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유휴지 적극 개발… 소외된 경기북부 살리자” [軍 떠난 자리, 버려진 땅 完]

군 떠난 자리, 버려진 땅 도심 속 잠든 軍 유휴지 完. ‘관련 지원법’ 제정 쏠린 눈 수 년째 경제적으로 소외된 경기북부를 살리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정부·지자체가 군 유휴지 개발에 앞장서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최근 대통령의 지시를 시작으로 지자체에서도 방안이 논의되기 시작된 만큼, 관련 법안이 탄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8일 국방부, 경기도 등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북부지역 미군 반환 공여지 처리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보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경기북부 활성화의 일환으로 ‘분도’가 얘기되던 상황에서 ‘분도’는 시기상조라고 보고 그 대안으로 미군 반환 공여지를 꺼내든 셈이다. 지자체인 경기도는 미군 반환 공여지 처리 문제를 살펴보는 동시에 군 유휴지 및 주변 지역 활용 방안도 같이 살펴보기 시작했다. 미군 반환 공여지를 포함한 미군 공여부지는 특별법을 근거로 국가 지원을 받아 개발이 비교적 용이한 반면 군 유휴지는 개발해야 할 법적 근거가 없어 국방부에 ‘기밀 사항’으로 매여만 있었기에, 이를 나란히 논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다. 도는 대통령의 지시가 나온 바로 다음 날(지난달 2일) ‘주한미군 공여구역 및 주변 지역 등 발전계획 변경안 공청회’를 연 데 이어, 같은 달 30일 ‘군 유휴지 활용 및 지원 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 용역 착수보고회’를 개최했다. 그동안 군 유휴지 개발을 위한 법·조례 관련 시도들은 꾸준히 제기됐다. 경기도에서는 지난 2023년 ▲민·관·군 협의회의 설치·운영 ▲군유휴지등의 활용 및 지원을 위한 사업 ▲행정적·재정적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경기도 군유휴지 및 군유휴지주변지역 활용과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심의, 의결했다. 다만 국회에서의 법안은 통과하지 못한 채 계류·폐기를 반복했다.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이 2020년 11월 발의한 ‘군 유휴지 및 군 유휴지 주변지역 발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군 유휴지 특별법),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2022년 11월 발의한 ‘국방·군사시설 사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해당 법안들은 제21대 국회에선 폐기됐고, 제22대 국회에선 1년 넘게 발의 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새 정부가 관심을 갖고 뛰어든 기조인 만큼, 미군 반환 공여지 처리 문제와 함께 군 유휴지 및 주변 지역 활용 방안을 모색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경기도 군유휴지 민·관·군 협의회’를 이끌며 군 유휴지 활용 대책 마련에 앞서온 경기도의회 윤종영 의원(국민의힘·연천)은 “최근 대통령의 언급도 있었던 만큼 이제부터는 더 활발히 군 유휴지·미군 공여기지의 반환 및 개발을 논해야 한다”며 “더군다나 그동안 경기도가 지속적으로 문제 해결을 요구해 온 만큼 이제 정부에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산단·박물관·공원 ‘재탄생’… 세계 곳곳 희생의 무대, 회생 시대가 달라지며 전쟁의 양상은 변했고 안보를 유지하는 방식도 함께 바뀌고 있다. 그 흐름 속에서 자연스레 역할을 잃은 ‘군 유휴지’가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몇몇 나라는 ‘쓰임을 잃어가는 땅’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었다. 미국은 요충지를 정주지로, 독일은 과거의 군 기지를 시민의 공간으로 되살려냈다. 주거지, 공원 그리고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그 땅은 이제 사람들의 일상에 녹아 있다. 국가를 지키기 위해 존재했지만 지금은 비어 있는 그 땅. 이곳에 어떤 미래를 담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경기알파팀은 앞서 그 길을 걸어간 해외의 우수 사례를 살펴봤다. ■ 국가와 국민의 합작…군 유휴지에 생명 불어넣은 국가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프레시디오’는 넓은 숲과 대지 한가운데에 육군부터 해병대, 해안경비대까지 갖춘 샌프란시스코 항구를 지키던 요새였다. 전략적 요충지였던 이곳은 1989년 미 국방부의 폐쇄 결정으로 200년의 역사가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후 미국 정부는 이 ‘군 유휴지’를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600여개가 넘는 건물을 리모델링해 공공주택과 박물관, 스타트업 오피스, 교육기관 등을 세워 올렸다. 드넓은 황무지였던 이곳은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러한 노력은 국가의 이익을 불러일으켰다. 연간 950만명이 방문하는 명소이자 자립 가능한 공공 공간이 됐으며, 지난해 기준 프레시디오는 연간 1억8천200만달러, 한화 약 2천483억원의 수익을 내며 경제적 효용 가치를 높인 대표 사례가 됐다. 전쟁과 분단의 상징이었던 독일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독일 서남부 ‘라인란트팔츠주’에는 미 개리슨 부대 29곳이 주둔하며 독일군과 함께 국경을 수호했다. 그러나 소련과의 전쟁이 마무리되며 1991년부터 이들 부대 대부분은 군 부지로서의 쓸모를 잃게 됐다. 독일은 이 넓은 땅을 활용할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새로운 쓰임을 고민했고, 수년에 걸친 대대적인 개발을 이어갔다. 그 결과 군 유휴지들은 공공주택지구와 시민공원, 산업단지로 탈바꿈했다. 트리어 지역은 시민공원과 주거지로, 카이저슬라우테른 미군기지 주변은 IT·R&D 산업단지로 바뀌어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군 유휴지를 단순한 ‘빈 땅’이 아닌 지역 회복, 도시 재창조, 시민 삶의 질 향상의 기회로 전환하고 있다. 국민이 방향을 제시했고 국가는 함께 숨을 불어넣었다. 그렇게 새 생명을 얻은 이 공간은 지금 시민들의 소중한 보금자리이자 삶의 터전으로, 여전히 그 곁에서 함께 호흡하고 있다. ■ 경기도, 시도는 있었지만 시작도 못 했다 전문가들은 해외의 ‘군 유휴지’ 개발 우수 사례를 참고해 국내에서 낭비되고 있는 군 유휴지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한다. 특히 정부 주도로 대한민국 중심인 수도권과 경기도 지역에서 조속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경기도를 비롯한 도내 31개 지자체가 마냥 손 놓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정부의 국방개혁에 따라 군 부대 축소가 속도를 내자, 군 유휴지 활용을 위한 지역 차원의 움직임도 분명히 있었다. 경기도는 2023년 7월 도내 군 유휴지와 주변 지역을 ▲산업단지 ▲공원 ▲복지시설 등으로 개발하는 계획을 검토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방치된 군 유휴지를 도시재생의 자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었다. 도는 이를 위해 우선 군 유휴지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자 했다. 시·군의 의견을 수렴한 뒤 국방부에 군 유휴지 자료 제공을 요청한 것이다. 당시 도는 자체적으로 310개소, 약 453만㎡(5천㎡ 이상 기준)의 유휴지를 추정했지만, 국방부의 정확한 데이터 없이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국방부는 해당 자료 제공을 거부했다. 이로 인해 경기도의 계획은 첫 단추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행정 협조 없이는 현실적인 계획 수립이 어렵고, 유휴지 현황이 공유되지 않는 상황에서 계획은 현실화의 문턱도 넘지 못한 채 발이 묶였다. 결국 도의 군 유휴지 활용 계획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다 중단됐다. 그로부터 2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인 지난 5월, 경기도는 다시금 약 1억5천만원을 투입해 연구용역을 추진하며 사업 재개에 나섰다. 도가 7개월이라는 구체적인 예산과 기간을 잡고 자체 조사에 나서자 일각에서는 이번엔 실질적인 계획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하지만 수년째 반복되는 ‘용역→계획→중단’의 악순환을 떠올리면 결과는 또다시 흐지부지 마무리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공존한다. ■ 정부-지자체-시민 합심…“현장 목소리 담긴 군 유휴지 개발 이뤄내야”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문제 의식을 가지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승욱 국공유지연구센터장은 “그동안 군 유휴지 문제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는 계속 있었으나 국방부, 기획재정부와 지자체의 목적이 서로 달라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지자체가 협심해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땅들에 대해 종합적인 검토를 하고 각 지역에 맞는 용도로 쓰일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사례처럼 도민들과 꾸준히 소통해 군 유휴지 개발을 함께 해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명민 백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기북부 주민들도 병원, 복지시설, 관광시설 등을 필요로 하는데, 현실적으로 북부에 ‘수익성’이 없다 보니 이들의 수요가 정책에 잘 반영되지 않는다”며 “정부·경기도 차원에서 군 유휴지, 미군 공여부지 개발 논의를 본격화할 때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듣고 소통하며 ‘현장이 필요로 하는 시설’을 조성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미군 공여부지 뿐 아니라 군 유휴지 개발 문제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최 교수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미군 반환 공여지 처리 문제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는데, 경기북부 입장에서는 국군이 이전한 후 남은 군 유휴지 또한 미군 반환 공여지만큼이나 중요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그간 경기도를 남·북으로 나눠 북부의 발전을 꾀하자는 ‘경기분도론’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주장해온 만큼 경기 북부는 재정자립도를 높일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시기다. 그 방안 중 하나로 정부·지자체는 북부 곳곳에 산재한 군 유휴지를 개발해 북부 도민들에게 돌려준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관련기사 : 신도시 사이 노른자땅…'軍 유휴지' 개발 깜깜 [軍 떠난 자리, 버려진 땅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713580270 빈 땅만 남긴 '韓 군부대', 변화의 바람 '美 공여지' [軍 떠난 자리, 버려진 땅②] https://kyeonggi.com/article/20250713580276 ‘내비’에도 없는 곳… 14년째 방치된 ‘탄약고’ [軍 떠난 자리, 버려진 땅③] https://kyeonggi.com/article/20250723580277 ‘軍병원’ 사라진 자리… 잡초만 무성 [軍 떠난 자리, 버려진 땅④] https://kyeonggi.com/article/20250728580397 군 부대 품었던 의정부 ‘금오동’ 개발도, 보상도 ‘無소식’ [軍 떠난 자리, 버려진 땅⑤] https://kyeonggi.com/article/20250817580179

군 부대 품었던 의정부 ‘금오동’ 개발도, 보상도 ‘無소식’ [軍 떠난 자리, 버려진 땅⑤]

군 떠난 자리, 버려진 땅 도심 속 잠든 軍 유휴지 ⑤ 방치된 제5군수지원여단 부지 “나라가 옳겠거니 하고 살았는데, 외면 당한 기분이라고 하면 될랑가…” 의정부시 금오동에서 40년 가까이 살아온 김씨 할머니(71)는 한숨을 내뱉으며 말문을 열었다. 그에게 금오동은 터전이자 인생이었지만, 동시에 ‘희생’이기도 했다. 이곳 주민들의 삶을 수십년간 묶어둔 한마디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군부대가 있잖아요.” 김씨가 사는 금오동 한복판에는 ‘제5군수지원여단’ 부지가 상징처럼 남아 있다. 지난해 부대가 떠났지만 여전히 철문은 녹슬고 휘어진 채 기울어져 있었고 출입구 너머로는 건물 한 채만이 앙상하게 버티고 있었다. 그 안에는 색이 바랜 우편물만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상태로 뒤를 돌아 철문을 등지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승용차로 불과 5분 거리, 아파트가 줄지어 들어선 민락동에 새로 지은 고층 건물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상가와 병원이 고루 들어선 거리엔 활기가 넘친다. 아이들이 뛰놀고, 커피 한 잔에 따스한 햇볕을 즐기는 민락동의 일상은 금오동과는 다른 세상처럼 느껴진다. 상반된 풍경 속 금오동은 단순히 ‘생활 격차’라는 말로 설명하긴 부족하다. 통합 생활권으로 성장한 민락동과 달리, 이곳 금오동은 여전히 좁은 골목길과 노후한 단독주택이 뒤엉켜 있어서다. 어떠한 변화의 흐름도, 개발을 향한 시도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 핵심에 5군수지원여단 부지가 있다. 군부대가 빠져나간 지 1년이 넘었지만 이 ‘군 유휴지’가 금오동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군 부지로 사용되며 오염된 땅을 깨끗하게 하는 데만 앞으로 수년이 걸리고, 건물이라도 지어보려고 하면 ‘군 유휴지 주변지역’인 탓에 개발에 제한이 걸려있어 땅을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다. 땅을 팔고 싶어도 ‘길 하나 건너있는’ 민락동과 배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딱히 큰 의미가 없다. 현재 민락동엔 1천세대 이상인 대규모 아파트 단지도, 대형마트도 여럿 있지만 금오동은 절반가량이 ‘산지’여서 여건이 다르다. 김씨의 차분한 말투 뒤엔 곪아버린 감정이 담겼다. “그래도 괜찮았어. 우리 동네에 군부대가 있어서 불편한 점이야 알게 모르게 있었겠지마는 우리 국민 지켜주는 거로 생각하고 살았지. 그런데 작년에 갑자기 없어져 버렸대. 허망하더라고… 수십 년을 ‘이것도 하지 마라, 저것도 안 된다’ 해놓고 마을 사람들만 두고 떠난 거야.” 금오동 5군수지원여단 부지는 도심을 끼고 있는 소위 ‘노른자 땅’이다. 바로 옆에는 경기도청 북부청사가 있고, 민락천과 천보산 사이에 자연과 도시를 모두 품고 있다. 입지 조건만 놓고 보면 주거 수요가 몰릴 만한 매력적인 위치다. 하지만 주민들이 바라는 건 아파트 몇 채가 들어서는 그저 그런 개발이 아니다. 그들이 염원하는 건 오랜 시간 감내해 온 안보 희생에 대한 보답이다. 오랜 땅에 대한 제대로 된 ‘쓰임’을 바랄 뿐이다. 김씨와 금오동 이야기를 마치고 자리를 뜨려던 순간, 어깨 너머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함께 코 바느질을 하던 이웃에게 건네는 말이었다. “잠깐 주는 이런 관심에 괜히 기대하지 말고, 그냥 하던 일이나 하면서 살자고.” 희생의 땅 → 희망의 땅으로… 부지 활용 ‘무궁무진’ 군 유휴지들은 수년, 수십년째 제 기능을 잃고 텅 비어있다. 기나긴 세월 수도권 최전선에서 ‘안보’를 위해 희생해 온 주민들만이 유일하게 그 자리의 ‘변화’를 기다린다. 빗장이 풀리지 않고 있는 군 유휴지가 묵은 먼지를 걷어내고 사람 냄새가 나는 공간으로 거듭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그 쓰임새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집’을 모색한 이들이 있다. 경기알파팀은 인프라 격차 해소, 주거 안정,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군 유휴지를 택지지구 또는 공공주택으로 개발 중이거나 개발하고자 하는 전국 사례들을 찾아 그 배경과 방식의 차이를 분석했다. ■ 노는 땅을 노른자 땅으로…주거지로 거듭나는 군 유휴지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군부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던 강원도 원주시 반곡동과 학성동. 민간의 출입이 철저히 제한됐던 이곳은 현재 원주의 중심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군사 도시’로 불렸던 원주가 이제는 그 이미지를 서서히 벗고 새로운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원주권의 군 유휴지는 ‘반곡지구’와 ‘학성지구’로 나뉜다. 약 53만6천㎡, 축구장 80개 규모의 반곡지구는 과거 예비군 훈련장이 있던 자리로, 2015년 훈련장이 이전하면서부터 차츰차츰 변화를 예고했다. 인근의 학성지구(약 76만5천㎡) 또한 제1군수지원사령부와 국군병원이 있었지만, 올해 초 이들 시설이 이전을 마무리하면서 그 자리가 텅 비게 됐다. 케케묵은 시간의 흔적을 지우고 도시의 새 땅을 일구는 작업이 최근 본격화됐다. 2019년 원주시는 반곡지구와 학성지구 내 군 부지 이전으로 생겨난 유휴 국유지에 공동주택을 공급하고 이를 통한 자족 기능 강화와 일자리 창출,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두 지구는 정부가 추진하는 ‘국유재산 토지개발 선도사업’ 대상지로도 선정되며 개발에 대한 기대감은 한층 더 높아졌다. ‘도심’에서도 군 유휴지가 시민의 터전으로 바뀌는 움직임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8년 12월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을 통해 전국 총 41곳의 군 유휴지 및 공공택지를 주거·공공시설 용도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중엔 서울 강서구 방화동·개화동, 동작구 대방동, 노원구 공릉동 등 4곳의 군 부지가 포함돼 있다. 강서구 방화동·개화동 일대의 경우 약 7만㎡ 규모의 옛 군 부지는 현재 개발을 위한 기본 구상이 이뤄지는 단계로, 토지의 용도와 개발 방식, 수용 가능한 주거 규모 등을 두고 여러 그림들이 그려지고 있다. 동작구 대방동과 노원구 공릉동에 있던 군 관사 부지도 공공택지로 탈바꿈하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 더디지만 개발 계획 진전 중…“지역사회 발전 최우선 해야” 군사 시설이 떠나고 남은 자리를 공동주거지역으로 탈바꿈하려는 시도는 의정부시에서도 보인다. 의정부 용현동과 신곡동에 있었던 제3야전군 예하 보충대대인 제306보충대대가 해체하며 생긴 군 유휴지가 대표적이다. 이 일대 81만㎡는 현재 국토교통부와 LH의 관할 아래 ‘용현 공공주택지구’로의 편입을 기다리는 상태다. 국토부가 해당 부지를 LH에 맡겨 주택지구로 개발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개발이 현실화하면 지역 주민들에게 더 넓고 안정적인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도시 재편과 생활 인프라 확충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군 유휴지를 활용하자는 건 ‘투기’의 일환도 아니고, ‘부동산’에 개입하려는 의도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절차적 한계에 가로막혀 군 유휴지를 그대로 두는 것이야말로 지역의 성장 가능성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결과적으로 유휴지 활용을 가로막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지역 발전의 동력으로 전환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최창식 한양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국방부나 지자체가 군 유휴지 개발을 지나치게 법적 절차에만 의존해 풀어나가려다 보니 결과적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부대가 떠난 이후 관리조차 되지 않던 땅을 정부가 앞장서 택지 등으로 재개발한다면 수십 년간 부대 인근에 살고 있단 이유만으로 희생이 강요됐던 이들의 삶에 대한 보상이 가능해짐과 동시에 경기북부권역에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관련기사 : 신도시 사이 노른자땅…'軍 유휴지' 개발 깜깜 [軍 떠난 자리, 버려진 땅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713580270 빈 땅만 남긴 '韓 군부대', 변화의 바람 '美 공여지' [軍 떠난 자리, 버려진 땅②] https://kyeonggi.com/article/20250713580276 ‘내비’에도 없는 곳… 14년째 방치된 ‘탄약고’ [軍 떠난 자리, 버려진 땅③] https://kyeonggi.com/article/20250723580277 ‘軍병원’ 사라진 자리… 잡초만 무성 [軍 떠난 자리, 버려진 땅④] https://kyeonggi.com/article/20250728580397

‘軍병원’ 사라진 자리… 잡초만 무성 [軍 떠난 자리, 버려진 땅④]

