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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야구선수들, ‘방학은 사교육의 계절’…상당수 아카데미서 보충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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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야구선수들, ‘방학은 사교육의 계절’…상당수 아카데미서 보충 훈련

합숙 폐지ㆍ코로나19로 훈련량 감소 따른 진풍경…고액ㆍ지도방식 갈등 부작용 우려

겨울방학이 시작된 가운데 학생 야구선수들이 개인 훈련을 위해 사설 아카데미로 향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6일 만난 이모씨(43)는 중학에 진학하는 야구선수인 아들을 위해 야구 아카데미 방학반 등록을 마쳤다. 코로나19 상황 속 학교 훈련량이 적은데다, 학기 중에도 아카데미를 통해 방과후와 주말에 부족한 점을 보완했기 때문에 방학 중에도 훈련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불과 몇년전 만해도 진학이 확정된 야구 유망주들은 연말이면 상급 학교 팀에 합류해 새로운 코칭스태프 밑에서 선배들과 훈련을 해왔고, 방학이되면 진학할 학교에서 합숙훈련을 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학폭과 안전문제를 이유로 합숙훈련이 폐지된 데다, 각 학교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방학기간 단체 집합 훈련이 제약을 받으면서 학생선수들이 전례없는 사교육으로 향하고 있다.

이씨는 “일반 학생들이 학원을 다니듯이 학생선수들도 보충학습을 위해 아카데미에 다닌다. 보통 경기지역은 한 달에 주 2회 3시간씩 170만원, 혹은 3개월 단위로 500만원을 한꺼번에 받는다. 서울은 25~60% 정도 더 비싼 편”이라며 “수강료가 부담이되지만 아이의 미래를 위해 부모로서 어쩔 수 없다. 대부분 아카데미 대표들이 프로 출신이다보니 프로 관계자들에게 연결고리가 됐으면 하는 기대심리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도내에 아카데미를 개설한 프로 출신 지도자 A씨는 학생선수들의 아카데미행을 ‘고액 과외’가 아닌 훈련 수단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학생선수들이 과거와 달리 수업을 마치고 훈련을 해야하다보니 훈련량이 적을 수 밖에 없다. 선수들의 아카데미행은 훈련량 보충 효과가 가장 커 부정적인 현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도내 한 고교 야구팀 감독은 “학교 지도자 입장에서 학생의 아카데미행은 지도자와 선수의 신뢰 문제라고 생각한다. 야구는 기본기가 중요하고 자세의 영향을 많이 받는 종목이라 학교와 아카데미가 공조해 선수를 잘 이끌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자칫 선수가 지도방식 차이 등에 혼란스러워 할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따르면 전국 초ㆍ중ㆍ고등학생 야구선수는 총 1만56명으로 이 가운데 경기도는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20.1%(2천19명)에 이른다. 경기도내 야구 아카데미 중 전문 선수만 지도하는 곳은 46곳으로, 중ㆍ고생들 가운데 약 30% 가량인 500여명의 학생선수들이 아카데미를 다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권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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