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라는 말만 들으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애플민트, 오렌지민트, 페퍼민트, 스피어민트 등. 롯데 껌을 선전하던 가수 윤형주의 CM송을 떠올리며 민트의 시원한 맛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박하와 같은 향기로운 풀을 옛사람들은 무엇이라 불렀을까? 벗과의 맑고도 좋은 사귐을 지초와 난초의 사귐[芝蘭之交]이라 했다. 선한 사람과 더불어 지내면 지초나 난초가 있는 방에 들어가 있는 것과 같고, 선하지 않은 사람과 지내면 절인 생선 가게에 들어가 있는 일과 같다. 지초는 향기로운 풀, 곧 허브식물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친숙한 허브식물은 어떤 것이 있을까? 허브아일랜드 박물관 심재인 관장은 이런 의문을 시원하게 풀어주었다. 우리나라의 건국신화에 나오는 마늘과 쑥 같은 식물도 허브에 속합니다. 이름에서 풍기듯 라벤더, 로즈마리 같은 지중해의 향기로운 식물을 허브로 알고 있는데 쑥과 마늘도 허브에 속한다는 것이다. 단군왕검의 어머니 웅녀는 본래 곰이었지만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먹고 지내라는 하느님의 명령을 지켜 사람이 되었다. 향긋한 쑥은 아주 오래전부터 떡을 비롯한 음식과 한방은 물론 대중목욕탕에도 활용되었던 허브식물이다. ■ 사람살이 유용한 허브 식물 수백종 한자리 허브란 푸른 풀, 향이 있는 식물이라는 라틴어 허바(Herba)에서 유래되었다. 허브란 식용이나 약품, 향초 등으로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식물을 가리키는 것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허브란 향이 있고 먹을 수 있으며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유용한 모든 식물을 말한다. 현대에 들어서는 약, 요리, 향료, 살균, 살충 등에 사용되는 식물 전부를 의미한다. 상큼한 허브의 향기는 기분을 좋게 한다. 인간은 눈으로 사물을 보고, 코로 냄새를 맡고, 혀로 맛을 보고, 손으로 만지고, 피부로 느끼는 오감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켜왔다. 그중에서 후각은 미각과 함께 오래도록 기억에 저장되는 것이다. 허브는 냄새와 맛과 관련이 깊은 식물이다. 허브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말을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로즈마리는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고, 라벤더는 진정효과가 있다. 이처럼 사람살이에 유용한 허브 식물 수백 종을 한 자리에 모은 곳이 경기도 포천에 있다. 바로 포천시 신북면 삼정리에 자리 잡고 있는 허브아일랜드 박물관이다. 1989년에 문을 연 허브아일랜드는 43만여㎡의 부지 위에 허브의 원산지인 지중해의 생활 속의 허브를 테마로 운영하고 있다. 1996년에 불의의 사고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임옥씨(59)가 신북면 종형산 자락에 9천900㎡의 땅을 구입하여 허브를 심은 것이 허브아일랜드 박물관의 출발이다. 30여 년이 지난 현재 허브아일랜드는 건축 30동(3천 평), 43만여㎡의 대지에 허브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 겸 휴양시설로 성장하였다. 허브아일랜드의 심장부라 할 박물관을 비롯하여 공연장, 음식점, 선물가게, 체험장, 펜션과 야외 묘포장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허브박물관은 2010년 11월에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서 정한 1종 식물박물관으로 등록했다. 등록할 때의 소장 식물은 로즈마리를 비롯해 144종, 1천864점의 식물을 갖추고 허브를 연구하는 학예사와 전시실 등 규정 조건과 시설을 충족하여 박물관으로 등록되었다. 2020년 4월 현재, 허브박물관은 식물원 온실 6천600㎡(2천 평)과 2만9천㎡(9만5천 평)의 야외전시장에 허브 식물 200여 종 2만3천여 점을 보유하고 있다. 허브아일랜드 박물관은 허브의 역사, 허브 관련 유물, 허브를 소재로 만든 향신료 등을 살펴볼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식물원이다. 박물관을 중심으로 계절마다 로즈마리축제, 라벤다축제, 케모마일축제, 생생수확축제가 열린다. 또한 야외정원 1만 평에도 오감으로 허브를 체험할 수 있도록 싼타마을, 스카이허브팜, 허브폭포정원에서 물과 허브아일랜드 카니발, 불빛동화축제를 열고 있다. 