군 떠난 자리, 버려진 땅 도심 속 잠든 軍 유휴지 ④가평 국군청평병원 부지 방치 축축하게 젖은 진흙탕을 건너자 굳게 닫힌 철문 하나가 나왔다. 옆으로는 높게 자란 수풀과 함께 외부인의 진입을 막는 철조망이 길다랗게 세워져 있었는데 그 사이로 ‘국군청평병원 면회객 주차장’이 적힌 안내판이 보였다. 안내판이 가리킨 곳은 빽빽한 나무와 우거진 수풀에 둘러싸여 세월이 깊이 스민 듯 아득한 분위기를 풍겼다. 발 아래에는 사람과 차량이 오갔던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그 옅은 자국만이 ‘병원으로 가는 길’을 말해주고 있었다. 가평군 청평리 259번지 일대는 과거 국군청평병원이 운영되던 자리였다. 국방의 의무를 지키러 온 군인들의 아픔을 돌보고 건강을 회복 시키던 곳이자, 대민 진료를 통해 가평군 어르신들을 살뜰히 보살피던 곳이었다. 이곳에서 그 ‘든든한 의료 안전망’은 8년 전을 끝으로 종지부를 찍게 됐다. 국군청평병원은 2010년대 국방부가 추진한 ‘군 보건의료 발전계획’에 따라 구리시로의 이전이 결정됐다. 노후 시설을 현대화하고 더 넓은 부지에 최신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렇게 청평병원이 2017년 구리시 인창동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면서 이 땅은 ‘청평병원 없는 청평리’가 됐다. 단순히 병원 하나가 사라진 게 아니었다. ‘군(軍) 유휴지’로 남게 된 해당 부지 9만2천561㎡(약 2만7천990평)는 주민 품으로 돌아오지도, 주민 가까이 다가오지도 못하고 있다. 소유주인 국방부가 별다른 활용 대안을 내놓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주민들은 경기도 내에서 ‘가장 가까운’ 구리 한양대병원을 찾아 55㎞를 이동하거나, 지역을 벗어난 강원도 춘천 한림대병원을 찾아 30㎞의 여정을 떠나게 됐다. 지방자치단체인 가평군 입장에선 적어도 이곳에 ‘대책’을 꺼내야만 했다. 특히 고령인구가 모인 이 동네에서 의료 취약지를 그대로 방치해둘 수가 없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가평군은 이곳에 군립병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오는 2028년까지 외래 진료와 응급 진료가 가능한 공공의료시설을 건립해 지역의 의료 공백을 해소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이 땅의 주인이 따로 있는 만큼, 가평군이 홀로 나설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렇게 가평군은 군민의 부족한 의료시설을 확대하기 위해 국방부와 부지 매입 및 소유권 이전 등을 협의하게 됐다. 하지만 아직 이와 관련한 행정 절차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절차는 더디고 그 사이 주민들의 시간만 속절없이 흘러간다. 고령의 주민들에게 이 ‘옛 청평병원 부지’는 경제적 가치도, 개발을 위한 기다림도 아닌, 생존을 위한 마지노선이다. 가평군 관계자는 “경기도 내에서 고령화된 지역 중 하나인 만큼 이 유휴지를 하루빨리 군민을 위한 병원으로 전환해 복지 사각지대를 메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기전역’ 군유휴지… 주민들 생활·복지시설로 ‘환복’ 접경지역은 국가 안보의 최전선이자 국방의 거점으로 기능해 왔다. 전략적 중요성으로 인해 각종 군사 규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한 오랜 불이익은 결국 사회적 소외로 확장됐다. 군이 떠나고 남은 ‘군 유휴지’를 개발하는 건 지역 재생에 있어 중요한 기회다. 하지만 개발 논의가 본격화하는 순간 이상과 현실 사이 간극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역을 살리자는 논의는 생계와 직결된 ‘먹고사는 문제’로 좁혀지게 되며, 그 결과 사회·복지시설보다는 산업단지가 늘 우선시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군 유휴지 개발이 반드시 산업 중심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단순한 땅의 전환을 넘어 의료와 복지, 교육처럼 ‘사회적 자산’으로 재활용하는 방식 또한 경제적 효용을 높이는 해법이 될 수 있다. 경기α팀은 시민 가까이에서 복지와 일상을 돕는 공간으로 군 유휴지를 활용한 사례와 과제를 짚어봤다. ■ 학교·병원으로…군 떠난 자리 ‘희망’으로 메운다 오랫동안 일반인의 발길이 닿지 못했던 경기도 군 유휴지의 일부는 최근에야 비로소 시민 곁으로 되돌아오려는 시동을 걸고 있다. 장기간 버려졌던 땅들이 지역 주민의 생활 기반 시설 혹은 복지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폐쇄와 보안의 집약체에서 복지와 공공의 가치를 담은 ‘열린 공간’으로 바뀌려는 분위기다. 용인특례시 기흥구 하갈동 258-2번지, 군 유휴지였던 이 땅은 내년 9월께 아이들의 배움터가 될 예정이다. 과거엔 국방부가 쥐고 있던 땅이었지만, 인근 중학교에서 학생을 수용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자 용인시와 국방부가 ‘협상 타결’에 나서면서 학교 신설이 결정된 것이다. 교육시설로의 활용 방안이 마련되면서 해당 부지의 개발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현장에는 여전히 과거 군사시설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예정된 개교일에 맞추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유사한 사례는 연천군에도 있다. 연천군은 지난 2019년 관내 장애인 복지시설 부족 문제를 논의하던 중 전곡읍 일원의 군 유휴지 약 7천600㎡ 규모를 재활용하자는 결정을 내렸다. 국방부 소유의 땅을 복지 인프라로 전환하기 위해 지속 협의를 거쳐, 결국 2021년 본 사업에 착수했다. 현재 이 땅은 토양 정화 작업이 진행 중으로 오는 2026년이면 복지관 건립이 이뤄지게 된다. 군(軍)이 떠난 자리가 다시 시민 품에 가까워지는 건 ‘개발’이나 ‘투자’ 같은 개념이 아니어도, 충분히 ‘자릿세’를 치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천시 도암리 368번지. 2천374㎡ 규모의 이 부지는 이천시의 재산인 ‘시유지’이지만 한때 국방부에 임대돼 군 관사로 사용됐다. 군사 정권 시절부터 관사로 쓰이기 시작한 이 부지는 군이 언제부터 주둔했고, 언제 떠났는지도 정확히 확인되지 않을 만큼 시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곳이었다. 오랜 시간 방치되며 쓰레기만 쌓여가던 이 땅은 지난 2020년 자체 시유지 조사 과정에서 비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검토를 거쳐 지난해 12월부터 이천지역자활센터의 다회용기 세척·대여 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 “군 유휴지 활용한 생활 인프라 확대 필요” 통상적으로 사회·복지시설은 경제·산업시설과 달리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단순한 주거지나 업무 단지처럼 세입을 기대하기 힘들어 운영 이후에도 지속적인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지자체 입장에선 ‘부담’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자체들이 군 유휴지를 이러한 생활 기반 시설로 탈바꿈하려는 건, 시민들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기능이 무엇인지 묻고 그 갈증을 해소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군 유휴지를 통한 생활 인프라 확대를 위해 중앙정부의 역할이 한층 강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경기도, 특히 북부 지역의 경우 고령 인구가 많고 남부 지역에 비해 의료 및 복지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북부권 지자체가 군 유휴지를 활용한 토지 개발 가능성과 지역의 잠재력을 기반으로 수요를 창출할 방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북부 지역이 독자적으로 추진하기에는 재정자립도 등 여러 현실적인 제약이 분명 존재하는 만큼, 정부나 경기도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병행될 때 비로소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소희 대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기북부는 공공의료시설과 장애인·노인 복지시설에 대한 수요는 많지만 수익성 문제로 확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군 유휴지를 활용하는 것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관련기사 : 신도시 사이 노른자땅…'軍 유휴지' 개발 깜깜 [軍 떠난 자리, 버려진 땅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713580270 빈 땅만 남긴 '韓 군부대', 변화의 바람 '美 공여지' [軍 떠난 자리, 버려진 땅②] https://kyeonggi.com/article/20250713580276 ‘내비’에도 없는 곳… 14년째 방치된 ‘탄약고’ [軍 떠난 자리, 버려진 땅③] https://kyeonggi.com/article/20250723580277

‘내비’에도 없는 곳… 14년째 방치된 ‘탄약고’ [軍 떠난 자리, 버려진 땅③]

군 떠난 자리, 버려진 땅 도심 속 잠든 軍 유휴지 ③연천 탄약고 부지 ‘그림의 떡’ “관광지로 개발되면 그나마 숨통이 트일 텐데, 몇 년째 달라진 게 없고 앞으로도 달라질 게 없을 것 같아요.” 버려진 군(軍) 유휴지 한 곳을 찾았다. 찢어진 천 조각을 엉성하게 둘러놓은 철문 뒤로 높게 자란 수풀만이 자리했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감시초소는 앞뒤로 뻥 뚫려 있었는데, 내벽에는 한때 이곳이 활발히 이용됐던 듯 지도와 안내문이 보였다. 그 너머로 보이는 내부에는 건장한 성인 남성 세 명을 합쳐놓은 크기의 탄약 하나가 덩그러니 누워있었다. 이곳은 연천군 장탄리 467번지 일대에 있는 탄약고다. 내비게이션에도 나오지 않아 물어물어 겨우 찾은 입구는 인적 없는 논밭 한 가운데에 조용히 서 있었다. 아무도 들어가지 말라는 듯 출입문에 채워놓은 자물쇠는 새것이었지만, 이외 모든 것은 낡거나 녹슨 모습이었다. ‘장탄리 탄약고 METEX’로 불렸던 이곳은 2010년까지 활발히 운영됐다. 하지만 탄약고가 인근 청산면에 있는 탄약고와 통폐합되면서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버려져 있기만 하다. 폭발 사고 위험성이 높아 오염정화작업도 절실하지만, 당장 시작해도 2~3년은 걸릴 정화 작업이 첫걸음조차 떼지 못한 채 ‘출입제한구역’으로 묶여만 있었다. 인근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주민을 만나 이곳에 대해 물었다. 그는 “예전에는 그쪽이 꽤 시끄러웠는데 어느 순간 조용해졌다. 소리 소문 없이 부대가 철수했던 것”이라며 “보다시피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저 자리에 서바이벌장을 만들면 사람들도 많이 오고 장사도 할 수 있을 텐데, 군청에 몇 번이나 얘기했지만 답이 없다”며 체념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말을 듣고 다시 탄약고로 갔다. 찢어진 넝마 조각 너머로 보이는 내부는 별다른 ‘설치’ 없이 충분히 서바이벌장을 지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경기도 31개 시·군 중 면적은 네 번째로 크지만, 인구는 5만명도 되지 않는 ‘크고 작은’ 도시 연천군은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군 유휴지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쓰임이 있는 곳은 드물다. 70여 년간 접경지역에서 총포 소리, 오발탄 등 전쟁을 실감하며 살았을 주민들의 희생만 있을 뿐 이곳에 주어지는 관심도, 보상도 잊히다시피 했다. 지자체에서도 군 유휴지가 ‘노는 땅’에 머물지 않도록 끊임없이 국회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수년간 묵묵부답이다. 연천군 관계자는 “이곳들을 관광지로 개발해달라는 주민들의 바람을 잘 알고 있고 우리도 원하는 바”라면서도 “국방부에서 심정적인 공감만 표하고 실질적인 소통은 없어 기다리고만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보호 구역’에서 ‘보는 구역’으로… 문화예술 잠재력 깨워야 폐허가 된 군사기지를 영화관으로 탈바꿈한다면, 버려진 탄약고를 오케스트라 연습장으로 활용한다면 각각의 공간마다 생기가 맴돌지 않을까. 군 유휴지의 활용 방안을 고민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야는 ‘관광·체험’ 및 ‘문화·예술’이다. 군 유휴지 상당수가 경기북부에 집중돼 있고, 이 지역이 군사보호구역과 수도권 규제 등으로 제약을 받아온 만큼 지속가능한 ‘먹거리 마련’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경기α팀은 군 유휴지나 미군 공여부지처럼 군사시설이 떠나고 남은 공간을 관광·문화 자원으로 뒤바꾼 사례들을 살펴봤다. 이때 기준점은 ‘인구 15만명 미만’, ‘초고령 사회 진입(65세 이상 인구 비율 20% 이상)’, ‘접경지대 인근’ 등으로 잡았다. 그 결과 동두천시, 가평군 등지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 ‘관광지’ 된 군인마을…한국 속 작은 일본으로 동두천시 탑동동에 위치한 ‘니지모리 스튜디오’는 미군 공여부지를 문화관광시설로 개발해 관광객을 끌어모은 대표 사례로, 군 유휴지 개발의 ‘롤모델’로 참고하기 유용하다. 인구가 9만명이 채 안 되는 동두천은 지역 면적의 절반가량(42%)이 미군 공여부지고, 나머지는 개발이 제한되는 ‘미군 공여부지 주변지역’으로 묶여있어 각종 개발에 난항이 많다. 지자체로선 어떻게든 이 땅들을 활용해 지역민의 경제 활동에 보탬이 돼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관광 상품’이었다. 앞서 미군의 산악 훈련장이었던 ‘짐볼스훈련장’은 2005년 국방부에 반환된 바 있다. 당시 시는 국방부에 ‘미군공여구역 발전종합계획’을 제출하고 이 땅에 민간자본을 들여 수목원, 산림복지타운, 푸른숲한류관광타운 등 문화관광시설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그 중 성공적으로 민간자본 유치 및 관광지 조성까지 이뤄진 곳이 ‘니지모리 스튜디오’다. 이곳은 일본 에도시대 마을을 재현한 테마파크형 스튜디오로 2021년 개장한 뒤 ‘한국 속 작은 일본’으로 불리고 있다. 미군이 떠나고 남은 부지에 관광지가 들어서면서 지자체로서도, 지역민으로서도 관련 ‘수입’을 얻게 된 긍정적 케이스로, 군 유휴지 또한 이처럼 문화관광시설로 개발할 수 있도록 선례로 삼을 만하다. ■ “문화시설 옆 문화시설”…가평군, 음악역1939 앞 군부지 매입·개발 시도 군 유휴지를 통해 ‘지역 특색을 담은 문화도시’로서의 미래를 그리고자 하는 케이스도 있다. 가평군이 대표적이다. 인구 약 6만 명 규모의 소도시인 가평군은 전체 군민의 32%가 65세 이상일 만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인구 구조 속에서 산업단지나 제조업 기반 유치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에 가평군은 지역의 자연환경과 문화적 자원을 활용한 관광 중심 전략을 선택했고, 그 결과가 ‘음악역1939’로 발현됐다. ‘음악역1939’는 매년 자라섬에서 열리는 재즈 페스티벌의 성공에 힘입어 조성된 음악 중심의 복합문화공간이다. 지난 2018년 옛 가평역 부지에 들어선 이 공간에는 공연장, 스튜디오, 영화관 등이 들어섰다. 이름에 붙은 ‘1939’는 가평역이 처음 개통된 연도를 의미한다. 음악을 통해 도시의 색깔을 입히겠다는 가평군의 의지가 고스란히 담겼다. 이후 많은 관광객이 ‘음악역1939’를 찾았고, 도시에 활기가 돌기 시작하며 지역 경제가 조금씩 움트기 시작했다. 가평군은 이를 토대로 지역경제 개발에 힘을 싣자고 구상했다. 구체적으로는 그 앞에 있는 군(軍) 부지까지 문화공간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해당 부지에는 공군부대가 상주 중인데, 국방부와 논의해 부대를 관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고 음악역1939 앞을 매입해 활용하는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제2의 문화공간을 조성하겠다는 의미다. 가평군 관계자는 “이 부지는 가평의 중심에 위치한 소중한 자산으로, 부대가 이전하게 되면 음악역1939와 연결되는 또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방부와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며, 도시의 문화적 기반을 더 넓히기 위해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군 유휴지…인천·강원서 ‘즐거운 관광지’로 재탄생 군 유휴지가 문화관광시설로 개발돼 방문객을 유치한 사례는 경기도 바깥에도 있다. 군대가 철수한 후 놀던 부지를 빙상경기장으로 만들어 시민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강원도 철원군의 사례가 돋보인다. 철원군은 지난 2021년 국방개혁으로 인한 ‘군(軍)부대 유휴부지를 활용한 민·군·관 상생협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동송읍 오지리 8만7천㎡가량의 군 유휴지에 야외 빙상경기장을 조성했다. 철원군이 남한에서 가장 추운 지역이라는 점을 이용한 개발이었다. 빙상장은 스피드스케이트 정규 400m 트랙 규모로 조성됐다. 방문객이 사용할 수 있는 대기실, 화장실 등 편의시설들도 함께 마련했으며 스피드스케이트도 80족을 구비하고 있다. 철원군은 지난해 대한체육회가 진행한 국제 스케이트장 유치 공모전에도 참여했으며, 이곳에서 정기적으로 스피드스케이팅 대회를 주최하며 매번 전국에서 찾아오는 수백명의 선수들과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인천광역시에서도 군부대가 이전한 후 남은 부지를 활용해 공원 및 관광시설 등으로 개발한 사례가 눈에 띈다. 중구 북성동 1가에 있는 월미산은 한국전쟁 때부터 국제연합군이 주둔하던 군부대 지역이었다. 이후 50년 가까이 시민의 출입이 제한됐다가, 2001년 인천시에서 국방부로부터 이곳의 부지 58만8천㎡가량을 매입한 후 1천억여원을 들여 공원으로 조성했다. 인천둘레길 13코스에 속한 이곳에는 곳곳에 전망대가 마련돼 있어 월미산의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또 한국 전통정원과 한옥마을에서는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으며, 역사 문화전시관에 들르면 우리나라 최초 이민자들의 발자취와 그 시대의 이야기를 배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도 내 군 유휴지 또한 이러한 관광 특화 시설로 개발해 문화 잠재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방치하면 황폐해질 뿐인 군 유휴지를 문화시설로 개발해 관광지를 만들면 지역의 이미지를 개선할 수도 있고 관광객 유치도 가능해 지역 경제 진작에 도움이 된다”면서 “경기북부는 ‘접경 지역’ 테마성을 살려서 한국의 역사나 군에 대한 교육을 주제로 하는 관광지로 개발하면 지역 고유의 특색을 살린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관련기사 : 신도시 사이 노른자땅…'軍 유휴지' 개발 깜깜 [軍 떠난 자리, 버려진 땅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713580270 빈 땅만 남긴 '韓 군부대', 변화의 바람 '美 공여지' [軍 떠난 자리, 버려진 땅②] https://kyeonggi.com/article/20250713580276

빈 땅만 남긴 '韓 군부대', 변화의 바람 '美 공여지' [軍 떠난 자리, 버려진 땅②]

군 떠난 자리, 버려진 땅 도심 속 잠든 軍 유휴지 ①개발 뒤편에 남겨진 부지들 “경기북부 분도를 통한 규제 완화 주장은 사기 행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1대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던 과정에서 밝힌 입장이다. 경기도를 둘로 나누는 게 경기북부 지역 경제에는 그다지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신 이 대통령이 꺼내 든 카드는 ‘미군 공여부지’ 활용이다. 최근에도 미군 공여부지 관련 문제의 전향적 검토를 국방부에 지시할 만큼 큰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α팀은 ‘경기북부 경제를 어떻게 살려야 할까’를 고민했다. 북한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고 수도권 안보의 최전선에 있는 만큼 ‘군 유휴지’와 함께 ‘미군 공여부지’를 비교하면서 경제에 보탬이 되는 방안을 모색해봤다. ■ 미군이 쓰던 부지도 ‘텅’…미군 공여부지 현주소 미군 공여부지는 주한미군의 주둔과 훈련을 위해 한국군이 미군에게 준 토지를 뜻한다. 쉽게 말하자면 한국군이 머물다 떠난 의정부시·동두천시·연천군 등의 땅은 ‘군 유휴지’이고, 미국군이 머물다 떠난 파주시·하남시·평택시 등의 땅은 ‘미군 공여부지’인 셈이다. 이러한 미군 공여부지는 두 가지로 나뉜다. 미군이 철수한 후 활용되지 않는 부지 중 한국 정부에 반환된 땅은 ‘반환 공여구역’, 미군기지가 여전히 남아있지만 이전을 논의하는 땅은 ‘미군기지 이전구역’ 등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국방부에게 “경기북부지역 미군 반환 공여지 처리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보고해달라”고 지시한 건, ‘반환 공여구역’이 해당된다. 올해 기준 전국적으로 미군 공여부지는 약 242㎢(7천322만평·80개소) 규모에 달한다. 이때 87%인 약 211㎢(6천370만평·51개소)가 경기도에 밀집돼 있다. 단순 계산 시 1개소당 4㎢(약 121만평)다. 개소별 규모를 감안했을 때 군 유휴지를 ‘자투리 땅’에 비교한다면 미군 공여부지는 ‘광활한 땅’이기 때문에 경제적 효용이 상대적으로 훨씬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그나마’…미군 부지 개발은 진척이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22년까지 경기도가 돌려받은 반환 공여구역은 총 34개로 집계된다. 다르게 말하면 경기도 도심 속 거대하게 놀고 있는 땅이 적어도 34개라는 뜻이다. ‘지역 경제’의 일환에서 이 땅에 눈독들이는 이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일부는 도로로, 체육시설로, 도시개발사업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대표 사례로는 동두천시 동두천동 289-2번지 일원이 있다. 미2사단 제2공병대대가 1971년부터 2004년까지 주둔하고 있던, 일명 ‘캠프 캐슬(Camp Castle)’ 부지다. 이곳은 2011년 기지가 폐쇄하면서 쓰임새를 잃었는데, 2016년 전국 공여지 내 최초로 대학교(동양대)가 들어와 개교하며 활용책을 찾게 됐다. 그 외에도 ‘캠프 모빌’ 부지(보산동 466-1번지) 절반이 반환 돼 현재 오염 정화 작업이 진행 중이며, 경기도일자리재단 등 경기도 산하기관의 이전을 위해 ‘캠프 님블’ 부지(상패동 19번지)도 적극 활용되는 중이다. 의정부시 금오동 240번지 일원도 돋보이는 사례 중 하나다. 1950년대부터 이곳에 자리한 ‘캠프 에세이욘(Camp Essayons)’은 미군 병사들의 숙소와 사무실, 작업장 등으로 활용됐다. 하지만 캠프가 2005년 9월 말 폐쇄되면서 2007년 5월에 우리 정부로 반환됐다. 당초엔 경기도교육청 제2청사와 도서관 등으로 조성 예정이었으나 의정부 내에 광역의료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해 을지대학교 부속병원을 함께 짓기로 계획이 일부 조정됐다. 그렇게 이 부지엔 2015년 도교육청 제2청사가, 2021년 을지대 의정부병원이 각각 문을 열게 됐다. 이 밖에도 파주시 ‘캠프 하우즈’와 화성특례시 ‘매향리 미군 사격장터’ 등에 공원이나 평화기념관이 들어서면서 시민들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자리했다. 미군이 돌려놓은 우리 땅이 다시 시민 곁으로 가게 된 사례들이다. ■ 미군이 돌려주지 않은 땅도 ‘개발 계획’은 존재 하지만 모든 미군 공여부지가 안정적으로 돌려지고 있는 건 아니다. 반환 일정이 지났음에도 미(美) 측이 돌려주지 않고 있거나, 반환 일정 자체가 계속 미뤄지고 있는 부지들이 있다. 예를 들면 평택시 고덕신도시 가운데 위치한 알파탄약고를 꼽을 수 있다. 고덕면 율포리 일대 약 28만㎡에 달하는 이 부지는 1950년대부터 주한미군이 점유해 온 곳이다. 1999년 체결된 ‘주한 미군기지 통폐합에 관한 연합토지관리계획’에 따라 당초 2008년 반환될 예정이었지만, 2020년 반환 대상 목록에서 제외되며 아직까지 반환 일정이 자연스레 미뤄졌다. 이후 우리 정부는 미군과 협상 끝에 올해 1분기 중 이전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실행은 또다시 미뤄졌고, 알파탄약고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지역의 과제로 남아 있다. 지속적인 반환 요구, 그리고 이어지는 미군과의 첨예한 협상 과정, 공여부지를 반환받기 위해선 짧게는 수년부터 길게는 수십년까지 걸린다. 다만 속도는 더뎌도 ‘개발과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국군은 떠나면서 군 유휴지라는 ‘빈 땅’을 남기는데, 미군은 떠나면서 적어도 일부의 ‘개발 계획’은 남기기 때문이다. 결국, 경기북부에만 초점을 맞추면 군 유휴지도 미군 공여부지처럼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활용 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들 또한 이러한 부지를 관광지나 교육시설, 체육·예술 인프라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해 지역 경제를 살리는 디딤돌로 삼겠다는 청사진을 그린다. ‘개발 권한’이 없어 ‘첫 삽’을 뜨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중점엔 국방부가 있다. 국방부의 소극적인 태도는 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행정으로 군 유휴지, 그리고 반환받지 못한 미군 공여부지에 대한 추후 활용 계획 수립 등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군 반환 공여지는 지자체가 매입하기 위해 군 관련 기관과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미반환 공여지의 경우 반환 일정이 양국의 협의로 이뤄지기 때문에 기지별로 다르다”며 “그런 부지들에 대해 무상 사용을 허가해 시민 산책로로 이용하게 할 수도 있지만, 영구적인 시설물을 짓는 것은 제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군 유휴지에 대해 그는 “부지를 매입해 개발하고 싶은 지자체의 마음은 이해되나 국방부 입장에서는 입법, 재정적인 지원이 함께 돼야 빨리 진행되는 일”이라며 “우리 입장에서도 안 쓰는 땅을 굳이 붙잡고 있을 필요는 없으나, 그러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관련기사 : 신도시 사이 노른자땅…'軍 유휴지' 개발 깜깜 [軍 떠난 자리, 버려진 땅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713580270

신도시 사이 노른자땅…'軍 유휴지' 개발 깜깜 [軍 떠난 자리, 버려진 땅①]

