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동 계원예술대 총장
한국 사회는 지금 두 개의 거대한 파도를 동시에 맞고 있다. 하나는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 또 하나는 지역산업의 쇠퇴다. 많은 이들이 이를 별개의 문제로 보지만 냉정히 바라보면 두 현상은 하나의 고리로 연결돼 있다. 산업이 무너지면 일자리가 사라지고, 젊은이들이 지역을 떠나게 된다. 인구가 줄면 출산율이 떨어지고, 학교의 교정은 텅 비어간다. 학령인구 감소는 지역경제 붕괴가 남긴 사회적 메아리다.
이 문제를 교육정책만으로 다루는 것은 본질을 비켜간 접근이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단순히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이 자생력을 잃어가는 구조적 위기의 한 단면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학의 숨 가쁜 개혁이 아니라 지역과 함께 숨 쉬는 생태계의 회복이다. 대학은 지역의 미래 거점으로 다시 세워져야 한다. 기업의 시선에서 보면 학령인구 감소는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다. 대학은 더 이상 학생 수를 채우는 기관이 아니라 산업과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가 돼야 한다.
기업은 창의적이고 현장감 있는 인재를 원하고 대학은 새로운 협력 모델로 그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 위기 속에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설계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대학의 미래다. 이제 대학은 학생이 줄어드는 곳이 아니라 지역의 변화를 일으키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지역의 기업, 지자체, 주민이 함께 손을 맞잡고 산업의 방향을 새롭게 디자인할 때 대학은 배움의 공간을 넘어 지역혁신의 심장으로 뛸 것이다. 대학이 지역의 혁신 플랫폼으로 전환돼야 한다.
그리고 대학은 더 이상 강의실 안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역의 골목으로, 산업의 현장으로, 주민의 삶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마을의 변화가 곧 교육의 변화가 되고 교육의 혁신이 다시 지역을 일으키는 선순환의 파도를 만들어야 한다. 대학이 닫힌 문을 열고 지역으로 걸어 나올 때 배움은 살아 움직이는 힘이 된다. 청년만을 위한 대학이 아니라 지역민 모두가 배우고 성장하는 평생의 배움터, 그리고 미래를 함께 만드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
산업정책의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지역산업, 대학, 지자체가 제각기 따로 움직이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하나의 지역혁신 플랫폼으로 묶어져야 한다. 대학이 산업의 실험실이 되고 산업이 대학의 교육현장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산업이 살아야 인구가 늘어나고 인구가 있어야 대학이 존재한다. 대학이 존재해야 지역문화가 피어나고 문화가 있어야 지역이 다시 숨을 쉰다. 이것이 지속가능한 혁신의 순환 고리다. 결국 학령인구 감소는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열라는 변화의 신호탄이다. 대학이 지역의 산업을 살리고 산업이 대학의 숨을 불어넣는 그날, 우리는 다시 지역의 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지역산업과 대학이 함께 서는 데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예산이 아니라 용기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역 대학을 혁신의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예산을 단순한 보조금이 아닌 투자의 마중물로 바라볼 때 진정한 변화는 시작된다. 지역산업의 미래는 멀리 있지 않다. 지역산업과 지역 대학이 함께 손을 잡는 그 자리, 바로 그곳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의 희망의 꽃이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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