또한 박물관 주변에는 힐링센터, 허브식당, 허브용품 판매장, 허브카페, 허브 체험관과 추억의 거리, 민속 전시관 같은 쉼터와 휴양시설을 갖추고 있다. ■ 세계 유일의 허브 박물관 약 2천 가지의 허브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허브아일랜드가 포천지역 농가와 협력하여 지역에서 생산되는 포도와 인삼으로 허브와인과 홍삼과립차를 개발한 것은 특별한 성과이다. 또한 2010년부터 허브아일랜드 안에 포천 농산물전용 판매관을 열어 쌀, 사과, 버섯, 홍삼, 잣, 막걸리, 한과 등 지역 농산물을 홍보하며 판매하고 있다. 허브에 관한 모든 것을 갖추었다는 허브아일랜드는 허브의 원산지인 지중해의 이국적인 생활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 테마로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2015년에는 한국인이 꼭 가보아야 할 관광 100선(문체부),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대통령), 경기도 10대 관광 명소, 웰리스 관광지로 선정되어 연간 100만의 관람객이 찾고 있다. 허브아일랜드 박물관(식물원)은 국내뿐만이 아니라 세계 유일의 허브 식물 전문박물관이다. 박물관에 허브 역사, 허브 유물, 향신료 등의 전시관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다. 허브가 종류별, 지역별로 일목요연하게 분류가 되어 있지 않고 허브의 역사와 문화를 쉽게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이런 소감을 전달하자 박물관 관계자는 허브 식물과 관련한 커피, 와인, 인형, 도서 등의 다양한 자료의 수집이 이미 완료되어 가까운 시일 내에 자료를 분류별로 정리하여 전체를 살필 수 있도록 전시할 예정이라고 하였다. ■ 오월, 향긋한 기억을 저장하기 좋은 달 허브가 코끝에 닿는 순간 스트레스 가득한 일상을 잊게 될 것이다. 냄새는 행복한 날의 기억의 잠을 깨운다. 허브 정원은 숨만 깊이 들이쉬어도 충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곳이다. 유년에 체험한 행복한 기억은 평생 가는 법이니, 아이들과 함께 향기 여행을 떠나보자. 어린이들은 어른보다 훨씬 예민하고 섬세하다. 풍부할 감성을 키우는 유년기에 허브의 싱싱한 향기와 허브에 달린 꽃잎의 오묘한 빛깔을 보는 즐거운 경험은 행복한 장래를 저축하는 것이다. 겨울부터 꽃 피는 사월까지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의 덫에 걸려 여행을 떠나지 못했다. 사람들과는 여전히 거리를 두더라도 자연과는 더욱 가까이해야 할 계절이다. 향기로운 기억을 담으러 들판에 나가자. 가족이나 연인과 일상을 벗어나는 꿈을 꾸자. 허브아일랜드 박물관은 연중무휴로 문을 연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니 어느 때 찾아도 그 계절에 어울리는 허브 향기를 맡고 부드러운 촉감을 느낄 수 있다. 허브아일랜드가 있는 포천에는 한과박물관, 전통술박물관, 아프리카예술박물관 등 특화된 박물관이 여럿 있다. 지역은 다르지만 바로 옆에 연천 선사박물관도 있다. 차로 20분이면 닿는 거리에 있으니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찾으면 좋을 것이다. 라벤더가 보라색 꽃을 활짝 피운 광활한 농장을 천천히 걸어보자. 눈과 코를 모두 충족시키는 이 순간의 감각적인 경험과 비교될 만한 것은 세상에 흔치 않다. 벌들이 붕붕거리며 꽃들 사이를 날아 꿀을 찾을 때라면 귀까지 행복해질 것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오랫동안 잊지 못할 행복한 순간을 맛보려거든 향기로운 곳을 찾아 길을 나서라. 오월이다.
김영호(한국병학연구소) [인터뷰]심재인 허브아일랜드 박물관장 경기도박물관협회장 중책 박물관미술관 발전 최선 허브아일랜드 박물관 심재인 관장(69)은 올해 경기도박물관협회장을 맡았다. 경기도 고위 공무원 출신이기도 한 심 회장은 협회의 역량을 강화하고 협회와 회원 간의 유대를 강화하며 협회와 관련 기관 및 단체와의 관계를 개선하여 도내 박물관과 미술관의 발전을 이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언론과 SNS 등을 통해 박물관ㆍ미술관의 존재를 널리 알리고, 각종 회의ㆍ모임 행사를 지역별로 순환 개최하여 비교 견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유관기관 및 단체와의 긴밀한 네트워킹 구축은 물론 향후 박물관을 순회하면서 실무자들과 면담을 통해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치
이호준 기자
2020-04-30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