군 떠난 자리, 버려진 땅도심 속 잠든 軍 유휴지 ①개발 뒤편에 남겨진 부지들 경기도 균형 발전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레퍼토리 하나가 ‘분도’다. 지역을 남·북으로 나눠 경기북부 재정자립도를 높이자는 건데 이재명 대통령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그 대신 대통령이 꺼내든 카드는 ‘미군 공여부지 개발’이었다. 경기도 역시 곧바로 호응했다. 그런데 이처럼 적극적 활용책이 논의되는 미군 공여부지와 달리, 우리 국군이 머물다 떠난 땅은 도심 속에 잠들어있기만 하다. 경기α팀은 수도권 안보의 최전선이었던 ‘군(軍) 유휴지’를 조명하며 경제 활성화를 위한 해법을 모색했다. 편집자주 ‘낯선 곳’에 왔다. 회색 벽돌로 만들어진 높은 담벼락이 ‘의문의 내부 공간’을 가리고 있었다. 출입문을 찾는 데에만 도보로 20여분은 족히 걸릴 정도로 드넓은 부지다. 구슬땀을 흘리며 걷다 보니 벽면에 새겨진 숫자 ‘2’ 로고와 ‘군부대 시설용이도로’, ‘○동실현 보급지원’ 등 문패가 눈에 띈다. 이가 나가고 칠이 벗겨져 뚜렷한 내용은 파악되지 않는다. 마침내 강판 펜스와 입구가 나왔다. 안팎으로 덤프트럭 몇 대가 오가고 경비 인력 1명이 ‘낯선 이’를 예민하게 쳐다보는 것 외엔 행인 하나 없이 고요하다. 여기는 남양주시 퇴계원리 133번지 일대, 제2군수지원사령부 예하 15보급대가 주둔했던 곳이다. 7년 전까지는 말이다. 지난 2016년 국방부는 사드(THAAD) 체계 배치 계획에 따라 이 부지와 경북 성주의 성주골프장 부지를 교환했다. 그렇게 15보급대가 철수(2018년)해 퇴계원을 떠나게 됐고, 지금까지 이 땅은 ‘놀게’ 됐다. 규모는 자그마치 24만2천㎡(약 7만3천200평)에 달한다. 퇴계원읍 전체 면적(327만㎡)의 7.3% 수준인데 ‘쓰임새’를 못 찾고 있다. 20년 넘게 퇴계원에서 살고 있다는 김희자씨(59)는 부대 담벼락 너머 보이는 고층 아파트단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는 게 말이 되나요. 이게 이렇게 가만히 썩힐 땅이 아니에요.” 그가 가리킨 곳은 ‘별내신도시’다. 불과 2.8㎞ 떨어져 승용차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다. 서울과도 20㎞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왕숙 등 3기 신도시 개발과 함께 ‘미래형 자족도시’로 수도권 신흥 중심지를 이끌고 있지만, 그 가운데 ‘이곳’만이 시간을 잃어버린 공간처럼 잠들어 있었다. 과거와 미래가 충돌하는 풍경. 그 중심엔 ‘군(軍) 유휴지’가 있다. 이곳은 지난 2019년 ‘국유재산 토지개발 선도 사업지’로 선정됐고, 별내와 다산·왕숙신도시를 연결하는 중심축으로 재탄생이 약속됐지만 변화는 없었다. 현재 사방이 신도시로 둘러싸인 이 땅은 마치 도넛의 구멍처럼 텅 빈 채 수도권 개발의 뒷켠에 남겨져 있다. 군 기밀처럼, 그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퇴계원 군부대 개발 사업 시행자는 시가 아닌 국방부이기 때문에 우리도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축구장 375개 ‘미지의 땅’... 年 3천억대 경제가치 ‘누수’ 모두가 삽을 뜨고 싶어하는 땅, 그러나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땅, 함부로 들어갈 수도 없는 ‘군 유휴지’ 이야기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당장이라도 개발하고 싶다”는데, 어디까지나 국가의 재산이기 때문에 누구도 섣불리 용도와 방향을 정할 수 없다.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 개발 인허가 절차, 대규모 땅을 매입·관리하는 데 투입되는 천문학적 예산 부담까지, 현실적으로 버거운 조건들이 첩첩산중이다. 도심 가까이 수백만㎡의 땅이 허허벌판인 채 놀고 있음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땅의 가치는 오르질 못하고 있다. ■ 아무도 모르는 미지의 땅 ‘군 유휴지’ 13일 국방부의 ‘2024 국방통계연보’에 명시된 ‘미활용 군용지 보유 현황’을 보면 2022년 기준 전국 군 유휴지는 1천317만㎡ 규모에 달한다. 이 중 수도권내 군 유휴지는 절반에 이르는 650만㎡(48%)로 파악된다. 국방부가 표현하는 ‘미활용 군용지’는 흔히 ‘군 유휴지’로 불리는 곳이다. 군(軍)이 사용하다 통폐합 및 이전으로 공터가 됐지만 개발 제한 등 규제로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되는 땅을 의미한다. 경기α팀은 해당 기사에서 이 땅을 ‘군 유휴지’로 표기하기로 했다. 군 유휴지에 대한 명확한 규모나 위치 등은 쉽게 파악되지 않는다. 앞선 통계도 ‘수도권’으로 한정돼 있어 어느 시·도, 시·군에 분포됐는진 알 수 없다. 대개 국방부가 소유하고 있는 국유재산이라 보안 등을 이유로 비공개 되기 때문이다. 지자체도 본인들의 시·군에 있는 군 유휴지 현황 파악을 못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세부적으로 경기도 어디에 어느 정도의 군 유휴지가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다만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했던 자료들에 따라 경기도에만 한정해 보면, 도내 군 유휴지 면적은 2022년 659만㎡에서 2023년 8월 473만5천㎡로 줄은 것으로 보인다. 국방연보통계로는 2022년 수도권 군 유휴지가 650만㎡인데, 같은 시기 경기도내 군 유휴지가 659만㎡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빚어져도 명확한 실태는 알기 어려운 데다가 신뢰도 또한 떨어진다. 국방시설사업법 등에 따라 국방부는 2년 주기로 군 유휴지를 파악하고 있다. 경기α팀은 ‘현재 경기도’의 군 유휴지만이라도 확인하고자 했다. 이에 국방부는 “현재(올해 5월 기준) 경기도내 미활용 군용지는 268만㎡ 규모”라고 간략히 답변했다. 결국 2022년 659만㎡부터 매년 약 200만㎡씩(약 60만평씩) 줄어드는 수준이다. 이렇게 줄어든 부지가 어디에, 어떻게 사용됐는지는 마찬가지로 ‘기밀’이라 공개되지 않았다. ■ 경기도 군 유휴지 90% ‘북부’ 밀집…연천>포천>동두천 순 경기α팀이 경기도 내 군 유휴지 규모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한정적이었다. 기존 군사시설 중 일부가 장기간 방치되거나 출입이 통제돼 온 만큼 정확한 현황 파악이 어려운 데다 국방부와 지자체 간 협의가 아직 진행 중이거나 군사적 보안을 이유로 대부분의 정보는 비공개였기 때문이다. 공신력 있는, 그리고 공식적으로 발표된 자료를 찾던 중 지난 2022년 10월 경기도의회에서 실시한 ‘민관군 상생협력 방안 모색 토론회’ 자료집에서 경기도내 군 유휴지 현황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를 조금이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완전하진 않지만 도내 군 유휴지 규모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유일한 근거였다.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군 유휴지 규모가 대략 파악된 곳은 17곳이라는 내용이다. 해당 17개 지자체 내 5천㎡ 이상 규모의 군 유휴지는 당시(2022년 10월) 기준으로 총 310개소, 면적은 약 453만㎡다. 다만 이 통계에는 5천㎡ 미만의 소규모 유휴지는 포함되지 않아 실제 전체 면적은 이보다 훨씬 넓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경기도가 분류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해당 지역군(고양·남양주·파주·의정부·양주·포천·동두천·가평·연천 해당, 구리는 자료 미취합 제외)에 위치한 군 유휴지는 총 277개소, 면적으로는 409만9천621㎡에 달한다. 이는 경기도 전체 군 유휴지의 90.4% 비중을 차지한다. 결국 도내 군 유휴지 10곳 중 9곳이 경기북부지역에 몰려 있는 셈이다. 기초자치단체별로 살펴봐도 군 유휴지 규모 상위 3곳인 연천, 포천, 동두천 모두 경기북부지역에 위치해 있었다. 연천군의 경우 무려 163개소의 군 유휴지가 존재했으며 총면적은 197만9천873㎡로 집계됐다. 이어 포천시 74만7천136㎡(41개소), 동두천시 51만1천850㎡(26개소) 순이다. 3기 신도시 조성 등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인 남양주시(41만802㎡, 20개소)와 파주시(22만5천893㎡, 8개소) 또한 군 유휴지가 여전히 다수 분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 年3천216억원 ‘누수’…앞으로 더 늘어날 수밖에 국토연구원은 도시 인근 유휴지의 경제적 활용 가치를 1㎡당 연평균 12만원 안팎으로 내다본다. 아무리 군 유휴지가 줄었대도 단순 환산하면 경기도내 방치된 군 유휴지(현재 268만㎡)는 연 3천216억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지역경제 입장에선 눈에 보이지 않는 누수이자 도시계획의 공백인 셈이다. 앞으로 군 유휴지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AI) 기반 무기체계의 도입 등 방위산업의 변화와 인구 감소 같은 사회 구조적 한계가 맞물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국방 경영 혁신 기조도 군 유휴지 확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는 국방개혁 기본계획(2014년), 국방개혁 2.0(2018년), 국방혁신 4.0(2023년) 등을 통해 부대 이전과 병력 감축, 주둔지 통폐합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특히 오는 2026년까지 전국 주둔지 약 260곳을 줄이겠다는 계획도 공식화된 상태다. 하지만 국방부가 공개하지 않는 한 유휴지의 세부 내용은 알기 어렵다. 경기도처럼 북한과의 접경지대에 위치한 강원도의 한 관계자는 “국방부 자료로는 해마다 강원도 군 유휴지가 줄어든다는데 저희는 더 늘어나고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강원도 역시 군부대 해체 및 이전, 병력 감소 등으로 군(軍) 측 변동이 있는 상황이라 유휴지가 증가하고 있는데 마땅한 활용 방법은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 노른자 땅, 어떻게 써야 할까… “지역개발 자원으로 기능해야” 군(軍)도 상황을 모르는 건 아니다. 도심 한복판 ‘노른자 땅’인 군 유휴지가 곳곳에 방치된 만큼 누가, 어떻게 써야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지난 2014년만 해도 기획재정부는 국가재정전략회의(4월30일)에서 대도시 주변 군 유휴지의 용도를 변경해 매각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단순히 군 부지를 폐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토지 자산을 국토 개발 자원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구상과 달리 군 유휴지를 ‘유휴지’로 간주하지 않아서 벌어지는 문제들이 있었다. 국방부 입장에선 ‘언젠가 쓸 수 있는’ 잠재적 군사 자산이기 때문에 매각이나 임대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구조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용어도 군 유휴지 대신 ‘미활용 군용지’가 쓰인다. 또 실제 개발에 나선다고 해도 토양 정화, 폐기물 처리, 기반 정비 등 기초 공사만 오랜 시일이 걸리고 예산도 수십억원이 투입된다. 이 외 ▲일부 부지는 규모가 너무 작아 실질적 개발이 어려운 점 ▲군 작전 중 사용된 물품이나 불발탄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빈번한 점 ▲군 유휴지를 대책 없이 풀었을 경우 ‘투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 등으로 보아 국방부로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땅을 땅답게’ 쓰는 것이 지역 균형발전의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군 유휴지가 지닌 용도의 특수성과 한계를 고려하되,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실효성 있는 활용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박정은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군 유휴지는 단순한 유휴 국유지가 아니라, 국방 전략·지역 정책·국유재산 관리가 교차하는 매우 복합적인 영역”이라면서 “특히 지역 간 균형 발전에 있어서 군 유휴지 활용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방부가 유휴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자체와의 협의 구조를 제도화해 지자체가 필요로 하는 시설을 유치하는 등 땅의 활용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관련기사 : 빈 땅만 남긴 '韓 군부대', 변화의 바람 '美 공여지' [軍 떠난 자리, 버려진 땅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713580276

교통사고 사망처럼… ‘고의적 자해’도 줄일 수 있다 [마음에도 안전벨트를 完]

고의적 자해 막을 마음에도 안전벨트를 전문가 제언 “교통사고 사망률을 낮춰왔듯, 고의적 자해율(옛 자살률)도 반드시 낮출 수 있다.” 최근 40년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인 교통사고 사망률, 그리고 그에 비해 증가세를 띤 고의적 자해율. 이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역별 특성에 맞춘 특화 정책 등을 통해 고의적 자해를 ‘정책적 우선순위’로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5일 안전치안점검회의에서 “우리나라 고의적 자해율이 높은데, 잘 살펴보면 예방 또는 감소할 여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발언한 만큼 향후 정책이 어떻게 달라질지 귀추가 모인다. 9일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은 “교통사고 사망률이 점점 줄어든 것은 교통법규 정비, 교통안전시설물 보완 등 많은 정책과 재원이 투입된 결과”라고 내다봤다. 실제 국내 교통사고 사망률은 1991년 역대 최대(31명)를 기록한 이후 2023년 현재 4.9명까지 감소했는데, 정부는 약 40년에 걸쳐 다양한 정책과 예산 등을 통해 사망률 감축에 노력을 기울였다. 이를 두고 황 이사장은 “고의적 자해 관련 정책은 (교통사고 사고 관련 정책과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정부가 자살예방기본계획을 통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공조직이나 전문가 참여만으로는 해결하기 역부족인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가장 중요한 건 고의적 자해의 원인을 사회·경제·계층·정신건강 등 복합적으로 나눠야 하는 건데, 현재 사회적 제도는 이를 완벽하게 해내진 못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보다 정교하고 다양한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이사장은 전국민 참여를 통한 ‘생명존중 문화운동의 확산’을 희망했다. 여기에는 민간기관의 참여 독려, 취약계층 지원 확대 등도 요구된다. 황태연 이사장은 “핀란드 등 해외 사례를 봤을 때 고의적 자해는 사회적 노력과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충분히 감소시킬 수 있다”며 “현장에서 보다 효과적인 정책 시행을 위해 인프라 확충 등 다방면의 지원이 필요하며, 재단 또한 실무자들을 적극 지원해 선제적 예방 정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중요하다는 의견은 꾸준히 제시됐다. 박소연 동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역시 “교통사고 사망률 감소는 교통체계 개선, 도로환경 개선, 교통안전 정책 연구 및 개발, 홍보 캠페인 등 정부의 다양한 정책 시행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고 판단한다”며 “반면 2023년 통계청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사망의 외인 사망률은 고의적 자해가 27.3명으로 가장 높았는데 이는 고의적 자해 예방이 아직까지 정책적 후순위에 머물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지속 가능한 국가적 예산 배분 ▲전문 인력 양성 ▲공공인식 개선 캠페인 강화 등이 절실하다고도 설명했다. 이어 “일본은 2003년 고의적 자해율이 정점으로 급증하자 2006년 자살대책기본법을 제정하고 국가 차원의 종합대책을 추진했다. 범부처 공동 대응체계 구축, 생활영역별 위험군 조기 발굴 및 개입 체계화 등으로 실제 일본 내 고의적 자해율이 낮아졌다”며 “우리나라도 이러한 사례를 참고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우선순위로 세워 범정부적 예방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효과적 정책 수행’을 위해서도 인력과 예산 수반이 필수불가결하다는 데 공감이 모였다. 전준희 화성시 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국내 고의적 자해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인 상황이지만 예산 등 실질적 투자와 큰 격차가 있다”며 “20여년 가까지 현장에서 이런 부분을 계속해서 이야기했지만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관련 정책이 조금씩 발전하고 있지만 연간 1만여명이 넘는 국민이 고의적 자해로 사망하는 상황에서 발전 속도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대한 인구당 설치 기준이 있는 것처럼 자살예방센터도 기준이 필요하며 예방센터 운영 방식도 부설이 아닌 독립된 센터로 운영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현재 직원 1명이 20~25명의 대상자를 관리하는 것도 인력 증원을 통해 관리대상을 줄여 효과적인 예방책 시행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개선해야 하며 이를 위해 예산, 인력 등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전했다. 끝으로는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의 필요성’이다. 이은진 한국자살예방협회 대외협력위원장(수원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정책이 수행돼야 효과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봤다. 이 위원장은 “고의적 자해는 사회적 관심과 노력으로 충분히 줄일 수 있는 문제”라며 “고의적 자해는 환경 요인에 따라 발생한다. 그로 인해 1인당 4억900만원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초래되고, 시도로 인한 후유증이나 유족의 정신질환 등까지 고려하면 그 비용은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자살예방기본계획에 따라 실효성 있는 정책들을 추진하곤 있으나 미미한 예산으로 인해 정책 실행에 많은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며 “대통령 직속 고의적 자해 예방 조직을 신설하고 과감한 예산 투자가 선제돼야 자살예방기본계획에 따른 사망률 감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이은진 위원장은 “고의적 자해는 실업률, 상대적 빈곤율 등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만큼 경제 악화로 인한 재정적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한 상황”이라며 “특히 지역별 고의적 자해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예방사업은 지역 내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조치이기 때문에 정부는 지역별 정책 추진을 위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교통 사망 추월한 '고의적 자해' 비극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15580265 교통사고 사망 ‘브레이크’... 고의적 자해 ‘가속 페달’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15580260 발빠른 예방 대책… ‘고의적 자해’ 줄였다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③] https://kyeonggi.com/article/20250616580409 노인·장병 특화… ‘고의적 자해’ 예방 집중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④]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22580288 지역 관심이 생명 지킨다…경기서부권 적극 예방 활동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⑤]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30580456 고의적 자해 연결고리 끊어… 삶의 기회 주는 ‘경기중부’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⑥]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706580279 마을 공동체 회복… 경기 동부권 ‘고립감’ 없앤다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⑦]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708580221

마을 공동체 회복… 경기 동부권 ‘고립감’ 없앤다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⑦]

고의적 자해 막을 마음에도 안전벨트를 경기 동부권 예방 활동 경기 동부권의 키워드는 ‘도농복합’이다. 일부 지역은 강원도·충청북도와 맞닿고 있는데 그만큼 ‘수도권 규제’로 인한 고통이 상존한다. 옆 동네는 개발 중인데 우리 동네는 ‘경기도’라는 이유로 개발이 이뤄지지 못해서다. 급격한 도시화 과정에서 기댈 수 있는 건 ‘마을 공동체’ 밖에 없었다. 그래서 경기 동부권의 고의적 자해 예방을 위한 활동은 대개 ‘고립감 해소’에 시선을 두고 있다. 8일 경기알파팀은 ‘권역별 분석’의 마지막으로 경기 동부권을 전한다. 경기 동부권은 용인시, 성남시 등 사실상 남부권에 가까운 지역과 함께 광주시, 이천시, 양평군, 여주시 등을 묶었다. 총 6개 지자체다. 통계청 사망원인통계를 통해 파악한 경기 동부권의 지난 2023년 고의적 자해율은 인구 10만명당 평균 25.8명이었다. 관련 통계가 처음으로 집계된 1998년(25.0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1998년 당시 경기 동부권의 고의적 자해율은 25.0명으로 도내 5개 권역 중 가장 높았다. 1980년대 말부터 분당 신도시 등 대규모 택시 개발이 이뤄지면서 상대적 박탈감과 정주 여건 격차를 느낀 사람이 많았던 점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이후 경기 동부권은 2001년 역대 최저 기록인 18.0명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오르며 2023년엔 25.8명으로 30여년 전과 유사한 수준에 이르렀다. 다만 최근에는 북부·서부권 등의 수치가 더 높아져 동부권은 ‘1위’에서 벗어나게 됐다. 상대적으로 경기 동부권의 고의적 자해율이 크게 늘지 않은 이유는 ‘공동체 중심’의 예방 활동이 꼽힌다. 1980년대 산업화로 인한 고도성장, 1990년대 통신 및 교통수단 발달 등으로 인해 ‘공동체 문화’가 점차 사라졌는데, 비수도권과 밀접한 경기 동부권은 도농복합 지역으로 아직 ‘마을’ 중심의 유대감이 남아있어서다. 실제로 경제발전 시기에 전국적인 고의적 자해율이 계속 높아졌던 만큼, 경기 동부권은 과거 공동체 문화를 통해 고의적 자해율 감소의 해답을 찾기로 했다. 대표적으로는 ‘아파트 단지 중심 안전으뜸마을(성남)’, ‘생명사랑 마을공동체 이웃사촌 프로젝트(여주)’, ‘노인 대상 마음새 프로그램(용인)’ 등이다. 또 이천시와 양평군의 ‘생명존중 안심마을’ 사업 진행으로 마을 단위 공동체 문화 확산도 고의적 자해 감소에 노력하고 있다. 경기 동부권 한 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고의적 자해 예방을 위해 농촌 지역 실정에 맞춰 마을 주민간 서로의 안위를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으며, 일부 사업은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되기도 했다”며 “마을 단위 사업을 지역 내 민간 협력 사업으로 확장해 다양한 기관과 함께 풀어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협력을 더욱 늘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웃사촌끼리 서로 돌봐주며… 하나 되는 ‘경기 동부 간략하게 경기 동부권 내 지자체들의 고의적 자해율을 짚는다. 전반적으로 용인, 성남, 광주, 이천은 증가세고, 양평, 여주는 감소세다. 1998년 성남의 고의적 자해율(13.1명)은 권역 내 최저치였다. 용인(19.4명), 광주(22.2명), 이천(24.8명), 양평(35.6명), 여주(34.7명)에 비하면 한참 낮았다. 하지만 도시 성장 및 인프라 개발과 함께 이러한 기류에 변화가 생겼다. 2023년에는 ▲용인 23.5명(1.3명 ↑) ▲성남 24.1명(11.0명 ↑) ▲광주 29.5명(7.3명 ↑) ▲이천 27.1명(2.3명 ↑) ▲양평 19.5명(16.1명 ↓) ▲여주 30.9명(3.8명 ↓) 이 된 것이다. 경기알파팀은 ‘도시 급성장’과 ‘공동체 문화 감소’에 영향이 있다고 봤다. 실제로 고의적 자해율이 상승한 도시들은 1인가구가 늘었고, 하락한 지역은 그 반대였다. 보건복지부의 ‘2023 자살실태조사’ 결과만 봐도 2인 이상 가구에서 고의적 자해를 생각한 비율(13.7%)보다 1인 가구에서 그를 생각한 비율(18.7%)이 더 높다. ■ 마을공동체 ‘이웃사촌’ 통해 어려운 ‘짝꿍’ 돕는 여주 경기 동부권에서는 실제로도 ‘공동체 문화 확산’을 통한 고의적 자해 예방에 주력하고 있었다. 마을 단위 공동체 정신을 통해 이웃끼리 서로를 돌봐주는 문화를 만들자는 뜻이다. 첫 번째로 지역 네트워크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은 여주시였다. 여주시는 지난 2013년 농촌형 노인자살예방사업으로 생명사랑 마을공동체 ‘이웃사촌’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장 등 마을 관계자들과 지역 노인 간 짝꿍을 맺어 주민 스스로 마을 내 고의적 자해 고위험군을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이웃사촌’ 프로젝트는 노인들의 우울감, 고립감 해소에 큰 역할을 했다.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했던 2013년 여주시의 고의적 자해율은 인구 10만명당 38.7명이었으나, 사업이 점점 가동하기 시작하면서 2015년엔 고의적 자해율이 30.9명으로 크게 줄었을 정도다. 공동체 문화 형성을 통한 고의적 자해율 감소 효과를 거둔 여주시는 2016년부터는 ‘동행-동네방네 행복만들기’ 사업으로 지역 전체로 조성 범위를 넓혔다. 여주시자살예방센터를 중심으로 지역 내 의료기관, 노인복지관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매년 1~2회 생명사랑검진을 통해 고위험군 조기 발굴부터 치료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이 사업은 보건복지부의 생명존중안심마을로 통합돼 운영되고 있다. 고승아 여주시자살예방센터 생명존중팀장은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마을 공동체 의식 회복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 마을 단위 예방책을 실시했다”며 “사업 시행을 통해 노인들의 우울감과 고독감이 크게 완화됐으며, 이웃 간 돌봄체계 조성으로 위험군 조기 발굴 등 고의적 자해 예방에도 공동체 의식 회복이 큰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 대도시 ‘성남’은 아파트 단위 예방책 모색…‘안전으뜸마을’ 대표적 도시화가 진행된 성남시는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공동체 문화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첫 선을 보인 ‘안전으뜸마을’ 사업은 성남시 내 임대아파트 등 고의적 자해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성남시는 마을 단위 평가 등을 거쳐 5층 이상 단지를 중심으로 고의적 자해 취약지역을 선정했고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적극적 홍보활동을 펼쳤다. 문화 조성에 있어 관 주도의 정책 시행보다 입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안전으뜸마을로 선정된 아파트의 경우 관리사무소 내 현판을 비롯해 옥상 열쇠보관함이 설치되며 옥상 출입문과 복도 창문에 고의적 자해 예방 안내 문구 부착과 입주민 대상 생명지킴이 양성 교육이 이뤄진다. 성남시의 노력에 시민들도 적극적으로 문화 조성에 동참했고 2018년 2곳이던 안전으뜸마을은 지난해 20곳까지 증가했다. 특히 사업 첫 해 25.7명이던 고의적 자해율은 2021년 19.1명으로 낮아졌다. 성남시는 사업의 효과가 지속될 수 있도록 안전으뜸마을을 대상으로 매년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으며 필요시 상담을 연계한 지원까지 펼치고 있다. 김미영 성남시자살예방센터 자살예방팀장은 “성남의 지역 특색을 살린 맞춤형 사업을 통해 관련된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에게 상담 등 고의적 자해 예방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며 “여러 고의적 자해 예방 사업을 통해 시민들이 우울증 등에서 벗어나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기알파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교통 사망 추월한 '고의적 자해' 비극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15580265 교통사고 사망 ‘브레이크’... 고의적 자해 ‘가속 페달’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15580260 발빠른 예방 대책… ‘고의적 자해’ 줄였다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③] https://kyeonggi.com/article/20250616580409 노인·장병 특화… ‘고의적 자해’ 예방 집중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④]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22580288 지역 관심이 생명 지킨다…경기서부권 적극 예방 활동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⑤]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30580456 고의적 자해 연결고리 끊어… 삶의 기회 주는 ‘경기중부’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⑥]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706580279

