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찬 새중앙침례교회 담임목사
우리는 늘 시간을 나눠 말하지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삶은 깊게 서로 연결돼 있다. 그래서 과거는 지나갔지만 사라지지 않고 현재는 흘러가지만 붙잡히며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 이미 우리를 끌어당긴다. 크리스천 심리학자 댄 알렌더는 말한다. “사람은 과거 때문에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그 과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다.”
1885년 4월5일. 그날은 일요일이었고 부활절이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이 절기는 기독교 신앙의 중심이며 죽음을 넘어 생명이 열렸다는 선언이다.
그날 오후 3시, 헨리 아펜젤러와 호러스 언더우드 선교사가 제물포항에 동시에 발을 내디딤으로써 조선 땅에 복음이 시작됐다. 그 복음의 씨앗이 이 땅에 심어진 지 141년이 지난 2026년 4월5일 역시 일요일이고 부활절이었다.
같은 날짜 같은 시간 수원특례시기독교총연합회에 속한 교회들이 오후 3시에 한자리에 모여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렸다. 시간은 흐르면서 그 복음은 열매가 돼 수원 땅에 많은 교회와 성도들이 부활의 주님을 찬양하고 예배하는 시간을 맞을 수 있었다.
부활절은 매년 날짜가 바뀐다. 기준은 분명하다. 춘분 이후 첫 보름달이 지난 뒤 맞는 첫 번째 일요일이다. 이 기준은 니케아 공의회에서 정해졌다. 달과 태양의 질서 위에 부활의 신앙을 새겨 넣은 결정이었다. 그래서 부활절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시간 속에 새겨진 고백이다.
올해 수원의 교회들은 이 특별한 날짜의 의미를 기억하며 살랑살랑 봄바람에 풍겨오는 꽃향기를 맡으며 함께 걸었다. 수원중앙침례교회에서 화성행궁까지 ‘Let’s go! 수원 새빛, 함께 걸어요!’를 주제로 부활절 퍼레이드가 이어졌고 행궁 광장에서는 시민들과 함께하는 축제가 열렸다.
봄 햇살 아래 길 위에서 많은 시민이 손을 흔들었고 우리는 작은 선물을 나누고 서로를 향해 미소를 건네며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돼 줬다. 그날의 걸음은 단순한 행진이 아니라 시간을 잇는 순례의 여정이었다.
수원은 참 좋은 도시다. 정조대왕의 숨결이 남아 있는 역사와 세계적인 기업 삼성전자와 SK가 뿌리를 둔 도시다. 특히 화성행궁은 과거와 현재가 충돌하지 않고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궁궐 담장 안에는 전통이 흐르고 담장 밖 골목에는 짙은 커피 향이 스며 있다. 그리고 광장은 그 두 시간이 만나는 자리였다.
행사 중 만난 몇몇 외국인 청년은 멀찍이 서서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가가 말을 건네자 그들은 기꺼이 앞자리에 앉아 끝까지 함께 축제를 즐겼다. 언어는 달랐지만 기쁨은 통했다. 어쩌면 그것이 부활의 힘일지도 모른다. 경계를 넘어 사람을 잇는 힘.
그날은 지나간다. 그 누구도 시간을 멈춰 세울 수는 없다. 그러나 지나간 것은 시간이었지 의미는 아니다. 과거는 끝난 것이 아니라 현재를 비추는 빛이 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빛 속에서 다시 오늘을 살아간다.
부활은 한번의 사건이 아니라 계속해서 오늘을 새롭게 만드는 현재의 일이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