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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세상, Today] 경기도 어민들은 닻을 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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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세상, Today] 경기도 어민들은 닻을 올리고 싶다

여섯 번째 이야기 : 성어기 맞은 경기도 바다마을, 일하고 싶어도 못한다

14일 화성시 연안 바닷가에서 대명호 선장 이연표씨가 일손을 구하지 못해 직접 조업에 참여하고 있다. 조주현기자

한창 바빠야 할 성어기를 맞았지만, 인력난에 시달리는 경기도 바닷가엔 적막이 감돌고 있다. 어업을 기피하는 내국인의 빈자리를 대신하던 외국인 노동자마저 코로나19 여파로 입국이 통제되며 자취를 감췄다. 여기에 한 가지 업종을 두고 고용노동부와 해양수산부로 나뉜 외국인 선원 도입제도는 영세 선주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어촌, 특히 경기도의 어업가구는 다른 업종과 비교할 때 그 수가 적다는 이유로 각종 지원책에서 외면받고 있다. 경기일보는 바다를 인접한 지자체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쇠퇴하고 있는 경기도 어촌의 위기를 조명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1. 외국인 떠난 어촌, 항구에 묶인 어선…쇠퇴하는 경기어촌


14일 오전 7시께 화성시 서신면의 궁평항. 주꾸미와 꼴뚜기가 제철이라는 12월을 맞았지만, 항구는 조용했다. 바쁘게 움직이는 어민들로 가득 채워졌던 부둣가엔 갈매기 몇 마리가 자리를 대신했다. 50척 안팎의 어선들은 언제 떠날지 알 수 없는 조업을 기다리며 항구에 발이 묶인 상태였다.

오전 8시께 어스름이 걷히기 시작하자 대명호 선주 이연표씨(36)가 7.93t짜리 선박에 올라탔다. 출항을 하기 전부터 이씨의 낯빛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은 그는 한때 외국인 노동자를 5명까지 고용했을 정도로 소형 선박치곤 일이 많았지만, 지금은 1명뿐이다. 이마저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간신히 구한 일손이다.

이날 1시간 동안 바다를 가른 대명호가 도착한 곳은 주꾸미 조업을 위해 어장을 설치해 둔 지점. 닻의 위치를 옮길 때가 됐기 때문이다. 이 작업은 최소 3명이 합을 맞춰야 할 정도로 고된 업무지만, 선박의 키를 쥔 이씨는 조타실 밖으로 벗어날 수 없었다. 결국 인도네시아 국적 노동자 파리드씨(25) 홀로 거대한 닻과 30분 넘게 사투를 벌였다.

 

14일 화성시 궁평항에서 대명호 선장 이연표씨와 인도네시아 국적 노동자 파리드씨가 부족한 일손으로 어렵사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주현기자

그는 “일손을 구하기 어려워진 뒤로 조업시간이 3배 가까이 늘어났고 그만큼 업무 능률도 현저히 떨어졌다”며 “궁평항에 있는 어선 중 10t 이상의 선박들은 못해도 1년에 250일 정도 조업을 나가는데, 코로나19 이후로는 아예 조업을 하지 못한 배도 많다”고 털어놨다. 해상에서 작업을 진행한 지 3시간째, 이씨의 입가에선 자꾸만 한숨이 잦아졌다.

경기도 어촌은 어느 지역보다 빠르게 쇠퇴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도내 어가 인구는 1천307명인데, 지난 1990년 2만1천889명 대비 93.6% 감소한 수치다. 이는 바다를 접한 지자체 중 가장 높은 감소율인 데다 같은 기간 전국 어가 인구의 평균 감소치인 80.2%와 비교해도 10%p 이상 웃도는 수치다.

특히 어업은 내국인 기피가 심하고 종사자의 고령화로 외국인 노동자의 역할이 막중하다. 이에 따라 국내 어촌에는 해마다 3천명 안팎의 외국인 노동자가 배정되며 지난 2019년에는 3천228명이 들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한동안 입국이 통제되며 지난해 247명, 올해 들어서는 11월 기준 215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경기도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어민들이 인력난과 생계난에 시달리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며 “어민기본소득 시행에 필요한 기초조사를 진행 중이며 다양한 방향으로 지원 계획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어촌이 쇠퇴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일손마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사진은 14일 새벽 화성시 궁평항의 부둣가. 조주현기자

#2. 한 배에 탄 ‘두 가지 법’…외국인 일손 ‘어촌 탈출’ 부추겼다


경기도 어촌이 빠르게 쇠퇴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일손마저 항구를 등진 배경에는 고용노동부와 해양수산부로 이원화된 외국인 선원 도입제도가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외국인 선원 도입제도는 지난 2007년 이후 노동부가 관리하는 고용허가제(E-9)와 해수부가 담당하는 외국인선원제(E-10)으로 나뉘었다. 고용허가제를 통해서는 5~20t의 소형 어선이나 양식장 등에 근무하는 인력을 도입하며, 외국인선원제로는 20t 이상의 대형 어선에서 근무할 선원을 등록한다.

문제는 고용허가제로 입국하는 노동자의 이탈률이 외국인선원제로 들어오는 노동자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한국수산어촌연구원이 지난 2017년 밝힌 조사 결과를 보면 외국인 선원의 평균 이탈률에서 고용허가제는 49.2%, 외국인선원제는 26.8%를 기록했다. 20t 미만의 어선들이 전체 어선의 90%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업 분야에서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절반가량은 어촌에서 탈출을 감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고용허가제의 이탈률이 높은 이유로는 외국인 노동자가 어느 업종에 종사할지 모르는 상태로 입국한다는 점이 꼽힌다. 제조업ㆍ건설업ㆍ농업 등 비전문직 노동을 포괄하는 목적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 중 일부를 선원으로 선발하는데, 이렇게 뽑힌 인원들은 정식 선원교육도 받지 못한 채 어촌에 배치된다. 외국인선원제로 들어와 20t 이상 어선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와 달리 전문 위탁기관의 사후관리도 받지 못하고 있다.

 

14일 화성시 연안 바닷가로 나선 대명호에서 인도네시아 국적 노동자 파리드씨가 홀로 조업 작업에 나서고 있다. 조주현기자

이탈률을 따져보기 전에 단순 입국 인원수만 봐도 고용허가제의 현실은 처참하다. 지난해 고용허가제로 어업에 배정된 인원은 3천명이었지만, 10%에도 못 미치는 247명만 입국했다. 반면, 해수부 관할 하에 민간선원관리업체의 선별을 거치는 외국인선원제로 입국한 인원은 1천922명으로 집계됐다.

선박의 규모가 작아 영세한 어선들이 일손 확보에도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일손 모집을 해수부의 외국인선원제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연안 어업의 경우 아예 조업을 중단하는 사례까지 속출하며 영세 어선들의 불만이 심화되고 있다”며 “어업 분야에 대해서는 해양수산부로 업무를 통일하는 게 보다 효율적인 관리 방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문제를 인정하고 대책 마련을 시사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영세 어선을 중심으로 외국인 노동자 등록제도에 대한 일원화 요청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며 “부처 간 실무 협의를 통해 업무 이관의 필요성을 검토해보겠다”고 설명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해수부는 외국인 노동자 등록제도를 하나로 통일시키는 방안에 의지를 갖고 있다”며 “노동부에 업무 이관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으며, 개선 방안을 다각도로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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