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분묘기지권, 이제는 ‘공짜’가 아닐 수 있다

오랜 세월 우리 사회에서 분묘는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조상을 기리는 공간이었고, 그 위에 형성된 법리가 바로 ‘분묘기지권’이다. 특히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받아 분묘를 설치하는 이른바 ‘승낙형 분묘기지권’은 전통적으로 ‘무상 사용’이 당연한 것으로 이해돼 왔다. 쉽게 말해 땅 주인이 허락했다면 그 대가를 따로 내지 않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런데 2025년 12월11일 선고된 대법원 2023다261302 판결은 이 오래된 전제를 흔들었다. “처음에는 무료로 쓰기로 했더라도, 사정이 바뀌면 나중에 돈을 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토지소유자의 승낙을 받아 조상의 분묘를 설치했고, 이후 토지가 여러 차례 거래돼 병원 법인이 새 소유자가 됐다. 새 소유자는 “이제는 땅을 쓰는 대가를 내라”고 요구했고,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종전 법리는 비교적 명확했다. 분묘기지권은 성립 유형에 따라 승낙형, 취득시효형, 양도형으로 나뉘는데, 승낙형은 약정이 없으면 무상, 취득시효형도 원칙적으로 무상, 양도형만 유상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즉 “허락 받고 쓴 땅에 돈을 내라”는 요구는 쉽게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은 관습법상 권리의 내용도 고정된 것이 아니라, “권리의 취지, 당사자의 이해관계, 사회 변화, 그리고 전체 법질서와의 조화 속에서 재구성될 수 있다”고 봤다. 그 기준으로 ‘공평의 원칙’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에 따라 설령 처음에 지료 약정이 없었거나 “공짜로 쓰라”는 합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후 ▲토지소유자가 바뀌고 ▲지가가 상승하며 ▲토지의 활용가치가 커지고 ▲사용 기간이 장기화되는 등의 사정이 생기면, 더 이상 무상 사용을 유지하는 것이 공평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런 경우 토지소유자는 지료를 청구할 수 있고, 분묘 관리자는 그 시점부터 상당한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 이 판결의 의미는 단순히 한 사건의 결론을 넘어선다. 사실상 모든 유형의 분묘기지권에 대해 ‘조건부 유상성’의 문이 열린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승낙형 분묘기지권에서조차 무상 원칙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기존 법리와의 단절이 뚜렷하다. 물론 이러한 변화에 대해 비판도 적지 않다. 관습법은 오랜 사회적 관행에서 형성되는 것인데, 법원이 ‘공평’이라는 이름으로 그 내용을 바꾸는 것은 사실상 새로운 규범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전국 곳곳의 분묘 관리자가 갑자기 지료 부담을 지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은 분명한 방향을 보여준다. 더 이상 분묘기지권은 전통만으로 유지되는 영역이 아니라, ‘재산권과 공평의 균형 속에서 재조정되는 현대적 권리’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질문은 바뀌었다. “허락 받았으니 공짜인가?”가 아니라 “지금 상황에서도 공짜가 공평한가?”이다. 이 변화는 우리 주변의 많은 토지와 분묘에 실제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양자에 이른 기술혁명, 인간을 다시 묻다” 도서 ‘퀀텀의 시대’ 外

