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로고
[삶과 종교] 맨유 출신 신부님과 함께 축구를
오피니언 삶과 종교

[삶과 종교] 맨유 출신 신부님과 함께 축구를

image
김의태 수원가톨릭대학교 교회법 교수

2017년 당시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프로축구선수가 아일랜드 신부가 된 일이 가톨릭 내에서 큰 화제가 됐다. 그는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선수인 손흥민 선수가 뛰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에 출전한 일명 잘나가는 프로축구선수였다. 그의 동료들은 축구를 좋아하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데이비드 베컴, 폴 스콜스, 라이언 긱스 등이다. 그의 이름은 ‘필립 멀린’이었다.

사실 로마 유학 시절 그와 함께 같은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며 영광스럽게 축구도 함께 즐길 수 있었다. 물론 박지성, 손흥민 선수가 뛴 프리미어 선수의 실력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가 선보인 노룩 패스, 골대 구석을 찌르는 송곳 슈팅은 정말 일품이었다. 2013년쯤 로마에 있는 50여 개 기숙사 풋살 대항전이 있었다. 당시 그와 함께 출전하며 스페인, 독일을 비롯한 여러 기숙사들과 맞붙어 당당히 동메달을 땄던 기쁨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 친구는 1990년대 당시 대략 연봉 9억원을 받는 잘나가는 선수였다. 물론 잦은 부상으로 축구선수 생활을 빨리 접어야 했지만 그래도 큰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런데 어떤 계기인지 그는 아일랜드 신학교에 입학했고, 신학 수업을 듣기 위해 로마까지 유학을 오게 됐다. 과거 많은 돈을 벌었던 그는 세상의 부귀영화를 모두 포기하고 사제수업을 듣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그와 함께 지내며 소중했던 에피소드 하나가 있다. 로마 유학 시절 그는 기숙사에서 마련해준 당시 2만~3만원 정도 되는 깡통(?) 핸드폰을 들고 다녔다. 언젠가 그 핸드폰을 잃어버렸을 때 그 친구는 너무나 당황했고, 허둥지둥 로마 시내를 돌아다니며 그 폰을 찾아 헤매었다. 집시뿐만 아니라 도둑까지 득실거리는 로마 시내에 잃어버린 물건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그때 나는 느꼈다. 수많은 돈을 벌던 과거의 ‘필립 멀린’이 아니라 자기 곁에 있는 싸구려 물건도 너무나 소중하게 여기는 ‘필립 멀린’을 만날 수 있었다. 그의 마음에는 어느새 세상의 것보다 오히려 더 가치 있는 것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다시 재속 사제(교구 신부)의 길보다 수도 사제(수도 신부)의 길을 선택한다. 자기 명의로 된 통장 하나를 만들 수 없는 수도회의 삶을 택한다. 몇 년이 지나고 기사를 통해 그의 사제 서품 소식을 들었고, 수도회 대주교는 서품식 강론에서 “멀린 신부는 축구선수로 활약하는 동안 골을 넣으려면 얼마나 열심히 뛰어야 하는지 알았을 것”이라며 “이제 그대의 골(목표)은 예수 그리스도!”라고 말했다.

또 “그대가 믿는 것을 가르치고 가르친 것을 실천하십시오”라고 격려했다. 최고의 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던 그에게 밀알 같은 신앙의 씨앗이 자라나 그 신앙을 증거하는 사람이 됐다. 개인적으로 하느님의 신비는 참으로 오묘하다고 느낀다. 분명 세상의 부귀영화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있음을 우리가 눈치채게 하는 듯하다.

김의태 수원가톨릭대학교 교회법 교수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