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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열수 칼럼] 한국이 걸어가야 할 미래 외교의 길
오피니언 김열수 칼럼

[김열수 칼럼] 한국이 걸어가야 할 미래 외교의 길

중국의 팽창을 봉쇄하고자 하는 미국의 전략과 이에 맞서는 중국의 반응이 임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미국의 인・태지역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군사기술협의체인 오커스(AUKUS), 첨단기술 및 공급망 동맹체인 인・태경제프레임(IPEF) 등이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팽창과 봉쇄의 역동성 속에서 미중은 주변국들에게 자신의 편에 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역사에는 3가지 길이 있었다. 먼저 광해군의 길은 명・청 교체기에 광해군이 위험 분산(hedging)을 택했던 길을 말한다. 그는 금(청)과의 전쟁을 위한 명의 원병 요청에 1만여 명을 파병했으나 조선군 사령관에게 정세에 맞게 처신토록 지시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했다. 광해군의 길은 오늘날 한국이 취할 수 있는 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길은 양쪽으로부터 걸려오는 워닝콜(warning call)과 제재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약점이 있다.

인조의 길은 반정(反正)을 통해 광해군을 몰아낸 인조가 명에 올인(all in)한 친명배금(親明排金) 정책을 말한다. 재조지은(再造之恩)의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 결과는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으로 이어졌다. 오늘날 친중파는 국제정치를 보은, 의리, 감성 등의 관점에서 벗어나 이익의 관점에서 볼 것을 강조한다. 이들은 한반도 평화와 한국 수출입의 1/4을 점하는 중국과의 경제적 연계 등을 내세워 미국에 올인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 특히, 미국과의 동맹 및 준동맹국은 약 60개국뿐이지만 중국과의 무역 1위 국가는 약 110개국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들은 중국의 보복을 두려워하지만 한국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미국의 수많은 전략에 대해서는 못 본 체 한다.

이승만의 길은 국가 생존을 위해 한미동맹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말한다. 오늘날 이 길의 주장자들은 한국은 한미동맹 체결 당시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좌고우면할 것이 아니라 포괄적 동맹 차원에서 미국 편에 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눈 밖에 나면 안보는 물론 경제 및 첨단기술 등의 분야에서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길은 중국의 제재나 보복 가능성에 대해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인조나 이승만의 길은 하나만을 선택하는 올인 전략이었다. 광해군의 길은 반반씩 회피하는 헤징전략이었다. 하나만 선택하는 올인 전략은 미래를 모두 얻거나 모두 잃을 수 있고 헤징 전략도 반을 잃거나 모두를 잃을 수 있다. 적어도 반 이상을 잃을 수 있기에 3가지 길은 모두 위험하다.

오늘날 국가들은 수많은 의제들이 서로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복합적 상호의존 관계에 있다. 그러나 각 의제에 대한 이익과 중요도는 국가별로 다르다. 따라서 한국은 의존적 관계였던 역사에서 길을 찾을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이 길에서 국가 주권과 동맹 정신, 그리고 헌법 정신을 구현해야 한다. 한국은 주권국가로서 올인이나 헤징 전략이 아니라 사안별로 선택을 달리하면서 참가 수위를 조절하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정신과 혈맹이라는 동맹정신을 구현해야 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선명한 전략을, 그리고 그 외의 수많은 의제들에 대해서는 유연한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사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의제에 따라 미・중과 선택적 협력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포트폴리오는 가계나 기업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한국이 걸어가야 할 미래 외교의 길도 포트폴리오여야 하지 않을까.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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