과학은 흔히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진보의 역사로 읽힌다. 그러나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터, 지능을 갖춘 휴머노이드 로봇이 현실이 된 시대에는 기술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양자기술의 원리와 미래를 쉽게 풀어낸 입문서와 동서고금 과학자들의 고민과 선택을 따라가는 과학철학 에세이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삶을 함께 바라보게 한다. ■ 퀀텀의 시대 인공지능(AI)과 함께 차세대 게임체인저로 꼽히는 양자컴퓨터를 둘러싼 경쟁이 세계적으로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기술 선점에 나섰고, 기업들 역시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압도적인 속도로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면서다. 금융·안보·인공지능 등 사회 전반에 변화를 가져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퀀텀의 시대’는 국내 양자정보 연구 1세대이자 양자컴퓨터 과학의 권위자로 꼽히는 이순칠 카이스트 명예교수가 양자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대중의 눈높이에서 풀어낸 책이다. 국내 최초로 병렬처리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한국연구재단 양자기술단장을 지낸 저자는 전작 ‘퀀텀의 세계’를 통해 난해한 양자역학을 쉽고 흥미롭게 설명하며 대중의 호평을 받았다. 저자는 미시 세계의 질서를 드러낸 양자물리학의 등장을 인류 문명을 바꾼 첫 번째 ‘퀀텀 점프’로 규정하고, 이를 응용한 양자컴퓨터가 또 한 번의 거대한 도약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한다. 책은 과거-미래-현재라는 독특한 구성으로 양자물리의 탄생과 인식의 전환, 양자컴퓨터의 활용 가능성, 세계 각국의 투자 경쟁과 기술 개발 현황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특히 아직 ‘최종 승자’가 정해지지 않은 양자컴퓨터 기술 경쟁의 현주소를 짚어내는 대목에 주목할 만하다. 초전도 방식, 이온덫, 중성원자 등 다양한 기술이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기술 패권 경쟁의 실체를 보여준다. 나아가 양자컴퓨터가 불러올 윤리적 쟁점과 사회적 변화까지 살피며 시대와 문명을 성찰하게 한다. 저자는 양자기술을 먼 미래가 아닌 이미 시작된 변화로 바라보며, 다가올 ‘퀀텀의 시대’를 읽어낼 통찰을 제시한다. ■ 과학을 인간답게 읽는 시간 생성형 인공지능, 피지컬 AI 등 첨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인간의 삶도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과학은 흔히 차갑고 냉철한 이성의 산물로 여겨지지만, 과학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도전, 실패와 선택이 존재한다. ‘과학을 인간답게 읽는 시간’은 기술과 과학의 성과보다 이를 만들어낸 사람과 사회, 철학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책이다. 과학 전문 번역가 전대호의 첫 에세이인 이 책은 과학자와 대중, 사회와 철학이 만나는 지점을 탐색한다. 서울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뒤 철학을 공부하고 30여 년간 100권이 넘는 과학·철학 서적을 번역해 온 저자는 과학의 성과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선택과 사회적 맥락을 들여다본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책은 피보나치가 아라비아 숫자를 유럽에 확산시킨 과정부터 특허를 포기한 마리 퀴리, 57세에 새로운 연구 분야에 뛰어든 슈뢰딩거의 도전까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과학자의 탐구심과 용기, 사회적 책임을 조명한다. 또한 열기구 비행에 열광한 군중과 오늘날 과학 홍보의 관계, 수천 명의 연구자가 참여하는 현대 과학의 협업 구조를 살피며 과학이 사회와 분리된 영역이 아님을 보여준다. 특히 챗GPT와 휴머노이드가 일상으로 들어오는 시대를 배경으로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성찰하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AI가 지능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논의보다 AI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인간이 기계를 닮아가는 시대, 기술 발전의 이면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돌아보게 한다.

무기력 시대, 몸과 마음의 역량을 높이는 회복의 과학 ‘몸이 마음을 만든다’ 外

■ 몸이 마음을 만든다(윤대현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A씨는 최근 들어 느껴지는 이유없는 불안, 몸이 축 처지는 느낌, 운전 중 갑작스런 공황 증상을 느꼈다. 심리 문제인가 싶어 정신과 의사를 찾았지만 의사는 뜻밖에도 “혈액 검사 결과도 같이 보자”는 말을 한다. 정신과에서 혈액 수치를 보는 이유가 뭘까. 염증,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등 몸의 대사가 흔들리면 뇌와 신경계도 함께 예민해질 수 있다는게 최근 의학계에서 활발히 논의되는 ‘대사정신의학’의 핵심이다. 이 책은 건강검진센터와 연계된 멘탈 클리닉에서 몸과 마음의 데이터를 함께 읽어온 저자 윤대현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임상 경험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대사 시스템이 무너지고 몸속 염증이 증가하면 그 신호는 때로 ‘불안’, ‘공황’, ‘무기력’이라는 마음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마음이 아픈 줄 알았는데 몸의 시스템이 함께 무너지고 있었던 것. 저자는 “극심한 변화로 에너지가 고갈된 시대에는 마음을 다잡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쉬어도 풀리지 않는 피로와 무기력, 반복되는 불안과 우울에서 벗어나려면 마음을 지탱하는 몸의 시스템부터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다가오는 이마와 검은 털 고양이(박솔뫼 지음, 마음산책 펴냄) 김승옥문학상, 문지문학상, 김현문학패, 동리목월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독특한 문화적 영토를 구축해온 소설가 박솔뫼의 첫 짧은 소설집이 출간된다. 이번 작품집에는 활동 초기에 발표한 글부터 최근작까지 열세 편의 이야기와 세 편의 에세이까지 담겼다. 박솔뫼의 문장은 독자를 논리로 설득하기보다 온전히 감각하게 만든다. 낯선 호텔방의 서걱거리는 이불, 창가에 스며드는 뜨거운 햇볕과 밤의 눅눅한 습기 등 박솔뫼는 인물들이 머무는 장소의 미세한 공기와 흐름을 집요하게 포착해 문장과 문장 사이에 심어놓는다. 작가는 이 책을 두고 “밤이 깊어갈 때 머리맡에 두고 펼쳐 읽는 ‘침대책’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소설집의 인물들이 거리와 시간을 초월해 기억하고, 멀리 떨어진 존재들을 불러내는 움직임을 쫓다 보면 저마다의 시공간에 놓인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다정한 연결 고리가 돼 줄 것이다.

