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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한국생활 든든한 조력자… 가족과 다름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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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한국생활 든든한 조력자… 가족과 다름없어요”

고려인 청소년 적응 돕는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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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을 사흘 앞둔 12일 안성시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에서 고려인 청소년들이 선생님께 손수 만든 고국의 음식을 대접하며 스승의 은혜에 감사드리고 있다. 조주현기자

외국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온 아이들을 ‘중도입국청소년’이라 부른다. 어엿한 성인이 되기 전 머나먼 타지에 발을 디뎌 보니 친구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한국이 낯설기만 하나, 이들에게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고 가족이 돼 주는 스승들이 있다.

12일 오전 10시께 안성천을 따라 드넓게 펼쳐진 농지. 따사로운 햇살 아래를 얼마나 달렸을까. 저 멀리 알록달록한 2층짜리 건물이 나타났다.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초록·빨강·파랑으로 칠해진 나무집의 문을 열자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서투른 한국어와 유창한 러시아어가 뒤섞인 대화. 이곳은 중앙아시아에서 온 고려인 청소년이 한국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다. 특히 이날은 사흘 뒤 ‘스승의 날’을 앞두고 아이들이 선생님께 고국의 음식을 대접하는 날이었다.

스프요리의 일종으로 우리네 소고기뭇국처럼 은은한 단맛이 일품인 ‘보르쉬’, 삶은 밀가루 반죽에 숙성시킨 고기를 곁들여 먹는 ‘비쉬바르막’까지. 커다란 솥을 옮겨 가며 마리아(20·여), 보바(14) 등 45명의 아이들이 준비한 다채로운 요리가 마련됐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까지 아이들의 국적과 외양은 모두 달랐지만, 피를 나눈 형제인 듯 서로에게 음식을 먹여주며 함께 미소지었다. 아이들을 지켜보던 김향심 교무부장(58·여)의 눈시울엔 행복한 눈물이 고였다.

15년간 중국에서 한국문화를 가르치다 온 그는 “언어가 달라 처음엔 소통이 어려웠지만, 이 아이들은 너무나 순수해서 같이 있기만 해도 행복하다”며 “학생들이 자신감을 되찾고 서서히 잠재력을 드러내는 모습에 표현 못할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를 찾는 아이들은 중도입국청소년. 그 유형은 해마다 다양해지고 있지만, 일관성 있는 기준이나 집계조차 없는 상황이다. 일례로 법무부는 그 수가 줄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교육부는 매년 크게 늘고 있다는 집계를 내놓기도 했다.

정부 차원의 관심과 세부적인 지원책 마련도 시급하겠으나, 이날 아이들의 미소는 가장 중요한 가치를 가르쳐줬다. 말이 통하지 않는 낯선 환경일지라도 충분히 사랑받는 사회구성원이 될 수 있다는 것. 이곳 스승들이 ‘함께’ 사는 법을 가르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3년 전 카자흐스탄에서 온 마유리(24)는 스승들에 대해 ‘семья’라고 표현했다. 러시아 말로 ‘시미야’라 발음되는 이 단어는 ‘가족’을 뜻한다. 마유리는 너무 오기 싫었던 한국이었지만, 이제는 참 따뜻한 나라라는 인상을 가지게 됐다며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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