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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수원화성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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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이 화성행궁과 성내 마을을 표현한 모형도를 둘러보고 있다. 윤원규기자

 

수원특례시를 ‘효원(孝園)의 도시’라 불렀다.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를 천하명당이라는 수원부 화산에 모시고 현륭원을 조성하면서 화산 아래 있던 관청과 민가를 팔달산 아래로 이전시키고 이곳에 화성행궁과 화성을 축성했기 때문이다. 사도세자의 묘소를 수원부 화산에 모신 237년 전의 1789년은 수원이 새롭게 시작된 해다. 정조의 효심과 18세기 조선의 실학정신이 깃든 수원화성박물관은 접근성이 좋고 전시 구성과 내용이 충실해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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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기획전시실에서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시기 속 수원화성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수원화성 축성 230주년 기념 틈새전시 <동고동락 수원화성>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윤원규기자

 

■ ‘동고동락 수원화성’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동고동락 수원화성’부터 관람을 시작한다. ‘2026~2027 수원 방문의 해’와 수원화성 축성 230주년을 기념하는 틈새 전시라는데 기획전이라 해도 좋을 만큼 내용이 훌륭하다. “세계유산 수원화성의 옛 사진을 소개하고 힘들 때나 좋을 때나 언제나 수원시민들과 함께한 화성의 모습을 재조명하는 전시입니다.” 이 전시를 기획한 김세영 학예사의 이어지는 설명에 귀를 기울인다.

 

“한국 성곽의 꽃이라 불리는 수원화성은 정조대왕과 백성들이 하나 돼 1794년 1월7일부터 1796년 9월10일까지 이룬 역사적 대업으로 당시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역량이 총집결된 조선 후기 문화의 결정체입니다.” 축성의 모든 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한 ‘화성성역의궤’는 반드시 살펴봐야 할 유물이다. 이 책은 화성을 더욱 빛나게 만든 유물이다. 전시를 관람하며 발견한 사실은 화성을 담은 사진 자료가 기대 이상으로 풍부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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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기획전시실에서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시기 속 수원화성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수원화성 축성 230주년 기념 틈새전시 <동고동락 수원화성>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윤원규기자

 

“화성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같은 어려운 시기를 연거푸 겪었지만 수원시민과 함께 역사의 상처를 극복하며 20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잘 버텨 왔습니다. 마침내 1997년 12월 수원화성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게 됐지요.” 화성의 근현대를 다루는 이번 전시는 ‘일제강점기 수원화성의 고난’과 ‘6·25전쟁기’ 그리고 ‘수원화성과 여민동락’으로 이어진다. 돌보지 않아 허물어지는 화성의 모습이 담긴 일제강점기의 흑백사진, 6·25전쟁 당시 포격으로 지붕 절반이 부서진 장안문을 보여주는 사진이 특히 눈길을 끈다. 외국 잡지에 소개된 화성의 모습도 흥미롭다.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은 가장 자주 등장하는 무대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의 눈에도 화홍문이 가장 아름다웠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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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건설에 사용된 석재는 화서문 인근 숙지산 등지에서 공수됐다. 채석중인 인부를 표현한 모형. 윤원규기자

 

■ 세계유산 수원화성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황금갑옷을 입고 말을 탄 위풍당당한 정조의 모습이 멋지다. 2층에 마련된 화성축성실에 들어서면 효원의 도시 수원의 역사가 입체적으로 생생하게 펼쳐진다. 난초와 국화를 그린 정조의 그림과 100권이나 되는 정조의 문집 ‘홍재전서’를 마주한다. 농사철에 내린 고마운 비라는 뜻의 ‘감우(甘雨)’는 9세의 정조가 쓴 글씨이고 임금의 의리를 나타내는 ‘군의(君義)’는 사도세자가 8세 때 쓴 글씨이며 꼿꼿한 선비의 지조를 상징하는 ‘송죽(松竹)’은 영조가 7세에 쓴 글씨다. 부자손 3대의 글씨를 나란히 진열한 방식이 재미있다. 사도세자가 아버지 영조 대신 국정을 운영하면서 내린 명령서인 ‘영서’는 국내에 2점밖에 없는 귀중한 유물이라 다시 살펴본다.

 

모형 전시물을 곳곳에 배치해 전시실이 매우 입체적이다. 국영농장인 둔전과 화성에서 열렸던 시전을 생생하게 재현한 공간에서 번영했던 18세기 신도시 수원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화성을 관람객에게 재미있게 전달하려는 마음이 느껴지는 흥미로운 공간이다. 정조가 사도세자의 원찰로 창건한 용주사의 전경을 보여주는 영상을 살펴보며 다시 정조의 효심을 생각한다. 용주사에도 정조의 효심을 보여주는 유물과 이야기가 가득하다.

