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에 이르는 공간’…남양주 ‘도이책방’

남양주 별내동에 위치한 ‘도이책방’ 배승연 대표는 인간을 위협하는 기술 앞에 점차 사라져가거나 잊혀지는 것들을 바라보며 ‘나는 무엇을 끝까지 지키고 싶을까’ 고민했다. 기계로는 대체될 수 없는 생각들, 인간만이 가진 ‘온기’ 같은 것을 잃고 싶지 않았다. 그런 것들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공간이 어디일까, 책방을 떠올렸다. 배씨는 가구회사에서 브랜딩과 제품 개발 PM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책’이라는 사물이 좋아 오랜 꿈을 덜컥 실현해버렸지만 어쩌다보니 직장과 책방을 병행하는 ‘투잡러’가 됐다. 그는 “남양주시 청년 정책인 ‘별내 청년창업랩’에 선정된 덕에 오랜 마음을 펼칠 수 있게 됐다”며 “지난 3월18일 문을 열어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서점 창업을 준비하며 인테리어 과정, 하루하루 챙겨야하는 것들을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 기록했다. 공사 과정 중 예기치 못한 누수가 발생해 난관에 봉착하기도 하고, 생각처럼 공사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으며 공간에 대한 애착과 애정을 키웠다. 배씨는 “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초기 자본을 아끼고 싶은 현실적인 이유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공간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며 “페인트칠부터 가구 배치, 조명 하나까지 친구들과 가족들이 함께해 스스로에게도 위로가 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막 문을 연 도이책방의 책 기준은 ‘나에게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다. 어떤 한 분야에 집중하기 보단 상황에 따라 필요한 책을 꺼내볼 수 있는 서가를 꾸미려고 노력한다. 그는 “어린 시절엔 가난이라는 현실로부터 도망치고 싶어 책에 기대곤 했고, 일에 대한 고민이 많은 때는 자기계발서를 펼쳐보기도 했다”며 “인생에 답을 찾고 싶거나 쉼과 여유가 필요할 때 책은 언제나 옳았다”고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이를 도, 기쁠 이’의 뜻을 품은 도이책방은 기쁨에 이르는 것을 수집하며 그런 공간이 되길 희망한다. 월간 큐레이션 형태로 독립출판 작가들과 협업해 다양한 출판물을 소개하며 세상에 있는 작은 행복과 다정한 시선을 책방에 모아둘 예정이다. 그는 “로봇이 책을 읽어주는 시대에 사람들이 굳이 책방을 찾을까 고민하기도 하지만 그런 낭만과 작은 고집이 없었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지역의 도움 속에서 성장하는 곳인 만큼 남양주 별내동 주민들에게 ‘가면 괜히 기분 좋아지는 곳’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대사 없어도 함성 가득…고양 중학생 4천명, 미디어아트 ‘페인터즈’에 환호

고양교육지원청이 학생들에게 특별한 문화예술 체험의 장을 선사했다. 경기도고양교육지원청은 지난 21일, 22일 이틀간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에서 관내 중학교 15개교 학생 4천여명을 대상으로 비언어극 ‘페인터즈’ 공연 관람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 관람은 고양교육지원청이 지역교육정책현안사업으로 진행 중인 ‘고양아트365+’의 하나로 이틀동안 총 4회에 걸쳐 회당 약 1천명의 학생이 공연장을 찾았다. 학생들이 관람한 ‘페인터즈’는 라이브 드로잉과 첨단 미디어아트를 결합한 공연으로 전 세계 15개국 67개 도시에서 무대에 오른 작품이다. 이번 공연에서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하나의 예술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을 역동적인 퍼포먼스로 풀어내 학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학생들은 배우들의 퍼포먼스에 박수와 함성으로 화답했으며 관객 참여 프로그램에서는 직접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함께 즐기기도 했다. 한 학생은 “대사가 없어도 그림만으로 다양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며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도 나와 더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솔 교사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한 교사는 “학생들이 공연에 집중하며 즐기는 모습을 보니 예술과 지역문화 공간에 대한 관심을 넓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고양교육지원청은 학생들의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을 위해 하루 25~29대의 버스를 지원했다. 또 공연장 입장 동선에는 교육지원청 직원들을 안전요원으로 배치해 학생 이동과 관람을 도왔다. 휠체어 이용 학생 등 특별한 배려가 필요한 학생들을 위한 좌석도 사전에 마련했다. 이현숙 교육장은 “누구나 일상 속에서 즐기고 표현하는 문화예술 활동은 학생들의 문화 역량과 예술적 감성을 키우는 데 큰 밑거름이 된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협력해 학생들이 행복한 고양 미래교육을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고양교육지원청은 오는 10월 말 중학생 대상 ‘페인터즈’ 공연을 추가 운영하며 11월에는 초등학생 대상 ‘장수탕 선녀님’과 고등학생 대상 ‘한국판 리어왕’ 공연 관람도 지원할 계획이다.