[어반스케치] 장미와 담쟁이

화령전 작약 시들며 찬란한 슬픔의 봄을 지운다. 엷은 플루트 소리 같은 봄과 꽃의 여운이 잦아들고 있다. 클라우디오 아바도는 연주 중에 지휘봉을 한참 동안 멈췄다. 음의 여운을 종소리처럼 좀 더 울리게 하고 싶어, 음의 깊이로 긴장감을 주고 싶었을 것이다. 이것이 잔향이다. 스위스의 산골짜기에 묻힌 그의 영혼에 아름다운 야생화와 봄의 잔향이 머물고 있을까. 봄만 아닌 인생의 잔향이 남는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 바겐세일의 백화점처럼 온갖 꽃들이 피어났다. 세류동 언덕, 장미꽃 핀 마을과 담쟁이넝쿨이 걸려 있는 풍경을 그려본다. 대문 위에 무리 지은 장미꽃은 메릴린 먼로의 입술 같고 피아졸라의 탱고 같다. 담쟁이는 그 자체가 온몸이 길이다. 거칠고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초록의 영토를 줄기차게 확장해 가는 담쟁이로부터 인생을 배운다. 해마다 장미를 그리는 건 봄바람처럼 싱겁지 않고 윤기 흐르는 화려한 사치에 반해서다. 가끔 수수한 민낯보다 플라멩코를 추는 붉은 치마에 감겨들 때가 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장미꽃에 찔려 죽었다는 속설이 있다. 그가 사랑했던 살로메를 애타게 기다리며 장미꽃을 꺾다가 가시에 찔렸다니 아름다운 시처럼 살다 갔다. 그의 묘비명엔 사랑과 삶과 인생의 모순 같은 시 한 구절이 새겨 있다고 한다.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수많은 눈꺼풀 아래 누구의 잠도 아니라는 기쁨이여.”

경기미술창고 소장품 기획전 ‘사이의 공간’, 평택 복합문화공간 ‘공간미학’서 29일 개최

농업 창고를 리모델링한 곳에서 일상의 예술이 펼쳐진다. 경기도와 평택시, 경기문화재단은 오는 29일부터 7월 5일까지 평택시 오성면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공간미학(米學)에서 경기미술창고 소장품 기획전 ‘사이의 공간’을 선보인다. 전시가 열리는 공간미학은 농업창고를 리모델링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지역의 자연환경과 예술이 어우러진 열린 문화예술 공간으로 관람객들은 평택 신리 일대의 농촌 풍경 속에서 예술 작품을 경험하며 일상과 공간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마주할 수 있다. 전시는 경기문화재단 경기미술창고 소장품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회화, 사진, 설치 등 작가 28인이 펼쳐낸 다양한 장르의 작품 32점을 만나게 된다. 참여 작가들은 각기 다른 시선과 매체를 통해 현대인이 경험하는 공간의 의미와 감각을 다층적으로 풀어낸다. 현대 사회 속 공간을 기억과 감정, 구조와 인식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삶의 조건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집과 도시, 심리적 풍경, 디지털 환경 등 다양한 층위의 공간 경험을 조망한다. 관객은 현대인의 삶과 존재 방식이 형성되는 공간의 의미를 탐색할 수 있다. 전시는 총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머무름의 구조’에서는 주거와 도시, 구조와 경계 등 삶의 기반이 되는 물리적 공간과 사회적 환경을 다룬다. 익숙한 공간 속 반복되는 질서와 균형, 현대 도시 구조 안에서 형성되는 관계와 감각을 살펴본다. ‘기억의 풍경’에서는 유년의 기억, 상실, 감정, 시간의 흐름 등 개인의 내면에 축적된 심리적 공간을 조명한다. 작가들은 회상과 정서의 층위를 시각화하며 기억이 장소와 관계 맺는 방식을 탐색한다. ‘인식의 경계’에서는 착시와 환영, 디지털 이미지, 감각의 왜곡 등을 통해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질문한다. 작품들은 시각적 구조와 인식 체계를 실험하며 동시대 감각 환경의 변화된 풍경을 드러낸다.