고의적 자해 연결고리 끊어… 삶의 기회 주는 ‘경기중부’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⑥]

고의적 자해 막을 마음에도 안전벨트를 경기 중부권 예방 활동 고의적 자해는 ‘음주 상태’이거나 ‘충동적 상황’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경기 중부권은 이러한 요인에 집중, 고의적 자해와 관련한 ‘수단’을 통제해 고의적 자해율을 감축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6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함께 2009년부터 2023년까지 8년간 진행한 ‘심리부검 면담 분석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안에는 고의적 자해자 100명 중 41명이 음주를 한 상태에서 사망(1인 가구의 경우 52명)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고의적 자해 시도자는 10명 중 9명이 ‘충동적’으로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고의적 자해와 ‘음주’, ‘충동’은 관련이 깊다. 이에 경기 중부권에서는 고의적 자해에 미치는 ‘요인’과 ‘수단’을 통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경기α팀은 이러한 경기 중부권으로 안양시, 하남시, 광명시, 군포시, 의왕시, 과천시 등 6개 지역을 묶었다. 통계청 사망원인통계에 따라 분석한 결과 경기 중부권의 고의적 자해 사망률은 지난 2023년 18.6명으로 전국 평균(27.3명)에 비해 월등히 낮았다. 특히 관련 통계가 처음으로 집계됐던 1998년의 경우는 14.3명으로 경기도 내 5개 권역 중 유일하게 ‘10명 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간중간 경제위기 등에 따라 2010년 25.5명까지 상승하는 등의 증가세가 보이긴 했으나, 다시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2022년부터 ‘10명 대’를 유지하는 중이다. 특히 주목되는 곳은 의왕시다. 의왕시는 1998년 15.7명에서 2023년 13.9명으로, 경기도에서도 가장 낮은 고의적 자해율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대표 사업으로는 지역 약국과 함께하는 ‘생명사랑약국’과 ‘마음건강의원’ 등이 있다. 같은 시기 과천은 9.8명에서 16.4명, 안양은 16.6명에서 18.0명, 광명은 11.1명에서 20.9명, 군포는 13.5명에서 21.3명, 하남은 19.3명에서 20.8명으로 증가했다. 대체적으로는 오름세이긴 해도, 전국 평균은 하회하는 권역이다. 지역 내 관계자들은 고의적 자해 시도 확률 등을 높일 수 있는 ‘알코올’ 같은 중독성 물질에 대한 수단을 통제하고, 치료를 지원한 것이 유효했다고 분석한다. 경기 중부권 한 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음주의 경우 고의적 자해 의향을 높이는 수단인 만큼 알코올 관련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시행해 건전한 문화 형성과 더불어 의향 감소에 노력하고 있다”며 “다양한 예방책을 통해 고의적 자해 시도가 아닌 회복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의적 자해를 줄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수단 통제’다. 판매점에서 관련 수단이 덜 부각되도록 진열 순서를 바꾸거나, 일상 속에서의 음주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나서는 식이다. 경기도 안에서는 특히 경기 중부권이 이러한 활동을 주력했다. 우울·중독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과 고의적 자해의 연결고리 자체를 끊어 새로운 삶을 위한 기회를 만들어주겠다는 취지다. 경기α팀은 중부권으로 엮은 안양시, 하남시, 광명시, 군포시, 의왕시, 과천시의 주요 예방 사업을 살펴봤다. ■ 사각지대 ZERO, 광명시 ‘생명사랑 실천카’ “가스 유출이 감지되었습니다.” 광명시의 한 주차장에서 취재를 위한 가상 실험을 해봤다. ‘고의적 자해 수단 중 하나를 차 안에서 이용할 경우’를 가정하는 내용이다. 해당 수단을 차 안에서 이용하면, 미처 차 밖으로 빠져나오기도 전에 곧바로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 소리는 ‘사이렌’을 비롯한 여러 가지 소리로 구성됐다. 귀가 아파 차량 안에 있기조차 힘들 정도인데, 차량 밖으로 나와도 주목을 끌 수밖에 없는 ‘요란함’이다. 이 차량 조수석에는 일산화탄소 감지기가 설치돼 있다. 감지기가 가스를 인식하면 큰 알림음을 통해 탑승자들의 대피를 유도하게 된다. 이는 고의적 자해를 막기 위해 광명시가 올해부터 선보인 ‘생명사랑 실천카’다. 통상 고의적 자해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은 ‘숙박업소’다. 그리고 또 다른 한 곳이 ‘렌터카’다. 광명시는 숙박업소와 달리 렌터카는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 것을 알고 올해 전국 최초로 개선에 나섰다. ‘생명사랑 실천카’ 사업을 시행하기 앞서 자체 실험을 진행하며 작동 시간, 설치 장소 등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결정했다. 지금 광명시는 지역 렌터카업체와 협약을 맺고 생명을 지키는 ‘실천카’ 10대를 운행 중이다. 이 차량들에는 감지기 외에도 고의적 자해 예방 상담을 안내하는 스티커가 비치돼 있다. 김현진 광명시자살예방센터 상임팀장은 “올해는 지역 내에서 10대가 운영 중이지만 향후 50대 이상까지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러한 사업처럼 ‘수단 통제’ 방식이 광명시 생명존중 문화 조성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지역 내 사각지대가 없는지 살펴보고 정책에 반영해 더 많은 시민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 ‘술’에서 시작되는 고의적 자해 더는 안돼 과천시는 ‘음주’와 고의적 자해의 연결고리를 끊는데 노력하고 있다. 알코올이 고의적 자해와 깊은 연관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고위험군을 발굴하고, ‘음주’까지의 수단을 통제하는 데 집중한 것이다. 지난 2019년 과천시는 부설 자살예방센터 개소와 함께 자살예방 시스템 확충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대표 정책으로 알코올 자살예방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센터 등록 관리대상자 중 알코올 관련 고위험군을 발굴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미술 등 다양한 치료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첫 해에는 알코올 및 고의적 자해 고위험군 32건을 발굴했고, 사례관리 349건을 달성했다. 시는 지속적인 노력으로 지난 2023년 고위험군 33건 발굴, 사례관리 516건 등 효과를 거뒀다. 사업 시행 첫해 과천시 내 고의적 자해율은 인구 10만명당 24.4명이었는데, 5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23년에는 16.4명까지 크게 줄어들었다. 이후로도 과천시는 ‘수단 통제’ 방식을 강화하기로 했다. 올해부터는 센터에 등록된 관리대상자를 중심으로 한 기존 방식에서 유관기관 신고를 통해 대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변화시켜 더 많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관련 사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관내 소방서, 군인, 직장인 등 음주사용량이 많은 직군을 대상으로 음주폐해와 고의적 자해 예방 강좌를 실시해 건전한 음주문화 확산 및 생명존중문화를 조성하고, 생명지킴이 양성교육을 병행해 촘촘한 안전망 구축에 노력한다. 김미숙 과천시자살예방센터 자살예방팀장은 “저희 지역은 잘못된 음주문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고의적 자해 예방에 노력하고 있다”며 “중독자 외에도 그들 가족의 회복까지 진행해 더 많은 시민들이 중독에서 벗어나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경기α팀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교통 사망 추월한 '고의적 자해' 비극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15580265 교통사고 사망 ‘브레이크’... 고의적 자해 ‘가속 페달’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15580260 발빠른 예방 대책… ‘고의적 자해’ 줄였다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③] https://kyeonggi.com/article/20250616580409 노인·장병 특화… ‘고의적 자해’ 예방 집중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④]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22580288 지역 관심이 생명 지킨다…경기서부권 적극 예방 활동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⑤]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30580456

지역 관심이 생명 지킨다…경기서부권 적극 예방 활동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⑤]

고의적 자해 막을 마음에도 안전벨트를 경기 서부권 적극 예방 활동 고의적 자해자 100명 중 96명이 사망 전 경고 신고를 보낸다. 하지만 이 신고를 주변에서 알아차리는 건 23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심리부검 면담 분석(2015~2023년)’ 결과에 나오는 내용이다. 관(官)의 의지나 정책의 방향도 중요하지만, 고의적 자해율을 낮추기 위해선 ‘시민의 관심’도 절실하다. 그 일환에서 ‘경기서부권’은 예방 활동을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높은 곳으로 분석된다. 30일 경기α팀은 고양시, 부천시, 시흥시, 파주시, 김포시 등 5개 지역을 ‘경기서부권’으로 나눠 고의적 자해율 예방 관련 정책을 살펴봤다. 통계청 사망원인통계를 통해 확인한 이 지역 고의적 자해율은 지난 2023년 기준 26.0명으로 전국 평균(27.3명)보다 낮았다. 경기서부권에 포함된 지역 대부분은 ‘높은 인구밀도’를 자랑한다. 인구밀도는 1㎢당 인구수로, 2020년 기준 부천의 인구밀도가 1만5천311명으로 가장 높았고 고양 4천25명, 시흥 3천586명, 김포1천713명 순이었다. 경기도 평균 인구밀도(1천316여명)보다 대부분 높은 수준이다. 인구가 집중됐다는 이 부분이 지역주민들의 ‘적극적 예방 활동 참여’의 밑바탕이 됐다. 이웃간 돈독한 관계가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실제 활동으로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경기서부권의 고의적 자해율은 지난 1998년 21.3명으로 전국 평균(18.6명)에 비해 다소 높았다. 하지만 이듬해 13.2명으로 전국 평균(15.1명)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한 후 대체적으로 전국 평균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자체별로 보면 통계 집계 첫 해(1998년)부터 현재(2023년 기준)까지 고양, 부천, 시흥은 전반적으론 상승세를 보였으나, 파주와 김포는 하락세였다. 해당 기간에 한정하면 ▲고양 12.8명→23.4명 ▲부천 10.6명→26.5명 ▲시흥 17.7명→27.6명 등은 고의적 자해율이 늘었고, ▲파주 28.1명→27.7명, ▲김포 37.3명→24.6명 등은 줄었다. 소폭 증가한 지역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경기서부권은 전국 평균에 근접한 고의적 자해율을 보이고 있다. 이 뒤에는 지역민의 노력이 있었다. 시민들 기반 안전망을 구축하고 이를 통한 고위험군 발굴부터 인식 개선 활동까지 예방정책 전반에 참여하며 효과성을 향상시킨 점이 유효했다. 경기서부권 한 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시민들이 지역사회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바탕으로 헌신적으로 활동에 참여해 큰 도움을 받고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지역민들이 고의적 자해 예방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경기서부, 가까운 이웃이… 마음 아픈 이들 먼저 돕는다 “당신의 작은 관심과 도움,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습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고의적 자해 고위험군을 돕기 위한 캠페인 당시 썼던 문구다. 주변인들의 관심이 고의적 자해 예방은 물론 고위험군을 조기에 도울 수 있다는 취지다. 경기서부권은 고의적 자해 예방의 주체를 ‘센터’에서 ‘시민’까지 확대해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 어려움을 겪는 시민을 시민이 먼저 알아채고 관련 기관이 돕는 구조를 정착시킴과 동시에 고의적 자해가 개인의 문제라는 잘못된 인식을 개선을 목표로 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시민의 참여를 통한 일상 속 예방 활동을 실천해 지속가능한 예방 정책 체계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지자체 정책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 시흥, 지역사회 사랑이 생명 사랑으로 어느 권역이건 지역마다 다른 특색을 보이기 마련이지만 경기서부권은 고의적 자해 예방을 위해 ‘주민과 동행’한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파주시는 지역 택시 업체들과의 협약을 맺고 고의적 자해시도자의 응급실 접근성을 높인 ‘마음 동행 택시’ 사업을 진행 중이며, 부천시는 편의점주들의 적극적 참여 속 ‘생명사랑 실천편의점’ 사업을 통해 고위험군 발굴을 시행 중이다. 시흥시의 경우는 ‘생명사랑 지킴이단’을 통한 활동이 눈길을 끈다. 지난 2013년 시민 게이트키퍼 양성 교육을 이수한 시민들을 중심으로 20여명 규모로 구성된 이 봉사단은 단원 모두가 지역사회에 큰 관심을 쏟는 중장년층으로 구성돼 다양한 활동으로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노력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 캠페인 참여자 역할에서 벗어나 교육 이수를 통해 상담 등 전문적 영역까지 활동범위를 넓혀갔다. 정신건강 이동 상담과 고위험군 발굴 등 직접적으로 개입할 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고의적 자해에 대한 인식 개선 활동 등 시민소통도 담당한다. 특히 자살예방센터 방문을 망설이는 시민들의 센터 방문 및 관련 프로그램 연계까지 도맡고 있다. 가까운 이웃이 먼저 심리적으로 어려운 이들을 돕겠다는 취지다. 또 다른 활동으로는 고의적 자해 수단 차단과 모니터링 활동이 있다. 지역민의 봉사를 주축으로 한다. 시흥시는 2015년 전국 최초로 ‘고의적 자해 예방 문구가 적힌 매개체 차단 상자’를 제작해 보급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봉사단’과 함께 해당 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이 봉사단원들은 매월 2회씩 고의적 자해 관련 매개체를 판매점 등을 방문해 예방 교육을 진행하며 직접 매개체 차단 활동도 병행한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시흥시자살예방센터로 연계된 위기 사례도 존재해왔다. 이들의 노력으로 ‘이웃’을 구하고 있는 셈이다. ‘시민 게이트키퍼’와 ‘고의적 자해 수단 차단 사업’ 전후의 시흥지역 내 고의적 자해율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통계청 사망원인통계를 통해 확인한 결과 지난 2013년 30.7명을 기록했던 고의적 자해율은 2015년 28.8명, 2016년 24.4명 등으로 나타났다. 지역민의 관심과 노력을 기반으로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이기연 시흥시자살예방센터장은 “저희 봉사단원 중에는 경기도에서 자원봉사상을 받을 만큼 지역사회를 위해 노력하시는 분도 계신다”며 “봉사단의 활동은 고의적 자해 예방과 생명사랑을 알리는 단순 활동에서 벗어나 ‘낙인감’을 줄여 시민들이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하는 것이기에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청년 주도 예방 콘텐츠…차별화된 고양 정책 밑거름 지역자치단체나 특정 기관에서 주도하는 게 아닌, 시민이 정책 수립 단계에서부터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지역도 있다. 고양특례시 이야기다. 특히 고양의 고의적 자해 예방은 ‘청년’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정책을 선보인다. 지난 2023년이었다. 고양시는 전국적으로 청년층의 고의적 자해율이 높아지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고민에 나섰다. 그렇게 시작된 게 ‘청년공작단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는 고의적 자해 관련 예방 정책을 수립할 때 ‘청년층’이 직접 의견을 개진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올해 청년공작단(3기)만 봐도, 고양시가 선발한 20~35세 청년 10여명이 관련 콘텐츠 기획부터 홍보까지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아이디어가 고의적 자해 예방을 위한 카드뉴스와 영상 등으로 제작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에게 전파된 식이다. 청년공작단이 제작에 참여한 고의적 자해 예방 홍보 영상은 관내 오피스텔 미디어보드를 통해 각계각층에 전달됐고, 수많은 시민들에게 희망을 전했다. 특히 이들의 활동은 새로운 정책으로도 이어졌다. 참여 청년들은 관 중심의 일방적 정보 전달 정책의 개선을 요구했고, 요구가 받아들여져 시민들이 궁금해할 고의적 자해 예방책, 관련 징후, 지원의 효과성 등 정보가 담긴 블로그가 개설됐다. 올해에는 실제 상담 등을 받은 후 이를 수기로 작성해 상담 등 지원을 꺼려하는 시민들의 참여도 독려할 계획이다. 이현화 고양시자살예방센터 상임팀장은 “고의적 자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하는데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로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시민들의 참여로 정책을 다양하게 수립해 차별화된 정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교통 사망 추월한 '고의적 자해' 비극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15580265 교통사고 사망 ‘브레이크’... 고의적 자해 ‘가속 페달’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15580260 발빠른 예방 대책… ‘고의적 자해’ 줄였다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③] https://kyeonggi.com/article/20250616580409 노인·장병 특화… ‘고의적 자해’ 예방 집중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④]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22580288

노인·장병 특화… ‘고의적 자해’ 예방 집중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④]

