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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15년간 표류… 송도 개발사업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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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15년간 표류… 송도 개발사업 ‘안갯속’

2007년부터 경기침체·부채 급증 맞물려 착공 지연 
현재 최종 협약 앞뒀지만 인수위 제동에 제자리걸음
경제청 “시장 방침 우선 나와야… 재협상 등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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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수구 송도 6·8공구 개발사업이 지난 15년동안 개발 정책 변경과 주민 갈등이 반복하면서 사회적 비용 부담만 늘고있다. 사진은 송도 6·8공구 부지 모습. 장용준기자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랜드마크인 ‘송도 6·8공구 개발사업’이 15년동안 무려 15번이나 계획만 바꾸면서 첫 삽도 뜨지 못하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만 낭비하고 있다.

15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10개월간 송도 6·8공구 개발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인 블루코어컨소시엄과 최고 103층 높이의 빌딩과 대관람차 등을 조성하는 형태로 협의를 했으며, 현재 사업 추진을 위한 최종 협약만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인천경제청은 협의 마무리 후 행정절차까지 밟았지만 5개월째 협약을 못하고 있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송도 6·8공구 개발사업이 쟁점화한 데다 민선 8기 인천시장직인수위원회가 협약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당시 인수위는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 국내 최고층 빌딩 추진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인수위는 지난 6월 말 ‘민선8기 인수위원회 종합보고서’를 통해 “송도 6·8공구 개발사업 계획에 주거시설 중 일부를 업무시설로 변경하는 재협상을 해 송도경제자유구역에 입주를 원하는 기업의 수요를 충족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인수위는 “실무부서에서 재협상의 가능성과 범위를 파악한 뒤 사업시행자와의 재협상을 통해 사업계획 변경을 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인천경제청은 협약 서명 또는 전면 재협상 등에 대한 유정복 인천시장의 최종 결정만 기다리고 있다.

지역 안팎에서는 송도 6·8공구 개발사업이 또다시 무산과 재추진을 반복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송도 6·8공구 개발사업은 지난 2007년 151층 인천타워를 짓겠다고 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모두 15번의 개발계획 변경 등만 이뤄졌을 뿐 착공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인천시의 부채 급증에 따른 재정 악화 등이 맞물리면서 난항을 겪어 왔기 때문이다. 당연히 송도 6·8공구 개발사업 부지 128만㎡는 15년째 나대지로 남아 있다.

이로 인해 각종 사회적 비용만 낭비하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송도 6·8공구 개발사업의 계획 변경 등을 위해 그동안 민간사업자들과 수많은 회의·협의를 해왔다.

특히 인천경제청은 민간사업자의 개발사업이 교착 상태에 빠진 2013~2017년 4년간 민간사업자의 독점개발권을 가져오기 위해 86번의 지루한 협의를 했고, 이에 따른 행정력과 시간, 기회비용 손실 등의 사회적 대가를 치렀다.

인천경제청은 게다가 227만㎡ 개발부지 중 33만㎡를 공동주택용지로 바꿔줘 개발부지가 줄어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민간사업자는 선투자비용 860억원을 개발사업을 위한 용역비 등 매몰비용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여기에 인천경제청과 민간사업자는 2017년부터 3년 동안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등을 놓고 법적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또 인천경제청이 송도 6·8공구 개발사업 계획을 내놓자 주민들이 집단으로 반발하며 시위를 벌이는 한편 또 다른 주민들은 이를 반박하면서 주민 간 갈등의 골이 파였다.

특히 송도 6·8공구 개발사업 부지가 나대지로 남아 있으면서 인근 주민들의 경관 침해는 물론 재산권 침해가 이어지고 있다.

또 당초 사업계획대로 2013년 완공 시 얻을 수 있는 지역 경제 활성화 및 재 투자 시너지 효과, 지역 정주여건 조기 확보 등 막대한 사회적 자산을 잃고 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시장님 방침이 나와야 협약 서명이나 재협상 여부 등을 알 수 있다”며 “다만 경제청장도 공석이다 보니 이른 시일에 결론이 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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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 6∙8공구 개발사업은 민선4기 안상수 시장 151층짜리 인천타워에서(왼쪽에서 2번째부터), 민선6기 유정복 시장 랜드마크시티타워 68층으로, 민선7기 박남춘 인천시장때 아이코어시티타워 103층과 대관람차 건설 등으로 시 정부가 바뀔때마다 부침을 겪어왔다. 장용준기자∙인천시 제공