연세대, 송도세브란스병원 전문의 모집…2029년 개원 준비 본격화

연세대학교가 송도세브란스병원의 전문의를 모집하는 등 오는 2029년 개원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26일 연세대학교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연세대는 오는 6월12일까지 송도세브란스병원에서 근무할 전문의 14명을 모집한다. 모집 분야는 병리학(일반병리), 내과학(중환자의학·심혈관중재술·부정맥), 소아과학(신생아), 외과학(유방·갑상선내분비), 흉부외과학(폐·식도), 성형외과학(유방재건·성형·지방이식) 등이다. 또 산부인과학(모체태아의학), 이비인후과학(두경부·소아), 비뇨의학(비뇨기 종양), 재활의학(척수손상재활·근골격재활), 방사선종양학, 진단검사의학(진단유전), 응급의학 분야에서도 전문의를 선발한다. 선발한 전문의들은 개원 전까지 신촌·강남·용인세브란스병원 등에서 근무한 뒤, 송도세브란스 개원 시점에 맞춰 전보 발령을 받게 된다. 연세대와 인천경제청은 송도세브란스 개원 이후 약 200명의 의사가 근무하는 의료 체계를 예상하고 있다. 연세대 관계자는 “이번 모집은 송도세브란스 개원 이후 안정적인 진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사전 인력 확보 차원”이라며 “2029년 개원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연세대와 인천경제청은 오는 6월까지 3천억원 추가 지원 내용을 담은 변경 협약안을 마련한 뒤, 인천시의회 동의 절차 등을 거쳐 하반기 중 변경 협약을 할 계획이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변경 협약안과 관련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오는 6월 지방선거 이후 시의회 동의를 받은 뒤 협약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청소년에게 ‘어른의 무게’ 일깨운 포천향교…제31회 전통성년식 개최

디지털 기기와 빠른 일상에 익숙한 포천지역 청소년들이 하루 동안 시계를 조선시대로 돌려 ‘어른의 무게’를 되새겼다. 재단법인 경기도향교재단 포천향교는 최근 포천향교 유림회관에서 제31회 전통성년식을 열었다고 26일 밝혔다. 올해로 31회째를 맞은 전통성년식은 단순한 전통문화 재현 행사를 넘어 청소년들이 성인으로서의 책임과 예절을 배우는 지역 인성교육 프로그램으로 이어지고 있다. 포천일고등학교 학생과 가족 등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행사에서 학생들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성년례 절차에 참여하며 평소 접하기 어려운 전통 예법을 직접 체험했다. 성년식은 전통 예법에 따라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참가 학생들은 어른의 복식을 갖추는 삼가례와 가관례를 시작으로 성인으로서 첫 잔을 받는 초례, 평생 지녀야 할 자를 받는 명자례 등을 차례로 치렀다. 특히 여학생에게 쪽두리를 씌워 주는 장면은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번 행사에서는 다도 체험도 함께 진행됐다. 학생들은 차를 따르고 마시는 과정을 통해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와 몸가짐을 배웠다. 짧은 체험이었지만 전통 예절이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마음가짐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느끼는 시간이 됐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한복을 입고 예법을 따르는 모습을 보니 이제는 품 안의 자식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매년 이런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뜻깊다”고 말했다. 포천향교 관계자는 “이번 성년식이 청소년들에게 성인이 된다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향교가 지닌 역사·문화 자산을 활용해 청소년 인성과 예절교육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이천시립 효양도서관, 다음달 2일부터 ‘책 읽는 화가’ 체험형 원화 전시