고의적 자해 막을 마음에도 안전벨트를 경기북부권 지원 정책 분석 경기도에서 초고령화가 가장 빨리 진행 중인 북부지역은 고령인구 만큼 군(軍)의 밀집도 또한 높다. 건강 악화 및 노동·경제력 상실감을 호소하는 노년층, 입대 등으로 감정 변화를 겪는 청년층, 두 상반된 그룹이 고의적 자해와 관련한 위기에 놓일 수 있기 때문에 경기북부권은 이들에 대한 특화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2일 경기α팀이 통계청 사망원인통계를 통해 파악한 경기북부지역의 고의적 자해율은 지난 2023년 31.8명으로 전국 평균(27.3명)보다 높았다. 여기서 경기북부지역은 남양주시, 의정부시, 양주시, 구리시, 포천시, 동두천시, 가평군, 연천군 등 8곳으로 분류했다. 인구가 적은 이들 지역에 고의적 자해율이 높다는 건 ‘위험한 지역’이라는 의미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인구가 적어서 고의적 자해율이 높게 집계되는 부분이 있다. ‘고의적 자해율’이 ‘인구 10만명’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서다. 경기북부권의 관련 통계는 1998년 24.0명을 기록하며 남부권(21.5명)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점점 증가세를 보여 2009년 39.7명으로 집계 이래 최대치를 기록하고, 2023년엔 31.8명이 됐다. 고의적 자해 당사자들이 증가한 것 외에도 ‘인구’ 자체가 빠져나가 절대적 인구 수의 차이가 나다 보니 경기북부권의 고의적 자해율이 높게 기록된다는 해석이다. 그나마 양주시와 연천군의 고의적 자해율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감소세’였다. 양주시의 경우 1998년 32.5명을 기록한 후 2012년 39.2명으로 역대 최다 고의적 자해율에 이르렀다. 하지만 점점 감소해 2023년엔 31.4명으로 줄었다. 연천군도 1998년 32.9명 이후 2005년엔 60.5명까지 가파르게 치솟았다. 하지만 2023년엔 31.3명까지 떨어졌다. 그 가운데에는 노년층, 군장병 등을 위한 ‘맞춤형 정책’이 있었다. 양주시의 ‘마음챙김 노인대학’, 구리시의 ‘똑똑! 안부 확인’, 남양주시의 ‘찾아가는 마음 돌봄’, 연천군의 ‘마음심기’ 등이 대표적이다. 경제적·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 연령층을 대상으로 조기에 검사 및 상담 등을 진행해 고의적 자해 의향에서 실제 행위 시도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겠다는 내용이다. 경기북부권 한 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노년층, 군장병 등 고의적 자해에 대한 위험도가 높은 연령층을 상대로 조기 개입을 통해 자해율을 낮추는 데 노력하고 있다”며 “사업을 통해 쌓은 정보 등을 통해 지역 특성을 고려한 정책을 추진해 더 많은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북부 맞춤 정책 다변화… ‘고의적 자해’ 위험군 발굴 전화벨이 울렸다. 계속 울렸다. 인터뷰를 시작하기도 전에 인터뷰가 끝났다. ‘긴급 상황’이 발생해서다. 지난달 중순께 경기α팀이 기획 기사 ‘마음에도 안전벨트를’을 준비하며 동두천시 생연동에 위치한 자살예방센터를 찾았던 날이다. 별다를 것 없는 평일, 평시라고 여겼는데 센터의 사정은 달랐다. 먼저 걸려온 전화를 끊으면 곧바로 다음 전화가 이어졌고, 센터 직원들이 바쁘고 조용하게 각자의 상담을 이어갔다. “관리대상자 한 분에게 긴급 상황이 발생해서 바로 외래 진료를 동행해야 해요”, 전화를 끊자마자 관계자는 서류 등 필요한 자료를 챙기고 황급히 현장으로 향했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날이 누군가에겐 힘들고도 벅찬 날이었을 테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고의적 자해 사례’가 늘 반복되는 날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 경기북부, ‘고의적 자해’ 예방 위한 老·軍 특화 활동…동두천 대표적 경기북부권의 고의적 자해율은 지난 1998년 24.0명으로 전국(18.6명)보다 높았다. 2023년까지도 꾸준히 전국 평균을 넘고 있다. 역대 최고치는 2009년 39.7명이었다. 경기α팀은 경기북부권으로 남양주시, 의정부시, 양주시, 구리시, 포천시, 동두천시, 가평군, 연천군 등 8개 지역을 추렸다. 이곳은 여타 권역에 비해 노인 인구비율이 높기 때문에 고의적 자해 예방 활동도 ‘노년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양주시의 ‘마음챙김 노인대학’, 구리시의 ‘똑똑! 안부 확인’, 남양주시의 ‘찾아가는 마음 돌봄’ 등이 대표적이다. 독특한 건 ‘군 장병’을 위한 활동들이다. 북부권 지자체들이 주요 군사도시 역할인 만큼 군 장병이 많은데, 그로 인한 고의적 자해 사망자도 많기 때문이다. 공공데이터포럼을 통해 확인한 군 내 고의적 자해율은 2011년 15.2명에서 2023년 12.3명으로 집계됐다. 소폭 감소하긴 했어도 여전히 10여명대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경기북부권에서는 군 장병을 위한 활동도 주력한다. 이 중 특히 집중한 지역은 ‘동두천시’다. 동두천시는 지난 2005년부터 10년 동안 군 내 고의적 자해 고위험군 발굴을 위해 병사를 대상으로 한 집단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신병교육대로 입소한 병사 200여명을 상대로 심리검사를 진행하고, 이를 통해 선별된 고위험군 병사 30여명을 그룹화해 1:1 상담으로 연계하는 내용이었다. 해당 장병이 자대 배치를 받아도 상담은 지속됐다. 이를 통해 군 입대로 인한 스트레스 등 어려움을 겪던 장병들이 관련 문제를 극복했다. 해당 기간(2005~2015년) 동두천시의 고의적 자해율은 45.7명에서 37.6명으로 줄었다. 이후 정책 다변화를 꾀한 동두천시는 고의적 자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고, 게이트키퍼 ‘생명지킴이’ 양성을 통한 더 많은 고위험군 조기 발견을 목표로 교육 중점 활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군부대 신청을 통해 이뤄지는 교육은 연 2회로 구성돼 스트레스 관리와 생명지킴이 양성 등 다양한 교육이 진행되며, 동두천을 넘어 타 지자체에 있는 군부대까지 교육 진행 요청까지 이어졌고 현재 각 지자체의 군 장병 대상 상담프로그램 마련의 발판이 됐다. 동두천시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통해 대부분 군장병들이 내면적 심리 치유와 더불어 고의적 자해 의향이 줄어들었다”며 “군 내부에도 고의적 자해에 대한 문제성을 인식해 적극적인 요청을 하는 만큼 군장병 지원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연천도 ‘보호관심병’ 중심으로 한 예방 활동 주력 경기북부권의 특성을 모두 살려 ‘노령층’과 ‘군 장병’을 아우르는 곳도 있다. 바로 연천군이다. 전국에서 가장 빨리 세워진 ‘정신건강복지센터’가 바로 이곳에 있다. 올해로 30주년을 맞는다. 그만큼 연천군은 일찍부터 정신 건강, 나아가 고의적 자해 예방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먼저 농촌지역 특성을 살린 ‘마음심기’ 사업 등 여러 활동을 이어오던 연천군은 2022년 지역 내 여러 특성을 담은 ‘보담’ 프로젝트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경제, 정신, 지역 등 다양한 특성을 고려해 연천군만의 고의적 자해 예방 특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추진된 내용이다. 이 사업은 추진 첫 해 지역 내 임대아파트를 중심으로 정신건강 지원을 펼쳤고 이듬해부터는 지역 내 군부대로 눈길을 돌려 장병을 대상으로 한 특화 활동을 전개했다. 관내 위치한 육군 제5보병사단과의 협력을 통해 막 입대한 훈련병을 비롯한 장병들을 대상으로 우울예방교육 등을 진행하며 고위험군 발굴에 노력한 것이다. 또 연천군은 의무대대와 맞손을 잡고 도움이 필요한 병사를 중심으로 심리지원 프로그램 ‘마인드키’ 사업도 병행했다. 초반엔 장병들을 대상으로 한 검사 및 예방 교육만 계획됐으나, 개입이 필요하다는 연천군자살예방센터의 적극적 설득으로 상담 등 ‘후속 지원’까지 이어지게 됐다. 결국 이는 군 안에서의 위험징후 발생 시 선제적 개입하도록 하는 일의 발판이 됐다. 이와 함께 연천군은 예방 활동의 효과성 증진을 위해 해당 병사가 제대 등으로 다른 지역 이동할 경우 해당 지역의 자살예방센터와의 연계까지 책임졌다. 그 외에도 지난해까지 ▲군 간부를 대상으로 한 심리지원, 스크리닝 사업 ▲1인 관사를 이용하는 장교 등을 대상으로 한 예방 캠페인 ▲1인 관사와 인근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고위험군 센터 프로그램 연계 등 ‘정책 세분화’를 통해서도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지난 2019년 45.8명을 기록한 고의적 자해율은 지난 2023년 31.3명으로 줄어드는 효과를 거뒀다. 아울러 올해부터는 군장병 등을 대상으로 우울검사 등 검진을 진행해 고위험군을 발굴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연 4회 상담 등 강화한 지원 프로그램 ‘마인드 리더, 쉼’ 사업을 시행 중이다. 정수진 연천군자살예방센터 상임팀장은 “지역적 특색을 살린 정책을 통해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과 군 장병 등을 지원하고 적응을 돕는 방향으로 고의적 자해 예방을 실시하고 있다”며 “고의적 자해 고위험군의 조기 발견과 더불어 정책 시행을 통해 얻은 자료 등을 기반으로 사업을 개선해 효과적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교통 사망 추월한 '고의적 자해' 비극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15580265 교통사고 사망 ‘브레이크’... 고의적 자해 ‘가속 페달’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15580260 발빠른 예방 대책… ‘고의적 자해’ 줄였다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③] https://kyeonggi.com/article/20250616580409

발빠른 예방 대책… ‘고의적 자해’ 줄였다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③]

고의적 자해 막을 마음에도 안전벨트를 경기남부권 지원 정책 분석 경기도는 대부분의 사회적 지표에서 늘 ‘1등’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시·군이 존재하고, 최다 인구가 거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의적 자해율(옛 자살률)’은 예외다. 2023년 기준 전국 17개 시·도별 고의적 자해율은 충남(36.5명), 강원(34.7명) 순으로 높았고 경기도는 전국에서 세 번째(25.1명)로 낮다. 어떠한 정책들이 경기도 고의적 자해율을 낮췄을까. 경기α팀은 지난 7일부터 이달 8일까지 한 달여간 고의적 자해 예방을 위한 경기도 내 31개 시·군별 지원 대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권역에 따라 정책의 차이점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에 경기도 31개 시·군을 ▲남부(6곳) ▲북부(8곳) ▲서부(5곳) ▲중부(6곳) ▲동부(6곳) 등 5개 권역으로 나눠 세부적으로 짚어봤다. 첫 번째 분석 대상은 ‘경기남부권’이다. 수원·화성·안산·평택·오산·안성시가 포함된 경기남부권은 지속적으로 인구가 유입되고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 성장이 빠른 비교적 ‘젊은 도시’다. 통계청 사망원인통계를 통해 파악한 지난 2023년 기준 경기남부권의 고의적 자해율은 인구 10만명당 평균 27.0명으로 나타났다. 시·군별 관련 통계가 처음으로 시작된 1998년 당시에 평균 21.5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약 30년 만에 1.26배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수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시 별로도 차이가 있다. 수원시, 안산시, 평택시, 오산시는 1998년부터 2023년까지 장기적 증가세를 보였던 반면, 화성시와 안성시는 비교적 감소세를 띠고 있다. 수원시의 경우 1998년 13.3명을 기록한 후 2000년 역대 최저치인 10.2명으로 집계되며 하락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이듬해 12.0명을 기록하며 다시 높아졌다. 2023년에는 22.4명을 기록, 1998년 대비 9.1명 증가했다. 안산시는 1998년 16.9명에서 2023년 32.9명(16명 ↑), 평택시는 15.6명에서 28.4명(12.8명 ↑), 오산시는 15.8명에서 29.7명(13.9명 ↑)으로 각각 늘었다. 반대로 화성시는 1998년 29.3명 집계를 시작으로 2003년 35.8명을 기록했으나 이후 줄어들어 2023년에는 20.1명으로 집계됐다. 안성시도 1998년 37.9명 이후 2009년 46.4명까지 치솟았으나 점차 감소세를 보이며 2023년 28.7명을 기록했다. 지역마다 변화 추이는 상이하지만 경기남부권에서 고의적 자해율이 ‘낮아지던 순간’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선도적 제도 도입이나 첫 시범 운영과 같은 ‘젊은 정책’, ‘선제 정책’이 두드러진 것이다. 경기남부권의 한 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경기남부권은 비교적 정책 기반이 잘 마련된 곳이라 자살예방 관련 사업도 조기에 안착할 수 있었다”며 “생애주기별, 문제유형별 등 고의적 자해 대응 체계가 세부적으로 고르게 잘 갖춰진 권역”이라고 말했다. ‘전국 최초’ 쏟아낸 남부권 정책들… 앞서가는 수원·화성 ■ 사람 많은 만큼 특성도 다양…사실상 ‘전국 지표 흐름’ 경기도 내 시·군별 고의적 자해율은 통계청 사망원인통계를 통해 공식적으로 1998년부터 집계 가능하다. 경기α팀은 최초 통계가 존재하는 1998년부터 가장 최근까지 갈음할 수 있는 2023년까지의 현황을 분석했다. 그리고 ‘경기남부권’을 필두로 ‘북부권’, ‘서부권’, ‘중부권’, ‘동부권’ 등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첫 순서를 경기남부권으로 정한 이유는 ‘전국 지표와의 유사성’ 때문이다. 2023년 한 해에만 한정해도 경기남부권의 고의적 자해율은 인구 10만명당 27.0명으로 경기도 평균(25.1명)보다 전국 평균(27.3명)에 가까웠다. 몰려드는 인구 수요, 그를 뒷받침하려는 대규모 택지 개발 등의 여건이 경기남부권의 핵심 포인트다. 경기남부권에서 유용했던 정책을 분석하면 전국적으로도 유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경기α팀은 수원시, 화성시, 안산시, 평택시, 오산시, 안성시 등 6개 지자체를 경기남부권으로 묶었다. 남부권의 고의적 자해율은 지난 1998년(21.5명), 전국(18.6명)보다 높게 집계된 이후로는 2023년까지 전국 평균 수준을 상회했다. 2009년 33.9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가, 2016년 24.1명으로 하락하면서 다시 전국 평균보다 낮아졌다가 하는 식이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주민이 있는 경기도, 그 안에서도 특히 인구가 밀집된 경기남부, 이러한 상황이 전국 지표에도 영향을 끼치면서 ‘정책’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경기남부권의 예방 대책이 전국적 예방 대책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 때문인지 경기남부권에서는 ‘전국 최초’, ‘첫 시범 운영’과 같은 선도적 제도가 시행된 사례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전국 최초 자살예방센터 설치’(수원·2001년), ‘전국 최초 지자체장 주도 자살예방 핫라인 상담전화 시스템 구축’(화성·2022년), ‘전국 최초 자체 정신건강 질문지 개발을 통한 고위험군 조기 발굴 및 개인별 맞춤 지원 체계 마련’(오산·2024년), ‘도내 유일한 보건소 직영 센터 운영을 통한 유관기관 협력 체계 및 AI를 활용한 정신건강 키오스크 자가검진’(평택·2024년) 등이 꼽힌다. ■ 韓 최초 자살예방센터 설립, 아시아 첫 안전도시 ‘수원’ 특히 주목할만한 ‘선도 도시’는 수원특례시다. 일단 전국 최초로 ‘자살예방센터’가 개소(2001년)한 지역이다. 이후 서울, 경기도, 강원도 등 전국적으로 광역 자살예방센터가 뻗어나갔다. 수원시의 선제적 대응은 타 지자체에 비해 우수한 정신질환 인프라와 전문 인력이 큰 몫을 했다. 이 같은 연유로 2002년에는 세계보건기구로부터 아시아 최초 안전도시로 공인 받았다. 수치로도 드러난다. 2004~2005년 전국 고의적 자해율이 0.9명 오를 때 수원시는 0.6명 감소했고, 2010~2011년 전국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던 시기에도 수원시는 0.4명이 줄었다. 센터 정규 인력 확충이나 유가족 요청에 따른 청소년 고의적 자해 예방 특별 예산 집행 등 정책 강화 시점과 맞물린 변화였다. 이 외에도 수원시 안에 다양한 선제적 활동이 있다. 생애주기별 구분에 따라 청소년, 청년, 성인으로 구분해 운영되는 3개의 자조 모임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푸른 마음’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청소년만을 위한 자조 모임으로 운영된다. 나이대 특성상 가족 구성원의 상실을 특히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점을 배려해, 다른 자조 모임과 달리 고의적 자해 외에도 일반 사별을 경험한 청소년까지 포용하는 식이다. 아울러 수원시는 ‘노인’도 안았다. 현재 전국에서 유일하게 ‘노인정신건강복지센터’와 ‘자살예방센터’가 별도로 존재하는 곳이 이곳 수원시다. 이를 통해 만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고의적 자해 예방 활동에도 집중 전개하는데, 초고령화 시대에 맞춰 개인적 특성을 고려한 전문적 예방 정책을 실현하겠다는 첫 기틀과도 같았다. 시는 이와 함께 올해 10주년을 맞은 지자체 단위의 유일한 추모 행사 ‘마음에 피는 꽃’을 통해 고인을 기억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유족은 물론 타지역 거주민 등 누구나 올 수 있는 추도식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한 이들이 함께 위안을 나누며 건강한 추모 문화를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이러한 노력 끝에 2010년 30.0명으로 최고점을 기록했던 수원시의 고의적 자해율은 2023년 22.4명으로 7.6명 줄었다. 수원시는 유가족 지원이 오랫동안 활발히 진행된 점을 인정 받아 ‘2022년 세계 자살유족의 날’에 단체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보건복지부의 표창을 받기도 했다. 백민정 수원시자살예방센터 상임팀장은 “우리 센터에는 10년 이상 장기 근속한 전문 인력이 다수 근무하고 있고, 생애주기별(아동·청소년, 성인, 노인) 센터 3곳과 문제유형별(자살예방센터,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센터 2곳, 행복정신건강복지센터 1곳 등 총 6개의 정신건강 관련 기관이 있을 정도로 정신건강 대응 체계가 고루 갖춰져 있다”면서 “지자체의 안정적 관심 등을 토대로 실제 지역민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역할을 강화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 다각적 ‘선도 정책’으로 고의적 자해율 ↓…예방 선도한 ‘화성’ 경기α팀이 경기남부권을 분석하며 수원시를 조명한 이유는 단순히 오래됐다는 상징성 때문이 아니다. 선도적이면서도 지속가능한 예방 정책이 현장에서 이뤄지면서 지역 주민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됐기 때문이었다. 그 맥락에서 주목한 두번째 지역은 화성특례시였다. 화성시가 ‘가장 먼저’ 했던 고의적 자해 예방 활동으로는 ‘생명존중 그린마을 사업’이 있다. 지난 2010년 전국 최초로 진행한 이 사업은 관내 농촌지역에 농약 안전보관함을 보급하는 내용이다. 도심지역에 비해 관련 고의적 자해 사례가 많은 점을 고려해, 개별 보관하던 농약을 시에서 설치한 ‘공공 보관함’에 보관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역 농민들은 사전 예방 교육을 받은 이장 등으로부터 보관함 열쇠를 수령한다. 이는 고위험군의 조기 발굴로 이어졌고, 마을 자체가 ‘고의적 자해 없는 마을’로 선정되는 성과도 낳았다. 사업 첫 해에는 화성 안에서 총 6곳이 참여했는데 현재는 16곳까지 늘어났으며, 전국적으로도 운영 중인 상황이다. 이 사업이 현장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화성시는 2014년 ‘생명사랑 실천가게 사업’을 통해 고의적 자해에 자주 쓰이는 매체를 취급(판매)하는 업체 35곳과 협력해 ‘수단 접근’을 통제하기도 했다. 그리고 수많은 ‘전국 최초’ 활동들이 쏟아졌다. 2018년엔 오후 6시 이후 공백이 있던 시스템을 개선한 24시간 정신건강위기 대응 시스템이 국내 처음으로 선보여졌다. 24시간 자·타해 위험에 대한 대응을 가능하게 하고, 고의적 자해 발생 시 현장 동행이 가능해져 신속한 고위험군 발굴 체계가 마련된 것이다. 또 2019년에는 화성시 정신건강복지센터 내 T.T존(울음방)을 설치, 감정해소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부정적 감정 해소와 고의적 자해 의향 감소 효과를 거뒀다. 이 또한 현재 전국에서 유일한 공간이다. 특히 2022년에는 전국 최초 지자체장이 주도한 ‘자살예방 핫라인’도 개설했다. 시는 접수된 내용을 토대로 매주 1회 사례보고를 진행하고, 민원인 맞춤형 복지시스템 연계와 사례관리 등 후속 절차와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아울러 화성시는 지난 2023년부터는 공공병상 3상을 확보해 운영하고 있다. 고의적 자해 고위험군, 시도자 등이 입원할 경우 관외병원 입원이 빈번한데 화성시는 관내 상시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을 확보해 즉시적 치료를 가능하도록 하고 가족 등과의 교류 기회를 보장해 치료 효과성을 향상시켰다. 그 노력의 결과, 2010년 27.1명이었던 화성시 내 고의적 자해율은 2023년 20.1명으로 줄었다. 화성시 각종 정책들의 장점을 반영해 보건복지부는 생명존중 안심마을 사업 등 전국적 예방책을 만들기도 했다. 전준희 화성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2005년께 정부가 고의적 자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한 이후, 이를 예방하기 위한 화성지역 내 다양한 정책적 시도가 있었다. 그 결과는 신규사업 발굴로 이어졌다”면서 “앞으로도 지역 특성을 살린 새로운 정책을 통해 보다 효과적 예방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교통 사망 추월한 '고의적 자해' 비극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15580265 교통사고 사망 ‘브레이크’... 고의적 자해 ‘가속 페달’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15580260

교통사고 사망 ‘브레이크’... 고의적 자해 ‘가속 페달’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②]

