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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도토리 농장과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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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꽃 진 자리에 열매 맺히고 초저녁 들녘에 소쩍새가 울어댄다. 유월이다. 앵두나무도 접시꽃도 파란 하늘에 기대어 초하의 계절을 전한다. 지나가는 훈풍이 여름의 향훈을 몰고 온다. 칠보산 아래 도토리 농장은 체험학습 온 어린이들로 밭자락 둔덕이 붐볐다. 자작나무 선생은 지난 사월보다 훨씬 분주해 보였다. 대기업 의자를 박차고 나온 그의 영토는 상추와 깨와 감자가 자라고 길가엔 질경이와 민들레와 자운영이 무성했다. 우리를 위해 자작나무 토막도 다듬어 놓았다.

 

오늘은 나무토막에 소제를 그려 채색하고 짧은 글 한마디 담아보는 주제다. 커다란 나무 그늘이 있는 평상에 앉아 각자의 마음을 표현했다. ‘마음이 청춘이면 몸도 청춘이다’, ‘자연스러운 삶’ 등 좋은 글귀와 예쁜 수채화를 그리기도 했다. 나는 ‘인생은 경험이다’라는 글귀에 장미 몇 송이를 그려 넣었다. 경험은 생각의 단계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이성 건축이다. 사랑과 고뇌와 상처를 무너지지 않게 쌓아가는, 어제의 실패와 과오의 과녁에 빗나간 화살을 정조준하는 것, 추억을 그리는 것보다 이상을 그리는 게 진취적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것까지.

 

매 순간이 경험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경험하며 살아가지만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죽음은 망각하고 있다. 매 순간 아껴 써야 할 삶이지만 결국 죽음 뒤에 남긴다. 버나드쇼는 그의 묘비명을 이렇게 새겼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어.’ 오월을 장롱에 넣었다. ‘봄과 색色과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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