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물가시대, 떡볶이 1인분 3천원…‘착한 밥상’ 속 온정 보글보글 情 넘치는 장터국밥 등 도내 저렴한 식당 이용자 제보로 마음 나누는 ‘생활형 지도앱’ 인기
점심 한 끼 값도 부담이 되는 고물가 시대, ‘거지맵’이 뜨고 있다. 최근 청년층을 중심으로 큰 관심을 받았던 거지맵은 이용자의 현재 위치를 기반으로 저렴한 식당을 지도 위에 보여주는 온라인 서비스다. 2023년 유행했던 절약 정보 공유방 ‘거지방’의 확장판이라 할 수 있다.
운영자가 따로 정보를 모으는 방식이 아니라 이용자들의 제보로 채워지는 생활형 지도여서 사람마다 식당 상호·메뉴·가격 등 기본 정보를 직접 기입할 수 있다. 거지맵을 따라가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단순히 ‘싼 집 목록’이 나열되는 데 그치지 않고 좌표 끝에 실존하는 ‘따뜻한 밥’과 ‘사람의 온기’를 만나러 갔다.
거지맵이 가리킨 첫 번째 목적지는 수원특례시 영통구 한 학원가 건물에 자리한 떡볶이집. 가게 앞 ‘착한가격 모범업소’ 명패를 넘어 문을 열고 들어서자 두어 걸음이면 꽉 차는 좁은 내부가 들어온다. 보글보글 끓으며 김이 오르는 떡볶이의 달고 매콤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곳의 떡볶이 1인분은 3천원, ‘떡순튀’ 세트는 4천500원이다. 여타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1인 세트가 9천원대를 호가하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푸짐한 음식 사이 계산대 아래 붙은 색바랜 종이 한 장이 보였다. “저희는 이 떡볶이집의 찐찐팬이에여”가 적힌 손편지에서 단골의 애정이 묻어났다.
9년째 음식 가격을 올리지 않은 가게 사장 A씨는 “아이들이 많이 찾는데 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며 “과거 아이들처럼 지금 아이들도 먼 훗날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의 떡볶이집’ 하나쯤은 지켜주고 싶어 인건비를 줄이며 버티고 있다”며고 밝게 웃었다.
다음 발길은 수원 팔달구의 한 소고기국밥집으로 향했다. 커다란 스테인리스 냄비에서 연신 온기가 뿜어져 나오고 사장의 분주한 손길 끝에 뚝배기 한 그릇이 놓였다. 가격은 단돈 3천500원. 숟가락을 넣을 때마다 두툼한 고기와 무, 콩나물이 아낌없이 따라 올라왔다. ‘저렴히 대충 때우는 한 끼’가 아닌 ‘제대로 배 채우는 한 끼’였다.
“밥이랑 국 더 드릴게요. 부족하면 말씀하세요”라고 사장 B씨가 말하는 틈에 옆자리 손님이 국밥을 급히 비우더니 계산대에 5천원짜리 한 장을 툭 놓고 나가려 했다. “잔돈 받아가셔야죠”라는 사장 말에 그는 “잘 먹고 갑니다. 푸짐하게 한 그릇 내주는데 이게 제값이죠”라는 짧은 인사만 남기고 사라졌다.
지도가 안내한 목적지에는 가격표 이상의 가치를 나누는 마음이 머물고 있었다. 수원 영동시장 안쪽 골목 내 장터집에서도 그랬다.
붉은 간판 아래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칠 비좁은 입구를 지나자 매장 안을 꽉 채운 20여명의 손님이 눈에 들어왔다. 그 다음으로는 메뉴판이 시선을 끈다. 콩나물비빔밥 3천원, 국밥 4천원, 시장 내 다른 식당과 비교하면 ‘한 그릇씩’은 덜 파는 가게다. 사장 C씨는 “나라 경제가 어려운데 밥이라도 저렴하게 해 모두가 배불리 먹었으면 한다”는 게 영업 철학이라고 했다.
거지맵은 단순한 저가 식당 리스트가 아니었다. 적게 받고도 제대로 내어주려는 주인과 고마움을 알기에 기꺼이 단골이 되는 손님들의 마음이 켜켜이 쌓여 있다. 고물가 시대를 버티는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빠듯한 일상 속에서도 서로의 한 끼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기록은 또 다른 누군가의 하루를 버티게 하는 ‘희망의 지도’가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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