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중소형 전기버스 공급망 확충...중장기 로드맵 구축·협의체 구성 등 실효성 있는 안정적 업계 지원 절실
법정 내구연한이 다가와 차량을 교체해야 하지만 국산차로는 친환경 전기버스를 들일 여력이 없어 중국산을 택해야 하는 상황, 현재 우리나라 ‘마을버스’들이 안고 있는 고충이다.
업계에선 공공 차원의 중장기 로드맵이 마련돼야 하고 국산 공급망 확충 등이 절실하다고 피력한다.
■ ‘친환경’ 발 맞추려 해도 국산 소형 전기차 없어…보조금도 ‘흔들’
18일 경기버스정보에 따르면 현재 경기도내 22개 지자체에서 운행 중인 마을버스 노선은 834개로 집계됐다. 지역 생활권을 촘촘하게 이어주며 주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마을버스는 시내버스 노선이 닿지 않는 교통 소외 지역의 ‘주민 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마을버스 업계는 지금 차량 교체·보조금 불균형·운영 적자라는 삼중고에 빠지면서 존립 자체가 흔들린다고 호소한다. 일부 업체는 노선 축소를 검토 중이며, 폐업을 고민하는 곳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업계 내부에선 “차량 교체가 막히면 노선 자체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심각한 위기감을 내비치는 게 공공연하다.
마을버스 업계가 겪는 어려움은 크게 두 가지, 국산 소형 전기버스 부재와 복잡하고 불안정한 보조금 정책에서 비롯된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전략과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으로 친환경 전기버스로의 전환은 불가피한 시대적 흐름이다. 그러나 골목길, 아파트 단지 등 대형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마을버스 노선 특성상 7~9m급 중소형 전기버스 수요가 압도적인데, 국내 제조사들은 9m 이상 중·대형 모델 생산에만 집중해 국산 소형 전기버스의 공백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을버스 업체들은 결국 중국산 BYD·하이거 등 제조사의 7m급 모델을 울며 겨자 먹기로 들여올 수밖에 없다. 중국산 전기버스는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고 공급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으나, 과거 대우버스 사례처럼 부품 수급 및 사후관리 문제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이는 단순한 차량 교체 문제를 넘어 국내 산업 생태계와 안정적인 교통망을 위협하는 딜레마로도 이어진다.
또한 국산 소형 전기버스 부재와 보조금 정책의 불안정성 등으로 신차 교체에 어려움을 겪는 업계는 만성적인 재정난까지 겹치면서 존폐 기로에 서 있다.
특히 통합환승 할인제가 시행됐지만 마을버스는 대상이 아니어서 제도 시행 이후 수입이 오히려 줄어 현재 요금 체계로는 운행 원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공통된 하소연이다. 영세한 마을버스 업체는 노후 차량을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울 지경이며, 친환경 전기버스 공급 지연과 보조금 축소까지 겹치면서 교체 수요를 제때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 “정부, 지자체, 업계 함께 협의체 구성해 정책 반영해야”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마을버스 업계와 전문가들은 예측 가능한 정책과 안정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임시방편으로는 주민들의 이동권을 지켜낼 수 없다는 지적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절실한 건 보조금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중장기 로드맵 구축이다. 해마다 달라지는 지원 규모로는 업체들이 체계적인 교체 계획을 세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소 5년 단위의 로드맵을 통해 실제 대·폐차 대상에 맞는 충분한 보조금 배정을 보장하고, 국산 전기버스 공급이 부족한 현실에서 국내 인증을 통과한 수입 전기버스에 대한 보조금 제한을 완화해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영세 개인 사업자에게 불리한 보조금 차별 역시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로 꼽히며, 법인 전환 시 세금 부담 때문에 사각지대에 놓이는 개인 사업자가 없도록 정책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국산 중소형 전기버스 공급망 확충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제조사들이 마을버스 수요가 많은 7~9m급 중소형 전기버스 라인업을 서둘러 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과 독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차량 생산을 넘어 부품, 정비, 서비스망 등 지역 경제와 연계된 국내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차량 구매 초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리스나 장기 할부 같은 금융 수단을 복원하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와 함께 재정 지원 확대 및 제도 보완이 요구된다는 게 업계 내 의견이다. 마을버스가 대중교통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공공의 역할을 하는 만큼 준공영제 도입이나 운행 적자를 보전해 줄 수 있는 안정적인 재정 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보조금 미배정이나 공급 지연 등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할 경우, 내구연한을 한시적으로 유예해 노선 단절을 막는 유연한 제도 운영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국토교통부, 지자체, 그리고 마을버스 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정례적인 협의체를 구성해 보급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소통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하다.
윤상원 한국교통연구원 광역도시교통본부 광역버스팀장은 “친환경 버스 전환은 필요하나, 민간 업체인 버스 회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에 값비싼 전기나 수소 버스로의 전환 과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하며 “정부의 재원과 정책 기조가 바뀌는 부분도 있어 업계에서도 일관성 있는 대응을 추진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런 난점들을 잘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완 한국도로교통공단 인천지부 교수는 “자가용 중심의 교통 시스템에서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한 대중교통 활성화는 필수 불가결한 과제이며 마을버스는 최종 목적지까지 시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핵심 인프라”라고 전했다.
이어 “친환경 차량으로의 전환은 시대적 요구이지만, 특정 국가 의존 심화로 국내 산업 기반이 흔들리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위험 요인”이라며 “정부 부처 간 유기적협업을 통해 국산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을 함께 강화하고, 마을버스 업계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물론 우리 교통 시스템의 장기적인 자립 기반을 다지는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 관련기사 :
낡은 버스, 녹슨 이동권… 벼랑 끝 내몰린 ‘경기도 마을버스’ [위기의 마을버스上]
https://kyeonggi.com/article/20250922580473
국산 마을버스 전무… “중국산 없인 못 달린다” [위기의 마을버스中]
https://kyeonggi.com/article/20251013580327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