이천시립효양도서관이 다음달 2일부터 28일까지 1달 동안 도서관 1층 다목적홀에서 ‘책 읽는 화가’를 제목으로 김중석 작가의 그림책 ‘빵빵 무슨 빵’을 주요 도서로 한 체험형 원화 전시를 개최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책과 연계된 미술 작품 전시를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일상 속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됐다. 도서관은 단순히 보는 것에 그쳤던 기존 원화 감상을 넘어 어린이들이 직접 작가의 작업 방식을 체험하고 그리기에 대한 즐거움을 발견하도록 유도해 책에 대한 친밀감과 독서 흥미를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 공간에서는 김중석 작가 그림책의 아름다운 원화 30여점을 감상할 수 있으며 그림책 장면을 입체적으로 구현한 포토존(사진 명소)이 설치돼 책 속에 들어온 듯한 특별한 경험도 할 수 있다. 특히 전시와 연계된 상시 체험 공간에서는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는 다양한 미술 활동이 무료로 운영되며 작가의 그림책과 작가가 그린 삽화가 담긴 책들을 직접 읽어 볼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된다. 또 다음달 27일에는 작가 초청 특강이 열리며 특강은 수강 신청이 필요하다. 도서관 관계자는 “이번 체험형 전시가 도서관을 찾는 어린이와 가족들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해주는 특별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도서관의 복합문화 기능을 강화해 주민들이 다채로운 문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생각하며 읽는 동시] 목장갑

목장갑 신현배 새벽바람을 맞으며 ‘인력 시장’ 나갔다가 늦아침에 돌아와 목장갑을 벗는 아빠. “오늘도 공치는 날이야. 모닥불만 쬐다 왔네.“ 일거리 얻지 못한 게 제 잘못이나 되는 듯 방구석에 널브러진 고슴도치 같은 목장갑. 온종일 시무룩하다, 아빠 표정을 살피며. 아빠 대신 시무룩, 대견한 목장갑 새벽같이 일터로 달려 나간 아빠가 일거리를 얻지 못하고 힘없이 돌아온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아이의 마음을 담은 동시조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일거리를 얻지 못한 아빠를 대신한 목장갑의 시무룩한 표정이다. ‘일거리 얻지 못한 게/제 잘못이나 되는 듯’. 목장갑의 요 구절이 모닥불만 쬐다 온 아빠보다도 더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러다 보니 몸을 쫙 펴지 못하고 한쪽 구석에서 고슴도치처럼 웅크린 채 온종일 시무룩할 수밖에 없다. 문학은 이런 것이다. 작가는 이런 짓궂은 면도 있어야 한다. 정작 괴로운 아빠는 놔두고 슬며시 목장갑을 등장시켜 이야기하고 있다. 목장갑이 무슨 잘못인가. 아빠를 대신해야 할 이유가 뭔가. 목장갑으로서는 이보다 억울할 데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평 한마디 없이 잘도 따른다. 마치 잘못을 저지른 동생을 대신해서 꾸지람을 달게 받는 형처럼. 어릴 적 옆집 순애가 꼭 그랬다. 동생 순미가 야단맞아야 할 때마다 지가 혼난다고. 그럼에도 얼굴 표정은 밝았다. 하도 이상해서 물었더니 ‘언니니까’란 대답이 돌아왔다. 세상에는 목장갑 같은 이들이 있어야 한다. 누군가를 대신해서 아파도 해야 하고 괴로워하기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세상은 아름다운 곳이 된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경기아트센터, 수원대·용인대와 업무협약… 대학·공연예술 현장 ‘가교’

경기아트센터가 대학과 공연예술 현장을 연결하는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청년 예술인들에게 다양한 창작·실무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경기아트센터는 수원대, 용인대와 각각 ‘문화 인재 양성 및 공연예술 진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6일 전했다. 이번 협약은 대학과 공공 공연예술기관이 보유한 교육·예술 자원을 연계해 공연예술 분야 인재 양성 및 창작 활성화를 도모하고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의 협력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됐다. 경기아트센터와 수원대는 공연·교육 분야의 상호 협력을 비롯해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공동사업 등을, 용인대와는 국악 분야 인재 양성과 전통예술 기반 공연 창작 활성화를 위한 협력을 추진한다. 김상회 경기아트센터 사장은 “대학이 가진 교육 역량과 경기아트센터의 공연예술 현장이 만나면 다양한 창작과 협력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대학에서 성장한 예술인재들이 지역 공연예술 현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협력 기반을 확대하고 앞으로도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연계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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