 

‘화성성역의궤’는 가장 주목되는 유물의 하나다. 프랑스 1호 유학생 홍종우가 프랑스어로 번역한 책이다. ‘수원화성 공사를 중지시키는 윤음’도 마찬가지다. “1794년 전국에 흉년이 들었다는 보고를 받은 정조는 대신들과 축성 공사에 대해 논의하는데 이때 신하 대부분은 전국에서 모여든 일꾼들을 위해 계속해야 한다고 건의했으나 정조는 흉년으로 굶주린 백성을 구제하는 것이 먼저라며 공사를 중지하는 윤음을 내렸습니다.” 국가사업보다 백성의 일상이 더 중요하다는 정조의 정치철학을 보여주는 유물이다.

 

조선 무인의 모습이 당당하다. ‘별감동’으로 화성 성역을 지휘 감독했던 수원 출신의 무관 김후(1751~1805)의 초상화로 향한다. 김후 가슴에 호랑이 두 마리를 수놓은 흉배가 또렷하다. 1796년 화성 성역이 끝난 후 정조는 김후에게 길이 잘 든 말 한 필을 하사하는데 이때를 기념해 이 초상화를 그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뎡니의궤’도 정조의 효심을 보여주는 유물이다. 1795년 을묘년 정조의 현륭원 행차와 혜경궁 홍씨의 생신 잔치, 수원화성 축성 등의 내용을 날짜 순서대로 기록한 의궤인데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한글로 편찬한 책이다. 건축물에 정성껏 채색해 생동감이 있다. ‘뎡니의궤’의 원본이 현재 프랑스의 도서관에 있다는 사실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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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①수원화성박물관 모형 ②보물인 '채제공 72세 흑단령포본 초상' 영인본이 전시되고 있다. 윤원규기자

 

■ 정조의 화성 행차와 혜경궁 홍씨 진찬연

 

화성문화실은 정조의 효심을 잘 보여주는 공간이다. “정조는 생전에 열세 번 현륭원을 참배하는데 1795년 을묘년 봄에는 8일간 화성을 행차하며 다양한 궁중 연회와 행사를 열었습니다.” 사도세자가 잠든 현륭원을 참배한 정조는 화성행궁 봉수당에서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60세 환갑 잔치를 성대하게 벌인다. 행궁 낙남헌에서 양로연을 베푸는 광경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전시물은 생동감 있다. 봉수당 진찬연의 화려한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봉수당진찬도’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봉수당 앞뜰에 마련된 무대에서 기녀들이 ‘선유락’을 비롯해 회갑을 축하하는 궁중 공연을 펼치는 장면이 멋스럽다. 좌우에 관람하고 있는 왕실의 친인척과 음악을 담당하는 악공들의 몸짓이 살아 있는 모습도 재미있다.

 

눈매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멋진 초상화와 마주한다. 1791년 73세의 채제공을 그린 이 초상화는 화원 이명기의 작품이다. 오사모에 분홍빛 단령을 입고 화문석 위에 앉아 있는 채제공의 모습과 ‘임금이 하사한 부채와 선추는 물론이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감싸고 있는 모든 것이 군주의 은혜’라고 쓴 글이 재미있다. 정조의 풍류를 보여주는 ‘고풍(古風)’도 눈길을 끄는 전시물이다. 고풍은 왕과 함께 활쏘기에 참여한 신하들이 왕의 활쏘기(御射) 점수를 기록해 올리면 왕이 특별히 내려주는 선물을 적은 문서다.

 

태조와 함께 명궁으로 알려진 정조는 1795년 수원에 행차했을 때 아홉 차례나 신하들과 활을 쏘고 고풍을 내렸을 정도로 신하들과 활쏘기로 어울렸던 왕이다. ‘무예도보통지’의 무예24기에 사용되는 무기를 살펴보고 조선 후기에 제작된 ‘대모백은장 옥구보도’를 비롯한 조선의 환도를 살펴본다. 이처럼 고급스러운 환도는 일반 박물관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바다거북의 등껍질인 ‘대모’로 칼집과 손잡이를 마감해 제작한 환도는 철종 어진에 그려져 있는 칼과 비슷한데 왕족이나 신분이 높은 사람이 소유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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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박물관은 세계 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건립된 박물관이다. 거중기 등 축성도구가 전시된 야외전시장과 박물관 전경. 윤원규기자

 

■ 정조의 여민동락 정신과 효심이 깃든 박물관

 

수원화성박물관은 그동안 어떤 전시로 관람객들과 소통했을까. ‘융건릉 원찰 수원 화산 용주사’(2020년), ‘천하명당 수원 현륭원’(2019년), ‘정조, 8일간의 수원행차’(2015년), ‘혜경궁 홍씨와 풍산홍씨’(2015년), ‘사도세자 서거 250주년 특별 기획전’(2012년), ‘정조, 예술을 펼치다’(2009년), ‘화성을 걷다, 화성을 보다’(2009년) 같은 기획전은 정조의 효심과 수원화성박물관의 지향점을 잘 보여준다.

 

박물관을 나서다 1층 중앙전시홀에 설치된 ‘화성모형도’를 살펴보고 영상으로 제작된 ‘화성연표’를 시청하며 화성의 아름다움과 정조의 효심을 가슴에 담는다.

 

권산(한국병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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