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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아침] 구치소시설 선진국수준에 맞게 대폭 개선해야
오피니언 인천의 아침

[인천의 아침] 구치소시설 선진국수준에 맞게 대폭 개선해야

각급 법원이 매년 여름 혹서기를 앞두고 2주간의 법정휴정기를 갖고 있으며 변호사들도 그 기간에 맞추어 휴가를 간다. 필자는 휴가를 가기에 앞서 항상 구치소에 구속되어 있는 의뢰인을 접견하고 떠나는데, 그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나라 구치소는 냉방시설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선풍기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부채하나로 그 무더운 여름의 낮과 밤을 보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 피고인들을 두고 휴가기간동안 마음이 편할 리가 만무하다.

특히, 2인 1실의 독거수용을 하는 교정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교정시설은 국내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 보듯이 한 개의 수용실에 10여명이 함께 혼거수용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비좁은 수용실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지내다보니 여름 무더위에 동료의 체온까지 합쳐서 수용실은 그야말로 불가마같은 곳이 된다. 이로 인해 수용자 간 싸움이 발생하기 일쑤이다.

이처럼 냉방시설 하나없이 수용자를 방치하는 것은 인권침해라 할 것이다. 특히, 구치소는 미결수용자들이 재판을 받기 위해 재판준비를 하는 곳이다. 때문에 형사재판에서 구속피고인의 방어권보장을 위해 구치소수용자들에 대한 배려가 요청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구치소에 냉방시설을 갖추지 않는 것은 불구속피고인과 구속피고인간의 차별로 인권차원에서 큰 문제이다.

한편, 몇 년 전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미군소속 피의자에 대한 영장발부를 앞두고 미군 측에서 국내 구치소시설이 국제기준에 미달하기 때문에 미국에서 재판을 받겠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대한민국의 재판관할권 확보차원에서도 구치소시설을 국제수준에 맞게 개선할 시점이다.

한 국가의 인권상황은 그 나라의 교정시설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교정시설이 그 국가의 인권지표가 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큰 성장을 한 것에 비하면 교정에 대한 연구와 투자는 너무 부족했다. 특히 교정시설에 대한 투자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혹자는 죄인들은 죄에 상응하는 댓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굳이 세금을 교정시설에 투자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수용자에게도 인권은 있는 것이며, 특히 재판이 끝나지 않은 미결수용자들은 엄밀히 말하면 무죄추정을 받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구속피고인들이 자신의 방어권을 충실히 행사할 수 있도록 구치소에 냉방기를 전면 설치하여 인권침해상황이 빨리 해소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난 2021년 10월 국회에서 형사사법 절차에서 전자문서 사용을 의무화한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 통과돼, 2024년부터는 형사재판도 전자소송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대비하려면 구속피고인들에게도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시설과 장비를 준비해야 할 것이기에 그에 따른 연구와 시설투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배영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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