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경 수도권기상청장 “지역 맞춤 관측·예보로 ‘복합재해’ 대응” [경기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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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경 수도권기상청장. 조주현기자

 

“폭염과 극한 호우가 겹치는 ‘복합재해’의 과학적 근거와 추이, 상황별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예보 정확도를 높이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공공복리 증진에 이바지한다’는 기상법 제1조를 지켜나가겠습니다.”

 

김현경 수도권기상청장은 12일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역별 특화 정보 제공, 예보 정확성 제고로 급변하는 기후 환경에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경기·인천·서울 등 수도권 2천500만 시민의 생명 및 재산 보호라는 막중한 임무를 안고 9월21일 취임한 김현경 제8대 수도권기상청장으로부터 앞으로의 구상과 비전을 들어봤다.

 

Q. 수도권기상청장으로 취임 이후 목표와 방향성은.

A. 기상청은 본청과 각 지방별 지방청이 있는 구조다. 지방청의 역할은 지역민, 지자체와의 접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방청 역할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자 한다. 다시 말해 본부의 정책 방향, 연구 개발이나 기술 개발 서비스 등 지역민에게 실질적으로 제공하는 것과 지자체가 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올해는 수도권기상청은 경기도, 서울시와 협의체를 개설해 효율적인 기상 정보 공유 체계를 공고히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Q. 수도권기상청장으로서 임기 내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A. 지자체와의 협력 관계 구축을 통해 기상 관측 및 예보에 필요한 분야별 고품질 정보 공유, 활용 기반을 만들고 싶다. 수도권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0%가 거주할 뿐만 아니라 제조업, 첨단 사업, 유통, 항만, 농·수산업 등 다양한 산업 기반이 집중돼 있다. 또 인구와 산업 기반 집중은 신속하고 정확한 기상 정보 제공 필요성 증대로 직결된다.

 

이를 위해 기상청이 보유하고 있는 다량의 정보를 기상청 기후정보포털, 해양기상정보포털 등을 통해 널리 알리고 잘 활용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성화, 홈페이지 및 애플리케이션 개편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홍보하고 정보 활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서비스를 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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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경 수도권기상청장. 조주현기자

 

Q. 올여름 28.1일의 폭염을 기록했다. 어떤 요인이 가장 컸다고 보는지.

A. 올해 여름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평소보다 빨리 발달하게 되면서 폭염이 빨리, 길게 찾아왔다. 무더위는 겨울철 한반도 밑으로 내려가 있던 북태평양 고기압이 올라오면서 습하고 더운 공기를 유입하며 시작되는데 어떤 형태로, 얼마나 빨리 형성되느냐에 따라 폭염 시기가 결정된다. 올해 6월은 이 고기압이 평소보다 빨리 발달했다.

 

그 때문에 통상 6월에 폭염 특보가 발효되는 경우가 드물지만, 올해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6월 고기압의 발달로 폭염이 발생했고 7월 하순으로 넘어가면서부터 북태평양의 고기압이 정체, 온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는 주변 바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서태평양에서 해수면 온도가 높으면 대류 활동이 활발히 일어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고기압이 강화된 점도 폭염 장기화 문제로 이어졌다.

 

Q. 폭염에 더해 ‘극한 호우’도 몰아치며 많은 피해가 발생했는데, 어떤 변화가 주 요인인지.

A. 기상청은 이를 ‘복합 재해’라고 말한다. 과거에는 폭염이면 폭염, 호우면 호우가 일정 기간 지속됐지만 최근 폭염과 호우가 번갈아 나타나게 되면서 기상청에서도 복합재해에 대한 연구를 많이 진행하고 있다. 2020년대 이후 ‘시간당 강수량 100㎜ 이상’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요소가 작용하겠지만 대기 불안정의 영향이 크다. 기온이 1도 올라가면 수증기가 약 7% 증가하는데 폭염 장기화로 온도가 올라가는 만큼 대기 중 수증기가 많아 언제든 많은 비가 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기온 상승으로 대기가 수증기를 많이 품은 와중에 아래쪽은 뜨거워지면서 북쪽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가 내려오게 되면 서로 부딪혀 많은 비를 뿌리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기 불안 정도가 훨씬 심각해지며 극한 호우, 국지성 호우 등 갑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 같은 현상을 즉각 예보하기란 쉽지 않게 됐다.

 

Q. ‘기상청 예보를 믿지 못하겠다’는 말도 나온다. 이에 대한 의견은.

A. 앞서 설명했듯 최근 기후변화가 시시각각 이뤄지고 극심한 탓에 즉각적이고 정확한 예보가 쉽지 않은 상태다. 이에 기상청 정보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떨어지고 온전히 기상청의 정보를 믿지 못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실제 예보 정확도를 높이는 데 기상청과 각 지방청 모두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상청은 독자 수치 예보 모델을 개발해 우리나라 지형과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기술을 개발,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과 기술 개발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 지방청에서는 지역별 특성에 특화된 점을 고려,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경기도와 인천의 경우 서해안에서부터 비구름이 들어오면 해수면 온도가 높아질 경우 일종의 증발이 일어나면서 수증기를 공급해 주는 특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비구름이 만들어지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해안 인접 구역 등 지역별 특성을 지방청별로 유심히 관측해 데이터를 수입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기상청 정보에 대한 신뢰를 쌓기 위해 기상청이 예보를 생산하게 되는 과정, 과학적인 근거와 변동성 추이, 시나리오 작성 등을 통한 정보 전달을 실시하고 있다. 시나리오별 상황에 맞춰 대응 방법과 변동성 확률 정보 등을 통한 소통도 소홀히 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기상청 공식 홈페이지와 날씨 알리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보다 편리한 정보 전달 방식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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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경 수도권기상청장. 조주현기자

 

Q. 외부 소통을 통한 기후서비스 향상을 약속했는데, 현재 상황은.

A. 올해 상반기 경기도와 서울시는 기후협의체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수도권기상청은 경기도청, 서울시청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와 자동기상관측장비(AWS) 정보를 공동 활용해 예보 시 사용하거나 긴급 재난 문자 발송 시 활용하고 있다. 지역민을 대상으로는 각 기관과 협업을 통해 도로 전광판이나 지하철 역사 광고, 건물 외벽 등에 시민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상청 자체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계정을 통해 정보를 널리 알리고 홍보하고 있다. 이 외에도 기후변화 확산 프로그램,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기후변화 과학 교육을 위해 과학 강사단 등도 운영하고 있다.

 

Q. 끝으로 시민들에게 한 마디.

A. 기상법 제1조는 ‘기상재해 및 기후변화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공공복리 증진에 이바지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정확한 기상 관측과 신속한 예보 서비스 제공을 통해 주민이 신체와 재산을 보호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도권기상청은 여기서 서비스 제공 단계를 맡고 있다. 철저한 관측으로 아무리 정확한 예보를 만들어도 이를 신속하고 넓게 전달하지 않으면 효용이 없다는 의미다. 수도권기상청은 앞으로 기상 정보 수요자인 지역 주민들이 ‘기상 정보’를 잘 전달받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소통 창구, 가교 역할에 충실하겠다. 수도권기상청을 비롯한 지방청, 그리고 기상청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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