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 출자금 모두 쓰고 자본잠식 상태 추가 출자 불가피 iH 토지보유세 130억 달해 재정부담 키워… “市가 직접 추진을”
인천 로봇랜드 사업이 13년째 표류하면서 인천시의 100억원의 출자금은 사라지고 토지주인 인천도시공사(iH)의 세금만 130억원에 달하는 등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전락했다. 지역 안팎에서는 사업 주체인 시가 주도권을 쥐고 사업 정상화를 위한 구조 개혁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8일 시와 iH 등에 따르면 오는 12월이면 인천 로봇랜드 조성 사업을 위해 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인 ㈜인천로봇랜드는 출자금을 모두 써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진다. 시는 앞서 지난 2009년 80억원과 2017년 20억원 등 총 100억원을 ㈜인천로봇랜드에 출자했고, 건설 투자자인 ㈜한양과 ㈜두손건설 등도 같은 액수를 출자했다.
시는 ㈜인천로봇랜드가 투자·유치를 맡는 지금의 사업 구조라면 추가 출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로봇랜드는 현재까지 투자·유치를 전혀 하지 못했다.
특히 인천 로봇랜드 사업 표류로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iH의 토지 보유세도 현재까지 130억원에 달하는 등 iH의 재정 부담을 키우고 있다. 사업 초기 2009년에 비해 현재 표준공시지가가 1㎡당 122만원으로 4배 이상 오른 탓이다.
이 때문에 시는 지난 9월부터 iH와 ㈜인천로봇랜드, 건설 투자자 등과 함께 사업 정상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대책 마련을 하고 있다. 시는 일단 로봇랜드 내 유원시설 용지에 16만3천175㎡ 규모의 로봇 체험관 등을 짓는 계획을 마련하고 2단계 공익시설인 로봇 체험관을 우선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시는 지난 2014년 투자·유치가 이뤄지지 않자 우선 900억원의 국·시비를 투입해 1단계 공익시설인 로봇타워와 로봇R&D센터를 건립했다.
그러나 지역 안팎에서는 시가 현재 사업 구조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 없이, 공익시설만 잇따라 추진하면 혈세만 투입하는 행태가 반복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순학 인천시의원(더불어민주당·서구5)은 “㈜인천로봇랜드는 사업을 추진할 의지나, 능력 모두 없다고 본다”며 “지금대로면 밑 빠진 독에 혈세만 계속 투입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시가 ㈜인천로봇랜드와 협약을 해지하고 직접 사업을 추진하며, iH가 공공시행자의 역할을 해야 정상화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사업이 장기 표류하고 있는 만큼, 사업 정상화를 위한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며 “현재 TF를 통해 사업을 정상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한편, 시는 지난 2009년부터 서구 청라동 100의80에 약 76만9천279㎡의 규모로 로봇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로봇산업진흥시설 및 부대시설, 유원시설 등을 조성하는 인천 로봇랜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로봇랜드, 로봇산업 생태계 우선 조성 시급
인천시의 인천 로봇랜드 조성 사업이 13년째 표류하는 것은 당초 로봇산업 생태계 조성에 대한 고민 없이 시설 확장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8일 인천시와 대구시 등에 따르면 인천 로봇랜드 사업의 성공 여부는 지역 내 로봇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유치를 이끌어내 전반적인 로봇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달려있다.
기획재정부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은 앞서 지난 2008년 추진한 인천 로봇랜드 예비타당성 조사 보고서는 로봇산업 생태계를 현실적으로 예측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당시 보고서는 로봇산업의 장래 수요 및 기술 개발 등에 불확실을 해결하고, 원천기술 확보 등을 통해 지역 내 로봇산업 생태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로봇 관련 테마파크가 전무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 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해 불확실한 상태라고 분석하며 민간자본 유치 실패 가능성도 지적했다. 이 같은 이유로 당시 인천 로봇랜드 사업의 비용대비편익(B/C) 값은 기준치 1에 못미치는 0.6이 나왔다.
이 때문에 인천시가 당시 불확실성이 큰 사업이었던 만큼 공공성을 확보해 사업 표류 문제를 해결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대구시는 직접 나서 로봇 생태계를 우선 마련한 덕분에 현재 국내·외 대기업 로봇 제조 업체인 현대로보틱스나 야스카와전기 등을 유치하기도 했다. 대구시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을 통해 지역 내 제조업체에 로봇산업 시장 진출을 위한 로봇산업 생태계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로봇산업클러스터도 조성했다. 이 때문에 대구 지역 내 로봇기업은 20여개에서 10년새 200여개로 증가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인천과 달리 민간 사업자를 통해 투자·유치를 하지 않고, 모두 직접 움직였다”며 “로봇 시설을 짓기보다는 로봇 산업 주체를 키우는 데 집중을 했다”고 했다. 이어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많은 산업단지 특성을 활용, 로봇 산업생태계 전환에 애쓴 결과”라고 했다.
김지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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