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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영의 그림산책] 살바도르 달리 '기억의 지속'
오피니언 최문영의 그림산책

[최문영의 그림산책] 살바도르 달리 '기억의 지속'

살바도르 달리 <기억의 지속>

초현실주의는 현재까지 많은 작가와 미술 애호가에게 사랑받는 예술사조이다. 초현실주의는 이전의 양식을 거부하고 파괴하는 다다이즘과 무의식이 인간의 행동을 좌우하며 꿈과 자동기술로 무의식을 파악할 수 있다는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아 발생한 운동으로 이성과 합리 거부하고 꿈과 무의식을 중요시한다.

그들은 무의식을 표현하기 위해 떠오르는 심상들을 그대로 그리거나 손이 이끄는 대로 형태를 그려나가는 자동기술법을 애용했다. 그들의 작품은 사실적인 표현과 추상적 표현이 함께 화면에 나타나 보는 이들의 눈을 끈다.

살바도르 달리는 초현실주의 대표하는 스페인의 화가로 그의 작품인 시계가 녹아 흘러내리는 <기억의 지속>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다. 그는 자신이 가진 수많은 강박관념과 편집증, 공포증과 무의식을 화폭에 담고자 하였다. 그래서 자기 전 화구를 옆에 두고 잠들었다가 깨어난 후 꿈에서 본 장면들을 묘사하였고 그의 작품은 손으로 그린 꿈의 사진이 되었다.

<기억의 지속>은 초현실주의운동에 참여한 지 2년 뒤에 그린 작품으로 정밀함을 그림에 가미했다. <기억의 지속>은 달리의 가장 큰 두려움이었던 시간과 죽음을 표현한 그림이다. 배경은 달리의 고향과 가까운 스페인 북동부 해안이다. 화면의 윗부분에는 바다와 해안의 절벽이 있으며, 그 아래로 어두운 그림자가 모래사장을 가로지르며 깔려있다. 왼쪽에는 관 모양의 상자와 앙상한 나무가 있다.

화면에는 녹아서 늘어진 회중시계는 3개가 있는데 하나는 나무에 걸려 있고 다른 하나는 상자에 걸쳐서 흘러내리고 있다. 또 다른 하나의 시계는 달리의 옆얼굴과 닮은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 괴생명체 위에서 늘어져 있는데 이 늘어진 회중시계들은 그의 카망베르 치즈에 대한 꿈에서 영감을 얻어 그린 것이다. 왼쪽 아래의 주황색의 정상적인 회중시계 위에는 부식을 상징하는 검은 개미들이 모여있다. 달리는 녹아내린 회중시계와 부식을 나타내는 개미들 그리고 어두운 그림자 등을 통하여 흘러가는 시간과 죽음에 대한 달리의 공포 두려움이 느껴진다.

<기억의 지속>은 달리 회화의 정수이다. 그의 무의식과 철학이 담긴 작품이며, 세심한 기법으로 변형된 이미지를 잘 표현한 작품이다. 그는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것들을 비틀어 이해할 수 없는 비논리적 상황을 연출하여 어둡고 섬뜩한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이러한 부조화는 조형적 매력을 느끼게 하고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현대까지 사랑받고 있다.

최문영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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