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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종교] ‘봄 같은 정책’ 새정부에 바란다
오피니언 삶과 종교

[삶과 종교] ‘봄 같은 정책’ 새정부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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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기다린 봄이 왔다. 남녘부터 들려오는 꽃소식이 북상을 거듭하더니 어느새 산천을 녹색으로 물들이면서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고지대에 자리한 산사(山寺)는 마을보다는 조금 늦게 꽃 손님이 온다.

그런데 지난달 19일, 입춘(立春)이 지난 지 한 달이 훨씬 넘었는데 석굴암에는 폭설이 쏟아졌다. 봄을 시샘하는 듯 천지를 덮은 눈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다. 아마 새벽부터 비질을 하지 않았으면 족히 20㎝는 쌓였을 것이다. 도반에게 전화로 눈 소식을 전하니 “서울 근교에서 제일 경치 좋은 절이 오봉산 석굴암인데, 이 봄에 백설(白雪)로 장엄하니 축하 할 일”이라고 부러워했다.

그러나 정작 나의 마음이 편안한 것은 아니었다. 갑자기 쏟아진 눈을 감당하지 못한 소나무들 가지가 휘어지고 딱딱 부러지는 소리 때문이다. 그래도 손길이 닿는 사찰 안에 있는 눈 덮인 소나무들에 빗자루로 눈을 털어주어서 부러지거나 상처를 입지는 않았지만 사람 손길이 닿지 않는 산 중턱의 자리한 나무들은 피해가 컸다. 다선루(茶禪樓) 앞마당에 자리한 수백 년 된 소나무는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기다란 장대로 눈을 털어 위기를 모면했다. 그렇지만 미처 손이 닿지 않은 오봉산 자락의 나무들은 폭설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부처님은 유정(有情)인 사람이나 짐승은 물론 무정(無情)인 나무와 돌도 똑같이 존중해야 한다고 했는데, 눈을 이겨내지 못하고 가지가 꺾이는 모습을 보니 매우 안타깝지 않을 수 없었다. 무심하게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정한 눈’에 마음이 아려왔다.

겨우내 강추위와 매운 바람을 버텨낸 나무들이 봄을 맞아 대지에서 물을 흠뻑 빨아들여 기운을 회복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자랄 텐데 상처투성이가 됐으니 참담한 생각까지 들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 그러면 난관을 극복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면 바르게 성장하기 힘들다. 어찌 사람만 그러하겠는가. 강아지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은 물론이고, 유정 무정의 모든 존재에게 필요한 것은 관심이다. 관심은 곧 사랑이다. 따뜻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보살피고 보듬는다면 아무리 힘든 일이나 역경도 이겨낼 수 있다.

눈이 녹아 자연으로 돌아간 지난 4월3일은 음력 3월 삼짇날이다. 예로부터 한 해의 풍년을 기원했으며, 요즘 세상에는 풍속이 거의 사라졌지만 사찰에서는 산신(山神)에게 제(祭)를 지내며 모든 이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한다. 우리 절에서는 다선루 전각 앞에 500여년 된 소나무에 세말 정도의 막걸리를 부어 나무의 무병(無病)을 기원하듯이 우리가 사는 세상도 다르지 않다. 타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 배려가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하는 기초가 된다.

지난달 9일 5년간 국정을 책임질 대통령이 새로 당선됐다. 산사에서 사는 산승(山僧)으로 거는 기대는 국민의 목소리와 생활에 관심을 갖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는 점이다. 특히 소외된 이들의 현실을 잘 살피고 따뜻하게 보살피는 손길과 정책을 펼친다면 대한민국 발전과 더 좋은 나라가 될 것이다.

오봉도일 스님 25교구 봉선사 부주지·양주 석굴암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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