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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월드컵 10연속 본선 진출과 체육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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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월드컵 10연속 본선 진출과 체육정책

황선학 문화체육부 부국장 2hwangp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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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가 설 명절 다음날 새벽 낭보를 전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획득했다. 그것도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이자 세계 여섯 번째인 10회 연속 본선 진출이다. 10회 연속 본선에 진출한 국가는 세계적인 축구 강국인 브라질(22회), 독일(18회), 이탈리아(14회), 아르헨티나(13회), 스페인(12회)에 불과할 정도로 힘든 대기록이다. ‘축구 종가’인 잉글랜드도 이루지 못한 대업이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서 처음 본선 무대를 밟았을 당시 조별리그서 헝가리에 9-0, 터키에 7-0으로 참패를 당하면서 세계 축구의 변방으로서 높은 벽을 절감했었다. 이후 무려 32년 만인 1986년 멕시코 대회를 통해 다시 본선 무대에 다시 등장한 한국 축구는 숱한 난관을 뚫고 10회 연속 본선 진출의 경사를 맞이했다. 앞선 월드컵 도전사에서 비교적 수월하게 본선행을 확정한 1998년 프랑스 대회와 개최국으로 자동 출전권을 획득한 2002년 한·일 대회를 제외하고는 항상 험난한 가시밭길을 극복해야 했다. 특히, ‘도하의 기적’으로 기성세대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1994년 미국 대회와 2014년 브라질 대회, 2018년 러시아 대회는 연속 출전이 끊길 뻔한 위기 속에서 행운도 따랐다.

앞선 여러 차례의 어려운 고비 끝에 본선 진출과 비교하면 이번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은 한결 수월했다. 더욱이 대표팀 간판 공격수인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프턴) 두 프리미어리거의 부상 결장에도 불구하고 적지에서 레바논과 시리아를 연파하며 본선행을 조기 확정해 한국 축구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줬다. 68년 전 첫 월드컵 무대에서 경험했던 참담한 현실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한국 축구는 1979년 차범근이 유럽 최고의 무대로 꼽히던 독일 분데스리가에 처음으로 데뷔하고, 허정무가 이듬해 네덜란드 리그에 진출한 이후 한동안 유럽 빅리그서 활동한 선수가 없을 정도로 두터운 벽이었다. 하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전후해 안정환의 이탈리아 진출을 시작으로, 박지성, 이영표, 이동국 등이 잇따라 유럽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며 기량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선수 반열에 오른 손흥민을 비롯, 유럽에만 20명 가까운 선수들이 진출해 있다. 유럽 외에도 일본, 중동, 중국 등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리그에도 우리 선수들이 대거 뛰고 있고, 베트남의 박항서, 인도네시아 대표팀의 신태용 감독처럼 지도자들도 국위를 선양하고 있다.

이제 ‘아시아의 맹주’를 넘어 세계무대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축구 인구의 저변 확대와 함께 자식의 미래를 위해 월 평균 적게는 수십만원에서부터 수백만원에 이르는 사재를 들여 뒷바라지한 부모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와 함께 국내 프로리그의 활성화와 유소년 육성시스템 구축, 조기 유학을 통한 선진축구 경험 등 국가가 뒷받침하지 못한 노력들이 어우러진 결과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혁신을 이유로 학생선수의 대회 및 훈련참가 허용 일수 축소 등 규제 일변도의 정책만 추진하고 있어 체육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과연 정부 정책대로라면 앞으로 월드컵 10회 연속 본선 진출 같은 쾌거와 스포츠가 국민에게 주는 감동 드라마가 계속 쓰여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황선학 문화체육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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