인구 10만명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미국에선 14.7명이, 일본에선 15.6명이 고의적 자해로 세상을 떠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2022년 ‘고의적 자해율(옛 자살률)’에 대한 통계다. 이때 우리나라에선 24.3명이 사망했다. OECD 평균보다도 2배 이상 높고, 세계적으로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교통사고 사망률은 점점 낮아지는데 고의적 자해율은 왜 높아져만 갈까. 이 간극에는 ‘정책’의 차이가 있다. 결과적으로 교통사고 사망률은 40여년에 걸쳐 다양하고 섬세한 제도로 감축해왔지만, 고의적 자해는 예나 지금이나 ‘개인의 몫’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강하다. ■ 교통사고 사망자 1991년 역대 최다…즉각 “대책 마련” 경기α팀은 국내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83년부터 최근(2023년)까지 40년간의 교통사고 사망률과 고의적 자해율을 분석했다. 각각의 내용을 비교한 결과 교통사고 사망률은 눈부신 감소세를 보였는데, 이면에 국가적 노력이 뒷받침 된 것으로 해석했다. 통계 집계 첫해였던 1983년 국내 교통사고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17.1명으로 집계됐다. 이후 1985년 18.4명, 1987년 17.3명을 넘어 1988년 27.5명으로 ‘20명대’를 넘어섰다. 경제 성장이 한창이던 당시 상황과 맞물려 차량 보급이 급증했지만 그만큼의 교통 안전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탓에 사망률이 증가하고, 증가하고, 증가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1991년엔 31.0명으로 역대 최고 비율을 기록했다. 당시 전국 교통사고 사망자수만 1만3천429명에 달한다. 1980년대를 넘어 1990년대에 진입하자마자 관련 사망률이 치솟자 정부는 발빠르게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국내 도로교통법상 처음으로 안전띠 착용 의무를 신설(1980년)한 데 이어, 앞 좌석까지 착용 대상을 확대(1990년)하며 ‘교통사고 사망률 감축’을 목표로 잡고, 제도 및 인식 개선에 나선 것이다. ■ 국가적 노력이 만든 기적…교통사고 사망률 ‘뚝’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1992년 26.6명, 1993년 23.5명, 1994년 22.6명, 교통사고 사망률이 소폭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류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과정에서 잠시 주춤하게 됐다. 국민들의 애환이 늘면서 ‘술’에 대한 소비가 늘자 1998년(19.6명) 이후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사망률은 1999년 20.1명, 2000년 21.8명으로 다시 20명대가 됐다. 이에 ‘21세기’ 초입에서 정부는 본격적인 대응책을 가동했다. 먼저 2000년엔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했다. 기존 음주운전 사고 발생건수가 ‘3건 이상’일 경우 운전자의 면허를 취소하던 제도를 개선, 사고 발생 여부와 관계 없이 ‘3회 이상’ 음주운전 적발 시 면허를 취소하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이때 면허취소자의 면허 재취득에서도 3년간 응시 자격을 제한했다. 이어 2001년에는 운전 중 주의 분산 등으로 인한 사고 발생을 막기 위해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고, 2002 FIFA 한·일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는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전국민을 대상으로 안전띠 매기 캠페인을 진행하며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을 병행했다. 이에 따라 교통사고 사망률 지표도 2001년 17.1명, 2003년 15.1명, 2005년 13.2명 등으로 하향 곡선을 그렸다. ■ ‘운전자 개인’ 넘어 전반적인 ‘교통 안전’으로 ‘안전띠’나 ‘음주운전’처럼 운전자 개인에 초점을 맞춘 정책 외에도 다양한 변화가 생겨났다. 2002년 12월 도로 환경을 재현한 자동차 주행시험장이 완공되면서 타이어 파열이나 제동장치 등에 대한 안전기준을 높였고, 2003년 1월 기존의 자동차 형식승인제도를 자기인증제도로 전환하면서 ‘리콜제도’가 안정기에 진입했다. 이러한 여파들 또한 ‘교통사고 사망률 감소’로 연결됐다. 2003년까지만 해도, 교통사고 사망률(15.1명)은 1991년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후 정부는 명확한 방향을 고수해갔다. 2008년엔 교통안전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제고하기 위해 교통안전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지역실정에 맞는 교통안전시책 추진했다. 또 기존 교통안전 제도 운영 시 발생하는 미비점을 개선하는 데도 방점을 찍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지역별 체계적인 안전관리와 실효성 있는 점검이 다소 부족했는데, 개선 이후 광역시·도 및 시·군·구 단위로 교통안전기본계획을 수립하는가 하면 각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을 수립·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뀐 것이다. 그 외 운전 중 DMB 등 영상 시청으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 사례가 증가하자 2013년 운전 중 영상물 수신·재생 장치 이용을 금지하는 한편, 조작 시에도 범칙금을 부과하며 강력한 처벌을 실시했다. 이러한 반향으로 국내 교통사고 사망률은 2010년 11.1명, 2015년 9.1명으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띠었다. ■ 정책도 시민도 함께…30여년 만에 80% ↓ ‘정책’을 통해 교통사고 사망률을 낮출 수 있음을 확인한 제도권의 노력은 꾸준히 보태졌다. 2016년엔 보행 사망자 감소를 위해 안전속도 5030 정책이 추진됐으며, 2018년에는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만 의무화 됐던 안전띠 착용이 전 도로로 확대 운영됐다. 또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문제 의식이 제기되면서 2019년엔 소위 ‘윤창호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죄)을 제정해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했고, 같은 해 어린이보호구역 내 어린이 보호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일명 ‘민식이법’(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상의 가중처벌)을 통해서도 지속적인 변화가 생겨났다. 그렇게 10여년 사이 9.1명(2015년), 6.5명(2019년), 5.3명(2022년) 등 통계 수치가 ‘뚝’ 떨어졌다. 특히 승용차 사망자에 한하면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감소율을 기록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2023년, 국내 교통사고 사망률은 4.9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달성했다. 최고치를 기록했던 1991년(31명) 대비 20% 수준에 그친다. 이 과정에서 정부 정책 외에도 지자체 차원의 지원책이 상존했다. 경기도와 인천광역시만 봐도 ▲어린이보호구역 내 CCTV 설치 확대 ▲보행자 신호등 시간 연장 ▲스쿨존 내 차량 제한속도 강화 등 다양한 정책들이 도입돼왔다. 황준승 도로교통공단 명예교수는 “1991년 교통사고 사망률이 최고치를 기록한 뒤 범정부 차원에서 교통안전종합대책이 시행돼 관련 사망자가 큰 폭으로 줄었다”며 “교통안전시설 안전도 향상, 운전자 의식 개선, 법 개정을 통한 처벌 강화, 안전교육 확대 등 정부의 정책적 시행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 연이은 경제 위기에 고의적 자해율 ‘껑충’ 이번엔 고의적 자해율에 대한 내용이다. 교통사고 사망률과 같은 시기로 한정해 살펴봤을 때, 통계 집계 첫해인 1983년 전국 고의적 자해율은 8.7명으로 교통사고 사망률(17.1명)의 절반 정도였다. 특히 1991년 교통사고 사망률이 31.0명으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일 당시 고의적 자해율은 7.3명으로 떨어지며 4배가량의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등 외부적 경제위기 상황이 닥치면서 고의적 자해율 수치는 서서히 증가하는 양상으로 전환됐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엔 18.6명으로 교통사고 사망률(19.6)명과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는데, 이후 교통사고 사망률이 감소세를 보인 것과 달리 고의적 자해율은 증가세를 보였다. 그렇게 2002년 18.0명에 이르면서, 같은 해 교통사고 사망률(15.2명)을 넘어섰다. 서로의 그래프가 교차하며 엇갈린 뒤로 고의적 자해율은 더 높게 치솟았다. ‘카드대란’이 일어난 2003년 22.7명을 시작으로 2004년 23.9명, 2005년 24.8명 등 꾸준히 세상을 스스로 등지는 이들이 늘었다. 2006년(22.0명)엔 예년에 비해 조금 줄긴 했으나 다시 이듬해인 2007년 24.9명으로 높아졌다. 고의적 자해율 그래프는 2008년 재차 크게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가계부채 증가, 실업률 증가 등이 겹치며 2009년 31.0명으로 급증하더니 2010년 31.2명, 2011년 31.7명 등 해마다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이후 고의적 자해율은 2012년 28.1명부터 2017년 24.3명까지 줄었다. 다만 2018년 26.6명, 2019년 26.9명, 2020년 25.7명 등 등락이 반복됐다. 2023년엔 인구 10만명당 ‘27.3명’인 상태다. ■ 법 제정, 센터 개설…제도권 노력 이어져 우리나라의 이 암울한 지표는 늘 사회적 문제로 대두돼왔다. 정부도 그 점을 인지하고 매년 고의적 자해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도권 움직임의 첫발은 2004년 처음으로 수립된 ‘제1차 자살예방 5개년 기본계획’이었다. IMF 이후 보건복지부가 주축이 돼 ▲생명존중문화조성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증진 및 고의적 자해 예방 ▲정신건강증진 및 우울증 예방 ▲고의적 자해 예방에 대한 연구지원 ▲전화 및 인터넷을 통한 고의적 자해 예방 체계 구축 등 10대 과제가 선정됐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고의적 자해율은 2004년 23.9명에서 2008년 26.0명으로 상승했다. 정부는 1차 계획의 정책범위가 ‘정신질환을 가진 개인’ 중심으로 한정돼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내다봤다. 그 뒤 본인들의 지원책 마련이 미흡했던 점, 중앙부처 및 지역간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하지 못한 점 등을 개선해 제2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세웠다. 이때는 범부처 참여를 중심으로 고의적 자해율 ‘20명 미만’이 목표였다. 이 외에도 정부는 2008년 2월부터 9월까지 민관합동 TF팀을 운영해 종합대책안을 마련하고, 민간 주도 대책 마련을 위한 자살예방대책추진위원회 회의를 2회 개최하는 등 여러 방면의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2011년에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을 제정하며 국가·지자체별 정책 추진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듬해에는 보건복지부에서 민간 위탁의 형태로 중앙자살예방센터를 개소했고, 2014년에는 중앙심리부검센터가, 2019년에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각각 새롭게 문을 열었다. 2021년부터는 이들 기관을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으로 통합해 고의적 자해 예방정책 총괄 기구로 운영하고 있다. 그렇게 정부는 제3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16~2020), 자살예방 국가행동 계획(2018~2022),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23~2027) 등에 나섰다. 이 기조에 맞춰 경기도 또한 지난 2011년 6월 ‘경기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7월 경기도정신보건사업지원단 자살예방TF를 구성, 11월 경기도자살예방센터를 개소하며 도내 생명존중문화 확산에 노력 중이다. 인천광역시도 2011년 3월 인천광역시정신보건센터(현 인천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내에 인천광역시자살예방센터를 설립해 운영을 시작한 후, 이듬해인 2012년 1월 ‘인천광역시 생명존중 및 자살예방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는 교통사고 사망률을 제도로 풀어왔듯 고의적 자해 또한 관련 제도를 통해 ‘변곡점’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법적, 제도적 인프라 확충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 그럼에도 계속 늘어나는 수치…"예방책 손질 필요" 각종 노력이 무색하게 고의적 자해율은 돋보이는 감소세를 이끌어내진 못했다. 교통사고 원인에 비해 고의적 자해의 사유가 복합적이고 개별적인 데다가, ‘정책’으로 풀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선택’으로 여겨지는 시선이 있어서다. 사실상 지금의 예방책이라고 해봐야 ‘자살예방센터’가 최선인 수준인데, 현장에선 전문 인력 부족과 한정적 예산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렇다면 과연 인력과 예산은 어느 수준일까. 경기α팀이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확인한 올해 ‘교통안전’ 관련 기관(한국교통안전공단, 한국도로교통공단)의 정부지원수입은 총 1조3천268여억원이었다. 4년 전인 2021년(7천682여억원)과 비교해도 5천억원 이상이 증가했다. 이들의 예산은 안전 검사, 교통안전지도 및 교육, 자동차성능연구, 교통안전기술 개선 등에 쓰인다. 도로교통안전을 개선해 ‘교통사고’ 자체를 예방하고 나아가 이로 인한 사망률 감소에도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비해 고의적 자해 예방 정책 총괄을 담당하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대한 정부지원은 2021년도와 비슷한 수준에 머무른다. 이들의 정부지원금은 2021년 206여억원에서 2025년 298여억원으로 92여억원 늘었다. 교통안전에 비해 적은 예산으로 고의적 자해 예방 교육을 비롯해 고위험군 발굴 지원, 민관협력 예방사업 등을 도맡아야 한다. 이러한 차이는 인력 차이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대상자들만 봐도 한국교통안전공단 1천931명, 한국도로교통공단 3천54명이 ‘교통 안전’ 업무를 맡는다. 이에 비해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전부 다 합쳐 220명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고의적 자해율의 감축을 위해 국가 차원의 적극적 투자, 세심한 정책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민석 루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의적 자해는 단일 요인으로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예방 항목에 한정된 예산 투입보다는 전방위적 통합 정책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지자체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의 예산·인력 확충과 부처 간 연계 협력은 필수적이며, 더 넓은 취약계층까지 아우르는 보편적 개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관련기사 : 교통 사망 추월한 '고의적 자해' 비극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15580265

교통 사망 추월한 '고의적 자해' 비극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①]

고의적 자해 막을 마음에도 안전벨트를 안전해진 도로, 위험해진 마음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가 ‘자살 공화국’ 오명을 안기까지 반세기도 채 지나지 않았다. 유례없는 비약적 성장의 이면에는 수많은 ‘죽음’이 있었다. 경제 발전 초기 1만4천여명에 달했던 교통사고 사망자는 현재 2천여명까지 감소했다. 반대로 과거 3천여명이었던 고의적 자해 사망자는 최근 1만4천여명까지 증가했다. 점점 줄어드는 교통사고 사망자, 점점 늘어나는 고의적 자해 사망자, 각각의 그래프가 ‘엑스(X)자’를 그리기까지 40년간의 흐름을 짚어봤다. 그동안 교통사고 사망자는 어떻게 줄였을까, 하루 평균 38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어가는 이들은 어떻게 구해야 할까. 편집자주 1983년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률 17.1명, 고의적 자해율 8.7명. 2023년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률 4.9명, 고의적 자해율 무려 27.3명. 최근 40년 사이 국내 교통사고 사망률과 고의적 자해율(옛 자살률)이 역전됐다. 교차 시점은 ‘2002년’이다. 15일 경기α팀은 통계청과 한국도로교통공단 등의 자료를 통해 1983년부터 2023년까지의 국내 교통사고 사망률 및 고의적 자해율을 비교했다. 양측의 통계가 공식 집계된 첫 시점부터 가장 최근까지 집계된 40년 치에 대한 분석이다. 이때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를 의미한다. 먼저 교통사고에 관한 조사다. 전국 도로교통사고 사망률은 지난 1983년 17.1명으로 집계된 이후 1988년 27.5명, 1991년 31명을 기록하며 증가세를 보였다. 경제 성장에 발맞춰 차량 보급이 늘었는데 관련 제도는 미처 정비되지 않아 단기간에 사망률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정부는 지속적으로 교통안전 인프라를 강화했다. 그 결과, 1992년(26.6명)부터 사망률도 감소했다. 1993년 23.5명, 2008년 12.0명, 2013년 10.1명, 2018년 7.3명, 2023년 4.9명 등이다. 40년 만에 교통사고 사망률은 71.3%씩이나 감축됐다. 반면 고의적 자해는 정반대의 곡선을 그렸다. 전국 고의적 자해율은 1983년 8.7명에서 1994년까지 7~9명 수준을 유지하다 1995년 10.8명을 기록하며 ‘두 자릿수’로 올랐다. 2003년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초로 22.7명을 기록하며 ‘20명 선’을 넘어섰고 2011년엔 31.7명이라는 ‘역대 최다’ 비극을 냈다. 이후 조금씩 감소했다지만 여전히(2023년 27.3명) 20명대를 유지한다. 경기도 역시 전국 통계와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도내 시·군·구 통계는 1998년부터 집계할 수 있었는데, 이 시기 교통사고 사망률은 18.3명, 고의적 자해율은 17.3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경기도는 전국보다 1년 빠른 2001년도에 두 그래프가 교차점을 맞았다. 이후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2023년의 경우 도내 교통사고 사망률은 3.64명까지 감소한 반면 고의적 자해율은 25.1명에 달하게 됐다. 인천광역시의 경우는 1998년 교통사고 사망률 6.9명에서 2023년 2.8명까지 떨어졌고, 고의적 자해율은 같은 기간 17.9명에서 28.8명으로 올랐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교통사고는 국가 정책으로 잘 관리돼 매년 ‘최저’를 기록했지만 고의적 자해는 사회적 노력과 인식이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고의적 자해는 빈곤, 고립 등 사회적 산물로 발생했기 때문에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에 정부·지자체 등의 종합대책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관련기사 : 교통사고 사망 ‘브레이크’... 고의적 자해 ‘가속 페달’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15580260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完. 저조한 이행률 해결책은

"광역의원 역할에 맞게 일해야…사회적 관심도 필요" 자취를 감춘 광역의원들의 공약과 외면 당하는 이행률을 두고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특히 광역의원들이 중앙정부와 기초자치단체 사이에서 ‘광역’ 단위의 역할 수행을 위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보태진다. 19일 경기α팀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원론적으로 지방의회 활성화가 ‘지역정치의 복원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봤다. 지역단위 정치 참여, 시민사회 활성화가 근본적인 답이고 그 속에서 지방의원들의 책무성이 ‘공약’을 통해 강화돼야 한다는 의미다. 먼저 최준규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방의원의 공약 이행률 제고를 위해 “정책의 수용자인 ‘시민사회의 성장’과 ‘주민참여 기능과의 연계’ 등 창의적인 정책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면서, 제도적 수단으로 ‘경기도의회 의정정책담당관’의 역할 확대를 언급했다. 그는 “경기도의회 기본조례에 근거해 구성된 의정정책추진단은 현재 도의원의 정책 개발 등을 지원하고 있다. 체계적·정량적으로 공약을 전담해 이행여부를 체크하고 공개하는 형태는 아니지만, 이들의 역할 확대가 지방의원의 책임성을 강화하려는 중요한 노력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방의원의 책임을 높이기 위해선 제 역할부터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종혁 한경대 교수(한국지방자치학회 지방소멸대응 특별위원회 위원장)는 “지방의원들은 자신의 공약을 발표하는 것보다 (집행부를) 어떻게 견제·감시할지, 그를 제도화하기 위해 어떤 입법 활동을 할지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중앙업무와 기초업무 사이의 갈등을 광역업무로 해결해주는 게 광역의원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약 이행률 제고는 “두 가지 방식으로 가능하다”며 “하나는 지방자치법 개정이나 행정안전부 지침 등에 따른 제도화, 또 좀 더 적극적인 방안으로는 지방의회가 스스로 투명하게 예산·공약 이행 활동 등을 공개하는 조례를 만드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혜수 경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역시 “광역의원이 스스로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공약 내용이 미흡한 것”이라며 “경기도 특색을 반영해 조례로, 예산으로 지원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사실상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공약을 따라가다 보니 공약의 질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하 교수는 “광역의원들 스스로 자정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들의 공약 이행 여부가 공천 심사나 경선 과정에 반드시 영향을 주고, 참고 요소가 되도록 사회적 감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제언 “공약 이행률 높이려면… 공천 과정서 반영 필요” 특히 경기α팀은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등의 공약 이행 실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와,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실시 30주년인 올해 처음으로 구성된 ‘민선 지방자치 30년 평가위원회’ 등에도 자문을 구했다. 이들 또한 광역의원들의 공약 이행률을 높이기 위해 당사자들이 제 역할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현역 지방의원들의 공약 이행 실태가 공천 과정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는 정당의 공천 시스템 개선도 주문했다. ■ “도의원 공약 4무(無) 상태…사전 검토·이행 지원 있어야"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광역의원들이 스스로의 역할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고, 공약을 책임감 있게 이행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운을 뗐다. 광역의원들이 제시하고 있는 공약 대부분이 자신의 고유 권한인 ‘조례 제정’ 등 입법 활동보다는 ‘도로 개설’, ‘기업 유치’ 등 집행부 활동에 가깝기 때문에 자신의 역할부터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사무총장은 “현재 광역의원들의 공약은 ‘권한 적합성, 사전 검토 과정, 이행 지원, 실천 의지’가 없는 4무(無) 상태”라며 “조례 제정과 예산 감시 같은 도의회 본연의 기능에 집중하는 공약이 나와야 한다. 이행률이 저조한 것 역시 일차적으로는 본인의 권한과 동떨어진 공약을 제시했기 때문에 지킬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적·재정적 측면에서 사전에 공약 이행 가능성을 검토하지 않는 것도 문제고, 국회와 달리 광역의회는 이러한 공약 검토와 이행 과정을 지원하고 보조해 줄 기구가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광역의원들에게 공약이 일종의 ‘고용계약서’와 같다고 칭했다. 공약이라는 계약서를 통해 유권자로부터 ‘고용’이 됐으면 그 계약 내용을 준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광재 사무총장은 “선거 때 입법활동계획서를 중심으로 공약을 내고 유권자들에게 도의원으로 ‘계약’이 되는 것이므로, 선거 이후에도 입법활동 결과와 공약 이행에 대한 의정보고서를 공개하는 게 옳다”며 “중앙의 유력 정치인에게 잘 보이면 공천에 문제 없고, 공천만 잘 받으면 다음 선거 때도 문제가 없는 현 공천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으면 ‘안일한 의회’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주민이 유일한 감시자…도의원은 ‘조례’ 통해 말해야” ‘민선 지방자치 30년 평가위원회’ 공동위원장이기도 한 김순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특임교수는 공천 중심의 정치 구조에서 지방의회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유권자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내다봤다. 김순은 교수는 “유권자의 관심과 감시가 지방의회를 견제하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유권자들이 (지방의원들의) 공약과 이행 여부에 관심을 가져야 정당 차원에서도 공천 과정에 공약 이행률을 반영하는 등의 변화가 생기고 의원들도 바뀔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금의 정치 구조, 그 안에서도 ‘공천’을 두고 개선을 당부했다. 김 교수는 “지금 정치 구조가 공약만을 잘 내고 잘 지킨다고 해서 공천을 받는 형식이 아니다”라며 “당선 이전에 공천이 먼저이기 때문에 지방의원 및 후보자들이 ‘공약을 잘 이행했는지’, ‘공약을 구체적으로 잘 냈는지’보다는 당내 핵심 인사의 눈에 얼마나 잘 들었는가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끝으로 김순은 교수는 “지방의원들을 지켜볼 뚜렷한 방도가 없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지방자치도, 공천 과정도 성숙하게 바꿀 수 있다”면서 “유권자들이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는 공약은 평가 받지 않는 공약(空約)이 되기 쉬운데 보다 단단한 지방자치 문화를 위해 지방의회도, 지방의원도, 정당도 바뀌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관련기사 :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①사라진 약속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07580281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②공약 전수조사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11580103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③스스로 내건 공약, 5개 중 1개만 지켰다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12580371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④10년 넘게 공약 이행률 ‘제자리’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14580382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④10년 넘게 공약 이행률 ‘제자리’

