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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열수 칼럼] 남북한 군비경쟁과 북한 정권의 미래
오피니언 김열수 칼럼

[김열수 칼럼] 남북한 군비경쟁과 북한 정권의 미래

남북한 군비경쟁이 본격화됐다. 시동을 건 것은 북한이었다. 북한은 핵실험을 거듭하면서 이를 실어 나를 중장거리 미사일을 집중적으로 개발했다. 한국은 북한 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재래식 전력으로 북한과 군사력 균형을 찾고자 했다. 한국은 핵을 제외한 첨단 군사력을 건설하기 시작했고 정부도 매년 6~7%의 국방비를 증액시켰다. 이에 따라 스텔스 전투기와 고고도 무인정찰기, 3천t급 잠수함 등을 도입했고 4차산업혁명의 기술이 적용된 첨단무기체계도 곧 개발할 예정이다.

남북한의 재래식 전력 중에서 북한이 한국보다 앞선 기술력을 선보인 것은 미사일 분야다. 사실 미사일도 한국이 북한보다 훨씬 먼저 개발했다. 박정희 정부는 1978년에 이미 백곰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이 개발 중단 압박을 가함에 따라 사거리와 중량을 제한하는 미사일 지침에 합의했다. 한국이 이 지침에 묶여있는 사이에 오히려 북한이 미사일 강국이 됐다. 결국 지난 5월 42년 만에 미사일 지침이 폐지됐다. 이에 따라 미사일뿐만 아니라 우주발사체 개발에 대한 제한사항이 모두 사라졌다. 이로써 남북한 간에 미사일 개발 경쟁은 더 뜨거워지게 됐다.

북한은 올해 들어 무려 9차례에 걸쳐 각종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장단거리 순항 미사일 3회, 지상 및 열차 등에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2회, 극초음속 미사일(화성 8형) 1회. 신형대공미사일 1회, 그리고 소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1회 등이다. 한국도 지난달에 3천t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에서 SLBM을 시험 발사했다. 세계에서 7번째였다. 초음속 순항미사일도 성공적으로 개발됐다.

미사일 분야의 군비경쟁이 이제 다른 분야로 옮겨 붙을 전망이다. 북한은 올해 1월 개최된 제8차 당대회를 통해 다탄두 개별유도기술(MIRV)의 연구사업이 마감단계에 있고 중형잠수함을 시범개조할 것이며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연구가 끝났다고 했다. 각종 전자무기, 무인 타격장비, 정찰탐지 수단, 그리고 군사 정찰 위성 설계를 완성했다고 했다. 곧 첨단무기체계를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같은 시기(1월) 미국의 군사력 평가기관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F)’는 2020년 한국의 국방비는 480억달러였고 북한은 35억달러였다고 했다. 한국이 14배나 많다. 그러나 한국의 국방비는 GDP의 2.4%에 불과하지만 북한의 국방비는 북한 GDP의 2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첨단 군사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개발비용과 함께 유지비용도 많이 든다. 과연 북한이 이를 감당해 낼 수 있을까.

1980년대 신냉전이 시작되면서 미국과 구소련 간 군비경쟁의 불이 붙었다. 레이건 정부는 카터 정부에 비해 국방비를 50% 이상 증액시키면서 소련의 미사일을 우주공간에서 격파할 수 있는 계획을 발표했다. ‘별들의 전쟁’으로 알려진 전략방위구상(SDI)이었다, 구소련은 SDI를 뚫기 위해 1980년 3만개였던 핵무기를 1986년에는 4만5천개까지 늘렸고 MIRV 개발에도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더 이상 GDP의 20% 이상을 군사비로 지출할 수 없게 됐다. 결국 구소련은 4만5천개의 핵무기를 끌어안고 몰락했다.

지금 남북한 간에는 1980년대 미소간 군비경쟁 데자뷔가 나타나고 있다. 북한의 첨단무기 개발은 한국에 엄청난 안보 위협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북한 정권에게는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다. 한정된 자원이 왜곡 분배되면 정권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이 그 길로 가고 있다. 멈춰야 산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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