생활 속 고혈압 예방·관리 실천…혈압 관리 중요성 강조

질병관리청이 세계 고혈압의 날(5월17일)을 맞아 고혈압성질환 예방을 위한 ‘6대 고혈압 예방관리수칙 및 수칙별 실천지침’을 발표했다. 2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고혈압성 질환은 혈압이 정상범위를 넘어 수축기 혈압 140㎜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 90㎜Hg 이상으로 높은 상태가 지속되는 질환이다. 본태성 고혈압 외에도 고혈압성 심장병, 고혈압성 신장병, 이차성 고혈압 등이 해당된다. 고혈압은 초기 증상 없이 서서히 혈관을 손상시켜 주요 장기에 영향을 일으킨다. 뇌질환, 심장질환, 신장질환, 안질환, 혈관질환 및 어지러움 등 여러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릴 만큼 초기부터 철저한 예방 관리가 중요하다. 질병관리청의 ‘2024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24년도 19세 이상 우리나라 성인 남녀 고혈압 유병률은 2023년도와 비교했을 때 남자 2.9%p, 여자 1.2%p 증가했다. 질병관리청은 고혈압 유병률 및 조절률 개선을 위한 6대 고혈압 예방관리수칙으로 ▲체중 관리 ▲규칙적인 신체활동 ▲하루 나트륨 섭취량 낮추기 ▲건강하고 균형잡힌 식단 ▲좋은 생활습관 유지 ▲정기검진 및 의료진의 목표 혈압 협조 등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질병관리청은 대한고혈압학회와 공동으로 이달부터 7월 말일까지 3개월간 고혈압 인지율을 높이기 위해 ‘혈압 측정 캠페인’을 실시한다. 이 캠페인에 맞춰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정해진 날짜에 지역 주민 대상으로 혈압측정 및 질환·건강생활실천상담 등을 진행한다. 경기도 내에선 5월15일~7월14일(상시) 광명시보건소, 6월24일 하남시보건소, 6월29일 안산시 상록수보건소, 7월10일 부천시 소사보건소 등이 예정돼 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고혈압은 건강한 식단, 규칙적인 신체활동, 체중 관리, 금연 및 알코올 제한 등 전반적인 생활습관 개선이 핵심 전략”이라며 “평상시에도 6대 고혈압 예방관리수칙을 생활화하는 등 건강관리에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놀이가 천배만배’ 전곡항 들썩인 화성뱃놀이축제…발길 ‘북적’

대한민국 대표 해양축제인 제16회 화성뱃놀이축제가 성황리에 개최돼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화성특례시와 화성시문화관광재단은 뱃놀이축제 행사 이틀째인 23일 오후 1시 전곡항 메인 무대에서 개막식을 개최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윤성진 시장 권한대행을 비롯해 배정수 시의회 의장, 송옥주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정명근 시장 후보, 국민의힘 박태경 시장 후보, 이순국 경기일보 대표이사 사장, 시·도의원 출마자, 축제 관계자, 시민 등 1천여명이 참석했다. 이어 윤 대행의 개회사와 심재만 화성시대표축제추진위원장의 개회 선언에 이어 주요 내빈들이 ‘놀이가 천배만배, 즐거움도 천배만배’라고 적힌 닻을 올리는 세리머니를 진행, 행사의 공식 시작을 알렸다. 또 어린이합창단 싱잉엔젤스와 가수 유미씨의 축하공연이 펼쳐지며 참가자들로부터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윤 대행은 대회사를 통해 “서해안 최대 해양 축제로 자리잡은 화성뱃놀이축제가 올해로 16회째를 맞았다”며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풍성해지는 축제인 만큼,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화성 바다의 매력을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개막식장을 비롯한 전곡항 일대 행사장에는 이른 오전부터 관람객들이 몰리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개막식에 앞서 오전 11시에는 전통 선박 조선통신사선 해상퍼레이드가 펼쳐졌다. 올해 처음으로 운영된 조선통신사선 승선체험 및 선상박물관은 단연 인기였다. 참가자들은 배에 올라 조선시대 해양교류 역사와 기술을 배우며 색다른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와 함께 시민참여형 댄스 경인인 ‘바람의 사신단’ 거리퍼레이드가 오전 10시30분, 오후 4시30분 두 차례 진행돼 관람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다. 이와 함께 전통문화 방식의 ‘개막식 퍼레이드’, 길거리서 연극을 펼치는 ‘뱃놀이 유랑단’ 공연이 펼쳐졌다. ‘뱃놀이축제’ 명성에 걸맞게 요트·선상·유람선 승선체험, 입파도 인근 어장에서 즐기는 바다낚시 체험 등 다양한 해상 콘텐츠도 가족, 연인 단위 참가자들에게 큰 추억을 선사했다. 특히 올해 뱃놀이축제는 ‘참여형 축제’로 꾸며진 만큼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큰 호응을 얻었다. ‘도전! 배끌기’의 인기가 단연 돋보였다. 참가자들은 밧줄을 어깨에 걸쳐 보트를 끌었고,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이 응원전을 펼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보트가 결승선을 넘으면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 밖에 어린이 버블 댄스파티 체험장에는 가족단위 참가자들이 긴 줄을 서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날 오후 7시 20분부터는 ▲국악그룹 도시 ▲희원 ▲류연주 ▲생동감크루 등이 전곡항 주무대에 올라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들은 무대에서 강렬한 공연을 펼치며 관람객의 뜨거운 호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저녁 8시 30분에는 축제 대미를 장식한 ‘해상 불꽃쇼’가 진행돼 서해 바다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를 놓으며 가족·연인 단위 관람객들에 감동을 선사했다. 행사 첫날인 지난 22일에는 전통 방식의 물고기 잡기 ‘독살체험’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들었다. 독살체험은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주로 참여했는데 전통어업 문화를 직접 체험하며 특별한 추억을 만들었다. 가족단위 참가자들을 위한 ‘버블 댄스 파티’와 ‘모래놀이터’ 등도 운영됐다. 이어 DJ 허조교와 DJ 세포의 역동적인 디제잉 공연을 비롯해 그룹 블랙스완과 래퍼 우원재가 나온 ‘EDM 콘서트’가 펼쳐졌다. 관람객들은 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공연을 즐기며 축제의 밤을 만끽했다. 한편, 뱃놀이축제는 오는 25일까지 화성무용제 ‘뱃놀이, 춤 띄우다’ 공연과 뱃놀이 뮤지컬 ‘플레이스타 위드유컴퍼니’, 뱃놀이유령단 거리극, 화성시예술단 오케스트라와 이희주의 ‘OST콘서트’ 공연이 펼쳐진다. 또 뱃놀이싱어즈의 ‘그루(Groo) 유니즌 크루’ 공연, 황미라·설화·원더총각의 ‘뱃놀이트롯쇼’와 함께 가수 드림걸스, 셀위펑크, 봄여름가을겨울의 피크닉 콘서트가 열릴 예정이다. 행사장 전역에서는 시민참여형 프로그램과 요트·보트 승선체험이 계속되며 매일밤 서해바다를 수놓는 불꽃놀이가 진행된다.