8대·11대 도의회 비교...경기일보 2013년 기사 토대 분석 민선 지방자치 확대에 발맞춰 광역의회의 힘도 강해졌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광역의원 수는 더 많아졌고, 그만큼 유권자를 위해 약속하는 공약도 구체화·전문화·다양화됐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 건 제자리를 맴도는 ‘공약 이행률’이다. 경기α팀은 지난 2013년 경기일보가 전국 최초로 보도한 경기도의원들의 공약 이행 실태 분석 기사 ‘광역의원들의 사라진 약속’(경기일보 2013년 7월15일자 1·3면 등)을 토대로 제8대 경기도의원과, 현재 제11대 경기도의원들의 공약 이행률 차이 등을 비교·분석해 봤다. 현재 제11대 경기도의원들은 총 156명으로, 올해만 38조7천억원이 넘는 경기도 예산을 심의·의결한다. 12년 전이던 제8대 경기도의회와 비교했을 때 의원 수(131명)는 25명 더 많아졌고, 평균적으로 다루는 도 예산액(약 15조원)도 2배 이상 늘었다. 그 영향은 ‘공약’으로도 이어졌다. 유권자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관심과 요구도 많아지면서 경기도의원들의 공약 개수도 늘고, 공약 내용도 현실 가능한 수준으로 맞춰졌기 때문이다. 공약 개수의 경우, 현재 제11대 경기도의회 의원 중 비례대표와 보궐선거 당선자 총 20명을 뺀 136명의 전체 공약은 3천884개로 추려졌다. 과거 제8대 경기도의회 의원 중 교육의원 등 8명을 제외한 123명의 공약은 1천456개로, 지금과 2.6배 차이가 난다. 이 중 ‘공통 공약’을 제외하고 지역 발전을 위해 지역구명 등을 상세히 명시한 ‘지역 맞춤형 공약’만 따로 분류해도, 12년 전(504개)보다 지금(1천204개)이 2.3배가량 더 많다. 질적으로도, 과거보단 지금의 공약들이 실현가능한 내용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과거엔 경기도와 무관한 서울권 내용을 제시하는 허무맹랑한 사례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색 공약’들이 적어도 지역 사정을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행률’은 그때나 지금이나 20% 수준이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1년여 앞둔 제11대 경기도의원들은 스스로 내건 지역 맞춤형 공약의 23.6%만을 ‘이행 완료’한 것으로 분석됐다. 앞서 지난 2013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1년여 남겼던 제8대 경기도의원들의 공약 이행률은 21% 수준으로 지금과 2.6%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1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났어도 도의원들은 자신이 내건 지역 맞춤형 공약의 평균 10개 중 7개를 마무리 짓지 못한 것이다. ‘정책지원관’까지 들어왔는데…이행률 그대로 지방자치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지방의회도, 지방의원도 역할이 강화됐다. 특히 이번 제11대 경기도의원들의 경우 정책 지원을 위한 전문 인력을 제도적으로 처음 받은 세대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현재 경기도의원들의 지역 맞춤형 공약 이행률은 그닥 높아지지 않았다. 이전과 지금의 공약 내용, 이행 실태 등을 비교하며 지역 현안과 앞으로의 개선점 등을 살펴봤다. ■ 의원 131명→156명…주 공약 ‘복지’에서 ‘생활’로 앞서 경기일보는 지난 2013년 7월 전국 최초로 경기도의원들의 공약 등을 집중 분석했다. 당시 ‘광역의원들의 사라진 약속’이라는 주제로 제8대 경기도의원들의 공약 내용과 그 이행 실태 등을 보도(경기일보 2013년 7월15일자 1·3면 등)했다. 이어 12년이 지난 현재 경기α팀이 제11대 경기도의원을 대상으로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경기일보 2025년 5월8일자 1·5면 등)를 진행했다. 과거 보도와 현재의 취재 내용 등을 토대로 그때와 지금의 차이 등을 짚어봤다. 지난 2010년 6월 치러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제8대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선출됐다. 지역구 112명, 비례대표 12명, 교육의원 7명 등 131명이었다. 당시 선거에선 ‘친환경 무상급식’이 가장 큰 화두였다. 전체 인원의 83명이 이 공약을 함께 내세웠다. 또 ‘보육예산 확대 및 무상보육’ 68명, ‘전통시장 활성화’ 31명, ‘작은 도서관 확대’ 20명 등 공약을 다수의 도의원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했다. 당시 사회적으로 ‘폭넓은 복지 정책 추진’과 이에 맞서는 ‘복지 포퓰리즘 논란’이 시끌시끌했는데, 실제로도 그러한 기류가 공약 속에 담긴 것으로 보인다. 지역 맞춤형 공약 역시 ‘복지’ 공약(39.1%)이 가장 많이 제시돼서다. 이후 12년이 흘러 2022년 6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제11대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선출됐다. 현 경기도의원들은 지역구 141명, 비례대표 15명 등 15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지역 맞춤형으로 ‘생활’ 공약(26.7%)을 많이 꺼내들었다. 이와 관련한 공약으로 69명이 ‘생태공원 정비(생태하천 조성)’를, 42명이 ‘반려동물 놀이터 조성(반려동물 테마파크 조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공통 공약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분야는 ‘건설’ 파트였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재개발 구역 정비 등 ‘재건축·재개발 관련 공약’을 86명이, GTX-A, GTX-C 등 ‘GTX 관련 공약’을 65명이 약속한 식이다. 그 외 ‘복지’ 공약도 다양하게 제시됐다. 12년 전에는 공약집에 없다시피 했던 ‘공공산후조리원 유치’(26명), ‘24시간 공공심야 어린이병원 유치’(10명) 등 공약들이 눈에 띠었다. 이러한 공약들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이 정당 차원에서 제시한 공약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엔데믹과 펜데믹의 기로에 서 있던 선거 무렵 ‘원정 출산’이나 ‘응급실 뺑뺑이’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공약에도 이슈들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 지역 맞춤 공약 504개→1천204개로 2.3배 증가 전체적인 공약 수는 12년 전 1천456개(교육의원 7명 제외)에서 오늘날 3천884개(비례 15명·보궐 당선자 5명 제외)로 2.6배 이상 많아졌다. 이 안에서 ‘일자리 확충’, ‘지역 경제 활성화’ 등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은 공통 공약을 제외하고 명확하게 자신의 지역구 등을 명시한 지역 맞춤형 공약도 12년 전 504개에서 현재 1천204개로 2.3배 늘었다. 경기도의원 수가 증가한 영향도 있겠지만, 의원들이 이전보단 공약을 보다 세심하게 신경쓰고 있는 영향이기도 하다. 하지만 과거와 현재 모두 의원들의 임기가 ‘1년 남은 시점’를 비교해보면, 지역 맞춤형 공약만 별도 분류했을 때 이행률은 12년 전 21%에 그쳤고, 지금도 23.6%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폭 오르긴 했다지만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공약 5개 중 1개만이 ‘이행 완료’인 꼴이다. 이 안에서 본인의 공약을 단 하나도 이행하지 않은 경기도의원은 과거 123명 중 절반에 가까운 51명(41.4%)에 달했다. 지금은 136명 중 34명(25%)으로 집계된다. 공약에 무심한 의원 수도, 비중도 줄어들긴 했으나 아직 4명 중 1명은 지역 맞춤형 공약을 아무것도 실천하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지역 맞춤형 공약을 가장 많이 이행한 의원도 돋보인다. 2013년 7월 기준 제8대 도의회에선 (당시)새누리당 강석오 의원(광주2)이 고산리 일원 배수시설 완비, 곤지암읍 청사 이전 등 10건의 지역 맞춤형 공약을 실천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리고 올해 4월25일 기준 제11대 도의회에선 더불어민주당 이인규 의원(동두천1)이 동두천시 체험학습지원센터 건립, 청년 취창업지원센터 설치 등 11건의 공약을 ‘이행 완료’한 것으로 분류됐다. ■ 정책지원관 제도 도입 후 첫 구성…전문인력 있는데 왜 이행률은 제자리? 과거와 지금 지방의회 내 대표적인 변화를 꼽자면 ‘정책지원관의 발굴’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22년 지방자치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현재 지방의원들은 지방의회 정책지원관과 손잡고 일하게 된 첫 사례가 됐다. 지방의회 정책지원관은 지방의회의 전문성과 정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일반직 공무원으로, 지방의원 정수의 2분의 1 범위 내에서 운영된다. 정책지원관이 도입되기 이전(2018년) 전국 지방의원들의 조례 비중은 39.9% 수준이었지만, 도입 이후(2023년)엔 68.7%까지 뛰는 등 지방의회에서의 일도, 지방의원들의 역할도 많아졌다. 하지만 이러한 인력이 추가됐음에도 사실상 ‘공약 이행률’에는 변동이 없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지방의원들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박찬현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과거 지방의회에는 정책 보좌 인력이 거의 없었고, 의회사무처 직원들도 단체장에 매여 지방의원의 의정 활동이 국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웠다. 의원들이 집행부의 잘못된 일을 잡아내고 대안을 제시하기보단 집행부 보고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기 쉬웠던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최근엔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정책 지원 전문 인력이 도입되는 등 일부 개선이 시작됐다지만 아직 의회, 의원 모두 주목받을 만한 감시자로서의 역할은 미흡한 실정”이라며 “지방의회(의원)가 중앙정치의 축소판이라고 여겨지지 않게끔, 의회·의원 모두 자신의 독립적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역량 강화 및 체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관련기사 :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①사라진 약속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07580281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②공약 전수조사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11580103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③스스로 내건 공약, 5개 중 1개만 지켰다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12580371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③스스로 내건 공약, 5개 중 1개만 지켰다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도민과 약속… 5개 중 1개만 지켰다 제11대 경기도의회 의원들의 지역 맞춤형 공약 이행률이 2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상황에서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았거나 정책 기조 변화 등으로 실현 불가능해진 공약이 절반 이상에 달했다. 앞서 경기α팀은 제11대 경기도의원 156명 중 비례대표 및 보궐선거 당선자 20명을 제외한 136명의 공약을 3천884개로 집계하고, 여기서 ‘지역 맞춤형 공약’으로 1천204개(31%)를 분류(경기일보 12일자 1·5면 등)했다. 이번엔 그 지역 맞춤형 공약들의 이행률을 살펴봤다. 이행 상황은 지난 3월24일부터 4월25일까지 국토교통부·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와 경기도 및 31개 시·군, 국가철도공단·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관련 기관을 통해 각각 확인했다. 12일 경기α팀 분석 결과, 도의원의 지역 맞춤형 공약 1천204개 중 절반이 넘는 641개(53.2%)가 ‘미이행’으로 파악됐다. 군부대 인근 포사격장을 폐쇄한다고 약속했지만 국방부와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거나, 첨단산업진흥원을 설립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조성 계획조차 전무한 것이 ‘미이행’ 사례에 포함된다. 예산 반영 등 일정 부분이 추진되고 있는 ‘진행 중’ 공약은 279개(23.2%)로 분류됐다. 이를테면 지역구에 소재하고 있는 모든 초등학교 앞 보도 미설치 구역에 유색포장구역선을 그리겠다던 공약의 경우, 일부 학교(3개교)를 대상으로 예산이 편성됐다는 식이다. 도서관 건립 공약에서도 올해 하반기 착공 예정이 잡힌 것들이 ‘진행 중’ 사례에 담겼다. 최종 마무리가 된 ‘완료’ 공약은 284개(23.6%)에 그쳤다. 지역구 내 특정 구간을 자전거도로로 연결하겠다는 공약이 지난 3월 조성을 마쳤거나, 화학비료 구매 등에 따른 재정 지원을 하겠다던 공약이 실제로 2022년 이후 해마다 지속 추진 중인 사례 등이다. 최인수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자치분권제도실 선임연구위원은 “국회의원이나 단체장 등과 비교했을 때 광역의원은 주민들의 관심과 감시가 상대적으로 덜하다”며 “정보 접근성의 한계, 제도적 미비, 관행적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광역의원 공약 이행 상황이 점검 되지 않아서 벌어진 현상”이라고 전했다. 그는 “예를 들어 ‘지방의원 공약 등록 및 이행 관리 조례’를 제정해 이행실적을 주민들에게 보고하도록 하거나, 지방의회 차원에서 ‘의정활동 백서’ 발간 의무화 등을 통해 지방의원들의 공약 이행 실태도 제도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이라고 덧붙였다. ■ 고작 1년 남았는데…지역 3곳·도의원 34명 ‘이행 0건’ 경기도의원들이 유권자에게 스스로 약속했던 공약 절반 이상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경기α팀은 비례대표 및 보궐 당선자 20명을 제외한 제11대 경기도의원 136명의 지역 맞춤형 공약 1천204개에 대한 이행 상황을 전수 조사(4월25일 기준)한 뒤, 지역·정당 등 항목으로 나눠 분석했다. ■ 경기남부보다 경기북부 평균 이행률 ↑…동두천시 ‘최고’ 경기α팀의 분석 대상인 공약 1천204개 중 ‘이행 완료’는 284개(23.6%), ‘진행 중’은 279개(23.2%), ‘미이행’은 641개(53.2%)로 추려졌다. 이를 권역별로 살펴보면, 경기남부보다 경기북부가 상대적으로 평균 이행률이 높은 것으로 계산됐다. 경기남부 공약 853개 중 ‘이행 완료’는 172개로 20.2%였다. 공약 5개 중 1개만 매듭을 지은 셈이다. ‘진행 중’은 21.8%(186개), ‘미이행’은 58%(495개)였다. 반면 경기북부는 공약 351개 중 ‘이행 완료’가 112개로 31.9%였다. ‘진행 중’은 26.5%(93개), ‘미이행’은 41.6%(146개)로, 경기남부보단 이행 척도가 한결 나은 상황이었다. 31개 시·군별 분석을 따로 하면, 동두천시를 지역구로 둔 의원들의 성과가 가장 돋보였다. 이 지역구에서 제시된 지역 맞춤형 공약 총 24개 중 17개(70.8%)가 이행을 마쳤고, 2개(8.3%)가 진행 중인 것으로 분류됐다. 이어 ▲구리시(4개 중 2개 이행 완료, 50%) ▲하남시(14개 중 7개 이행 완료, 50%) ▲이천시(14개 중 6개, 42.9%) ▲파주시(60개 중 25개, 41.7%) 순이다. 반대로 미이행률이 70% 이상인 지역구는 4곳에 달했다. 이들 지역구에서 제시된 지역 맞춤형 공약은 64개였지만 이행 완료된 건 5개에 불과했다. 특히 3곳은 ‘이행 완료’된 공약이 ‘0개’였다. ‘도립의료요양원 건립’, ‘간호대학과 같은 특수대학 역세권 유치’ 등을 내건 A지역구에선 공약 16개 중 단 하나도 이행(0%)된 게 없었고 2개(12.5%)는 진행 중, 14개(87.5%)는 미이행 상태였다. ‘시립도서관 설립’, ‘우체국 신설’ 등 공약이 제시된 B지역구 또한 공약 23개 중 18개(78.3%)가 미이행으로 분류됐다. ■ 지역 맞춤형 공약…더 많이 낸 국힘 vs 더 이행한 민주 정당별로 보면 지역 맞춤형 공약을 ‘더 많이 낸’ 곳은 국민의힘이었고, ‘더 많이 이행한’ 곳은 더불어민주당이었다. 단, 공약 내용과 이행 실태가 특정 될 수 있는 개혁신당(1명)과 무소속(1명)은 이번 정당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지난달 25일 기준으로 집계한 만큼 최근 탈당한 박명원 의원(화성2) 역시 국민의힘으로 집계됐다. 먼저 국민의힘의 경우 지역 맞춤형 공약으로는 604개가 발표됐다. 이 중 절반이 넘는 358개(59.3%)가 ‘미이행’ 상태였고, 나머지 140개(23.2%)는 ‘진행 중’, 106개(17.5%)는 ‘이행 완료’였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수(66명)는 국민의힘(66명·지역 맞춤형 공약이 없는 2명 제외)과 같지만 지역 맞춤형 공약은 576개로 약 30개 적었다. 당 차원의 공통 공약 등이 국민의힘보다 더 많았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절반에 가까운 271개(47.0%)가 ‘미이행’으로 분류돼 가장 많았고, 나머지 133개(23.1%)는 ‘진행 중’, 172개(29.9%)는 ‘이행 완료’였다. 양당을 비교했을 때 국민의힘 의원들이 평균적으로 지역을 위해 더 세심한 공약을 낸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더 높은 이행률을 보였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도의회 국민의힘 김정호 대표의원(광명1)은 “임기 마무리까지 아직 1년의 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 도민들에게 한 약속을 최대한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당내 동료 의원들을 독려해 공약 실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최종현 대표(수원7)는 “도민들에게 지킬 수 있는 약속을 선별해 내놓다 보니 지역 공약 개수가 부족할 순 있지만, 한 번 한 약속은 꼭 지키려 한다”며 “당 차원에서 의원들과 논의해 남아있는 시간 동안 공약을 꼭 이행하고, 앞으로도 지역민들에게 필요한 공약을 발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 초선보다 다선 이행률 더 높아…34명은 ‘이행 0건’ 이번엔 선수별 이행률이다. 비례대표와 보궐 당선자를 제외한 전체 의원 136명 중 2명은 아무런 지역 맞춤형 공약을 내지 않았다. 나머지 134명 중에서 초선은 88명, 다선은 46명으로 각각 지역 맞춤형 공약은 823건, 381건 제시했다. 이들의 ‘이행 완료’ 건수를 보면 초선은 191건, 다선은 93건으로 분석됐다. 반대로 ‘미이행’ 건수는 초선이 447건, 다선이 194건이었다. 평균적으로 초선이 23.2%, 다선이 24.4% 이행하며 ‘경력직’의 이행 상황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개별 의원별 이행 완료된 ‘공약 건수’를 보면 ▲이인규(민주·동두천1·초선) 11건 ▲고준호(국힘·파주1·초선) 11건 ▲김창식(민주·남양주5·초선) 9건 순으로 집계돼 초선이 강세를 보였다. 이 가운데 지역 맞춤형 공약을 내놓고도 아무것도 지키지 않은 의원은 수십명에 달했다. 제11대 경기도의원 중 지역 맞춤형 공약을 단 한 건도 이행하지 못한 의원은 34명으로 분류됐다. ■ 표 잡으려 ‘생활·건설’ 공약 냈지만, 이행은 ‘경제·복지’부터 유의점은 이행률이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낮다고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공약으로 ‘공동주택 비산먼지 억제시설을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사실 이건 법적으로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라 ‘이행 완료’될 수밖에 없었던 거고, ‘청년 공공인턴십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 또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이행 완료’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행되지 못한 공약 가운데에는 현실적인 규제 문제가 걸려 법적으로 단기간 해결하기 어려운 내용도 있었다. ‘지역구 내 연구원 안에 보행자 도로를 개설하겠다’던 공약의 경우, 도의원은 지속적으로 국토교통부에 민원을 제기하고 주민들로부터 탄원서를 받았지만 해당 사업이 필지 소유 문제와 보안 문제 등으로 최종 무산돼 ‘미이행’으로 분류됐다. 전반적으로 제11대 경기도의원들의 공약은 ▲생활 321건 ▲건설 314건 ▲복지 312순으로 많았는데, 공약 개수 대비 이행률을 보면 ▲경제 29.6%(34건) ▲복지 25.3%(79건) ▲교육 23.9%(34건) 순으로 높았다. 유권자들이 혹할만한 ‘생활’, ‘건설’ 공약을 냈지만 비교적 많은 인력, 예산이 투입돼 이행이 쉽지 않은 만큼 여타 공약에 비해 이행 실천이 후순위였던 셈이다. ■ 공약 이행 '못'하는 걸까 '안' 하는 걸까 광역의원의 공약은 공개할 의무도 없고, 이행하지 않아도 아무런 페널티가 없다. 그에 대한 결과마저 점검받지 않으니 마냥 그늘 속에만 있다. 그나마 임창휘(민주·광주2), 유호준(민주·남양주6) 등 소수의 의원들은 직접 자신의 블로그 등 개인 플랫폼에 공약 사항에 관한 이행 상황을 공개하고 있는 우수 사례로 꼽힌다. 임창휘 의원은 본인 블로그에 ‘광주시민과의 소통’이라는 게시판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공약사항 등을 공개하고 있고, 어떤 민원을 접수받고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 꾸준히 게재하고 있다. 유호준 의원도 본인 블로그에 ‘주간의정활동’을 매주 올리며 유권자에게 공약 이행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유 의원은 “주민들과 도민들에게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행동을 하고 있고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려드릴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활동들을 공유하다보면 의원 혼자라 막막했던 부분들에 대한 더 좋은 의견들도 받을 수 있고 도민들의 얘기도 더 많이 들을 수 있어 활동들을 공유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도의원들이 공약을 신중하게 내야 이행률이 더 높아지고, 유권자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하혜수 경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광역의원들의 공약 이행률이 낮은 것은 결국 의원들 스스로 본인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라며 “도의원이라면 집행부성 공약을 그대로 따라갈 것이 아니라 도의 특성을 고민해 조례와 예산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런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지키지 못하는 공약을 내게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하 교수는 “시민사회에서도, 공천을 주는 당에서도 관심 갖지 않으니 대충 넘기려 하기보다는 의원들 스스로가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정 노력을 위한 의지를 다져야 한다”며 “유권자들 역시 국고보조금을 포함하면 국가 예산의 60% 이상이 지출되는 지방의회의 역할을 더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의원들의 활동과 공약 자체에도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관련기사 :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①사라진 약속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07580281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②공약 전수조사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11580103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②전체 공약 중 지역 맞춤은 30%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10개 중 3개만 ‘지역 맞춤’… 대부분 ‘헛구호’ 경기α팀이 제11대 경기도의원들의 공약을 분석한 결과, 전체 공약 중 30%정도만이 지역 현안을 반영한 ‘지역 맞춤형’ 공약인 것으로 분석됐다. 나머지 70%가량의 공약은 국책사업 및 중앙정치·정당의 이야기거나 단순한 구호에 불과해 지역 사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11일 경기α팀은 지난 2022년 6월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로 선출된 도의원들의 임기 종료를 1년여 앞두고 이들의 공약을 전수 조사했다. 경기도의원들의 공약은 경기도의회 홈페이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정보도서관을 통해 파악했다. 그 결과 현재 156명의 경기도의원들의 전체 공약은 4천50개로 집계됐다. 여기서 개별 공약이 없는 비례대표 15명(국민의힘 8명·더불어민주당 7명)과 상대적으로 임기가 짧았던 보궐선거 당선자 5명의 공약 166개는 제외, 총 136명의 공약 3천884개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보궐선거 당선자는 김영희(민·오산1)·이은미(민·안산8)·이진형(민·화성7) 의원(이상 2024년 4월 보궐)과 김진명(민·성남6)·성복임(민·군포4) 의원(이상 2025년 4월 보궐)이다. 이 기준으로 봤을 때 경기도의원은 1인당 평균 28.6개의 공약을 낸 것으로 분석됐다. 경기α팀은 해당 공약들을 큰 틀에서 ‘공통 공약’과 ‘지역 맞춤형 공약’ 두 가지로 나눴다. ‘평화·생태·환경 중심도시 조성’, ‘평생교육 고도화’, ‘지역실정 맞춤형 지원’ 등 구호에 가까운 내용이거나, ‘공공산후조리원 확대’, ‘GTX-C노선 조기 착공’ 등 같은 정당의 후보들이 모두 똑같이 내건 공약들은 ‘공통 공약’으로 정리했다. 또 국책사업·도정사업으로 추진되는 내용, 중앙정치 및 국회에서 주로 다뤄지는 내용 등도 공통 공약으로 봤다. 이 외에 지역구 현안과 밀접한 내용 및 구체적으로 세부 지역을 명시한 내용 등을 ‘지역 맞춤형 공약’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전체 공약 중 3분의 1가량인 1천204개(31%)만이 ‘지역 맞춤형 공약’으로 구분됐다. 1인당 평균 8.9개다. 이 안에는 ‘구청 설립’, ‘자연보전권 내 군립 화장장 설치’, ‘국제고등학교 유치’ 등 자신의 지역구를 발전시키기 위한 상세한 공약이 담겼다. 이번 분석 과정에서 이색적인 공약도 눈에 띠었다. ‘복싱경기 양주시 유치’, ‘수원시 인계동 내 K-POP 공연장 설립 추진’, ‘초등학생 통기타 교육 지원’, ‘화성시 송산면사무소 운동장 내 조용필 콘서트장 설립’, ‘다문화 인프라를 활용한 세계언어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 공약이 눈길을 끌었다. ■ 남부는 재개발, 북부는 관광활성화… 초선 vs 재선 '열띤 경쟁' 경기α팀은 비례대표 및 보궐 당선자(총 20명)를 제외한 나머지 제11대 경기도의원 136명의 지역 맞춤형 공약 1천204개(31.0%)에 대해 한걸음 더 들어가봤다. 이들은 자신의 지역구를 위해 어떠한 공약을 내놓았을까. 여기서 공약은 5개 분야로 구분한 뒤 지역과 정당 등으로 나눠 분석해봤다. 5개 분야는 ▲건설·교통·도로·개발·SOC 등을 ‘건설’로 ▲복지·안전·보건·의료·환경·노동·노인·장애 등을 ‘복지’로 ▲생활·문화·예술·관광·체육 등을 ‘생활’로 ▲경제·일자리·기업·취창업·금융·소상공 등을 ‘경제’로 ▲교육·아동·청소년·학교·급식 등을 ‘교육’으로 통칭한다. ■ 재건축 남부 vs 관광 활성화 북부…지역 맞춤형 공약 최다는 ‘가평군’ 현재 경기남부권에는 21개 시·군, 98명의 도의원이 있다. 이들의 지역 맞춤형 공약은 853개로 분류됐는데 이 중 ‘건설’ 분야가 236개(27.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생활’과 ‘복지’가 각 222개(26.0%)로 같았고, 교육 91개(10.7%), 경제 82개(9.6%) 순으로 뒤따랐다. 주된 공약은 ‘버스 확충’, ‘도로 신설’, ‘재개발·재건축 완공’ 등 내용이었다. 재개발이 필요한 1기 신도시 지역과 신규 조성이 필요한 3기 신도시 지역이 맞물려 있다 보니 광역교통망 등 인프라를 마련하겠다는 게 주된 공약으로 보였다. 경기북부권에선 10개 시·군, 38명의 도의원이 351개의 지역 맞춤형 공약을 냈다. ‘생활’ 공약이 99개(28.2%)로 가장 많았고, ‘복지’ 89개(25.3%), ‘건설’ 82개(23.4%), ‘교육’ 48개(13.7%), ‘경제’ 33개(9.4%) 순이었다. 인구가 많은 경기남부와 달리 경기북부는 저출생·고령화로 인구 확보가 필요하고 균형 발전까지 요구되고 있어서 관광지를 개발한다거나 주민편의시설을 확충한다는 식의 공약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시·군별로 보면, 1인당 평균 지역 맞춤형 공약 개수가 가장 많은 지역구는 ‘16개’의 가평군(1명)이었다. 다음으로 ▲시흥시(평균 15.8개, 5명) ▲평택시(14.5개, 6명) ▲의왕시(14개, 2명) ▲남양주시(13.1개, 7명) 순이었다. 반면, 1인당 평균 지역 맞춤형 공약이 5개 이하인 곳도 6곳에 달했다. 경기남부에서 4곳, 경기북부지역 2곳이다. 심지어 지역 맞춤형 공약 자체가 전무한 의원도 2명 있었다. 이들은 ‘도로 확충’, ‘자연환경 보존’ 등 불명확한 공약만을 내놓은 채 선거에 임했다. ■ 남부 잡은 민주당은 ‘복지’, 북부 잡은 국힘은 ‘생활’ 정당별 분석 결과는 어떠할까. 이번 분석은 ‘4월25일 기준’인 만큼 최근 국민의힘을 탈당해 무소속이 된 박명원 의원(화성2)은 ‘국힘’으로 분류했다. 더불어민주당 복당 신청을 한 박세원 의원(화성3)도 ‘무소속’으로 집계됐으나, 상대적 소수인 무소속(1명)과 개혁신당(1명, 김미리·남양주2)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결과적으로 도의회 민주당 의원들(71명)과 국힘 의원들(68명)의 지역 맞춤형 공약은 각각 576개, 604개로 나타났다. 1인당 평균치로 보면 민주당 8.1개, 국힘 8.9개다. 전반적으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복지’(159개·27.6%), ‘생활’(157개·27.3%), ‘건설’(146개·25.3%) 공약을 많이 냈고, 국힘 소속 의원들은 ‘생활’(159개·26.3%), ‘건설’(157개·26.0%), ‘복지’(151개·25.0%) 공약을 많이 냈다. 상대적으로 경기남부(98명)엔 민주당 의원(52명)이 많고, 경기북부(38명)엔 국힘 의원(23명)이 많은 점이 공약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남부에서 교통망 확충 등 삶의 질 개선을 밀어오던 만큼 이와 관련된 ‘복지’ 공약이 민주당에서 많았고, 관광 활성화를 통해 인구 유입을 이끌겠다던 경기북부에선 편의시설 확대와 관련한 ‘생활’ 공약이 국힘에서 많았던 셈이다. ■ 새로 뛰는 초선, 계속 이어가는 재선 현 제11대 경기도의회의 특이점은 ‘압도적인 초선 의원’ 수다. 비례대표 및 보궐 당선자를 제외한 136명의 지역구의원 중 지난 2022년 도의회에 처음 발을 들인 초선 의원이 90명으로 절반을 훌쩍 넘고, 기존 자리를 지킨 재·다선 의원은 46명에 그친다. 이 또한 공약에 영향을 줬다. 처음 광역의회 정치에 도전한 초선 의원들이 전에 없던 지역 맞춤 정책을 시도하려는 모습이 보여서다. 본인이 내건 전체 공약 가운데 절반 이상이 지역 맞춤형 공약인 의원은 17명이었는데, 이 중 13명이 ‘초선’이었을 정도다. 특히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지역 맞춤형 공약을 많이 제시한 것을 볼 수 있다. 오세풍 의원(김포2)은 공약 5개 모두가 지역 맞춤형 공약(100%)이었고, 홍원길 의원(김포1)도 공약 6개 중 5개(83%)가 지역 맞춤형이었다. 김정호 의원(광명1) 역시 전체 공약 20개 중 지역 맞춤형이 14개(70%)였다. 국민의힘 내 지역 맞춤형 공약 비율 상위권 1~3위 모두가 초선이다. 민주당에선 재선인 황대호 의원(수원3)이 전체 공약 23개 중 지역 맞춤형 공약 16개(70%)를 제시, 지역 맞춤형 공약 비중이 가장 높은 의원으로 꼽혔다. 이어 최민 의원(광명2, 초선)이 64%, 김종배(시흥4, 초선)·이영봉(의정부2, 재선)의원이 각 63% 순이다. 초선의 공약은 ‘자율주행 로봇배달서비스 도입’, ‘메타버스 사업 시행’ 등 도전적인 정책이 두드러졌다면, 재선의 공약은 이전 임기 때 확보한 예산 등을 바탕으로 추진하던 사업을 계속 이어가겠다던 다짐이 돋보였다. 초선의 패기와 재선의 여유가 긍정적으로만 작용한 것은 아니다. 광역의회는 처음이지만 기초의회에서의 경험이 풍부한 의원들의 경우 2018년 기초의원 선거 때의 공약을 그대로 가져오는 경우가 있었다. 기초의원 선거 출마 당시엔 ‘조기 완공’을 약속했는데 4년 뒤 도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는 ‘준공’으로 둔갑해 공약하는 식이다. 재선의 경우는 이미 지난 임기 때 결정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묻어가기 식’ 얌체 공약을 내건 경우가 많았다. 선거 이전부터 국가사업으로 선정돼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 등을 자신의 공약인 척 새롭게 제시하는 식이었다. 이와 관련 주희진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의정연구센터장은 “경기도는 31개 시·군의 특성, 재정상태 등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치력과 행정력이 강한 지역이 있고 미약한 지역이 있다. 그 모두가 경기도에서 잘 지낼 수 있도록 융합하는 게 광역의원의 역할”이라며 “유권자들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의회에 대한 주민(유권자)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며 “내가 사는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의회의 일인지, 집행부의 일인지는 모를지언정 우리 지역에서 무슨 일이 시작되는지 관심을 가지면 의정 활동에서도 직접 참여하고 소통하는 영역이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α팀 ※ 경기α팀: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관련기사 :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①사라진 약속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07580281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①사라진 약속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행방불명된 ‘공약(公約)’, 도민 알권리 ‘깜깜’ 의원(議員)은 국회나 지방의회에서 의결권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개개인이 직접선거를 통해 공약을 내걸고 선출돼 각각의 입법기관이자 국민·지역민의 대변인이 된다. 하지만 기관이나 민간 차원에서 국회의원의 공약은 꼼꼼히 점검해도, 지방의원의 공약까진 점검하지 않는다. 경기일보는 내년 6월3일 예정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1년여 앞두고 유권자의 날(5월10일)을 맞아 지방의원의 공약에 대해 조명한다. 특히 내달 치러지는 조기 대선에 출마하는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도 제시되는 상황이라 국민을 향한 ‘약속’이 얼마나 중요한지 되새겨보고자 한다. 1천400만명의 전국 최대 인구를 아우르는 제11대 경기도의회 의원 156명은 어떤 공약을 냈을까. 1년여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얼마나 지켜졌을까. 광역의원의 공약을 점검하는 시스템이 전무한 상태에서 경기α팀이 이들의 공약을 추적했다. 편집자주 베일에 싸인 광역의원들의 공약, 유권자의 알권리가 막혔다. 7일 경기α팀이 전국 17개 시·도 광역의회 홈페이지를 분석한 결과, 경기도의회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2곳을 제외한 나머지 15개 의회는 그 어디에서도 광역의원들의 ‘공약’을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경기도의회와 제주도의회만이 의원 개개인을 소개하는 페이지 안에 ‘공약사항’란을 뒀다. 유권자들이 공약사항란에 접속하면 의원들의 소속, 연락처, 이메일, 공약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인천광역시의회는 10여년 전 전국 광역의회 중 유일하게 홈페이지 내 공약을 공개했었지만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부산광역시의회, 충청남도의회, 전북특별자치도의회 등은 ‘의원에게 바란다’란은 있지만 공약과는 무관하고, 전라남도의회, 경상남도의회 등은 정책담당관실·의정담당관실에서 공약사항을 관리한다지만 ‘의장’에만 해당된다. 현재 대통령, 국회의원, 광역·기초자치단체장 등은 모두 홈페이지에 자신의 공약을 공개하고 있다. 유권자 입장에서 가장 쉽고 빠르게 공약을 살필 수 있는 곳이 장(長)이 소속된 곳의 홈페이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약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등으로부터 정기적인 이행 점검을 받는다. 여기서 ‘광역의원’은 논외다. 어디에서도 이들의 공약을 살피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공약을 공개하지 않아도, 지키지 않아도 그만이다. 유권자 입장에선 광역의원들의 공약을 찾기부터 어렵다. 유권자들이 광역의원의 공약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이고 확실한 방법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정보도서관에 등록된 ‘후보자 선전물’을 보는 것이다. 정당 및 후보자의 벽보와 공보를 일일이 검색해 찾아볼 수 있는데, 사실상 이 방법이 유일하다. 이 외 블로그·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플랫폼에 의원이 직접 게재한다면 공약을 볼 수 있겠지만, 실제로 SNS 등에 직접 공약을 게시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전문가들은 공약 이행의 출발이, 공약을 유권자들이 쉽게 볼 수 있는 방법으로 ‘공개’하는 것부터라고 지적한다. 최준규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주민들이 지방의회 의원들의 공약사항과 의정활동을 쉽고 투명하게 살펴볼 수 있어야 이들에 대한 평가도 할 수 있고 지방자치도 원활히 작동할 수 있다”며 “단순 조례발의 및 자료요청 건수 등 정량적 지표가 아닌 새로운 관점에서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선 의원들의 공약 공개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 특별한 규정 없어… 의원들 손에 달린 ‘공약 공개’ 경기도에는 전국 최다 인구, 전국 최다 시·군이 있다. 이 속에서 경기도의회는 ▲의결기관으로서의 도정 방향 제시 및 의사 결정 ▲자치 입법기관으로서 정책 입안 등 수행 ▲건의 및 결의 등을 통해 국가 등에 적극적 의견 표명 ▲집행기관의 행정·재정 운영 상황 감시 및 평가 ▲도민 대의기관으로서의 역할 수행 등 책임을 맡는다. 지방자치단체의 ‘집행’과 지방의회의 ‘입법’ 사이 존재하는 이들이 바로 광역의원이다. 제11대 경기도의회에는 총 156명이 있으며, 올해만 38조7천억원이 넘는 경기도 예산을 심의·의결한다. 이 역시 전국 최다 인원, 최고 규모다. 지난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부터 최근 4·2 재보궐선거까지 저마다의 공약을 약속하고 표심을 잡았지만 지역 가까이서 그 공약을 체감하긴 쉽지 않다. 어느 기관·단체에서도 광역의원의 공약 이행여부를 중요시하지 않기 때문에 사후 점검마저 어렵다. ■ “의원 공약을 왜 의회에 문의? 직접 물어보세요” 2년 전, 세종특별자치시의회 홈페이지에 민원 글이 올라왔다. 모 의원의 공약을 문의하며 공약 이행을 위한 세부 계획을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의회 측은 “지방의원의 공약사항 이행과 관련해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추진 결과를 홍보하는 건 내용이나 양태에 따라 공직선거법에 위반될 수 있다”, “개인의 공약상황을 의회에서 별도 관리하고 있지 않다”는 답변을 남겼다. 비단 세종만의 얘기가 아니다. 경기α팀이 전국 광역의회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17개 시·도 광역의회 중 경기도의회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등 2곳을 제외한 나머지는 그 어디에서도 광역의원들의 ‘공약’을 공개하고 있지 않았다. 제주의회의 경우 ‘공약사항’란에 접속하면 의원별 상세하게 지역구별 공약이 명시돼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현역의원 검색을 위한 페이지를 들어가기만 해도 상당수 의원이 자신의 공약을 영상화 해서 ‘제2공항의 조속한 추진’, ‘돌봄지원조례 제정’ 등을 소개하며 “열심히 일하겠다”, “지역 부흥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관계자는 “2020년 이전부터 개별의원들이 공약사항을 입력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고, 사무처가 따로 관리하지는 않아 명확한 배경은 파악이 안 된다”며 “의원 입장에선 공약 알리는 게 홍보 차원에서 필요한 것이라는 판단 하에, 사무처 내에선 지역주민들이 도의원 의정활동이나 공약사항에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 외 나머지 지역 대다수는 의원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등 SNS로 연결이 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그 채널 안에서도 ‘공약’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여타 광역의회 사무처 관계자들은 “의원들의 의사에 따라 누구는 공개하고 누구는 비공개할 경우 특정 의원 사이에서 반발이 있을 수 있고, 이행 여부까지 공개할 시 그 자체가 선거운동처럼 비춰질 수 있다(인천)”, “시의회는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이 아니라 사무처에서 따로 공약사항을 관리하지 않으므로 의원 개인에게 직접 물어봐야 한다(광주)”, “공약 공개에 대한 특별한 규칙이 없어 홈페이지에는 없지만 시민 요청이 있을 시 내부 검토를 해보겠다(대구)” 등의 반응을 보였다. ■ 경기도의회, 공약 볼 수는 있지만 ‘개선 필요’ 경기도의회는 그나마 공약을 볼 수 있게끔은 했다. 다만 개선은 필요하다. 비례대표 15명을 제외한 의원 141명 중 22명(15.6%)이 ‘공약사항’란을 공란으로 비워두고 있어서다. 의회 홈페이지 안에서 의원 개인 페이지를 들어가 공약란을 클릭해도 새하얀 빈 칸만 보인다. 나머지 119명(84.4%) 또한 과거 선거 당시의 포스터나 공보물을 그대로 실어놨다. 크기에 따라 글씨나 사진 등이 잘려 명확히 확인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현재 경기도의회는 공약 공개를 의원에게 자율적으로 맡기고 있어서 그들의 선택에 따라 ‘선거포스터 공개’나 ‘미공개’를 택한 셈이다. 제주의회, 제주의원들처럼 세심히 정리한 사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앞서 지난 2010년 제8대 도의회가 출범할 당시 도의회 내에는 ‘경기도의회 매니페스토연구회’가 꾸려졌다. 하지만 당시 의원들의 임기가 종료되면서 연구회 또한 사라졌다. 이어 2018년, 제10대 도의회에서는 공약관리 TF팀을 만들어 도의원들의 공약사항을 파악하고 이행실태를 점검하자는 자성의 시도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지금은 유야무야 자취를 감췄다. 김진경 경기도의회 의장(더불어민주당·시흥3)은 “도민들의 알권리를 위해 지금의 공약사항 공개 방식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바꿔야 한다는 데는 공감한다”면서 “다른 의원들과 함께 논의해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 어디서도 검증 없어…공약(空約) 아닌 공약(公約) 돼야 ‘왜’ 공약 공개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가. 선거 매니페스토는 국민(유권자)과의 기본적인 공적 약속을 책임지기 위해 정책 공약과 미래 비전 등을 구체적·공개적으로 문서로서 선언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6년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 2007년 제17대 대통령선거,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선거 등을 기점으로 본격화 됐다. 이후 지방자치단체장·국회의원은 연 1회 이상 선거 매니페스토 공약을 제시하고,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그 이행실태를 정기 조사한다. 하지만 매니페스토 활성화 20여년에도, 지방의원은 아직 평가 대상자가 아니다. 지방의원 입장에선 ‘굳이’ 공약을 공개하지 않아도 딱히 문제가 없다. 아울러 당 내 공천 과정에서도 공약 이행 실태가 중요 요소는 아니라 지방의원의 공약은 방치된 것이나 다름없다. 박찬현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지방의원의 선거공약 이행과 의정활동 전반을 제도적으로 점검·감시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의정활동의 투명한 공개와 데이터화가 우선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 차원에서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등이 지자체장 공약이행 평가를 하고 있는데 지방의회도 이와 유사하게 의회 차원의 공약 이행 평가위원회를 두는 방안이 있다”며 “이 위원회에 행정전문가, 시민단체, 회계·감사 전문가 등을 포함시켜 외부인이 참여하는 공약 점검을 실시하면 실천 여부 등도 체계적으로 감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안정적 가족돌봄 지원…'중장기 로드맵' 논의 시동 [그림자 가장이 산다 完]

