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램은 도로 위를 달리는 전동열차 형태의 대중교통 수단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건설비용이 저렴하다. 이 같은 장점에도 대한민국에서 트램이 달리는 도시는 단 한 곳도 없다. 자동차와 트램이 함께 다닐 수 없게 규정된 도로교통법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본보는 경기도내 트램 도입 현황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수원특례시를 비롯해 경기도내 지방자치단체가 추진 중인 트램 건설 사업이 도로교통법에 발목이 잡힌 채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경기도와 도내 트램 추진 지자체, 경찰청 등에 따르면 수원특례시의 도시철도 1호선(수원역~장안문~장안구청, 6.52㎞), 성남시의 도시철도 2호선(판교지구~판교테크노밸리~정자역, 13.7㎞), 화성시의 동탄도시철도(병점역∼동탄역∼차량기지 등 2개 노선, 34.2㎞) 등 도내에선 7개 트램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 가운데 화성시는 LH로부터 동탄신도시의 개발분담금 9천200억원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는 데 큰 무리가 없으나 수원특례시와 성남시의 사정은 다르다.
지난 2010년부터 총 2천206억원의 사업비 부담을 완화하고자 민간 투자 유치 계획을 세운 수원특례시는 낮은 사업성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최소 2개 차선을 잠식하는 전용차로의 트램이 들어서면 그만큼 자동차의 도로 폭이 좁아지는 등 교통혼잡비용이 과다하게 책정된다. 이 때문에 트램과 자동차가 함께 다녀야 사업성이 높아질 수 있음에도 현행 도로교통법에는 이러한 규정 자체가 명시돼 있지 않다.
이런 탓에 지난 2014년부터 이를 추진한 성남시는 지난해 2월 총 3천539억원 규모의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을 아예 철회했다. 예타에서 한 번 탈락한 사업은 다시 선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이에 지난해 1월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국회의원(성남 분당을) 등이 트램에 대한 혼용차로를 명시하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이른바 ‘트램 3법(도시철도법·철도안전법·도로교통법)’ 중 하나인 도시철도법에는 ‘도로가 좁은 경우 트램에 대한 혼용차로 설치가 가능하다’는 조항(제18조2항)이 있다.
하지만 정작 도로교통법에는 이러한 규정이 없으면서 두 법안의 부조화가 발생, 트램의 도입이 어려워지자 개정이 추진된 것이다.
그러나 해당 개정안은 1년6개월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 심사조차 받지 못한 실정이다. 이 법안의 소관 부처인 경찰청이 트램과 자동차가 함께 다니면 교통사고가 우려된다는 검토의견서를 내면서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늘어나는 자동차 수요를 관리할 수 있는 데다 고밀도 도시에 제격인 트램을 도입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고령사회 눈앞 트램 주목...“도로교통법 개정 논의 필요”
인구 감소와 고령화 추세에 트램이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도로교통법 개정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5일 경기도와 수원특례시, 성남시, 경찰청 등에 따르면 트램의 장점은 △저렴한 건설비용 △교통약자 배려 △자동차 수요 억제 등으로 분류된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분석 결과, 트램의 건설 비용은 1㎞당 약 300억원으로 이는 지하철(1㎞당 1천200여억원) 4분의 1, 고가(1㎞당 600여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더욱이 인구 감소로 세수마저 줄어드는 가운데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시가 아닌 이상 지하철은 경기 지역 지방자치단체에겐 그림의 떡이라는 분석이다.
또 경기도는 오는 2030년 초고령화사회(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비율 20% 이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노인들이 보도를 이용해 쉽게 탑승하는 등 접근성이 뛰어난 트램이 주목받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도로 위를 달려 자동차 수요를 억제할 수 있는 트램은 탄소배출을 줄이는 교통수단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경기도내에선 3년 전보다 60여만 대의 자동차(지난달 기준 628만2천여대)가 증가한 실정이다.
이러한 장점에 민선 8기 경기도는 도로교통법 개정에 힘을 불어넣는 등 트램의 사업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청은 여전히 해당 사안에 대해 난색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가 트램 노선을 오가면 사고 위험도 커질 뿐더러 결국 트램의 속도마저 늦어져 정시성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면서다.
경찰청 관계자는 “많은 지자체가 도로교통법 탓에 트램 도입이 어렵다고 하는 데 우리로선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라며 “지자체가 더 많은 도로 부지를 확보하면 트램도, 자동차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세부적인 법령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례로 수원특례시의 도시철도 1호선 노선은 좁은 도로를 지닌 원도심을 지나는 것으로 계획됐다. 이러한 곳에는 정확한 지침에 따른 혼용차로를 허용하면서도 폭이 넓은 곳에는 전용차로를 도입하는 등 세밀한 법안으로 사업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트램은 도시와 어우러질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외국 사례를 봐도 자동차와 트램이 함께 다녀도 안전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혼용차로라 할지라도 트램에 대한 통행 우선권을 주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이럴 경우 지자체는 홍보 작업에 행정력을 집중해야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양휘모·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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