“역사 연구는 사유를 넓히는 것”…세종과 정조, 성군의 숲에서 미래의 길을 묻다

푸르른 신록이 짙어가는 오월의 여주 영릉(英陵)이 오랜만에 학문적 열기와 깊은 울림으로 가득 찼다. 세종대왕이 잠든 성스러운 숲에서 열린 학술회의는 과거의 역사를 넘어 오늘날 한국사회가 마주한 갈등과 리더십의 문제를 되돌아보게 했다. 세종국가경영연구원(원장 박현모)은 23일 여주 세종대왕릉 세종마루에서 김영임 세종문회 사무총장 사회로 ‘훈민정음 반포 580주년 및 정조 즉위 250주년 기념 학술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전국의 학자와 세종문회, 세종실록학교 동문, 시민 등 100여명이 참석해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군주로 꼽히는 세종과 정조의 국가경영 철학과 시대적 의미를 조명했다. 학술회의의 핵심 화두는 두 성군이 공통적으로 보여준 ‘위민정신’이었다. 박현모 원장은 ‘역사를 연구하는 이유는 미래를 예견하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의 사유와 지평을 넓히기 위함’이라는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말을 인용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박 원장은 세종과 정조가 시대는 달랐지만 백성을 향한 철학만큼은 하나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세종은 집현전을 중심으로 지식과 정보의 독점을 깨고 훈민정음을 창제해 백성의 삶과 인권을 넓혔다. 정조 역시 규장각을 통해 정약용·이덕무·박제가 등 서얼 출신 인재를 적극 등용하며 신분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했다. 또한 한글 활용을 확대해 백성들이 국가 운영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학술회의는 두 군주의 업적을 단순히 찬양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남긴 한계와 역사적 교훈도 함께 짚어냈다. 세종은 신하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권한을 위임하는 ‘동반자형 리더십’을 보여준 반면, 정조는 치열한 붕당정치 속에서 신하들을 직접 이끌고 통제하는 강한 군사(君師)형 리더십을 펼쳤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그러나 두 성군이 떠난 뒤 조선은 다시 혼란에 빠졌다. 세종 사후에는 계유정난이 일어났고, 정조 사후에는 세도정치가 시작됐다. 발표자들은 “위대한 지도자 개인의 역량에만 의존한 개혁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며 제도와 정치적 생태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정조가 재위 후반기 친인척 갈등과 사도세자 문제에 지나치게 몰두하면서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혁의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재를 길러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군왕 없이도 자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정치 시스템 구축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행사 참여자들은 “두 성군의 애민정신과 동시에 오늘날 정치 현실과 맞닿은 역사적 한계에 깊은 공감을 나타냈다”며 “백성을 위해 헌신한 두 임금의 이야기에 감동했고, 동시에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이 겹쳐져 마음이 무거웠다”고 말했다. 손욱 세종국가경영연구원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세종이 실천한 감사와 칭찬, 열린 소통의 정신이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는 길”이라며 “우리 사회 곳곳에 세종의 정신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행사장 한편에는 강병인 작가의 붓글씨 작품이 참가들의 관심을 받았다. 세종과 정조의 어록을 되살려냈다는 평가다. 숲길을 거닐던 참석자들은 백성을 위해 밤을 지새웠던 두 군주의 고민을 되새기며, 오늘날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리더십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묻는 시간을 가졌다.

왜 위험하고 쓸모없는 문이 있을까? [이강웅의 수원화성이야기]

