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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론] 공짜로, 아무렇게나 사용할 지구는 더 이상 없다
오피니언 인천시론

[인천시론] 공짜로, 아무렇게나 사용할 지구는 더 이상 없다

우리 인류는 지금껏 공짜로 지구를 써왔다. 적정 가격은 물론 세금도 지불하지 않고 물, 공기, 흙, 햇빛은 물론 식량으로 삼는 온갖 것들을 당연한 ‘내 것’으로 여겼다. 우리가 마음껏 지구를 소비하는 사이 기온이 달라지고 기후가 바뀌었다.

그 피해가 돌고 돌아 인류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중에 지구촌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이런 식으로는 아니겠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처럼 지구에도 적정 비용을 지불하고 귀히 여기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만만히 공짜로 써왔던 지구를 말하고 보니 퍼뜩 떠오르는 한 사례가 있다. 시흥시가 고집스럽게 추진하는 배곧대교다. 다리가 놓이기를 바라는 송도의 일부 주민들은 ‘고작 50평(167㎡)의 습지’를 보호하려고 주변 교통난이나 그 결과인 대기오염을 무시하고 있다고 환경단체에 항변한다.

그런데 그네들이 내건 ‘고작’이라는 표현에 당혹스러웠다. 그들이 말하는 ‘고작 50평의 습지’가 람사르습지의 일부이고 이미 대규모 갯벌매립으로 탄생한 송도신도시 곁 보호하겠다고 남겨놓은 손바닥만큼의 습지이다.

‘고작’이라고 여겼을 것들의 가치를 따져보자. 우리가 늘 보는 갯벌이지만 그것을 ‘바다의 허파’라고 부른다. 해양오염을 완충하는 역할을 한다. 수많은 바다생물의 보금자리이자 각종 철새의 휴식처와 번식지가 되기도 한다. 온실가스를 가둬주는 대용량 탱크이기도 하다. 또 나무는 공기정화는 물론 습도·온도조절, 소음감소에 효과적이다. 공원이나 숲은 휴식공간이자 거대한 공기정화기다. 이산화탄소 흡수량 역시 막대하다.

이제 지구의 자연환경과 생태계의 자원들이 보물이 되고 유산이 되어 길이길이 지켜나가야 할 대상으로 꼽히는 시대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미를 갖는 수치와 금액으로 생태계의 환경적·경제적 가치를 환산해 낸다. 그만큼 유형무형의 가치가 높다.

정부 혹은 국제기구 등에서는 보호구역이나 세계문화유산으로 보호한다. 오래도록 지키고 풍요롭게 가꿔가지 않으면 우리는 물론 우리의 삶터 지구도 폐허가 될 수밖에 없다는 연결성을 깨달은 때문이다. 함부로 대하고 막무가내로 망가뜨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공짜로 쓰는 지구시대의 종말이다. 이제 제값을 치르며 지구에 어울리는 대접을 해주어야 한다. 그토록 외쳤던 기후위기 대응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경우에 따라 개발계획은 변경되고 백지화되어야 한다. 보존과 순환을 전제로 지혜로운 활용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도 현장에서는 훼손과 개발이 앞서는 여전한 모습이라니.

잊지 말자. 동화 속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모든 것을 내어주고 홀로 스러졌지만 아낌없이 공짜 지구를 누리다가는 우리가 사라질 수 있음을.

지영일 가톨릭환경연대 대외협력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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