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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열수 칼럼] RCEP 협력과 CPTPP 갈등, 그리고 IPEF의 긴장
오피니언 김열수 칼럼

[김열수 칼럼] RCEP 협력과 CPTPP 갈등, 그리고 IPEF의 긴장

동아시아는 2022년 경제공동체를 둘러싸고 협력과 갈등, 그리고 긴장이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 내년 1월1일부로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출범한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 10개국과 기타 5개국(한국ㆍ일본ㆍ중국ㆍ호주ㆍ뉴질랜드)이 회원국이다. 2011년 ASEAN 정상회의에서 RCEP 구상이 채택된 지 10년 만의 일이다. 비준서를 먼저 제출한 10개국에서 먼저 발효되고 조금 늦게 제출한 한국에서는 2월1일부로 발효된다. RCEP은 국내총생산(GDP), 무역, 그리고 인구 규모 면에서 각각 세계의 1/3을 차지한다. RCEP이 발효됨에 따라 투자와 무역 등 역내 경제협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2018년에 출범한 포괄적ㆍ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도 거대한 자유무역협정이다. 일본, 캐나다, 멕시코, 호주, 베트남, 말레이시아, 칠레 등 11개국이 회원국이다. CPTPP는 전 세계 GDP의 13%, 그리고 인구의 8%를 차지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철수함에 따라 일본이 주도해 CPTPP를 성사시켰다. 한국은 2022년 가입을 목표로 비준 절차를 준비 중이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발생했다. 중국과 대만이 2021년 9월 CPTPP에 가입신청서를 제출한 것이다. 중국이 가만있을 리 없고 미국이 가만있을 리 없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면서 대만의 가입을 저지하려 할 것이고, 미국은 중국이 RCEP과 CPTPP에서 동시에 주도권을 행사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CPTPP의 확대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중국과 대만, 그리고 회원국 간에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갈등을 넘어 긴장이 조성될 경제동맹체가 태동할 가능성도 있다. 바로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인도ㆍ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IPEF 구상을 밝혔다. 백악관은 디지털 경제, 기술 표준, 공급망 회복, 탈탄소와 클린 에너지, 인프라 등을 IPEF의 공동 목표라고 밝혔다. 목표는 많지만 IPEF의 핵심은 RCEP이나 CPTPP와 같은 경제협력체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첨단기술분야와 중요 공급망에서 중국과 탈동조화(decoupling)를 추구하고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서 ‘더 나은 세계 구축’(3BW: Build Back Better World)의 일환으로 동아시아 지역에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것이다. 즉, 인도ㆍ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배제한 새로운 경제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실제 목표다. IPEF를 출범시키기 위해 미국의 고위 관료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2011년 11월 중하순에는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일본, 한국, 인도를 방문했고 러몬드 상무부 장관이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다. 12월 중순에는 블링컨 국무장관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을 방문했고 12월 하순에는 미 국무부의 페르난데스 차관이 일본과 한국을 방문했다. 고위 관료들의 방문을 통해 IPEF 발족과 관련된 다양한 협의가 이루어졌다.

IPEF는 무역협정이 아니므로 의회의 승인이 필요 없다. 따라서 관련 국가들이 동의할 경우 IPEF는 2022년 전반기에 발족될 수도 있다. 중국은 관련국들이 IPEF에 불참하도록 설득과 회유, 그리고 압력을 행사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긴장이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중심의 RCEP은 협력이, 일본 중심의 CPTPP는 갈등이, 그리고 미국 중심의 IPEF는 긴장이 발생할 수 있는 가운데 한국은 IPEF 가입을 권유받고 있다. RCEP의 회원국이자 CPTPP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이 IPEF 가입을 주저할 이유는 없다. 기차가 출발하기 전에 타야 한다. 다만 서둘러 먼저 타야 할 이유는 없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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