화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용연을 중심으로 각건대, 북암문, 화홍문, 방화수류정이 어우러진 풍경일 것이다. 이 중 북수문인 화홍문은 성안으로 물을 받아들이는 수문이다. 수문, 교량, 누각이 함께 있는 한국 수문 건축의 백미(白眉)다. 현재도 사용한다. 화홍문은 장안문, 팔달문, 남수문과 함께 화성에서 가장 먼저 착공했다. 공사 중에도 백성이 성 안팎으로, 수원천 좌우로 오갈 수 있도록 배려했기 때문이다. 화홍문은 물의 통로, 방어를 위한 포병 진지, 백성이 이용하는 교량, 문루에 올라 쉴 수 있는 정자 기능을 동시에 담았다. 화홍문에 가면 문루에 오르지 않고 그냥 지나친다. 신발 벗는 게 귀찮겠지만 문루에 꼭 올라가 볼 것을 권한다. 남쪽 창가에서 서서 수원천 양쪽에 서 있는 버드나무를 보면 수원의 원래 이름인 유천(柳川)의 이유를 알 수 있다. 북쪽 창가에 서면 용두 위에 세워진 방화수류정과 용연이 보인다. 특히 북쪽은 분합문 밖 마루에 앉아볼 수 있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한번 앉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곳이다. 마루 너비는 6척으로 아파트 발코니의 1배 반이다. 밑에는 벽첩(甓堞)인데 그 위에 마루를 깐 것이다. 때로는 내부처럼, 때로는 외부처럼 쓰이는 한국 고유의 공간이다. 이 마루 양쪽 끝에 나무 판문이 하나씩 있다. 조금은 희한한 문이다. 문을 열면 문밖은 아래층 교량 바닥까지 그대로 낭떠러지다. 문을 열고 발을 디뎠다면 큰 사고가 날 뻔했다. 여러분도 조심하셔야 한다. 왜 이처럼 위험하고 쓸모없는 문이 있을까. 화홍문의 역할과 방어대책을 살피며 접근해보자. 수문은 화성 시설물 중 위계가 높다. 대문, 암문 다음이다. 그만큼 방어에 취약하다는 의미다. 다양한 대책을 이미 반영했다. 화홍문은 좌우로 화력이 막강한 진지를 배치했다. 방화수류정은 보병과 포병진지, 북동포루는 포병진지다. 여기에 더해 가운데는 수원천이, 우측에는 용연이 있다. 큰 내나 큰 연못도 적에게는 장애물이다. 방화수류정에는 2층에 전붕판문 16개, 1층에는 총안이 19개나 있어 대단한 병력을 보유했음을 적에게 알려준다. 화홍문 자체도 만만찮다. 누각 위에 수많은 보병이 배치된다. 전안폐판을 한 점이 증명한다. 누각 아래와 좌우에는 22개의 포혈을 설치했다. 대포와 소포를 배치한 포병진지임을 말해준다. 그래서 화홍문 전면 벽은 벽첩으로 했다. 대포를 쏘는 포루 벽체는 일반 벽의 두 배가 넘는 두꺼운 벽돌 첩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두께가 무려 4척8촌(1.48m)이다. 이처럼 수문에는 각루, 포루, 공심돈을 좌우에 배치했고 전면은 모두 벽첩을 해 포병진지를 만들었다. 모든 홍예 수문에는 쇠살문을 설치해 전쟁 시에는 쇠살문을 닫아 수문을 폐쇄했다. 수문에 대한 방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겉으로는 아름답게 보이나 사실은 무시무시한 전쟁 시설물이다. 이런 방어시설 중 벽첩이 발코니 양쪽에 있는 위험하고 쓸모없는 판문과 관계가 있다. 어떤 관계일까. 의궤에 벽첩에 대해 “방사하는 제도는 포루와 같다”고 설명한다. 또 “아래에는 대포 구멍 8개를, 위에는 소포 구멍 14개를 뚫었다”고 해 누각의 아래층과 좌우가 포를 쏘는 공간임을 확인해 준다. 하지만 벽첩을 포를 쏘는 포벽으로만 보면 큰 실수다. 포벽 외에 두 가지 중요한 역할이 있다. 어떤 역할일까. 첫째, 통로 역할이다. 도대체 벽을 어떻게 통로로 사용한단 말인가. 비밀은 포벽의 설계에 있다. 벽면은 포진지로 사용하고 윗면은 병사가 걸어 다니는 통로로 사용할 수 있게 설계했다. 의궤에도 “북쪽 판문 아래는 벽첩과 이어지게 했다”고 했다. ‘판문 아래’와 ‘벽첩’이 ‘이어지게’ 하려면 판문 아래 레벨이 벽첩 윗면 레벨과 같은 레벨이어야 한다. 이는 북쪽 마루에서 판문을 열고 벽첩 위로 걸어 나갈 수 있는 통로 구조라는 말이다. 무슨 통로일까. 화홍문에서 좌우에 있는 원성 내탁과 오갈 수 있는 연결 통로다. 좌측 내탁에서 화홍문 발코니를 거쳐 우측 내탁까지 갈 수도 있다. 원성의 내탁은 가능한 한 모두 연결돼야 한다. 병력과 병참의 공급망이기 때문이다. 얼핏 보기에 벽이어서 통로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의궤 기록이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둘째, 여장 밑의 원성과 같은 역할을 한다. 포벽 위에 여장을 쌓았다. 왜 포벽 위에 쌓아야 할까. 화홍문은 물 위에 지은 시설물이라 태생적으로 다른 곳에 비해 성 높이만큼 여장 바닥 레벨이 낮기 때문이다. 좌우 원성과 통로 레벨을 맞추려면 원성 높이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포벽 위에 여장을 세워야 한다. 포벽이 원성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처럼 벽첩은 포벽 역할은 물론이고 좌우 내탁통로, 여장 설치, 여장 뒤 병사의 활동 공간으로 쓰였다. 다목적인 셈이다. 그런데 지금은 통로나 병사의 활동 공간으로 쓸 수 없다. 왜 그럴까. 복원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포벽의 원형은 의궤에 ‘벽첩의 높이는 5척4촌, 두께는 4척8촌’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복원 상태를 보자. 높이는 4척, 두께는 2척4촌이다. 원형보다 높이는 1척4촌(43㎝) 낮고 두께는 2척4촌(75㎝)만큼 얇게 복원했다. 역할을 생각하면 너무 잘못된 복원이다.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첫째, 통로 역할이 사라졌다. 벽첩 높이가 낮아 판문을 나서면 발 아래가 허공이다. 통로로 접근조차 할 수 없다. 접근한다 해도 두께가 얇아 발을 디딜 공간이 없다. 이동은커녕 서지도 못하는 통로가 됐다. 아쉽게도 화성 내탁이 화홍문에서 끊어진 것이다. 판문도 쓸모없게 됐다. 둘째, 여장 역할이 사라졌다. 여장은 설치까지는 됐으나 기능을 할 수 없어 쓸모없는 여장이 됐다. 여장 뒤에 병사가 갈 수도 없고, 설 수도 없다. 벽첩 두께가 얇아 발 디딜 틈이 없다. 서서 총을 쏠 수 있는 폭이어야 한다. 이처럼 잘못된 복원은 원래 기능을 없앨 뿐만 아니라 후세에 한 공간의 목적을 잘못 인식시키는 문제를 남긴다. 복원은 외형보다 공간의 개념과 목적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화홍문 벽첩에서 벽면은 포진지로 사용하고 윗면은 이동 통로와 여장 발판으로 사용한 정조의 공간 활용을 엿봤다. 글·사진=이강웅 고건축전문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안양대·극단 ‘아리’ 합작 연극 ‘귀족수업’ 성황리 폐막