‘생계’, ‘부양’에 얽매인 가족돌봄 청소년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이 요구된다. 최근 대상자들의 복지 및 지원 강화를 위한 제도적 논의가 첫 시동을 걸고 있어 내년 중 개선안이 나올지 귀추가 모인다. ■ ‘가족돌봄’ 구체화된 범위·대상 정립 필요 19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경기도를 포함한 일부 지자체들은 가족돌봄 청소년 및 청년 지원에 관한 조례를 두고 있다. 하지만 각각 명시하고 있는 연령 기준이나 지원 내용이 다르고 ‘사실상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경기도)’, ‘일상생활이 어려운 가족을 돌보고 있는 사람(경북)’, ‘도움이 필요한 가족을 돌보고 있는 사람(전남)’, ‘간호·간병, 일상생활 관리 또는 그 밖의 도움을 제공하고 있는 사람(충북)’ 등 내용도 불분명하다. 집안일만 해도 돌봄에 해당하는지, 시간에 맞춰 약을 제공하고 정서적 돌봄까지 진행해야 해당하는지 등이 그 어디에서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 상태에서 실질적인 대상자를 발굴하거나 지원 연계가 이뤄질 리 없기에 ‘돌봄’ 범위부터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예를 들면 돌봄 시간이나 돌봄 대상자 수 등 기준을 세분화해 유형별로 지원 프로그램을 차등 제공하는 방식이 있다. 일각에선 돌봄 강도와 역할에 따라 ‘관심 돌봄(caring about)’, ‘안심 돌봄(care for)’, ‘직접 제공(care-giving)’ 단계로 나누어 보기도 한다. 이를 위해 지자체별 상이한 조례로 관리되는 현 상황에서 벗어나 국가 차원의 통합적이고 일관된 정책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김정훈 경기연구원 글로벌지역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해외에서는 가족돌봄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해 18세까지는 아동·청소년으로 보고 그 이상은 성인으로 간주한다. 이때 청소년은 가족돌봄으로 인해 역량 개발, 학습, 재정 측면에서 다양한 제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철저히 보호된다”면서 “국내에서도 대상 규정을 명확히 하기 위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고, 가족돌봄 청(소)년 관련 입법안도 면밀한 검토를 통해 빨리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 맞춤형 서비스 도입 시급…과천·가평·양평·연천 ‘특히 위기’ 경기도에 한정하면 특히 상황이 열악한 곳은 과천시, 가평군, 양평군, 연천군이다. 보건복지부가 2023년 8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일상돌봄 서비스’ 사업의 미수행 지역인 데다가, 관내 자체 조례도 없어서다. 이 4개 시·군에 거주하는 가족돌봄 청소년은 관(官)에 의지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기대해 볼 만한 부분은 지난달 27일 ‘가족돌봄 등 위기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처음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점이다. 이 법률안은 지난 18일 국무회의에 상정돼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가족돌봄 청(소)년과 밀접한 위기아동‧청소년에 대한 최초의 공적 전담 지원 체계가 마련하는 데 첫 발을 뗀 셈이다. 다만 예산 확보와 시스템 구축 등 추가 논의는 필요한 상황이라 아직은 ‘준비 기간’에 그친다. 가족돌봄 청소년 통합 지원사업을 담당하는 채종민 세이브더칠드런 서부지역본부 광주아동권리센터장은 “돌봄 청소년을 도울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은 좋으나 모호한 개념을 정확히 규정하고 실질적 지원에 대한 논의가 더 이뤄져야 한다”면서 “대상자들은 복합적인 위기를 겪고 있는 저소득층의 아동들이 많기 때문에 생계 지원과 파견 복지사 제도를 가장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준비 기간 동안 가족돌봄 청소년에 대한 개념 확립과 전국적인 대상자 파악에 대한 방안이 추가 논의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청년미래센터 확충’…경기도, 복지 사각지대 해소 적극 나서야 현실적으로 기댈 수 있는 희망은 보건복지부가 지원·관리하는 ‘청년미래센터’다. 지난해 8월부터 시범사업으로 가동 중인 청년미래센터는 가족돌봄 청년, 고립·은둔청년 등 취약 청년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전담 기관이다. 현재는 인천, 울산, 충북, 전북 4개 지역에서만 운영된다. 청년들이 돌봄 부담에서 벗어나 자립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발판이 되는 만큼, 청소년까지의 대상 확대 및 추가 운영 지역 확대 등이 요구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지난해 경기도 또한 청년미래센터 시범사업 공모에 신청했지만 아쉽게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보건복지부가 추가 선정할 경우 다시 신청할 계획이다. 이를 대비해 기본 계획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역시 센터 확대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 중 12개 지역이 공모에 신청했고 다양한 지표를 고려해 상위 4개 지역이 선정됐다”며 “경기도의 경우 청년 인구 밀도가 높아 사업 추진이 필요하지만 당시 도 차원에서 청년미래센터를 재위탁 방식으로 운영하려 했고 시범사업의 취지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돼 선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추가경정예산 확보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올 하반기 2~3개 지역을 추가로 선정할 계획이 있다”며 “가족돌봄 청(소)년 지원을 위해 장기적으로 전국적 확대가 목표”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가족돌봄 로드맵 실현을 위한 세심한 ‘시행 착오’를 당부했다. 노충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그동안 저소득 가정, 조손 및 한부모 가정, 기초수급 가정 등 다양한 상황에서 각기 다른 법의 지원 체계에 따라 지원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가족돌봄 청(소)년에 대한 새로운 사례 발견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실질적 지원이 이뤄지려면 민관 협력을 통한 역할 강화와 지원 기준 체계의 유연성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면서 “제도는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를 거친 후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들의 가장 큰 욕구는 ‘경제적 지원’이지만 정부는 제한을 둘 수밖에 없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 서비스가 활용된다. 궁극적으로 빈곤의 대물림을 막고 가족의 장기적 질병·실업, 개인의 우울·불안·대인기피 등을 함께 돌보는 체계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일보는 가족돌봄 청소년이 평등하고 따뜻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며 [그림자 가장이 산다] 시리즈를 마친다. 끝으로 헌법 제13조3항을 전한다.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관련기사 : 개인 '희생·책임' 아닌…"사회가 보듬어야" [그림자 가장이 산다⑤]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319580287 지원사업 몰라서…'10명 중 6명' 도움 못 받았다 [그림자 가장이 산다④]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318580237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다섯 글자, “도와주세요” [그림자 가장이 산다③]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318580234 지역·기관마다 정의 제각각…여전히 그늘 속 [그림자 가장이 산다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316580114 생계 책임진 아이, 엄마·아빠 보고 싶어 할 겨를이 없다 [그림자 가장이 산다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3165800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