송도 6·8공구 개발사업 ‘오락가락 15년’ 

시장 바뀔 때마다 청사진 변경... 흔들리는 ‘랜드마크’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추진한 송도 6·8공구 개발사업이 지난 15년간 숱한 사업 변경과 소송, 주민 갈등까지 얼룩지며 오명의 역사를 쓰고 있다. 지역 안팎에선 랜드마크를 단순히 층수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지역의 대표 명소로 자리잡기 위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 15년간 오명의 역사

지난 2007년 민선 4기 안상수 시장 재임시절 첫 구상이 탄생했다. 당시 인천경제청은 삼성물산·현대건설·미국 포트먼 홀딩스 등이 공동 출자해 만든 송도랜드마크시티유한회사(SLC)와 ‘복합개발사업 개발협약’을 하고 6·8공구 내 227만㎡의 개발에 합의했다. SLC가 이 곳에 아파트와 상가 등을 지어 나온 개발이익으로 151층 인천타워를 짓는 내용이 핵심이다. 2008년엔 당시 이명박 대통령까지 참석한 착공식도 이뤄졌으며, 2013년 완공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국제금융위기 등으로 부동산 및 금융 시장이 악화하면서 사실상 무산했다.

민선 5기 송영길 시장 취임 이후 송도 6·8공구 개발사업의 계획은 전면 수정이 이뤄진다. 송 전 시장은 2010년 인천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시정질문을 통해 인천타워의 규모 축소를 공개적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인천경제청은 SLC에 층수를 102층 이하로 낮추고 일부 부지를 반납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인천경제청은 SLC로부터 송도 6·8공구 독점개발권을 회수하기 위해 86차례의 협의를 하고, 최종적으로 부지 33만여㎡만 SLC에 제공하고 나머지 부지의 개발권을 회수했다.

2015년 민선 6기 유정복 시장은 이후 송도 6·8공구에 ‘엑스포시티 타워’를 추진하는 것으로 방향을 튼다. 인천경제청은 국제마켓센터 설립자인 숀 샘슨 회장의 제안으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월드마켓센터와 비슷한 엑스포시티 타워를 추진했지만,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인천경제청은 2017년 송도 6·8공구 128만1천800㎡의 개발사업을 위한 공모를 진행, 우선협상대상자로 대상산업컨소시엄(현 블루코어컨소시엄)을 선정했다. 하지만 오피스텔 규모와 땅값 등에 대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자 같은해 9월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한다. 이후 인천경제청은 민간사업자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 취소처분 취소소송에 휘말렸고, 3년간 이어진 법적 다툼에서 최종 패소했다.

인천경제청은 지난해 4월부터 블루코어컨소시엄과 송도 6·8공구 개발사업에 대한 협의를 했으며, 지난 3월 인천시 투자유치기획위원회까지 겨우 통과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인천타워가 당초 약속했던 151층이 아닌 103층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그동안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수많은 부침으로 너무 많이 끌어왔다”면서 “인천지역을 위해 최고의 개발이 이뤄지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본다”고 했다.

■ 진정한 지역 랜드마크는?

랜드마크는 사전적으로 어떤 지역을 대표하거나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지형이나 시설물을 뜻한다. 파리의 에펠탑, 런던의 빅벤,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등 일종의 브랜드화해 지역의 정체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는 해마다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여 지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송도지역 주민들은 송도 6·8공구에 들어설 인천타워가 국내 최고 층수(높이)로 지어져야 진정한 랜드마크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앞서 인천경제청 등이 151층으로 계획한 청사진을 내놓고 약속한 만큼, 이 계획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초고층 빌딩으로 지어질 경우 배 이상 늘어나는 막대한 공사비에 대한 부담은 물론, 완공 후 입주할 기업 등이 없어 공실을 우려하는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이 때문에 민간사업자도 초고층 빌딩 대신 103층의 빌딩과 대관람차 등 테마파크를 계획하고 있다.

앞서 민선 8기 인천시장직인수위원회는 이들 계획의 중재안으로 131층의 국내 최고층 건물을 짓는 내용의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배덕상 인천연구원 인천공공투자관리센터 연구위원은 “지역 랜드마크에 대해 결론을 내지 않는 열린 논의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며 “현재는 층수의 고민 등이 아니라 행정기관이 시민과 함께 논의하고 소통하는 것이 먼저”라고 했다.

김송원 인천시 시정혁신준비단 부단장은 “주민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결과를 끌어오기 위해서 지역 랜드마크에 대한 논의를 해야한다”고 했다.

김지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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