대학과 지역 예술단체가 손잡고 선보인 문화협력 프로젝트가 지역 주민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유종의 미를 거뒀다. 안양대학교 RISE 사업단과 극단 ‘아리’는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와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 확대를 위해 기획한 연극 ‘귀족수업’ 공연이 관객들의 찬사 속에 성공적으로 끝마쳤다고 22일 밝혔다. 지난 19일 오후 6시 안양대 수리관 8층 솔개소극장에서 열린 이번 공연은 단순한 무대 제작을 넘어 대학의 인프라와 지역 극단의 전문성을 결합한 상생 모델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특히 치열한 오디션을 뚫고 발탁된 안양대 공연예술학과 학생들이 극단 ‘아리’ 소속 프로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호흡을 맞추며 공연에 활력을 더했다. 허윤정 총감독과 김우기 연출 등 베테랑 스태프들이 대거 참여한 이번 무대는 학생들에게 현장 중심의 실무 경험을 제공하고 세대간 예술적 교류를 실현하는 장이 됐다는 평가다. 연극‘귀족수업’ 공연 포스터. 안양대 제공 연극 ‘귀족수업’은 프랑스의 거장 극작가 몰리에르의 원작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인간이 가진 허영심과 가식, 끝없는 욕망을 유쾌한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내 객석을 가득 메운 안양시민들에게 웃음과 재미를 선사했다. 공연을 관람한 장광수 안양대 총장은 “1시간 30분의 러닝타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극에 몰입했다”며 “의상과 안무, 음악, 무대 연출은 물론 무대 위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고 극찬했다. 감동의 무대는 지역사회를 위한 따뜻한 나눔으로 번졌다. 공연 직후에는 관내 소외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사랑의 쌀 나눔 행사’가 함께 열려 훈훈함을 더했다. 극단 ‘아리’는 지난 2024년 5월 안양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어느 배우의 이야기’ 공연 때도 쌀 기부 행사를 진행하는 등 꾸준한 이웃사랑을 실천해 오고 있다. 극단 ‘아리’의 대표이자 안양대 공연예술학과 교수를 맡고 있는 허윤정 총감독은 “예술은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일상 속에서 함께 호흡해야 한다”며 “이번 무대가 시민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즐거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안양대 RISE 사업단과 협력해 지속가능한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를 다져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학과 지역 사회, 문화예술계가 함께 상생하는 새로운 문화협력의 이정표를 세운 연극 ‘귀족수업’은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서울 대학로 한예극장으로 자리를 옮겨 공연의 감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경기도·광주시, ‘2026 경기 청소년 진로·문화 축제’ 개최…경기 청소년 집결

