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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대] 얼어붙은 미네소타

최현호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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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사이에선 미네소타의 겨울과 애리조나의 여름 중 어떤 게 더 견디기 힘드냐는 질문이 오갈 만큼 미네소타의 겨울은 춥기로 유명하다. 미국 중북부에 있는 미네소타주의 최대 도시 미니애폴리스가 지난달 7일(현지 시간) 불법 이민자 단속 과정에서 37세 백인 여성이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에 맞아 사망하면서 더 추운 겨울을 맞았다. 특히 같은 달 24일 연방 요원의 총격으로 지역 의료인이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지역민 및 연예계와 스포츠계 등에서도 ‘공권력 남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할리우드 매체 데드라인 등에 따르면 배우 내털리 포트먼은 선댄스 영화제에 ‘ICE 퇴출’을 요구하는 배지를 착용하고 등장해 “끔찍하다”고 표현했다. 또 28일 ESPN에 따르면 NBA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빅토르 웸반야마는 “매일 아침 일어나 뉴스를 볼 때마다 공포를 느끼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민간인 살해가 마치 용납될 수 있는 일인 것처럼 치부하거나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는 상황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최근 2건의 참혹한 총격 사건이 발생한 미니애폴리스는 2020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있었던 지역이다. 당시 경찰의 과잉 진압에 목이 눌린 채 “숨 쉴 수가 없다”는 말을 남기고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구호를 내건 전국적인 시위와 운동으로 번졌다. 그만큼 이번 사건은 미니애폴리스 시민들에게는 큰 상처로 각인되고 있다. 무차별 이민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네소타는 물론이고 미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프레티 사망 당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엑스(X·옛 트위터)에 “폭력적이고 훈련받지 못한 경찰관들을 미네소타에서 즉시 철수시키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ICE는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지난해 9월 조지아주의 현대자동차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을 구금한 바 있다. 체포된 이들 중 317명이 한국인으로 밝혀지면서 국내에선 반미 감정이 고조되기도 했다. 과연 ICE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총을 꺼내 들어야 했을까. 시민과 우방의 국민에게 총격을 가하고 구금하는 행위는 혹독한 추위에 노출된 미네소타인들을 더욱 얼어붙게 했다. 다만 선을 넘은 공권력은 결국 심판받을 것이고 심판은 이미 이곳 한국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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