 문학성 어쩌고 할 때다. 요즘엔 그런 동시를 찾아보기 어렵다. 다행스런 일이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당당히 살자

당당히 살자 - 신복순 쭈글쭈글 움츠렸던 때 묻은 옷이 세탁소를 갔다 오더니 태도가 달라졌다 어깨를 당당히 세우고 허리를 쫙 폈다 세탁소 아저씨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확실히 알려준 모양이다 이 동시를 읽기 전엔 세탁소는 단지 옷만 세탁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안 지금, 나는 세탁소 주인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옷만 세탁하는 게 아니라 사람도 세탁해서 내보내는 사회교육자. 쭈글쭈글 움츠렸던 때 묻은 옷이/세탁소를 갔다 오더니/태도가 달라졌다. 태도가 달라졌다는 말이 참 재미있다. 어떻게 달라졌기에 달라졌다고 했을까? 어깨를 당당히 세우고/허리를 쫙 폈다. 하하, 이쯤 되면 옷은 단순한 의상이 아니다. 그럼, 뭘까? 사람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다른 것은 몰라도 한 가지 분명한 게 있다. 사람답게 사는 일이다. 누구 앞에 나서도 당당할 수 있는 삶. 어깨를 세우고 허리를 꼿꼿하게 펼 수 있는 삶. 그런데 말이 쉽지 그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란 걸 살아가면서 깨닫는다. 알게 모르게 당당하지 못했던 부끄러웠던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때가 빠진 깨끗한 옷을 입을 때 얼룩진 자신을 돌아본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옷 속에 감춰진 자신의 모습을 가끔은 돌아볼 일이다. 유쾌한 일이 아니긴 하겠지만. 옷을 사람으로 본 시인의 눈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가시 철조망

가시 철조망 - 권오삼 뾰족뾰족한 쇠가시들이 뱀의 이빨처럼 독을 품고 있는 가시 철조망 50년 동안 꾸불텅 꾸불텅 휴전선 산허리 강을 끼고 길게 길게 눠워 있다. 이것들을 걷어 낼 날은 언제일까? 휴전선은 남과 북을 가르는 군사분계선이다. 이는 6ㆍ25전쟁이 1953년 7월27일 22시에 휴전됨으로써 한반도의 가운데를 가로질러 설정됐다. 총 길이는 155마일. 어느새 6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러니까 이 동시는 16년 전에 발표된 작품이다. 50년 동안/꾸불텅 꾸불텅/휴전선 산허리 강을 끼고/길게 길게 누워 있다. 권오삼 시인은 휴전선을 따라 길게 누워 있는 가시철조망을 가슴 아파하며 이 시를 썼다.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고,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휴전선은 민족의 슬픔이자 아픔이다. 8월은 광복의 달, 그러나 저 가시철조망을 그대로 둔 채 어떻게 광복의 기쁨을 노래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의미에서 통일은 민족의 소원이자 역사적 과업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노래를 안 부르고 자란 7, 80대들이 있을까? 휴전 결사반대를 외치며 단상에 올라 혈서를 쓰던 선배들의 얼굴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이것들을 걷어 낼 날은 언제일까?. 시인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묻고 또 묻는다. 가시철조망은 이 땅의 아픔이면서 우리 모두의 고통이다. 시의 구절처럼 하루 속히 걷어내야 하는데, 어쩌자고 세월만 자꾸 가는지.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바다 일기

바다 일기 - 이해인 늘 푸르게 살라 한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내 굽은 마음을 곧게 흰 모래를 밟으며 내 굳은 마음을 부드럽게 바위를 밟으며 내 약한 마음을 든든하게 그리고 파도처럼 출렁이는 마음 갈매기처럼 춤추는 마음 늘 기쁘게 살라한다. 8월은 산과 바다의 계절이다. 사람들은 삶에 찌든 일상을 잠시 뒤로하고 산과 바다를 찾아 떠난다. 소위 바캉스다. 기차로, 버스로, 승용차로, 그도 성에 차지 않아 비행기로. 그 대열의 일원으로 참가하는 기쁨은 떠나 본 사람만이 안다. 여행은 설렘이면서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이다. 이 동시는 제목 그대로 바다 여행기이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것은 내가 바다를 보고 느낀 것을 적은 게 아니라 바다가 나한테 하는 말을 받아 적었다. 늘 푸르게 살라고. 굽은 마음을 곧게 펴라고. 그리고 굳은 마음을 부드럽게 늘 기쁘게 살라고. 바다의 말이다. 그렇다! 우리가 바다를 찾아가는 건 바다의 말을 듣고 싶어서인지도 모른다. 잠시도 쉬지 않고 몸을 뒤집는 바다, 묵은 것을 토해내고 또 토해내는 바다, 푸른 하늘을 향해 온몸을 치솟는 바다. 그 바다에서 우리는 살아 있는 생명을 느끼고 싶어서일 것이다. 올해도 많은 이들이 바다를 다녀올 것이다. 바라건대, 더위만 피했다 오지 말고 바다의 말에 귀를 기울였음 한다. 아니, 기왕이면 바다를 품 안에 모셔다가 삶이 버겁거나 힘들 때 한 모금씩 마시면서 사는 건 어떨지. 바다처럼 푸르게 사는 일은 어떨지.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지구본 때문에

지구본 때문에 - 이경애 -일 년만 일하고 올게요. 아들네가 떠난 뒤 하루에도 몇 번씩 지구본을 돌리는 할머니 일 년 내내 덥다는 나라 돋보기를 쓰고도 찾기 힘든 나라 -이놈은 왜 이리 삐딱하게 생겼누? 지구본따라 점점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할머니. 오늘날 우리가 이만큼이라도 잘 사는 데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남 탓하지 않고 악착 같이 땀을 흘린 덕분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 동시는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가족을 이끌고 머나먼 이국땅으로 돈 벌러 간 노동자 가족을 걱정하는 할머니의 심정을 담았다. -일 년만 일하고 올게요./아들네가 떠난 뒤/하루에도 몇 번씩/지구본을 돌리는 할머니. 지구본을 가져다 놓고 아들이 일한다는 나라를 찾는 할머니. 눈이 침침한 할머니는 돋보기를 쓰고도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왜 지구본은 요따위로 삐딱하게 도는지. 할머니는 답답하기만 하다. 이야기로만 보자면 한 편의 동화를 써도 충분할 만하다. 그런 이야기를 단 몇 줄의 시로 지었다. 꼭 필요한 뼈대만을 추려 한 채의 집을 완성했다. 그러고도 부실하기는커녕 얼마나 튼튼한가. 시인은 남이 갖지 못한 요런 재주를 가졌다. 뚝딱, 뚝딱! 언어 몇 개 가지고도 건축미를 자랑한다. -이놈은 왜 이리 삐딱하게 생겼누?/지구본따라/점점/한쪽으로 기울어지는 할머니.. 지구본과 할머니가 보여주는 이 관계의 아름다움이 이 동시의 백미다. 그리고 이는 가족이란 이름으로 독자의 가슴을 촉촉이 적셔준다. 참 따뜻하고 재미있는 시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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