푸른 신록이 짙어가는 5월, 경기도의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완성한 진로와 문화의 장이 펼쳐졌다. 경기도와 광주시는 22일 광주시 G-스타디움 및 광주시민체육관 일원에서 도내 청소년과 학부모, 일반 도민 등 5천여명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2026년 경기도 청소년 진로·문화 축제’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최초로 제정돼 올해도 뜻깊은 발자취를 이어가고 있는 ‘경기 청소년의 날(5월24일)’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는 도내 청소년들이 능동적이고 자주적인 주인의식을 고취하고 잠재된 끼와 열정을 마음껏 발산하는 역대급 축제의 장으로 기록됐다. 올해 축제는 ‘청소년이 만들어가는 미래, 함께 성장하는 경기도와 광주시’라는 운영 비전 아래, ‘나는 경기도 청소년이다!’라는 핵심 슬로건을 전면에 내걸었다. 지난해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7천여명의 인파를 모으며 대성공을 거뒀던 열기를 고스란히 이어받아, 올해는 광주시의 지역적 특성과 인프라를 적극 활용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고도화됐다. 경기도와 광주시가 공동 주최하고 경기도청소년활동진흥센터와 광주시청소년수련관이 공동 주관한 이번 축제는, 단순한 일회성 행사를 넘어 경기도 전역의 청소년 활동을 하나로 연결하는 거대한 거버넌스 플랫폼으로서의 면모를 증명했다. ■ [경기 청소년의 날 기념식] 드론 퍼포먼스와 청소년상 시상… 격려와 다짐의 장 이날 오후 1시부터 광주시 G 스타디움 주경기장에서 거행된 경기 청소년의 날 기념식은 축제의 격조를 한층 더 높였다. 김일중 아나운서와 도내 청소년의회 등에서 활약 중인 청소년 사회자가 나란히 공동 진행을 맡아 완벽한 호흡을 선보였다. 행사는 광주시연합풍물단의 스타디움 라운딩 등의 식전행사를 시작으로, 내빈과 청소년의 공동 개식 선언, 유석재 경참위 위원장과 이서율 광주시자원봉사단장의 개회사로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이날 기념식의 백미는 단연 첨단 기술을 결합해 무대 위로 전달된 ‘청소년증 전달 세리머니’였다. 아동기에서 청소년기로 첫걸음을 내딛는 대표 청소년들(이준서·태전초, 하윤서·쌍령초)에게 도의 과학 기술력이 반영된 대형 청소년증이 상징적으로 인도되자 모든 참가자가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이어진 ‘2026 경기도 청소년상’ 시상식에서는 청소년 대상을 비롯해 효행·봉사·나라사랑·면학·과학기술·예체능·개척 등 총 9개 부문에서 타의 모범이 되고 지역 사회를 따뜻하게 밝힌 청소년 주역들에 대한 표창 수여가 진행돼 훈훈한 감동을 선사했다. 김포 솔터고등학교 이태건 학생이 경기도청소년상 대상을 차지했으며, 부문별 수상자로는 ▲노동 부문 강유진(군포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효행 부문 이준(이천중) ▲봉사 부문 김선미(의정부시청소년수련관) ▲나라사랑 부문 황재현(대전대) ▲면학 부문 김사랑(부천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과학기술 부문 송예은(고촌중) ▲예체능 부문 김시연(금파중) ▲개척 부문 김태완(초월고) 학생이 각각 선정됐다. 지역 사회에서 타의 모범이 된 광주시 모범청소년상에는 ▲박지효·허진(광주시청소년수련관) ▲김현준(퇴촌청소년문화의집) ▲모성훈(광주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닐리태경(광주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청소년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날 김성중 경기도 행정1부지사는 “여섯번째 경기 청소년의 날을 맞아 학교에서 숙제, 시험 등 스트레스가 많을 텐데, 이 자리에서 걱정을 날리고 마음껏 즐기시길 바란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란다”며 “경기도는 청소년을 위한 기회사다리 프로그램으로 해외 연수기회를 주고 있으며, 생리용품지원 사업도 하고 있다. 아울러 주민참여예산 프로그램에서 청소년 사업 분야를 분리한 만큼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기획해 제안하시면 경기도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자리에 오니 여러분 시절이 생각난다. 진로에 대한 걱정이 있을 텐데 조급하지 말고, 기죽지 말기 바란다. 여러분 뒤에 부모님과 친구들이 있다. 파이팅하기 바란다”고 격려의 말도 전했다. 광주시장 권한대행인 김충범 광주부시장은 “오늘 주제가 진로, 꿈, 인생이다. 주로 이런 단어들이 미래를 가리킨다. 미래는 아직 가보지 않은 미지의 시간이다. 청소년들이 그 길을 갈 때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를 갖고 차근차근 걸어가시기 바란다”며 “광주시는 중국 자매도시와 청소년 교류를 하고 있고, 학교에 전문 직업인들이 찾아가 멘토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다시 한번 31개 시·군 멀리서 온 청소년 모두 환영하고 오늘 하루 즐기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 [진로·문화 체험 부스] 미래 역량을 디자인하는 132개 특화 부스의 향연 행사장인 G-스타디움 일대를 가득 메운 체험 부스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32개 동으로 구성돼 참가자들을 맞이했다. 청소년 추진위원단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최신 트렌드를 고스란히 반영한 체험 구역은 ▲진로존(진로체험) ▲문화존(청소년기관) ▲행복존(공예, 힐링) ▲도전존(체육활동) 등 총 4개의 뚜렷한 맞춤형 테마 구역으로 정교하게 짜여 청소년들의 다양한 욕구를 완벽히 충족시켰다. 각 부스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청소년들이 직접 손으로 만지고 조작하며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완전 참여형으로 운영됐다. ‘진로존’의 경우 올해는 특히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 생성형 미디어, 메타버스, 지속가능개발(SDGs) 등 미래 사회의 핵심 트렌드를 직접 만지고 경험할 수 있는 고도화된 공간들이 많이 들어서 청소년들의 발길을 끌었다. 단순한 직업 소개나 유인물 배포 위주의 소극적 방식을 지양하고, 도내 주요 대학교의 전공 학과와 유망 기업, 특성화고등학교가 대거 결합해 청소년들이 창의적 사고와 과학적 탐구력을 동시에 함양할 수 있는 실무형 융합 체험 콘텐츠를 대거 선보였다. 미래 유망 직종의 전문가들이 멘토로 나서 실질적인 진로 상담까지 병행해 진학을 앞둔 고학년 청소년들에게 큰 도움을 줬다. 지역의 개성과 당당함을 공유하는 ‘문화존’에서는 도내 31개 시·군 청소년수련시설이 총출동해 각 지역 청소년들이 직접 개발하고 전파해 온 독창적인 문화 콘텐츠를 교류했다. 레트로 사진관, 드론 시뮬레이션 비행, 환경 보호를 결합한 공예 체험 등 다채로운 즐길 거리가 이어졌다. 