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소식통

400억 쏟아부은 ‘경기청년공간’…유령건물 전락 [집중취재]

2018년부터 도내 46곳 조성 불구, 공간 활용 못하고 불 꺼진 곳 많아
취·창업 돕고 문화 활동 취지 못살려
이용자·재방문율 등 통계도 전무
운영 확대 요구에 지자체 신중론
道 “집계 통일하고 프로그램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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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용인시 수지구의 한 청년공간에 방문하는 사람이 없어 내부가 텅 빈 모습이다. 박소민기자

 

“취업 준비하려 하는데 정작 필요할 땐 문을 닫으니 사용할 수가 없어요. 도대체 누굴 위한 공간인지 모르겠습니다.”

 

3일 오후 1시께 찾은 용인시 기흥구와 수지구 일대 청년공간. 청년들의 취업과 창업을 돕고 다양한 문화 활동을 장려하겠다며 야심 차게 문을 열었지만 내부는 짙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평일 낮 시간대임을 감안하더라도 공간을 이용하는 청년의 모습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심지어 곳곳은 불이 꺼져 있거나 아예 문이 굳게 닫혀 있어 ‘유령 공간’을 방불케 했다. 청년공간 관계자는 “하루 방문 인원이 평균 20명 남짓”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수원시 팔달구의 한 청년공간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구직자 면접 지원이나 스터디 활동을 위해 잘 갖춰진 시설들이 무색할 만큼 썰렁한 기운이 가득했다. 이곳을 찾은 김성현(가명·28)씨는 “청년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난 이후 자주 이용하려 했지만 평일에는 오후 6시에 문을 닫고 일요일에는 아예 문을 열지 않아 직장인이 방문하기 어렵다. 청년을 위한 공간이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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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수원시 팔달구의 한 청년공간에 방문하는 사람이 없어 내부가 텅 빈 모습이다. 이진기자

 

경기도와 일선 시·군이 청년활동 지원 등을 위해 막대한 혈세를 쏟아부어 청년공간을 조성했지만 텅 빈 채 방치되면서 정확한 이용자 현황마저 집계되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날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는 2018년부터 도내 청년들의 활동 및 취업·창업 등을 장려하기 위해 청년공간 ‘내일스퀘어’ 조성과 운영을 지원해 왔다. 2025년까지 청년공간 조성에 투입된 예산만 400억원에 달한다. 올해도 도비 10억여원과 시·군비 24억여원이 투입된다. 현재 도내 46곳의 청년공간이 운영 중이다.

 

문제는 수백억원의 예산 투입에도 실제 이용자 수나 재방문율, 정책 효과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프로그램 운영 실적을 시·군마다 집계하는 방식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에 실제 참여한 이용자만 집계하는 곳이 있는 반면 단순히 방문한 사람 전체를 실적으로 잡아 관리하는 시설도 있었다. 정책의 실효성을 따지기조차 불가능한 셈이다.

 

운영시간 확대를 요구하는 청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관련 시·군은 예산 등의 이유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용인 수지구 관계자는 “야간 시간대나 이른 아침 혹은 공휴일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 달라는 민원이 많이 접수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운영비가 책정돼 있고 인건비가 높다 보니 그럴 경우 인근에 있는 도서관을 이용해 달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이용자 수 집계 방식이 지자체별로 달라 이를 통일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며 “단순한 공간 제공을 넘어 청년들이 실제 체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왜 청년공간은 비었나…운영 시간·예산 구조가 만든 ‘구조적 실패’ [집중취재]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303580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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