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휠체어

휠체어

                      김재수

 

휠체어에 앉은

백발의 할머니를

 

어린 손자가 밀며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손자를 유모차에 태우고

밝은 미소로

황단보도를 건너던 할머니

 

이제 임무 교대다

 

손자도 할머니도

얼굴이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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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유동수화백

 

인생의 바통 터치

휠체어와 유모차를 내세운 할머니와 손자 이야기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기도 하다. 그 가운데는 세월이란 강이 있다. 어린 손자를 유모차에 태우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할머니가 어느새 세월이 흘러 이제는 자신이 휠체어에 앉는 신세가 됐다. 임무 교대를 한 것이다. 임무 교대, 그건 바통 터치다. 타원형의 경기장을 한 바퀴 돌고 난 선수가 다음번 선수에게 바통을 넘겨 주는 육상경기와 조금도 다름없다. “자, 이젠 자네 차례야! 열심히 달려줘.” “수고했어. 이젠 좀 쉬어.” 육상경기에만 바통 터치가 있는 건 아니다. 인생에도 바통 터치가 있다. 곧 임무 교대다. 할아버지가 앉았던 의자에 아버지가 앉고, 아버지가 앉았던 의자에 아들이 앉고, 아들이 앉았던 의자에 손자가 앉고. 필자는 수원의 성곽 길을 산책하면서 먼저 걸어간 이들의 발자국을 내려다보곤 한다. 수많은 이들이 밟고 지나간 길. 오늘 필자가 밟고 간 길을 내일은 또 누군가 밟고 지나갈 것이다. 길은 곧 인생이다. 이를 깨닫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손자도 할머니도/얼굴이 환하다.’ 시인은 임무 교대하는 할머니와 손자를 통해 아주 간단하지만 심오한 인생 공부를 가르쳐주고 있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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