심리 정서적 치유와 안전을 도모하는 ‘행복존’은 학업 스트레스와 진로 고민으로 지친 마음을 보듬는 요람이었다. 전문 상담 프로그램과 함께 경찰, 소방 등 공공기관이 협력해 위기 상황 응급처치 체험을 제공했다. 모험심을 자극하는 ‘도전존’에서는 아웃도어 스포츠 체험, 인공암벽 등반 등 강인한 도전 정신을 기를 수 있는 다양한 신체 활동 프로그램이 마련돼 참가자들에게 큰 성취감을 안겼다. ■ [부대행사 및 대회] 끼와 열정의 각축장… 스포츠·동아리 경연과 숏폼 공모전 메인 무대와 야외 경기장 곳곳에서는 청소년들이 갈고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역동적인 경연대회가 쉼 없이 이어졌다.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청소년 동아리 경연대회’에는 도내 시·군을 대표해 예선을 뚫고 올라온 댄스 14개 팀과 보컬 14개 팀 등 총 28개 팀이 무대에 올라 전문 프로 아티스트 못지않은 화려한 퍼포먼스와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였다. 무대 앞을 메운 관객들은 청소년들이 펼치는 열정적인 무대에 환호성과 힘찬 박수로 화답하며 축제의 열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동아리 경연대회 댄스 부문에서는 ▲퇴촌청소년문화의집의 ‘like this’ 팀이 경기도지사상을 거머쥐었으며, ▲하남시청소년수련관 ‘트윙클’(경기도의회의장상) ▲오산남부청소년문화의집 ‘플로우’(광주시장상) ▲효양중 ‘페디엄’(광주시의회의장상)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보컬 부문에서는 ▲용인 동백중학교 김소민 학생이 최고상인 경기도지사상을 받았고, ▲퇴촌청소년문화의집 ‘SB’(경기도의회의장상) ▲어람중 ‘스쿨버스커 G팀’(광주시장상) ▲성남시 꿈드림 ‘윤슬 5번’(광주시의회의장상) 등이 뒤를 이었다. 버스킹존에서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즉석에서 신청해 참여하는 ‘랜덤플레이댄스’와 디제잉(DJ)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돼 격식 없이 춤추고 소통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특히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면서 남다른 끼를 발휘, 지켜보는 다른 청소년들과 함께 웃음꽃을 피웠다. 동시에 G-스타디움 내 잔디 광장과 스포츠 구역에서는 ‘청소년 스포츠 동아리 한마당’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청소년들의 기초 체력 증진과 협동심 배양을 목표로 기획된 이번 대회는 축구(풋살), 농구(3on3), 배드민턴(여자부) 등 대중적이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3개 종목으로 나뉘어 예선에서 올라온 중·고등부 총 41개 팀이 토너먼트 방식으로 본선과 결승을 치렀다. 우승은 ▲풋살 중등부 복음FC팀 ▲풋살 고등부 메시의 스승들 ▲농구 중등부 고촌 JB팀 ▲농구 고등부 팀퍼스트, ▲배드민턴 중등부 스프read팀 ▲배드민턴 고등부 요기요팀이 차지했으며, ▲풋살 메시의 스승들팀 성호원 ▲농구 고촌JB팀 왕유호 ▲배드민턴 중등부 스프read팀 신유민 ▲배드민턴 고등부 요기요 박서연이 각각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단순한 승패를 떠나 서로를 격려하고 정정당당하게 땀 흘리는 청소년들의 모습은 진정한 스포츠맨십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아울러 모바일 기기와 영상 매체에 친숙한 청소년들의 특성을 겨냥해 사전 진행된 숏폼 영상 공모전 ‘High Five Your Dream!’의 우수작 시상식과 상영회도 개최돼 큰 관심을 받았다. 청소년들의 꿈과 일상을 담은 자유 주제부터 다문화 사회의 포용력을 넓히기 위한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 예방’ 공익 주제에 이르기까지 깊이 있는 시선과 참신한 편집 기법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대거 소개돼 현장 관람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숏폼 영상 공모전’에서는 ▲화성시청소년수련관 청소년미디어단 Five팀(대표 윤채연, 작품명 ‘꿈 찾는 중입니다’) ▲퇴촌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운영위원회(대표 김예지) ▲유고위고 스튜디오(대표 민지윤) ▲박라엘 청소년이 창의성과 주제 전달력을 인정받아 각각 경기도지사상을 공동 수상했다. 특히 올해 축제는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고 개인 텀블러 사용을 장려하는 친환경 콘셉트를 결합해 청소년들이 환경 보호의 가치를 몸소 실천하는 성숙한 축제 문화를 보여줬다. ■ [현장 인터뷰] 2026 경기 청소년 진로·문화 축제 ‘동아리 경연대회’ 보컬부문 대상 ‘김소민’ 축제의 열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오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해 ‘동아리 경연대회’에서 영예의 대상을 거머쥔 주인공들을 메인 무대 뒤편에서 만났다. 땀방울이 채 식지 않은 얼굴로 수상한 청소년들의 표정에는 감격과 자부심이 교차했다. ‘2026 경기 청소년 진로·문화 축제’에서 ‘동아리 경연대회’의 보컬부문 대상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김소민양(용인동백중 2학년·13)은 “지난해 큰 상인 대상을 받아서 사실 이번에도 기대감을 갖고 참여를 했는데, 올해도 대상이라는 큰 상을 또 받아 영광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김소민양은 이날 동아리 경연대회에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이무진의 ‘누구 없소’를 메들리로 불러 탁월한 음악적 감각과 끼를 마음껏 뽐내 보컬부문 대상을 차지하게 됐다. 지난해에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경기 청소년 진로·문화 축제’의 동아리 경연대회 수상에 이어 2관왕이다. 그는 “사실 조금 긴장했었는데 뒤에서 오빠, 언니, 선배들이 잘한다고 호응해 줘서 힘이 났다. 그래서 오히려 카메라에 윙크하고 끼를 부리기도 해 정말 재밌었다”고 설명했다. 김양은 어린시절 영화 OST를 따라 부르고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국악을 배우면서 음악과 함께 성장했다. 지난 2024년 12월에는 전국노래자랑에 참여하기도 했고, 각종 청소년대회에서도 대상만 4번을 수상한 실력파 청소년 경력자다. 앞으로 아이돌이 꿈이라는 김양은 케이팝은 물론 트로트도 가능하다며, 꼭 꿈을 이루겠다는 다짐도 함께 했다. 그는 “아직 꿈과 진로를 찾지 못한 청소년들이 이번 축제를 통해 무엇을 할지 알게 되고 꼭 진로를 찾길 바란다. 오늘 재밌게 즐기고, 내년에도 만나자”고 전했다. ●관련기사 : 2026 경기도 청소년 진로·문화 축제 [포토뉴스] https://kyeonggi.com/article/20260522580368

제16회 화성뱃놀이축제 개막…조선시대 해양외교선 ‘조선통신사선’ 입항

화성특례시의 대표 축제인 ‘제16회 화성뱃놀이축제’가 22일 화성 서신면 전곡항 일원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축제 첫날인 이날 오전 조선시대 해양외교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바다 위 국가유산으로 불리는 ‘조선통신사선’이 입항했다. 이 배는 이번 화성뱃놀이축제 참여를 위해 지난 15일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앞 해상계류장에서 무사항해 안전기원식을 갖고 서해 항해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19일 전남 목포시를 출항해 위도, 신진도를 거쳐 화성 전곡항에 성공적으로 입항했다. 조선통신사선은 조선시대 ‘대표 외교선’으로 꼽힌다. 조선시대 외교사절단인 통신사가 일본에 파견될 때 탔던 선박으로, 1607년~1811년까지 약 200년간 사용됐다. 이후 2018년 국립해양유산연구소가 성공적으로 복원해 2023년부터 한·일 뱃길 재현 항해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조선통신사 파견 이후 261년만에 일본 오사카항 입항에 성공했다. 조선통신사선은 축제기간 선상 박물관으로 운영돼 살아있는 역사체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내부 선상박물관에는 조선통신사선 재현 과정, 한일 뱃길 재현 항해 기록, 판옥선 복원 연구성과 등을 영상과 해설 콘텐츠를 제공해 뱃놀이축제 참가자들은 맞이한다. 축제 이틀 차인 23일 오전부터 참가자들을 태우고 본격적인 해상 퍼레이드를 펼친다. 이런 가운데, 윤성진 화성특례시장 권한대행은 오후 3시 조선통신사선 내부에서 국립해양유산연구소와 화성시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진행한다. 아울러 이날 축제에는 시민참여형 댄스 경연인 ‘바람의 사신단’, 전곡항 전체를 무대로 삼은 거리공연 등이 상시 운영된다. 특히 밤하늘과 서해를 화려하게 수놓을 ‘해상 불꽃쇼’가 각각 열린다. ●관련기사 : 제16회 화성뱃놀이축제 22일부터 4일간 전곡항서 펼쳐져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512580292

‘엄마’라고 부르기까지 20개월…아이도 가족도 바꾼 가정의 울타리

“둘째 아이는 오랫동안 ‘엄마’라는 말을 하지 못했어요” 용인에 거주하는 박채경씨(50대)는 위탁가정으로 오게 된 준수(가명)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생후 100일 무렵 친모의 건강 문제로 긴급 분리됐던 아이는 집에 왔을 당시 잘 웃지 않았고, 말문이 트기 시작한 뒤에도 ‘엄마’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했다. 그러던 아이가 최근 처음으로 ‘엄마’라고 불렀다. 박씨는 “20개월이 지나서야 ‘엄마’라고 부를 때 온 가족이 박수를 쳤다”며 “아이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집이라는 공간 안에서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장성한 3명의 원자녀를 둔 박씨 부부는 현재 두 명의 위탁아동을 돌보고 있다. 첫째 위탁아동인 서연이(가명)는 생후 5개월 무렵 박씨 가족의 품에 안겼다. 당시 아이는 한 달 가까이 울음소리조차 거의 내지 않았고, 누운 자리에서 가만히 있는 시간이 많았다. 시간이 지나며 아이는 점차 달라졌다. 현재 네 살이 된 서연은 “엄마 나 슬퍼”, “배고파”라며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어린이집에서도 친구들을 이끄는 밝고 활발한 성격으로 성장했다. 박씨는 “아이의 본래 기질이 굉장히 적극적이고 밝은 아이라는 걸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됐다”며 “가정 안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 자기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연이와 준수를 가정에 맞이하며 박씨 가족의 일상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박씨 부부가 처음 위탁보호를 결정했을 당시 원자녀들의 걱정도 컸다. 하지만 아이들이 집에 온 뒤 가족은 이전보다 훨씬 돈독해졌다. 박씨는 “자녀들이 모두 독립해 나간 뒤에는 생일이나 명절 등 특별한 날에만 모였는데 두 아이가 함께한 후로는 주말마다 온 가족이 모이게 됐다”며 “아이들 재롱을 보면서 온 가족이 더 많이 웃고 행복해졌다”고 말했다. 박씨는 아이들을 돌보며 자신 역시 많은 것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우리가 더 큰 행복과 보람을 얻고 있다”며 “모르고 지나쳤던 삶의 기쁨과 감사함을 다시 발견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둘째 준수는 내년 원가정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원가정이 회복될 때까지 보호하고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제도의 취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박씨는 “헤어진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아이가 부모에게 버려진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가정이라는 따뜻함을 기억한 채 다시 자기 삶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씨 부부는 둘째 아이가 원가정으로 돌아간 뒤에도 또 다른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위탁보호할 계획이다. 박씨는 “힘든 순간도 있지만 그만큼 큰 보람이 있다”며 “한 명이라도 더 따뜻한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서연과 준수의 변화가 안정적인 애착관계 속에서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경기남부가정위탁지원센터 관계자는 “시설 보호 역시 중요한 보호체계지만 아이들에게는 ‘나만을 바라봐주는 어른’과 지속적인 애착 관계가 필요하다”며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관계 경험은 아이들의 정서 안정과 사회성 발달에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가정위탁은 어렵고 특별한 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아이들에게도 우리 가족에게도 큰 행복과 보람이 되는 일”이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제도를 알고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을 지켜주는 울타리는 결국 한 가정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 “가정형 보호 확대한다지만”…경기도 비혈연 위탁가정 11.6% 그쳐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521580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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